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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후보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인물 金 여인은 누구?

‘박범계-김소연’ 갈등 과정에서 터져나온 김씨의 실체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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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이자 ‘朴 측근’ 김씨의 증인신문 녹취록과 사실확인서 분석
⊙ 대전 지역에서 홍보 업체와 브런치 카페 운영하는 김씨와 박범계 후보자의 인연
⊙ 김씨, 박범계 지역구 외에 대전시 비례대표 공보물도 제작… “비례 공보물은 단가 매우 높아”
⊙ “박범계가 김씨에게 일감 몰아줘” vs “수주하는 데 민주당 덕 본 적 없어”
⊙ 사실확인서에 적힌 ‘뱃지를 뗀다’ 둘러싼 김소연과 김씨의 ‘갑론을박’
⊙ 김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민주당 정권 인사들이 노는 아지트’(?)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캠프 출신 측근이 운영하는 인쇄 및 홍보물 업체에 본인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지방의원들의 선거 공보물 제작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일보》(2021년 1월10일자)는 “박 후보자 캠프 출신 김모씨가 대표인 대전 유성구의 A업체는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재보궐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 기초・광역의원 후보 9명의 선거 공보물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단독 보도했다.
 
 
  ‘박범계-김소연’ 소송 자료에서 발견한 김씨의 흔적
 
  《국민일보》(이하 신문)는 ‘A업체가 선거 공보물을 제작했던 9명은 각각 대전 서구을(乙) 광역의원 2명과 서구을 기초의원 5명, 광역의원 2명’이라고 했다. 대전 서구을은 박범계 후보자의 지역구다.
 
  신문은 A업체와 계약했던 서구을 전직 지방의원들의 말을 빌려 “지방의원들이 당시 A업체와 계약한 것은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자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A업체는 박 후보자의 20·21대 총선 선거 공보물을 모두 제작했다”며 “A업체는 박 후보자가 20대 의원일 때 의정보고서 발간을 명목으로 두 차례 각각 1300만원짜리 용역을 맡았고, 박 후보자의 책도 출판했다”고 전했다.
 
  야당은 올해 1월 말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 박범계 후보자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혹의 당사자로 떠오른 ‘박범계 캠프 출신’ 측근이자 A업체 대표 김모(여·54)씨가 어떤 인물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월간조선》은 박범계 후보자와 김소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현 변호사) 간에 불거진 민사소송 관련 자료에서 김씨에 관한 흔적을 발견했다. 김씨가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법원이 작성한 A4용지 30매 분량의 증인신문 녹취록과 김씨가 쓴 사실확인서를 확보한 것이다. 이는 본지(本誌)가 처음 공개하는 내용이다.
 
  박범계 후보자가 일감을 몰아줬다고 의심받는 김씨는 어떤 인물일까. 박범계 후보자와 김소연 변호사와는 김씨는 어떻게 얽혀 있는 걸까. 세 사람의 관계를 알기 위해선 먼저 ‘박범계-김소연’ 간에 벌어진 송사(訟事)부터 짚어야 한다.
 
  김소연 변호사는 박범계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3월 영입한 인물이다. 박범계 의원은 김소연 변호사를 ‘정치적으로’ 각별히 여겼다. 민주당 중앙당윤리심판원(이하 심판원)은 ‘박범계-김소연’ 갈등이 첨예화하자,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심판원이 2018년 10월 12일 내놓은 ‘직권조사명령 수행결과’ 대외비 보고서는 김소연 변호사의 시의원 출마 경위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37세의 젊은 여성 변호사이자 ‘흙수저 출신’으로… 화려한 커리어 스펙을 가진 김소연의 경쟁력에 주목하여 여러 차례 김소연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대전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범계 의원은 김소연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아주 유쾌하고 발칙할 정도로 솔직하다”고 평가했다. 그 정도로 박범계 의원은 ‘정치 신인’ 김소연 변호사를 적극 밀었다.
 
