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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불법 대선 자금 수사기록’에 ‘임종석’이 언급된 이유

“임종석 보좌관, 롯데 측이 안희정에게 준 불법자금 5000만원 ‘허위 영수증’으로 세탁 협조”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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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경선 때 쓴 기업 돈, 정상 처리 안 되니 영수증 달라”고 요청(2002년 9월)
⊙ “자금 처리 문제로 골머리 앓는 ‘선배 안희정’ 안쓰러워 ‘허위 영수증’ 작성·교부”(임종석의 보좌관 곽윤석)
⊙ 곽윤석, “독단으로 ‘허위 영수증’ 전달… 검찰 출석 요구 이후 임종석에게 보고”
⊙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책임자의 정치자금영수증 허위 작성·교부는 ‘의원직 상실’ 초래할 수도
⊙ 신뢰 저버린 보좌관과 3년 더 일하고 정책연구위원(3급)으로 추천까지 한 임종석
⊙ 임종석, 곽윤석이 ‘삼화저축은행 신삼길’에게 1억원 받은 일로 ‘정치 생명’ 위협받기도(2012년)
⊙ 곽윤석은 현재 ‘이재명 경기도’의 홍보기획관(3급)으로 재직 중
  《월간조선》은 최근 ‘노무현 불법 대선 자금’ 관련 검찰 수사기록 중에서 임종석(任鍾晳)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이름이 안희정(安熙正) 전 충남지사의 소위 ‘노무현(盧武鉉) 불법 대선 자금’ 처리 과정에서 언급된 대목을 확인했다.
 
  엄밀히 얘기하면, 16대 대선을 앞둔 2002년 9월 당시 ‘노무현 불법 대선 자금 처리’를 위해 ‘국회의원 임종석 후원회’ 명의의 ‘허위 영수증’ 2장을 안희정 당시 노무현 대선 후보 정무팀장에게 건넸다고 밝힌 임종석 새천년민주당 의원의 보좌관(4급)이자 후원회 회계책임자였던 곽윤석(郭潤奭·현 경기도 홍보기획관 재직 중)씨의 진술 조서가 그것이다.
 
  해당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곽씨는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전 지사가 ‘선거 자금’ 명목으로 롯데냉동(현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캐피탈에서 받아 쓴 5000만원을 마치 임종석 의원 후원회가 2002년 4월 6일 받은 것처럼 허위 처리되도록 도왔다.
 
  그런데도 이 같은 사실은 지금껏 언론에 공개된 일이 전혀 없다. ‘노무현 불법 대선 자금 수사’ 관련 기사에서 ‘임종석’이란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시절 임 전 실장과 그의 보좌관 곽윤석씨가 ‘허위 영수증’과 관련해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알려진 바도 없다.
 
  ‘허위 처리’된 문제의 금액이 ‘노무현 불법 대선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서였을까. ‘문재인 대통령 첫 비서실장’이란 지금의 ‘정치적 위상’과는 달리 당시의 ‘임종석 의원’은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 중 한 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검찰이 무관심했던 것일까. 검찰 수사기록을 통해 문제의 ‘자금 처리’ 과정을 살핀다.
 
 
  임종석, 노무현 캠프에서 청년층 공략과 ‘돼지저금통 모금’ 주도
 
2002년 10월 29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자금 모금’ 목적의 ‘돼지저금통’을 들고 있다. 이 모금 운동을 주도한 조직은 임종석 전 실장이 실무를 맡았던 국민참여운동본부다. 사진=조선DB
  임종석 전 실장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초반부터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임 전 실장은 비록 ‘초선 의원’이었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노 후보에게 임종석 의원의 합류는 큰 힘이 됐다. 임 전 실장은 그해 대선 과정에서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민참여운동본부(공동본부장 정동영·추미애) 사무총장을 맡아 실무를 주도했다. 국민참여운동본부 산하 청년 특보단인 ‘리딩 코리아’의 회장을 맡아 청년층 표심 공략 전략을 개발했다. 이른바 ‘희망돼지 분양 사업’이라고 명명된 ‘돼지저금통 모금’ 등에 관여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소위 ‘386 운동권 세대’의 ‘선두주자’였던 김민석(金民錫) 전 의원이 새천년민주당을 나와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주도하던 ‘국민통합 21’에 합류하자 이를 앞장서서 비판했다.
 
