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심층취재

‘국정원 법’ 개정으로 본 국정원의 현주소와 미래

“국정원 기능이 줄어도 요원들의 애국심은 결코 줄지 않는다”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美·日·英 정보기관은 국정원처럼 권력의 外風 거의 안 받아
⊙ ‌마약 사범 검거, 사이버 테러 사전 탐지 등 해외 분야에서 성과
⊙ ‌국내 잠입한 외국인 테러 전투원 적발해 사법 처리하기도
⊙ ‌전직 국정원 요원들 대공수사권 이관 놓고 ‘우려’
⊙ ‌경찰도 ‘떨떠름’ “우리가 대공수사권 내놓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 처리한 간첩은 ‘2명’
하늘에서 내려다본 국정원 전경.
  아마 전 세계 정보기관 중 국가정보원처럼 정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보기관은 없을 것이다.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범해 2020년 12월 현재까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두 번 명칭이 바뀌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정원은 ‘개혁’이라는 미명(美名)하에 숱한 시련을 감내해야 했다.
 
  이는 국정원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국정원의 ‘운용 주체’라 할 수 있는 정권이 국정원의 특수한 지위를 권력 유지를 위해 악용(惡用)했고, 그 멍에를 엉뚱하게도 국정원이 짊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은 골격과 기능에 있어 엄청난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초부터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삭제해야 한다’는 안팎의 여론이 비등했다. 국정원의 핵심 기능인 ‘대공(對共)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부·여당 내에서 나왔다.
 
  2020년 11월 30일,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정보위원회(위원장 전해철 의원)를 통과했다. 이후 12월 10일에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결국 통과됐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가장 큰 변화, 즉 핵심 기능이 사라진 ‘대외(對外) 정보기관’ 정도의 위상만 가지게 된다. 남북이 체제 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서 대공수사권이 없는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 정보기관은 권력의 外風 거의 없어
 
2020년 11월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해철 위원장(왼쪽)과 박지원 국정원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엿새 후인 11월 30일,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사진=조선DB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해외 정보기관도 우리 국정원처럼 권력에 따라 잦은 부침(浮沈)을 겪을까.
 
  미국 중앙정보국(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은 1947년 창설한 이래 57년간 조직에 큰 변동이 없었다. 2004년 국가안보법을 개정한 ‘정보개혁 및 테러방지법’(Intelligence Reform and Terrorism Prevention Act of 2004)이 제정됨에 따라 국가정보국(DNI·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이 신설됐다. DNI가 미국 내 정보기관을 총괄·지휘하게 되자 CIA도 DNI의 지휘를 받게 됐다. CIA로서는 57년 만에 겪는 거의 유일한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는 정권과는 무관한 순전히 대외 요인 때문이었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미국 정가(政街)에서는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 간에 신속·정확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됐다. DNI가 신설됐다고 해서 CIA 자체 임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영국의 MI6(비밀정보국)는 냉전 종식에 따라 업무 영역에 변화는 다소 있었지만, 그 기능은 바뀌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모사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은 2001년 그 기능이 오히려 강화됐다. 내각정보조사실장이 내각정보관으로 승격하고, 정보 체계도 크게 확충됐다. 현재 국내외 정보 수집은 물론, 위성정보 분석 등의 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국내 정보 기능 삭제 찬성하나 대공수사권 이관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2월 12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날 윤 의원은 최장 발언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뉴시스
  해외 정보기관은 그 위상과 기능에 큰 변동이 없고 오히려 기능이 강화되는 반면, 우리나라 국정원은 상대적으로 위축돼가는 양상이다. 그런 국정원을 바라보는 정보맨들의 시각은 어떨까.
 
  A씨는 국정원에서 근무한 지 2020년 기준 정확히 15년째다. 그는 국정원에 근무하는 동안 소위 말하는 좌파·우파 정부를 다 겪었다. 그런 그가 지금의 국정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국정원법 개정안을 두고 A씨는 이렇게 말했다.
 
  “퇴직한 선배들은 씁쓸해하죠. 그래도 국정원이 명색이 ‘KCIA’(CIA에 ‘Korea’의 K를 붙임)인데, 그 조직이 마치 죄를 뒤집어쓴 채 몰락하는 느낌을 받나 보더라고요. 현직 중에도 그분들과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있죠. 분개하는 이들도 더러 있고요.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은 못 하죠.”
 
