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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단발령과 逝去 정국

상투에 목숨 건 사람들

권혁철    kwonhc@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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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6년 조선의 고종은 斷髮令(단발령)을 공포하고 실행에 옮겼다. 자신과 왕세자부터 머리를 잘랐다. 그런데 ‘신체발부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공자 말씀에 충실하던 유생들이 크게 반발했다. 단발령이 말세의 조짐이라며 전국이 들썩거렸고, 방방곡곡이 통곡소리였으며,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속출했다.
 
  당시 識者層(식자층)이며 지도층이었던 유생들이 “내 목을 자를지언정 상투는 자를 수 없다”면서 상투 자르는 것에 목숨 걸고 반대하던 그 시기에 독일에서는 벤츠가 굴러다니고, 미국에서는 포드 자동차가 길을 내달렸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고 있었다.
 
  당시 세계 최강이던 영국에서는 런던과 글래스고에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었고, 거리는 자동차로 넘쳐났으며, 주식시장에서는 주식거래가 한창이었다. 각 건물에서는 타이피스트들이 타자기로 열심히 타이핑을 하면서 전화를 받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기차역에서는 기차가 한 시간 단위로 출발했고, 역마다 승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왕을 참하라> 중에서)
 
  우리가 상투를 자르니 못 자르니 하며 난리법석을 치고 있을 때, 바깥세상에서는 땅 위에는 자동차와 기차가, 땅 밑으로는 지하철이 다니며, 바닷속을 항해할 잠수함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19세기 말 우리 조상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에 대해 눈 감고, 귀를 닫은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인 양 외치며 목숨까지 거는 어이없는 짓을 했다. 志士(지사)요 사회의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이들의 바보짓은 결국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데 큰 공헌(?)을 한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세계인들에게 ‘한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겨우 1980년대에 와서야 가능했다. 수천 년 동안 상전 행세를 했던 중국에 대해 우리가 폼을 잡을 수 있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고, 축구도 비록 우리 안마당에서지만 세계 4강까지 가는 신화를 만들었다.
 
  그 사이 우리는 시장과 개방과 자유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해 왔고, 세계와 소통했으며, 당당하게 경쟁했다. 그 결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 감고 귀를 닫은 ‘모르쇠’들이 또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만들었던 시장과 개방을 거부하고, 세계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며, 경쟁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다. 100년 전 상투에 목숨을 걸던 인간들과 어쩌면 그렇게 흡사한지….
 
 
  나라를 흔드는 사람들
 
  경제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100년 동안이나 미국의 간판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이었던 GM의 몰락을 보면서도 6월의 총파업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파산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하면서 “쌍용차를 국가가 인수해서 國有化(국유화)하라”고 요구한다.
 
  민주노총은 6월 초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시작으로 7월까지 줄줄이 파업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경제위기와 경기침체, 구조조정, 실업 등등은 전부 남의 이야기다.
 
  지난 5월 25일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자축이라도 하듯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했다. 저들은 현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조립 중이며, 조만간 중거리 미사일 3~4기를 더 발사할 것이란 소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이 와중에 여당은 親李(친이)니 親朴(친박)이니 하며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다.
 
  야당인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盧武鉉(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을 北風(북풍)정국, 對北(대북) 정국으로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이라는 일개 사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문제에는 무려 13년 동안이나 줄기차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시민단체들은 金日成(김일성)-金正日(김정일)-김정운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代(대)째 권력 세습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대학교수들과 문화계·종교계 인사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릴레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일성 영생주의’와 ‘김정일 선군정치’의 리념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던 90세 가까운 한 목사는 “제2의 6월 민중항쟁으로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7월이 되면 ‘동정심 많은’ 정치꾼들이 만들어 놓은 이른바 ‘비정규직보호법’에 의해 수없이 많은 죄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당장 법의 폐지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여당은 집안싸움과 여론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서거정국을 기화로 촛불살리기에 나선 야당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외치며 거리로, 광장으로 뛰쳐나간다.
 
  19세기 말 세상물정 몰랐던 유생들은 단발령을 두고 ‘말세의 조짐’이라고 아우성을 쳤는데, 오늘 그들은 무엇을 보았기에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 놓아 외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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