  2002년 10월 17일, 임종석 당시 의원은 오영식(吳泳食), 이인영(李仁榮), 우상호(禹相虎)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과 함께 김 전 의원을 성토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을 배반하고 야합과 불의의 길을 택했다는 데 분노와 서글픔을 느낀다. 변절과 얄팍한 논리에 환멸을 느낀다”며 “노무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불법 대선 자금’ 수수로 처벌받은 안희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02년 대선 과정에서 기업들로부터 ‘불법 대선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진=조선DB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불법 대선 자금 의혹’을 놓고 정치권은 공방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같은 해 12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이광재(李光宰), 여택수(呂澤壽)씨 등이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 문병욱(文炳旭) 썬앤문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면서 안희정씨 등을 구속하고,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노 대통령 측이 썬앤문은 물론 다수의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검찰 발표에 따르면 노 대통령 측이 수수한 불법 대선 자금 규모는 125억원이다.
 
  이 중 안희정씨는 2002년 대선을 전후해 기업체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 6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임종석 등 열린우리당 의원 75명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2004년 6월 7일)하며 안씨를 두둔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과거 허물을 덮고 여야 간 선의의 경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오늘이 있기까지 안씨의 노고와 희생도 적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 “그간 적지 않은 구금 기간과 새로운 사회 분위기를 감안, 관용과 선처가 있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1심에서 안씨에게 ‘징역 2년6개월·추징금 12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안씨가 수수한 65억원 중 자금 제공자를 밝히지 않은 21억9000만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했다. 2004년 11월 25일,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해 안씨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롯데 측이 ‘국회의원 임종석 후원회’에 준 5000만원의 실체
 
  2004년 3월 7일, 검찰은 안희정씨의 불법 대선 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면서 임종석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의 곽윤석(당시 38세) 보좌관과 배모(당시 28세) 비서를 불러 ‘불법 자금 처리’를 위해 ‘임종석 의원 후원회’ 명의로 ‘허위 영수증(롯데냉동과 롯데캐피탈이 각각 3000만원, 2000만원을 임종석 의원 후원회에 기부했다는 내용의 허위 영수증)’을 발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주임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의 남기춘(南基春) 중수1과 과장이었다.
 
  당시 검찰에 나온 ‘임종석 의원 비서’ 배씨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임종석 의원 후원회’의 공식 회계책임자는 ‘보좌관 곽윤석’이며 ‘허위 영수증’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002년 9월 5~6일경 후원회 사무실에서 후원금에 대한 영수증을 작성하고 있는데, 곽윤석 보좌관이 저에게 ‘영수증이 있으면 2장만 달라’고 하여 제가 쓰고 있던 영수증철 맨 뒤의 백지영수증을 뜯어서 주었는데, ‘발급번호를 몇 번으로 하면 되느냐’고 다시 물어, 제가 ‘예, 101번, 102번으로 기재하면 됩니다’라고 하였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며칠 후, 현재 제가 보관하고 있는 영수증 원부를 주면서 ‘일련번호대로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하여 제가 보관하고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배씨는 “결과적으로 위 롯데냉동(주), 롯데캐피탈(주)에 발급한 후원금 영수증은 2002년 4월 6일 발행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은 곽윤석 보좌관이 2002년 9월 5~6일경 저에게 백지영수증과 일련번호를 받아 가지고 가서 작성하여 저에게 주었던 것으로 저는 위 후원금을 실제로 접수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임종석과 그의 보좌관 곽윤석은 ‘전대협’ 출신
 
1989년 12월 18일, 당시 대학 운동권 단체인 ‘전대협’의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임수경씨를 밀입북시킨 혐의로 검거돼 구속 수감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일한 곽윤석씨 역시 ‘전대협 선전국장’ 출신이다. 사진=조선DB
  ‘임종석 의원 보좌관’ 곽윤석씨도 같은 날 검찰에 나와 ‘불법 자금 처리용 허위 영수증’을 안희정씨에게 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곽씨가 ‘진술인의 학력 및 경력은 어떠한가요?’란 남기춘 검사의 질문에 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력은 충주시에 있는 충북고등학교, 동국대 사회학과를 각 졸업하였고, 경력은 1993년 2월경에 그랑프리라는 시계 제조업체에 입사하였다가, 1996년 5월경 국민회의 소속 정한용(鄭漢溶) 의원 6급 비서관으로 근무하였고, 2000년 5월경부터 현재까지 열린우리당 소속 임종석 의원 4급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 보도에 기록된 이력을 보충하면, 1966년생인 곽씨는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선전국장으로 활동했다.
 
  곽씨와 동갑인 임종석 전 실장은 재수를 통해 1986년,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에 입학해 1989년 ‘전대협 3기 의장’으로 뽑혀 전국 대학생들의 이른바 ‘반미·친북(反美·親北) 운동’을 주도했다. 한마디로 임 전 실장과 곽씨는 소위 ‘전대협 동지’인 셈이다.
 