  박범계 의원이 위원장으로 이끌던 대전시당위원회는 김 변호사를 서구6 지역에 전격 공천했다. 그 바람에 박범계 의원은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기존 후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어쨌든 공천은 이뤄졌고, 김소연 변호사는 박범계 의원의 후원에 힘입어 시의원에 당선됐다.
 
 
  정치적으로 각별했던 박범계와 김소연은 왜 틀어졌나?
 
2018년 12월 12일, 김소연 당시 대전시의원이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검찰청 민원실에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재정신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그들의 인연은 1년도 채 안 돼 틀어지고 말았다. 2018년 9월 26일 김소연 의원이 ‘박범계 의원 측으로부터 지방선거 때 불법자금을 강요받았다’는 취지의 폭로를 한 것이다. 김소연 의원은 금품 요구뿐 아니라 박범계 의원 측의 성희롱, 갑질 의혹도 추가 폭로했다.
 
  박범계 의원은 2018년 11월 20일, 김소연 의원이 폭로한 불법자금 요구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김소연 의원이 ‘1차 폭로’를 한 지 약 두 달 만에 나온 입장 표명이었다.
 
  당시 박범계 의원은 그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회) 법사위 간사를 지냈고,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검찰이 수사하는 중에 무언가를 제가 말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김소연과의 진실게임에 빠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란 요지의 설명을 했다.
 
  박범계 의원은 2018년 12월, 김소연 의원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0월 6일 대전지방법원 민사11단독(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은 박범계 의원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박범계 의원 측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박범계-김소연’ 갈등은 대전 지역뿐 아니라 중앙 정가(政街)까지 뒤흔들며 여당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범계 의원과 김씨는 ‘원년 멤버’
 
  다시 김씨 관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국민일보》 보도에 나왔듯이, 김씨는 김소연 의원의 공보물 제작에도 관여했다.
 
  박범계 의원을 통해 김씨와 알게 된 김소연 의원은 김씨와 언니·동생 사이로 제법 친하게 지냈다고 주장했다(김씨는 김소연 의원과 “친하지 않았다”는 입장). 그러나 김소연 의원이 박범계 의원과 소송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김씨와도 거리가 생겼다. 그럼 박범계 의원과 김씨는 언제부터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김씨는 2020년 7월 2일, ‘박범계-김소연’ 민사소송과 관련해 대전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김씨는 박범계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놨다. 본지가 입수한 재판 녹취록에서 옮긴다.
 
  〈문(피고 김소연): 증인(김○○)이 원고(박범계)를 처음 알게 된 당시 증인의 직업이 무엇이었습니까.
 
  답(증인 김○○): 광고 기획사와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문: 그게 몇 년도입니까?
 
  답: 연도는 정확히 제가.
 
  문: 대략 몇 년도입니까?
 
  답: 처음 알게 된 것은 2012년, 2013년 그쯤인 것 같아요.〉
 
  이때는 박범계 의원이 대전 서구을에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2012년)돼 초선 의원으로 활동하던 시기다. 김씨는 이 무렵 박범계 의원을 비롯해 박범계 의원 동생, 그리고 박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김소연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박○○ 의원과도 연(緣)이 닿았다고 한다.
 
  김소연 의원 주장에 따르면, 이 세 사람과 김씨는 ‘원년 멤버’라고 한다. 김씨 역시 ‘원년 멤버’라는 김소연 의원 주장에 대해 “의미는 어떨지 모르지만 원고가 대전에 내려오면서부터 아는 관계”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김씨 카페에 문정인 특보와 진선미 위원장도 들러
 
지난 1월 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김씨는 A업체 외에 대전 만년동에서 B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와 김소연 의원이 처음 만난 곳이 바로 B카페다. 그때 박범계 의원이 김소연 의원을 B카페로 데려와 김씨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녹취록에서 옮긴다.
 
  〈문: 증인은 원고가 피고를, 그러니까 박범계가 김소연을 증인이 운영하는 B카페에 데리고 와서 피고를 처음 알게 됐지요?
 
  답: 예.
 
  (중략)
 
  문: 당일 원고 박범계는 증인에게 피고의 부스스한 긴 헤어스타일 등을 지적하면서 증인에게 피고 ‘스타일 좀 봐줘라. 그리고 공보물을 제작해주라’고 부탁한 사실 있지요?
 
