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자수첩

2018년 6월 30일, 추미애 장관 딸이 결혼하던 날의 추억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절기상 하지(夏至) 무렵이었다. 태양이 최고조에 이르러, 지상 모든 것을 향해 수직낙하의 햇살을 쏟아내는 시기. 그러니까 연중 가장 찬란한 계절. 그런 날, 한껏 예(禮)를 갖추고 불청객이 되었다.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이다 그날의 기록을 발견했다. 추미애 장관 장녀의 결혼식. 당대표 시절, 지인에게 돌렸다는 모바일 청첩장이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었다. 비록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잘 신지 않는 구두를 신고 삼청각으로 갔더랬다. ‘접수대가 너무 붐빈 까닭에’ 축의금은 내지 못했(않았)다. 단지 기다렸다가 차례로 봉투를 넣는 장사진(長蛇陣)을 구경만 했다. 하객은 얼추 400~500명. ‘당·정·청 협의회를 방불케 했다’는 식상한 표현을 써본다.
 
  2년 만에 사진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활짝 웃고 있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눈에 띈다. 그 옆에는 최근 추 장관의 아들 특혜 의혹에 대해 “대체로 침소봉대(針小棒大)된 게 아니냐”고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 여배우 스캔들로 한창 시끄러운 때였는데, 부인 김혜경씨와 밝은 표정으로 등장해 흠칫 놀랐던 기억이다. “장교를 해봐서 아는데, 추 장관 아들 같은 경우는 굉장히 많이 있다”고 한 홍익표 의원, “검증되지 않은 의혹으로 논란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김태년 의원도 렌즈에 잡혔다. 모두 해맑은 표정이다. 박범계 의원은 아예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해줬다(제가 누군지 알고…). 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현재로서는 언론의 의혹 제기 상황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단정하기에는 그렇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 장관의 모습도 여럿 담겼다. 그의 얼굴을 보니, 불과 2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웜홀(wormhole)’을 통과한 기분마저 든다. 자식의 사정(事情)으로 축하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모습이, 자식 사정으로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는 지금과 극명히 대비돼서다. 연한 분홍빛 저고리를 입고 웃고 있는 그날, 그는 고왔다. 적어도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로서는 그랬다. 며칠 전 국회 본회의에서도 추 장관은 분홍색 옷을 입고 웃었다. 그날 ‘엄마 추미애’는 곱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비였다. 야외 결혼식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급하게 실내 ‘일화당’으로 이동해 식을 이어갔다. 사진첩에는 그때 찍어놓은 짧은 동영상도 있다. 틀어봤다. 목사의 주례사가 나온다. ‘사랑, 평화, 행복, 효도’와 같은 교과서적 내용. 이후 축가가 이어진다. 제목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 2020년 10월은 추 장관에게 어떻게 기억되려나.
 
  분명한 건 하지(夏至)는 지났다는 거다. 여권 일각에서는 그를 이미 ‘다 쓴 카드’로 본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8월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칼질’ 인사가 끝났고 문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도 마무리 단계다. 공수처 설치는 그 없이도 수순을 밟게 됐다.
 
  한편 여권 핵심부와 청와대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기에는 ‘검찰 개혁’과 관련한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얽혀 있다.
 
  이날 찍은 마지막 사진은 화환(花環)이다. 보낸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비에 홀딱 젖은 화환이 식장 입구 언저리,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애매한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 같다.
 
  식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발뒤꿈치가 까져 있었다. 간만에 신은 구두 탓이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황금 같은 토요일에’라고 생각했는데 잘한 것 같다. 2년 후 이렇게 기사 한 페이지는 메우고 있으니. 이게 추 장관이 말한 ‘언론 관음증’에 속할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적어도 ‘소설’은 아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11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