 
  “안희정,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해 ‘허위 영수증’ 발급·교부 요청”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임종석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울고 있다. 사진=조선DB
  ‘임종석 의원 보좌관’ 곽윤석씨는 당시 진술에서 자신을 ‘임종석 의원 후원회’의 회계책임자라고 밝힌 후, ‘안희정과의 관계’를 묻는 남기춘 검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안희정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2001년 9월경에 알게 되었는데, 그때에는 이름 석 자 정도를 들어 알고 있었고,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시작되던 2002년 2월 초순경에 안희정 선배가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새천년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상대로 여러 번에 걸쳐서 ‘도와달라’며 요청을 한 사실이 있었는데, 그때야 비로소 안희정 선배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선후배 사이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남 검사는 이어서 곽씨에게 “안희정의 부탁을 받고 롯데냉동(주), 롯데캐피탈(주) 등 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임종석 의원 명의로 후원금 영수증을 작성하여 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곽씨는 “그런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며 ‘허위 영수증 발행 경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2002년 9월 초순경으로 기억되는데 평소와 마찬가지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742호 임종석 의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안희정 선배로부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 다급한 목소리로 ‘내가 기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사용하였는데, 정상적으로 영수증을 발급하려고 하니 노 후보(노무현)는 현역 의원도 아니고, 지구당 후원회는 이미 한도가 초과하여 방법이 없으니 임종석 의원 명의로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처리하여 주고 그 영수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기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후원회 영수증을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던 임종석 의원 행정비서인 배○○로부터 백지영수증 2매를 달라고 하여 안희정 선배가 요구하는 대로 내용을 기입하여 후원회 영수증 2매를 작성하여 가져다준 것입니다.”
 
 
  “안희정 부탁받고 1시간도 안 돼 ‘허위 영수증’ 2장 전달했다”
 
2004년 3월 7일, 임종석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 곽윤석씨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안희정(노무현 대선 후보 정무팀장)에게 불법자금 세탁 목적으로 ‘허위 영수증 작성ㆍ교부’한 사실에 대해 밝힌 검찰의 진술조서다.
  남기춘 검사는 곽윤석씨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안희정이 기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사용했지만, 정상적으로 영수증을 교부할 수 없게 돼 부탁했다는 이유로 임종석 의원이 정상적으로 후원금을 받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영수증을 발급해줬다는 말인가?”라고 물으면서 ‘허위 영수증’을 제시했다. 곽씨는 “그렇다”고 답하며 ‘허위 영수증’에 대해서도 “제가 안희정으로부터 요구를 받아 작성하여 안희정에게 건네준 임종석 의원의 후원금 영수증이 틀림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영수증에 기재된 ▲금액 ▲발행일자 ▲기부자 ▲소재지에 대해서도 “제가 임의로 기재한 것이 아니고, 안희정 선배가 저에게 후원회 영수증을 부탁하면서 영수증 기재 내용을 모두 알려주어 제가 그대로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허위 영수증 발급’ 과정과 관련해서 남 검사와 곽씨의 문답이다.
 
  〈■남기춘: 당시 안희정이 뭐라고 하면서 후원회 영수증을 요구하던가요.
 
  ■곽윤석: 안희정 선배가 핸드폰상으로 ‘기업체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사용하였는데, 노 후보는 현역의원도 아니고 지구당 후원회도 한도가 초과되어 정상적으로 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는 상태이니 3000만원과 2000만원의 후원회 영수증을 만들어달라’고 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남기춘: 진술인은 위와 같이 작성한 허위의 후원회 영수증을 안희정에게 언제, 어디에서 전해주었는가요.
 
  ■곽윤석: 예, 안희정 선배에게 전화상으로 부탁을 받자마자 같은 사무실에서 후원금 영수증을 작성 중이던 배○○ 비서에게 백지 후원회 영수증 2매를 건네받아 제 책상에서 기입하여 허위 영수증을 작성하였고, 즉시 안희정 선배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가서 직접 만나 건네준 것으로 안희정 선배로부터 부탁을 받고 영수증을 갖다 주기까지 불과 1시간도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남기춘: 당시 안희정은 새천년민주당 중앙당사 8층의 대통령 후보 비서실 정무팀에도 사무실이 있었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안원빌딩에도 사무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안희정을 어디에서 만났는가요.
 