  답: 공보물을 해달라고 정확하게 말씀하신 건 아니었고요, 잘 도와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문: 도와주라는 게 어떤 의미입니까?
 
  답: 홍보물이나 제가 이런 정치 홍보물을 오래 했으니까 지금 피고께서 이야기한 대로 이미지메이킹 이런 거를 도와주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요. 여러 가지로 잘 도와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문: 증인은 원고가 도와주라고 하면 도와주는 사람입니까.
 
  답: 아니지요.
 
  문: 증인은 피고에게 이후에 여러 차례 전화 통화나 만나서 수차례 이런 말을 했지요? “박범계가 직접 후보를 손잡고 데리고 온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한 사실 있나요?
 
  답: 여러 차례 전화를 한 건 아니었지만 후보를 도와주라고 원고가 말씀하신 것, “제게 직접 말씀하신 건 처음이다”라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김씨가 운영하는 B카페에는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현 세종연구소 이사장)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현 국회 국토교통위원장)도 왔다고 한다.
 
  〈문: 증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2018년 5월 노무현 문화제 행사 당일에, 원고 박범계와 문정인 당시 통일외교안보 특보, 진선미 여가부 장관, 김○○ 의장 등이 야간에 모여서 카페 문을 닫고 와인파티를 한 사실이 있지요?
 
  답: 사실과 다릅니다.
 
  문: 그러면 어떻습니까? 사실은.
 
  답: 문화제 행사가 늦게 끝나서 식사를 못 했고, 문정인 교수하고 진선미 의원이 곧 기차를 타야 되는데 늦은 시간에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비서가 물어보길래, 저희 카페가 브런치 카페입니다. 그래서 간단한 식사 준비를 해준 것뿐입니다.〉
 
  김씨는 김소연 의원의 ‘와인파티’ 주장에 “(와인을) 마셨을 수도 있고 맥주를 마셨을 수도 있고 그랬겠지만 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김소연 의원은 “증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평소에는 평범한 카페지만 원고가 필요하다고 하면 서울에서 온 민주당 정권 인사들이 노는 아지트로 사용되었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며 “근거를 제공하세요”라고 반박했다.
 
 
  김소연 의원이 공보물 관련 질문 하자 김씨는…
 
  김씨와 김소연 의원은 공보물을 둘러싸고 설전(舌戰)을 벌였다. 김소연 의원이 ‘대전·충남 지역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공보물 제작을 (김씨가) 거의 다 맡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면 김씨가 반박하는 식이었다. 두 사람 간의 문답이다.
 
  〈문: 증인은 대전시 민주당 외에 충남 권역 후보자들의 공보물도 다수 진행한 바 있지요?
 
  답: 아닙니다. 그것도 잘못 알고 계시고요. 한 건이 있었는데 지인의 소개로 새누리당 후보였던 서천군수 공보물을 한 번 제작했습니다.
 
  (중략)
 
  문: 2018년도 민주당 선거 공보물 대전 서구 지역구 후보 중에서… 정○○, 채○○, 우○○ 비례대표, 방○○, 김○○, 서○○, 김소연 전부 다 증인이 진행했지요?
 
  답: 모두 다는 아니고요. 2018년 서구 민주당 후보가 20여 명 됐습니다. 이 중에 지금 하신 피고와 방○○을 포함해서 5명의 공보를 제가 진행했고요, 비례 후보 공보 작업을 했습니다.
 