  A씨는 한편으론 “변화의 과정에서 국정원도 자정(自淨)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국내 정보 기능 삭제에 대해선 오히려 찬성입니다. 그걸로 인해 국정원 조직이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어요. 우리가 무슨 흥신소 취급 받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전(前) 정권과 전전(前前) 정권의 특활비 논란은 또 어땠습니까. 그로 인해 국정원은 완전히 범죄집단으로 낙인이 찍혔고요. 이참에 그런 오해를 완전히 불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A씨는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선 약간의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대공수사권을 3년 유예를 두고 경찰에 이관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국정원이 갖고 있는 대북(對北) 관련 정보는 CIA조차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또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경찰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우선 명확히 밝혀둡니다. 어느 국가 조직이든 그 조직만이 쌓아온 전문성이란 게 있습니다. 경찰도 그런 게 있겠죠. 하지만 대북·대공 관련 정보만큼은 경찰이 국정원을 따라오기 힘듭니다. 국정원이 관련 정보 100%를 경찰로 이관한다 해도 그것을 경찰이 분석·판단하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A씨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테러 ▲사이버 안보 ▲국제범죄 등 해외 정보 관련 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은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미 충분한 역량을 대내외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국제 마약 유통 적발하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과
 
  실제로 국정원은 국제범죄 대응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오고 있다. 특히 마약·보이스피싱 적발 등 국민 피해가 심각한 분야에서 국정원만의 특화된 해외 정보 역량이 주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몇 년간 규모가 큰 국제 마약 유통망을 단속하는 개가를 올렸다. 2020년 7월, 해외 협력 기관으로부터 다량의 코카인이 은닉된 컨테이너가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간다는 첩보를 입수해서 국내 수사당국에 해당 정보를 전달했다.
 
  국정원이 건넨 이 정보를 바탕으로 검찰과 경찰, 세관팀은 같은 해 8월 13일 부산 신항(新港)에 도착한 냉동 컨테이너에 들이닥쳤다. 1kg씩 포장된 코카인 47kg을 압수할 수 있었다. 이는 시가 124억원, 47만명이 한꺼번에 흡입할 수 있는 양이었다. 최근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제 마약의 중간 전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원이 이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역할을 해낸 셈이다.
 

  2020년 5월에는 국정원이 5년간 끈질기게 추적해온, 동남아를 근거지로 활동해온 한인(韓人) 마약 조직 총책이자 인터폴 적색 수배자 B씨를 적발했다. B씨는 ‘아시아 마약왕’으로 불렸다. 당시 국정원은 “초유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B씨를 국내로 송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B씨는 마약을 특정 장소에 은닉한 후, 투약자가 직접 찾아가게 하는 속칭 ‘던지기’ 수법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다. 하부 마약 판매상들을 프랜차이즈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내 마약 범죄를 대중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국정원에 따르면, B씨가 동남아를 종횡무진하며 국내로 들여온 마약이 수십kg에 달한다고 한다. B씨를 중심으로 한 마약 조직의 지시로 마약을 운반·유통하다 검거된 이들 역시 100명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2018년 캄보디아에서 한 차례 검거됐다가 탈옥해 행방이 묘연해진 B씨가 포착된 것은 국내외 정보 채널을 총가동한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덕분이었다. B씨가 캄보디아 밀림 지역을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했다는 국정원의 첩보로, 2019년 12월 방콕의 한 커피숍에서 국정원 해외 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국 당국에 체포됐다.
 
  그러나 B씨의 국내 송환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B씨의 국내 송환이 지연된 것이다. 태국 정부가 자국(自國)의 원칙을 이유로 B씨 추방을 주저한 것도 그의 송환이 더뎌진 이유 중 하나였다.
 
  국정원은 그동안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온 태국 당국에 송환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마침내 태국이 B씨의 강제 추방을 결정해 그는 2020년 5월 한국으로 송환되어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사 당국으로 넘겨졌다.
 
 
  시가 3700억원어치 최대 마약 적발하기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2018년 10월 15일, 시가 약 3700억원 규모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대만·일본·한국 3개 마약 조직의 일당 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 사진=뉴시스
  2018년 10월, 대만 조폭과 일본 야쿠자, 한국 마약상 등 3개국이 연루된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한 조직이 우리나라 경찰에 적발됐다. 여기에도 국정원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는 그해 4월 대만 마약밀매 조직이 대량의 필로폰을 국내에 분산 보관해 유통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국정원은 경찰, 관세청 서울본부 세관과 손잡고 공조 수사에 나섰다.
 