  ■곽윤석: 제 기억으로는 안원빌딩 2층에 있는 사무실로 가서 안희정 선배를 만난 것으로 기억됩니다.
 
  ■남기춘: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였는가요.
 
  ■곽윤석: 후원회 영수증 중에서 교부자에게 주는 정치자금영수증은 안희정 선배에게 가져다주었고, 저희가 보관하도록 되어 있는 원부는 배○○ 비서에게 주어 보관하도록 지시를 하였습니다.〉
 
 
  “안희정, 대선 앞두고 경선 과정 문제 정리하고 싶어 한 듯”
 
2002년 9월 초순, 임종석 의원의 보좌관 곽윤석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요청에 따라 허위로 작성ㆍ교부한 정치자금 영수증과 그 원부다.
  이어서 남기춘 검사는 “당시 안희정이 후원금을 지원하였던 업체들이 영수증을 요구한다고 했느냐?”라고 곽윤석씨에게 물었다. 곽씨는 “제 기억으로는 기업체에서 요구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면서 “제 느낌으로는 안희정 선배가 당내 경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운동에 돌입하기 이전에 경선 과정에서 발생하였던 모든 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됐다”고 밝혔다.
 
  이에 남 검사는 “자금(롯데냉동과 롯데캐피탈이 안희정에게 준 5000만원)이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 비용 명목으로 사용되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곽씨는 “2002년 4월 6일이라면, 당연히 당내 경선 비용으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 검사는 또 “진술인(곽윤석)은 국회의원 임종석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근무하면서 2002년 4월 6일 롯데냉동(주)으로부터 3000만원, 롯데캐피탈(주)로부터 2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단 한 푼의 후원금도 받지 않았음에도 허위의 후원회 영수증을 작성한 것이 사실인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곽씨는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석은 보좌관의 ‘허위 영수증 작성·교부’ 진짜 몰랐나?
 
  앞서 살핀 진술대로라면, ‘불법 자금 처리용’으로 ‘허위 영수증’ 2장을 안희정씨에게 발급한 ‘임종석 의원 보좌관’ 곽윤석씨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당시나 지금이나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영수증을 허위로 작성하여 교부하거나 위조·변조하여 이를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46조 1호)”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과 관련 ‘허위 영수증’ 발급 행위는 곽씨에 대한 처벌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경우 후원회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이상’을 선고받게 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곽씨가 안희정씨에게 ‘허위 영수증’을 준 건 소위 ‘학생 운동권’ 출신의 ‘차세대 유망주’였던 임종석 당시 의원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였던 셈이다.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임 전 실장은 사전에 ‘승인’했을까. ‘운동권 동지’이자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이 직위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곽씨가 독단적으로 ‘허위 영수증’을 안희정씨에게 줬을까.
 
  곽씨는 임 전 실장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안희정으로부터 허위의 후원회 영수증을 요구받았을 당시 그 사실을 임종석 의원에게 보고했느냐?”는 남기춘 검사의 질문에 “당시 임종석 의원께는 보고하지 않고, 제 독단적으로 처리하였다가 금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고 사실대로 말씀드려 보고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남 검사는 “국회의원 임종석 후원회 회계책임자로서 후원금을 받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후원금을 받은 것처럼 함부로 허위 후원회 영수증을 작성하면 되느냐?”라고 따졌다. 곽씨는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안희정이 안쓰러워 도왔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안희정 선배가 당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다가 사용하고, 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고 안쓰럽게 생각하던 중 안희정 선배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도와준다는 생각에 허위의 후원회 영수증을 작성하여 주었는데, 저도 처음부터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잘못하였습니다.”
 
 
  신뢰 저버린 곽윤석을 계속 보좌관으로 일하게 한 임종석
 
  검찰 수사기록에 따른 곽윤석씨의 진술대로라면, 곽씨는 자신이 보좌하던 임종석 전 실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안희정씨에게 ‘임종석 의원 후원회’ 명의로 된 ‘허위 영수증’ 2장을 줬다. 사후에도 상당 기간 보고하지 않다가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다음 임 전 실장에게 ‘허위 영수증 교부’ 건에 대해 털어놨다. 즉 곽씨 진술대로라면 그는 임 전 실장과의 신뢰 관계를 저버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임 전 실장은 2007년 8월 15일까지 곽씨를 자신의 보좌관으로 계속 기용했다. 또 후일 ‘삼화저축은행 로비 사건’과 관련해서 임 전 실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을 당시 검찰 수사기록(204쪽, 382쪽)과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곽씨가 국회 3급 정책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도 임 전 실장의 ‘추천’이 있었다. 아무리 같은 운동권 출신의 ‘정치적 동지’라고 해도 자신을 기망한 인사를 보좌관으로 데리고 있다가 다른 자리로 갈 때 추천까지 해주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2008년 4월, 임종석 전 실장은 18대 총선에서 서울시 성동구을 선거구에 출마하지만 낙선했다. 그 후 임 전 실장은 과거 자신의 보좌관 곽윤석씨 때문에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됐다. 2011년 6월, 임 전 실장은 이른바 ‘삼화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 사건’에 휘말렸다. 당시 임 전 실장이 받은 혐의 내용은 보좌관 곽윤석씨를 통해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신삼길씨로부터 2005년부터 3년간 매달 300만원씩 총 1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곽윤석의 금품 수수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임종석
 