  (중략)
 
  문: 김소연, 방○○, 이○○, 김○○, 서○○, 채○○, 우○○. (이 중) 채○○, 우○○는 당시 원고가 시당(市黨)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시 비례대표 원고 사단이었습니다…. 정○○까지. 맞습니까?〉
 
  김씨는 이 같은 김소연 의원의 질문에 크게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씨는 방○○ 후보의 경우 원래 다른 업체와 공보물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김소연 의원이 ‘김씨한테 하자’고 방 후보에게 제안해 자신이 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와는 김씨가 알고 지내는 언니의 소개를 통해 공보물 작업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김소연 ‘박범계, 김씨 카페로 후보들 불러 사진 촬영하게 해’
 
  김씨는 시(市) 비례대표 후보인 채○○, 우○○에 대해선 “(비례대표 공보물은) 민주당 후보가 직접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공보물 담당자인 민주당 시당 정책실장에게 ‘내가 (공보물 제작을) 하면 어떻겠냐’고 요청하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김씨가 정책실장에게 요청하면 시당 측에서 견적을 비교한 후, (김씨가 운영하는) A업체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비례대표 공보물 제작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즉 박범계 의원이나 민주당 측이 김씨 업체에 공보물 제작을 몰아준 게 아니라, 김씨 자신이 개인적으로 따냈다는 의미다.
 
  방식을 떠나 김씨가 김소연 의원이 거명한 상당수 후보의 공보물 제작에 관여한 것은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김소연 의원이 거명한 이들 모두 대전 지역 정가에서 박범계 의원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소연 의원이 시 비례대표 후보 두 사람을 ‘원고 사단’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박범계 의원과 김씨는 후보 공보물 제작을 매개로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게 김소연 의원의 주장이다. 김소연 의원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어지는 김 의원과 김씨 간의 문답이다.
 
  〈문: 증인, 당시 민주당 시당위원장 누구였어요?
 
  답: 원고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증인, 증인은 그렇게 개인적으로 다 진행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2018년 3월 초에 주말에 갑자기 원고가 모든 후보들을, 지금 말한 모든 후보들을 증인 카페(B카페-기자 주)에 아무 계약도 안 되어 있는데, 공보물 계약도 안 된 상태에서 증인 카페에 갑자기 불러 모아서 공보물 사진을 전부 찍도록 해서 찍은 사실이 있지요?
 
  답: 그것도 설명 드리겠습니다. 통상 지자체 의원들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보물에 넣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넣기를 원하는 후보들과 촬영이 진행된 것이고요. 원고가 후보들을 카페로 부른 것이 아니고, 그때 촬영을 하던 스튜디오 대표가 스튜디오가 너무 추워서 촬영하기가 어려우니 카페에서 촬영을 하게 도와달라고 저한테 요청을 해서 빌려준 것이고요.〉
 
  《월간조선》 취재 결과, 김씨가 운영하는 A업체는 대전광역시 산하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마케팅공사와 수의계약 형식으로 2016~2018년까지 총 21건의 홍보물과 기념품, 관람권 티켓 제작 등을 수주했다. 총 계약대금은 7954만9000원이었다. A업체는 2015년엔 세종시가 발주한 ‘생활쓰레기 배출 준수사항 안내 홍보물 제작’(1140만원)도 수주했다.
 
 
  “김소연 의원 높이 평가하고 공천해주신 박범계 의원님 잘 보좌해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씨는 법원에 박범계 후보자에겐 유리하고 김소연 변호사에겐 다소 불리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사진=재판기록
  김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박범계 의원에겐 우호적이고 김소연 의원에겐 불리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 내용을 살펴보자.
 
  〈성명: 김○○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만년동 ○○○아파트 ○○○동 ○○○호
 
  저는 홍보물 기획 제작을 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김○○입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김소연 시의원의 선거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지난 9월 29일 토요일 오전, 김소연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후에 변○○ 돈 요구 건으로 선관위에 조사받으러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자기가 대전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놨는데 알고 있냐’면서, ‘저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하며 인사를 하길래 ‘모르고 있다’고 하니 상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여기서 ‘지난 9월 29일’은 김소연 의원이 박범계 의원 측의 불법자금 모금 폭로를 한 지 3일 후인 2018년 9월 29일을 말한다. 그날 대전선거관리위원회는 김소연 의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변○○은 박범계 의원 전 비서관으로, 김소연 의원에게 1억원의 불법자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됐던 인물이다. 김소연 의원은 2018년 9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차 폭로’를 하며 변○○을 거론했었다(당시엔 익명). 같은 해 11월 15일엔 실명을 거론하며 “변○○씨로부터 1억원을 요구받은 사실을 직접 박범계 의원에게 4월 11일과 21일, 6월 3일, 24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알렸는데도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2019년 2월, 변씨에게 징역 1년 4월에 추징금 2000만7040원을 선고했다. 변씨는 상고(上告)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어지는 김씨의 사실확인서다.
 