  이 마약 유통 조직이 한국에 들여온 필로폰은 112kg으로, 그동안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과 관세 당국이 적발한 마약 조직 중 최대 규모였다. 필로폰 112kg은 약 370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으로, 시가로 37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 밀수 범죄는 대부분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이 밀반입해 유통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 사건은 여러 나라가 얽힌 사실상 기업형 마약 매매 범죄였다.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필로폰 밀수라는 기록도 남겼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제 마약 조직이 국내에 침투해 대량의 필로폰 유통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관국 정보·수사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마약 유통 경로를 면밀히 추적해서 조직원들을 색출하는 등 철저히 차단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타깃형 피싱 공격인 ‘스피어피싱’에도 대응 조치
 
  국정원은 마약뿐 아니라 ‘스피어피싱’ 대응에도 선제적 조치를 했다. 스피어피싱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과 달리 특정기관이나 회사, 개인 등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을 바탕으로 금전적 목적이나 기밀 정보를 노리고 타깃형으로 이루어지는 피싱(phishing) 공격을 의미한다.
 
  국정원은 2020년 9월까지 국회의원 및 보좌관과 주요 안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스피어피싱 시도 정황을 포착했고, 이를 즉시 관계 기관에 통보해 보안 조치에 만전을 기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스피어피싱 피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국정원은 해외 거점을 통해 관련 실태를 점검, 국제 범죄 조직들이 한국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해외사무소 등을 상대로 다양한 방식의 피싱 공격을 시도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이에 국정원은 국제 금융범죄 조직에 대한 추적 활동을 병행해, 한국 기업이나 지자체의 피해 방지를 위한 예방 조치 시행을 모색했다. 우선 해외 진출한 한국 기업체들을 상대로 ‘스피어피싱’ 주의문을 제작·배포하고, 일반 국민이 스피어피싱 범죄 양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범죄 유형별로 정리한 ‘카드뉴스’를 제작해 원(院)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등재했다.
 
  국정원은 코로나19를 악용한 사이버 공격을 사전에 탐지하는 성과도 올렸다. 국정원은 같은 해 2월, 외교부 등 7개 기관에 유포된 질병관리본부 사칭 해킹 메일을 긴급 차단했다. 3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를 사칭한 해킹 메일이 문체부 등 100여 개 기관에 발송된 사실을 확인해 차단했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에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연구하는 국내 제약회사에 해킹을 시도했으나 국정원 측이 이를 차단해서 피해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자행하는 사이버 위협 대응 활동 강화
 
  국정원에 따르면, 2020년 국가·공공 분야에 대한 사이버 공격 시도 건수는 하루 평균 162만 건으로, 2016년 41만 건에 비해 약 4배 급증했다고 한다.
 
  2020년 발생한 해킹 사고 중에서 공격 주체는 북한이 가장 많았다. 공격 수법은 해킹 메일 유포가 84%이고, 공격 목적은 정보 절취가 80%였다. 금전 탈취 공격의 경우 제2금융권, IT업체 등에 대해 별도의 전산망을 구성한 뒤 내부자료를 조작해 암호화폐를 요구하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2020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및 보좌관과 주요 안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해킹 시도 정황을 포착해 관계 기관에 조치토록 했다”고 보고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선 “국정원과 정부 유관 기관들이 밤샘 복구 끝에 경기 시작 5시간 전 시스템을 정상화한 사실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러한 대외 정보환경 변화에 대응해 과학정보 차장을 신설한 데 이어 과학정보 인프라 확충과 전문인력 충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암호화 정보 해독 능력 고도화 ▲AI·빅데이터 기술 이용한 과학기술 능력 강화 ▲해킹 공격 신속 추적·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북한 등이 자행하는 고난도 사이버 위협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對테러 분야에서도 성과 두드러져
 
  국정원은 테러방지법 제정(2016년 3월) 이후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대(對)테러 조사·추적을 통해 국내 테러 발생방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 협력과 자체 입수한 첩보 등을 토대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테러 위험 인물을 추적했다. 그 결과, 테러단체에 자금을 제공하는 외국인들의 정보를 검경(檢警)에 지원해 이들의 사법처리를 이끌어냈다.
 