2011년 6월 29일,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 곽윤석씨가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사실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임종석씨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와 관련, 임종석 전 실장은 당시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지금껏 저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지만 저로 인해 빚어진 일인 만큼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 팩트(사실)를 속일 의향도, 방법도 없다”며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국회의원 시절 제 보좌관이었던 A(곽윤석)씨가 2005년부터 3년간 삼화저축은행에서 1억원가량을 받아 제가 출마했던 전당대회(2006년) 등에 사용했고 그가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사실도 들었다. A(곽윤석)씨는 1원 한 푼 다른 곳에 쓸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모두 저의 책임이다.” -2011년 6월 14일, 《동아일보》
 
  그럼에도 임 전 실장은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3회째 소환 통보를 하면서 검찰은 ‘불응 시 체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그해 6월 29일, 검찰에 출석해 “신삼길과 식사를 하고 골프를 몇 번 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것은 몰랐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임 전 실장과 곽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2011년 12월 28일, 법원은 1심에서 임 전 실장에게는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곽씨에게는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과 함께 추징금 1억400만원을 선고했다. 임 전 실장은 항소했다.
 
  그와 함께 임 전 실장은 2012년 1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사무총장을 맡아 ‘정치적 재기’를 꿈꿨지만, 1심의 유죄 판결 때문에 뜻을 접어야 했다. 이해찬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은 “비리 연루자는 사퇴하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고, 그는 그해 3월 사무총장직 사퇴와 함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듬해 10월 18일, 임 전 실장은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곽씨가 ‘임종석 의원 보좌관’을 그만두고 나서도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돈을 받아 챙긴 점, 자금 제공자인 신삼길씨의 증언이 수차례 번복된 점 등을 들어 임 전 실장이 곽씨의 자금 수령을 묵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곽씨에게는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추징금 1억443만원’을 선고했다. 2014년 3월 27일,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임 전 실장은 ▲‘박원순 서울시’의 정무부시장(차관급) ▲‘문재인 청와대’의 대통령비서실장(장관급) 등을 거쳐 현재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곽씨는 ▲여주대학교 특임교수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 비서실장 등을 거친 뒤 현재 ‘이재명 경기도’의 홍보기획관으로 일하고 있다.
 
 
  임종석과 곽윤석의 회신 기대했지만…
 
  앞서 살핀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임 전 실장 입장 청취를 위해 《월간조선》은 지난 6월 13일 오후 2시20분쯤 임 전 실장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이어서 ‘곽윤석씨의 허위 영수증 교부 건’에 대한 질의 사항이 있으니 통화에 응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임 전 실장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5시50분쯤, 카카오톡을 통해 “통화가 여의치 않으면, 간단하게라도 답을 달라”는 요청과 함께 ▲곽윤석씨의 ‘허위 영수증 발급’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 ▲관련 행위에 대한 검찰 조사와 법적 처분 여부 등을 묻는 질문을 남겼다. 얼마 되지 않아 임 전 실장은 해당 글을 확인했지만, 6월 14일 오전 11시까지 회신을 하지 않았다.
 
  곽씨의 경우엔 6월 13일 오후 2시30분쯤, 경기도 홍보기획관 직통 유선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곽씨는 회의 참석차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다른 직원에게 “사실관계 확인 및 반론 요청차 전화했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회신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연락처를 남겼다.
 
  20분 뒤, 해당 직원은 곽씨가 사무실로 복귀하면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당일 오후 4시까지 반론 여부에 대한 회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튿날, 경기도 홍보기획관(곽윤석)과 홍보기획관 비서 업무를 맡은 주무관의 유선전화로 총 8회에 걸쳐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음 날인 6월 15일 오후 3시까지 임 전 실장과 곽씨는 구체적인 입장은 물론 반론할 의사가 있다는 ‘언질’조차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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