  〈긴 통화를 하면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맘고생 하겠다 싶은 생각에 김소연 의원에게 ‘이제 정치를 시작했고, 앞으로 4년, 또 재선해서 8년 긴 시간 동안 시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주변 정치인들과도 잘 협조하며 지내야 하고 김소연 의원을 높이 평가하고 공천해주신 박범계 의원님 곤란하지 않게 잘 보좌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김씨는 김소연 의원이 “변○○ 돈 요구 건과 박범계 의원님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것을 자기도 안다고. 모르고 계셨을 거라고” 말했다고 썼다. 김씨는 이어 김소연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소연 의원이) 박 의원님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 덧붙이길 “박범계 의원님 날려버리는 건 간단해요. 기자들 모아놓고 눈물 좀 흘리면서 성추행당했다고 한마디 하면 요즘 같은 때에 바로 뱃지 떼야죠”라고 했습니다.〉
 
 
  김씨, 김소연이 전화로 말한 내용 박범계 측에 전달
 
박범계 후보자가 2019년 1월 14일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는 김씨의 사실확인서 내용과 유사한 취지의 주장(밑줄 친 부분)이 실려 있다. 사진=재판기록
  김씨는 재판정에서 위와 같은 사실확인서를 쓰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분명히 원고가 (변○○) 돈 요구 건과 관련이 없다는 걸 본인(김소연-기자 주)이 알고 있다, 곤란하게 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저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성희롱, 돈 문제 이런 것으로 재판을 자꾸 걸고, 저는 법률 문제는 잘 모릅니다만 무슨 재정신청 이런 것도 하고 해서 이거를 혼자만 알고 있다가 이 정도 되면 원고에게 알려줘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원고에게 원고 측에 전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이냐”고 묻길래 “사실입니다. 분명히 통화를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했더니 사실확인서를 제가 써서 넘기게 된 것입니다.〉
 
  박범계 의원이 2019년 1월 14일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도 김씨의 말과 유사한 내용이 실려 있다.
 
  박범계 의원은 “김소연의 선거 공보물을 제작해준 김○○이라는 홍보물 제작자는 김소연으로부터 ‘박범계 뱃지 떼는 건 쉽다.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성희롱 얘기를 하면 된다’는 엄청난 얘기를 전화로 불렀다는 것입니다”라고 자필 진술서에 썼다.
 
  박 의원은 또 “지금도 김소연에 의해서 언론에 허위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재판장님이 이 사건 심리를 함에 있어 이와 같은 사정을 잘 혜량하여 달라”고 당부했다.
 
  ‘박범계-김소연’ 갈등 과정에서는 ‘성희롱’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오는데, 그 이유는 박범계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모(某) 대전시의원 때문이다. 이 시의원이 김소연 의원을 박범계 의원의 ‘세컨드’ ‘애인’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을 한 시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데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했다.
 
 
  김소연 “김씨의 사실확인서, 본뜻 왜곡”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 1월 11일 “김씨가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왜 사실확인서를 통해 날 공격하고 박범계 의원을 감쌌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김소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은 결국 박범계 의원이 김씨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주기 위해 무리를 했다는 건데.
 
  “가장 중요한 게 김씨가 시 비례대표 공보물을 수주한 겁니다. 시 비례대표의 경우, 공보물이 대전 유권자 전체에게 가기 때문에 공보물 중 가장 부수가 많죠. 그래서 단가가 매우 높습니다. 박범계 의원이 시당 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지역구 시의원, 구의원뿐 아니라, 시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보물까지 김씨에게 맡겼기 때문에 일감을 (김씨에게) 몰아줬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 사실확인서를 보면 김씨가 김 변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다.
 