  특히 외국인 테러 전투원으로 2017년 7월 국내 잠입한 후 유엔(UN) 지정 테러단체에 수천만원의 테러자금을 지원한 외국인을 2018년 3월 적발했다. 국정원은 이들의 테러 연계점을 추적해 검경 공조 아래 사법처리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정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테러단체를 추종·지지하거나 테러자금 조달 등의 혐의가 있는 외국인에 대한 정보를 법무부에 이첩해 강제퇴거시켰다. 테러단체가 인터넷 등에 유포한 테러 선전·선동물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했으며, 약 400건의 게시물에 대한 접속을 차단시켰다.
 
  국정원은 유관 부처와 긴밀히 공조해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2월), 광주세계수영대회(2019년 7월), 한·아세안 정상회의(2019년 11월) 등 국가 주요 행사의 성공 개최를 위한 대테러 안전활동에 앞장서왔다.
 
  2020년 토고 해상에서 피랍된 우리 선원을 구조하기 위해 신속하게 현지 대응팀을 파견하는 등 해외 정보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억류 장소와 납치 주체, 안전 여부 등을 재빨리 파악해 선원 구출에 성공하는 등 국민 안전 보호에도 성과를 올렸다.
 
 
  해외 기술 유출 차단… 기업 기술 보호 앞장서
 
  국정원은 한 중소기업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정밀검측 기술을 탈취한 중국 C사와 자율주행 분야 R&D 성과물을 중국으로 빼돌린 대학 교수를 적발했다. 국정원은 최근 5년간 국가 핵심기술 31건을 포함해 총 123건에 대한 해외 기술유출을 적발·차단했다.
 
  국정원은 또 검찰과 공조하여 삼성디스플레이 현직 연구원 2명이 연루된 대중(對中) 기술유출 사건을 조기 적발해 국부(國富) 유출을 차단하는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58건의 기술유출 사건을 적발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8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기술별로는 전기전자·조선·디스플레이 등 수출 주력 산업에 집중됐다. 피해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기술 보호 수준이 미흡한 중소기업이 65%를 차지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육성 노력이 실효성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중소기업 기술의 유출 방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2020년 10월 14일 현대중공업·한화 등 13개 방산업체 관계자들과 ‘사이버 위협 정보공유협약(MOU)’을 체결해 ‘국가 사이버 위협 정보공유시스템(NCTI)’ 정보를 주요 방산업체에 제공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국내 사이버 위협 동향을 종합해 전 중앙 행정 부처를 비롯한 산업·금융 등 민간 분야에 주·월간 단위로 제공해, 사이버 공격 탐지·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같은 해 10월 17일에는 해양경찰청과 ‘직원 교육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대테러, 방첩, 합동정보조사 등 직원 교육 과정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등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 간 협업(協業)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정원은 마약, 국제범죄, 대(對)테러,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대공(對共) 역량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간조선》이 2020년 9월, 모(某)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00년 이후 국가정보원이 검거하여 사법처리한 연도별 간첩사건 현황>에 따르면, 국정원이 2000년 이후 검거한 간첩은 총 62명으로 나타났다.
 
  정권별로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2000~2002년)는 9명 ▲노무현 정부(2003~2007년)는 19명 ▲이명박 정부(2008~2012년)는 23명 ▲박근혜 정부(2013~2016년)는 9명의 간첩을 검거해 사법처리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2017~2020년)에서 검거된 간첩은 2명에 불과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좀 더 뚜렷해진 대북 유화정책과 관련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마저 이관한다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직 국정원맨들의 경고
 
국정원법 개정안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염돈재 전 국정원 차장. 사진=《월간조선》
  국가정보원 출신 전직 정보요원들은 2020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생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법 개정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이하 국정원전직모임) 명의로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직 정보요원들은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국가 안보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린다”며 “국민들이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신언 국정원전직모임 공동대표(전 駐파키스탄 대사)는 “정보기관은 국가 안보를 지키는 전문적이고 특수한 기관인데 이 기관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대공수사권을 없애버리면 안보는 누가 지키나” 하고 반문했다.
 