  “저도 그게 이해가 안 갑니다. 우선 사실확인서가 앞뒤가 안 맞아요. 처음에 제가 ‘변○○ 돈 요구 건’이 박범계 의원과 관계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뒤에 가서는 박 의원 ‘뱃지 뗀다’고 말했다는 건데…. 제가 아무 맥락 없이 얘기했다는 거 아닙니까. 앞뒤 논리가 연결이 안 되잖아요.”
 
  — 사실확인서에 적힌 ‘2018년 9월 29일’ 김씨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김씨는 그간 제가 박범계 의원과 사이가 안 좋아지니까 회유 비슷한 말을 하기도 했어요. 박범계 의원이 ‘좋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한 거죠. 그날도 그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 사실확인서에 적힌 ‘뱃지를 뗀다’는 말의 본뜻은 뭔가.
 
  “박범계 의원 측이 제게 가한 성희롱(대전시의원의 ‘세컨드’ 발언 등)을 가지고 문제로 삼으려면 얼마든지 삼을 수 있다는 의미였어요. 성희롱 문제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으면 박범계 의원 배지가 날아가지만 그러지 않고 참고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 선뜻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사적 감정 가지고 박범계와 싸울 거면 ‘미투(Me too)로 하지 뭐하러 이렇게까지 주변 비리를 폭로하겠느냐’ 이런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김씨는 사실확인서에서 앞뒤 맥락을 싹 다 자르고 ‘뱃지를 뗀다’만 강조한 겁니다. 마치 제가 협박을 가한 것처럼요.”
 
  — 굳이 김씨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뭔가.
 
  “박범계 의원과 싸우지 말란 식으로 만류를 했었고, 또 개인적으로 이 언니(김씨)를 믿고 따랐기 때문에 전화를 한 겁니다. 나중에 김씨가 알게 될 경우 서운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후 김씨가 제게 전화해 자신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 김씨는 어떤 사람인가.
 
  “조용조용합니다. 특별히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센스가 있고 그림자처럼 챙겨주는 참모 같은 사람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김씨를 언니처럼 믿고 따랐어요. 그래서 제가 겪은 성희롱 관련 이야기를 김씨에게 털어놓곤 했던 겁니다. 그런데 조금 실망했죠.”
 
  — 어떤 면에서 실망했다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썼기 때문이죠.”
 
  — 그거야 박범계 의원과의 친분 때문 아니겠나.
 
  “보통 소송이 벌어지면 제3자는 소송에 개입되는 걸 싫어합니다. 그런데 김씨는 과장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써가면서까지 저를 사실상 비방했습니다. 저는 그게 이해가 안 갑니다.”
 
 
  김씨 “(박범계 측으로부터) 도움받은 게 없어 오히려 서운”
 
  김씨와도 연락이 닿았다. 그는 그간 제기돼온 의혹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방○○ 후보는 김소연 의원 권유로 제가 공보물을 맡았습니다. 김○○ 의원(전 구의원)도 다른 곳에서 공보물 작업을 하다가 금액적인 부분이 안 맞아 마지막에 저한테 온 거고요. 그때 서○○ 의원이랑 같이 저한테 왔어요. 그즈음 제가 너무 바빠 그 사람들 공보물을 해줄 형편이 안 됐는데 밤새워가며 해준 겁니다.”
 
  — 그 과정에서 박범계 의원이나 민주당 측의 도움을 받은 것 아닌가.
 
  “제가 민주당 당원임에도 박범계 의원이나 민주당의 도움을 받은 게 없어 서운할 지경입니다. 사실 상대 당에 계시는 분들도 좀 알긴 압니다. 그분들의 선거 공보물 업무도 도와드렸지만, 제가 먼저 나서서 일감을 달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건 민주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예요.”
 
  — 공교롭게도 왜 박범계 의원 측근이라 불리는 이들 상당수가 A업체에 공보물을 맡겼는지 의아하긴 하다.
 
  “자, 보세요. 제가 만약 박범계 의원을 바라보고 이 일을 했다면, 박범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윤○○씨? 그분도 현재 대전시의원인데, 제가 그분 일은 또 안 맡았어요. 전○○씨(박범계 의원 보좌관 출신의 대전시의원)도 저한테 공보물을 맡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감 몰아주기라니요? 어불성설입니다. 제가 또 시장이나 구청장 선거를 맡아서 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잖아요.”
 
  — 비례대표 후보 공보물은 단가가 높아 상당한 이익을 취했을 거란 주장이 있다.
 
  “그 생각은 사실 미처 못했어요. 그런 거까지 신경 쓸 겨를 없이 일을 했으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시당에 견적을 넣었더니 저희 업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그랬는지 제가 맡아서 하게 된 겁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박범계 의원이 시당위원장 할 때 일거리 달라고 박 의원에게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 김소연 변호사 등 ‘초선’들은 거의 예외 없이 A업체에 공보 업무를 맡긴 걸로 안다.
 
  “제가 홍보 업무를 한 지 이제 30년이 다 돼갑니다. 아무래도 처음 선거에 출마한 분들보다는 제가 조금 더 선거의 생리를 잘 알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그분들이 절 찾아오세요. 재선, 3선 하시는 분들은 자기 지역에 있는 업자에게 공보물을 부탁해요. 왜냐하면 그래야 그분들도 자기 지역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을 거 아닙니까.”
 
  김씨는 과거 방송 관련 일을 하며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 덕에 선거 홍보물을 제작하는 데 좀 더 전문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나는 선거 문구를 어디서 베끼는 게 아니라 직접 창안한다”고도 했다.
 
  — 대전시 산하기관이 발주한 사업도 수주했던데 그 배경은 뭔가.
 
  “남편이 1993년 대전엑스포 때부터 대전마케팅공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나중에 퇴직은 했지만요. 남편이 거기 직원들과 오랜 친분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제가 수주를 한 건데 그 규모도 정말 미미해요. 1년 10억~15억 원 예산 중 남편이 그만두고 제가 수주한 게 총 9000만원가량 되더라고요. 그것도 기념품 정도 제작하는 정도였어요. 제가 대전에서만 30년 가까이 사업했는데 그걸 특혜라고 볼 수 있습니까?”
 
  — 사실확인서는 어떤 경위로 작성했나.
 
  “그건 증인신문 녹취록에 나온 그대로예요. 김소연 의원이 ‘뱃지를 뗀다’ 이런 말을 해서 박범계 의원 보좌관 출신 시의원(김소연 변호사 지역구 물려받은 박○○씨-기자 주)에게 전화를 했어요. 박○○씨하고의 인연은 박범계 의원하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시작됐으니까 친하니까 전화를 한 거죠. 제 이야기를 듣고 박씨가 ‘사실확인서 하나 써줄 수 있느냐’고 해서 쓰게 된 겁니다.”
 
  — 김소연 변호사가 말한 ‘뱃지를 뗀다’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그 말을 듣고 제가 마냥 김소연 변호사를 옹호할 순 없었죠. 이건 좀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어요. 이게 만약 끝까지 서로 평행선을 달리면 배지를 떼기 위해 악의적인 허위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실확인서를 쓰게 된 겁니다. 그 이후부터 김소연 변호사를 조심했어요. 그런데 김 변호사는 저랑 친했다고 얘기를 하니…. 친한 게 아니라 전화 몇 번 하는 사이였어요. 그래서 재판정에서 ‘그게 아니다’라고 제 입장을 분명히 얘기한 겁니다.”
 
  — 김소연 변호사는 김씨가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가 ‘민주당 인사들의 아지트’라고 하던데.
 
  “문정인 특보와 진선미 장관 얘기인 거 같은데, 제가 설명을 해 드릴게요. 대전에 왔을 때 행사가 끝난 후 시간이 늦어 식사할 곳 어디 없냐고 비서가 묻길래 저희 브런치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게 전부입니다. 그러곤 기차 시각 때문에 부랴부랴 역으로 갔고요. 그게 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은 여기까지다. 김소연 의원과 김씨가 본인들의 입장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지만 이들은 조연에 불과하다. 결국 의혹의 실타래를 풀어야 할 주역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첨예하게 얽혀 있는 이 사안을 박범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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