  앞서 신언 대표는 한 일간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문(文)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원 개편 과정과 내용은 도그마(독단적 이념이나 학설)에 갇힌 사고방식과 행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며 “현재 추진 중인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정원의 기능을 유명무실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 재정은 파탄 나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는 등 문재인 정부 들어 나라가 성한 곳이 없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수도 있다”면서도 “반면 안보는 다르다.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염돈재 전 원장은 “요즘 북한 간첩은 (한국에) 그냥 잘 정착해서 살고만 있으라는 게 그들이 맡은 임무다. 이들이 유사시에 어떤 일을 벌일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이들을 추적하는 일은 국정원밖에 할 수 없다. 요새 간첩이 어디 있냐고 하는데, 그건 마치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위험이 없다는 주장처럼 얼빠진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남조선 혁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
 
2018년 2월 20일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이 대공수사권 이관 관련 보고를 위해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염돈재 전 원장은 《월간조선》(2020년 10월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정원 해체는 주한미군 철수와 함께 북한이 지난 60년간 가장 끈질기게 요구하고 노력해온 일”이라며 국정원법 개정을 사실상의 ‘국정원 해체’로 봤다. 또 염 전 원장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말하는 이른바 ‘남조선 혁명’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남조선 혁명의 가능성이 보이는데 김정은이 핵 포기나 진지한 남북대화를 할까? 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정부·여당이 국정원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개혁을 추진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일각에서 ‘연방제 개헌으로 가려는 전초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민들이 국정원법 개정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국가와 국정원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잘 감시해주길 부탁한다.”
 
  국정원 재직 당시 대공수사 업무를 맡은 박왕규 전 영국대사관 공사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공수사권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공사는 “내 나이가 여든 살이 넘었고 국정원에서 퇴직한 지 20년이 지났다. 그런데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걸 보고 정말 너무 하다 싶어 1인 시위까지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공수사권 이관은) 간첩들에게 프리패스(free pass)를 주는 꼴인데 국민들이 그 심각성을 너무 모른다”며 “경찰에 정보를 넘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는 비밀정보다. 그 정보를 경찰에 넘기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공수사권 빌미로 국정원·경찰 ‘갈라치기’(?)
 
  국정원에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받는 경찰의 입장은 어떨까. 경찰청은 우선 대공수사권이 이관됨에 따라 안보수사국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간첩 등 반국가 세력의 추적·검거를 전담해온 보안 경찰 1600여 명을 일반수사 경찰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방첩 수사를 전담해온 보안 경과(警科·특기)를 일반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 특기로 통폐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의 특기는 일반·수사·보안·특수 등 4가지다. 이 중 보안을 수사로 통폐합해 3개로 재편한다는 게 경찰청의 계획이다. 통폐합 대상인 보안 특기자는 대공수사에 직접 종사하는 470여 명을 비롯해 총 1600여 명에 달한다.
 
  대공수사를 해온 경찰의 보안국 간부 D씨는 “경찰이 대공·안보 수사 역량을 강화하려면 그간 운영돼온 보안 경찰 제도를 오히려 보완 강화해야 한다”며 “일반수사와 대공수사는 그 결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따라 경찰의 보안수사 역량이 후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선일보》(2020년 11월 25일)는 “2018년 평창올림픽 무렵 본격화한 남북 화해 기류 속에 현 정부 출범 직후(2017년 6월) 620여 명이던 각 지방청 보안수사대 정원이 현재 470여 명으로 24% 줄었다”며 “관련 예산도 같은 기간 95억7100만원에서 62억3000만원으로 35% 급감했다”고 전했다.
 
  경찰 일부에서는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는 것을 두고 썩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D씨는 “현재 경찰에 부여된 임무도 적지 않은데 아직 역량 확보가 안 된 채 무턱대고 대공수사권을 받을 경우 (업무에) 과부하가 우려된다”며 “경찰 입장에서도 대공수사권은 일종의 계륵(鷄肋)”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내놓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모양새가 이상하게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요즘 ‘갈라치기’라는 말이 유행하더군요. 한쪽 편을 들어 다른 한쪽과 이간질하는 의미라더군요. 지금 대공수사권을 놓고 경찰과 국정원이 ‘갈라치기’ 된 듯합니다. 우리가 대공수사권을 달라고 떼를 쓴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국가 기관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은 있을 수 있지만, 대개는 상대의 역할과 지위를 인정하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에요. 그런데 경찰과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두고 마치 원수처럼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비쳐 내심 못마땅한 게 사실입니다.”
 
 
  국정원맨이 남긴 한마디
 
  국정원의 핵심 기능 이관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경찰까지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국정원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 A씨의 말이다.
 
  “여기저기서 갈등이 표출될 거라는 건 어차피 예상했습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동요하지 마라.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다독이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우리는 정권이 아닌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잡음과 갈등이 있지만, 국정원이 국민만 바라보고 일한다면 언제가는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A씨는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기사에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국정원의 기능이 줄어도 국정원 요원들의 애국심은 결코 줄지 않아요.”⊙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