愼鏞碩
⊙ 1941년 인천 출생.
⊙ 서울대 농대 졸업,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
⊙ 조선일보 駐파리 특파원,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역임.
⊙ 저서: <현장에서 본 프랑스 교육> 등.
⊙ 상훈: 프랑스정부 문화훈장, 대한민국훈장 동백장 등.
⊙ 1941년 인천 출생.
⊙ 서울대 농대 졸업,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
⊙ 조선일보 駐파리 특파원,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역임.
⊙ 저서: <현장에서 본 프랑스 교육> 등.
⊙ 상훈: 프랑스정부 문화훈장, 대한민국훈장 동백장 등.
-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 박물관.
스위스의 로잔은 올림픽의 도시다. 프랑스와 스위스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레만 호수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로잔에서는 萬年雪(만년설)로 덮여 있는 알프스의 連峰(연봉)이 그림처럼 보이고 호수에서 놀고 있는 백조들과 어울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연상시킨다.
근대 올림픽을 재건한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1915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를 파리에서 로잔으로 옮긴 후부터 레만 호수의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로잔은 ‘올림픽의 首都(수도)’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970년대 파리특파원 시절부터 최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임원직을 맡게 된 후 회의 취재와 참석을 위해 로잔을 방문할 기회가 자주 생겼다. 스위스 어느 도시를 가거나 빈틈없이 돌아가는 스위스식 실용주의와 방문객들에게도 긴장감을 갖게 하는 개인주의로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로잔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좋은 점만을 보고 느끼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는 것은 도시 자체가 지닌 자연 친화적 이미지와 함께 올림픽 도시라는 또 다른 특색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쿠베르탱에 이어 올림픽의 위상을 새롭게 창출해 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는 80여 년 동안 IOC 본부 건물로 사용됐던 샤토 비디 옆에 현대식 건물을 신축하여 400여 명의 직원들이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사마란치가 IOC 본부 건물 신축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한 것은 올림픽 박물관이다. 쿠베르탱이 못 이룬 꿈을 대신 실현하기 위해 그는 로잔市(시) 당국은 물론 스위스 연방정부와 끈질긴 교섭 끝에 로잔의 명당 자리에 3만6300㎡(1만1000여 평)의 대지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레만 호수와 알프스 연봉들이 바라보이는 로잔의 금싸라기 같은 대지를 확보한 사마란치는 1988년 올림픽 박물관 건립을 시작했다.
88 서울올림픽 해에 기공식
1988년은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했던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1984년 LA올림픽의 악몽에서 벗어나 東西(동서) 양 진영 모든 국가가 참가했던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반쪽 올림픽 시대가 끝나면서 동서화합의 올림픽이 됐고 TV 방영권 등으로 黑字(흑자) 올림픽으로 전환된 바로 그해에 올림픽 박물관 기공식이 열린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88 서울올림픽이야말로 올림픽 박물관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사마란치는 박물관 건립에도 열정을 바쳤다. 서울올림픽 때부터 사마란치와 가끔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화제는 항상 박물관 건립 이야기였다. 같은 우표 수집가로서 올림픽 관련 우표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새롭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던 런던올림픽 참가 기념우표(1948년)의 초일봉피를 박물관 소장품으로 기증한 일도 있었다.
올림픽 박물관 건립 당시, IOC의 재정은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지금처럼 풍족하지는 못했다. 사마란치는 올림픽 정신에 찬동하는 기업과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당시로서는 거금인 소요 경비 1억 달러의 85%를 충당했다.
지금도 올림픽 박물관 입구에는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기업과 단체들의 이름판이 정중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삼성과 한국일보가 포함되어 있다.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로서 삼성은 쉽게 이해가 됐다. 한국일보는 창업자 張基榮(장기영)씨가 오랫동안 IOC위원을 역임한 인연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회장을 역임했던 金宗河(김종하)씨가 50만 달러를 기부하여 주요 명단에 기재되어 있었다. 개인 자격으로 거금을 기부했던 김 회장의 뜻이 특히 돋보이고 감명을 주었다.
박물관 건립 자체가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뒷받침됐고 우리나라의 기업과 개인 기부자들의 공헌을 생각한다면 이 박물관 건립을 비롯해 올림픽 운동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실감하게 된다.
만 5년 동안의 공사와 준비 끝에 올림픽 박물관은 1993년 6월 23일 개관했다. 쿠베르탱이 1894년 IOC를 창립하면서 품었던 올림픽 박물관의 꿈을 그로부터 꼭 100년 후에 사마란치가 실현시킨 것이다.
사마란치는 그동안 IOC가 축적한 방대한 자료와 올림픽 관련 기념품들 및 수집품들을 효과적으로 전시하고 최신 시청각 기술을 동원하여 컴퓨터망에 축적된 자료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현대식 박물관을 만들었다.
쿠베르탱이 초창기에 역설했던 올림픽 정신을 박물관 전시 기법을 통해 구현한 것이 사마란치였다. 관람객들은 간단한 조작을 통해 역대 올림픽 대회의 영상 이미지를 쉽게 볼 수 있는가 하면 메달리스트들과 스타 선수들의 경기장면도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스 시대의 스포츠 종목들이 도안된 값진 도자기 컬렉션으로부터 시작하여 각기 다른 디자인의 역대 올림픽 대회 금메달과 함께 최신 컴퓨터 기술이 총동원된 듯한 영상 전시기법을 함께 보고 있노라면 올림픽 박물관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첨단 박물관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EU(유럽연합)는 1995년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했다.
연평균 관람객 20만명의 名所
박물관에서 만난 학예사 마르틴 페케트-포러 씨에 따르면 올림픽 박물관은 로잔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 연평균 관람객 수는 20만명. 관람객들의 절반 이상은 스위스를 찾아온 외국인들이며, 입장객 수로 계산하면 스위스 전체 박물관 중 네 번째지만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이라는 것이다.
20여 년간 재직했던 IOC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IOC 終身(종신) 명예위원장으로 있는 사마란치는 로잔에 올 때마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사마란치와의 대화를 통해 박물관 전시를 항상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사마란치가 오는 것을 반가워한다고 들었다.
올림픽 박물관은 정기적으로 특별전시회를 마련하고 올림픽 관련 학술행사를 주관하기도 한다. 올림픽 박물관은 1993년 개관 이후 128회에 걸친 특별전시회를 열었고, 연간 30여 차례의 외부 전시 또는 대여 전시회를 마련했으며, 매년 10여 차례의 순회전시회를 열었다. 그야말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박물관 활동 자체가 올림픽 정신과 부합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122회에 걸친 강연회와 토론회, 131회의 음악회도 열었다. 스포츠·문화·예술을 융합시키는 올림픽 정신을 주창했던 쿠베르탱의 이상과 꿈을 오늘날 올림픽 박물관이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설전시장에는 올림픽 운동의 기원과 역사가 값진 유물들과 수집품으로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고 역대 올림픽 게임과 선수들도 시대별로 흥미롭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에 관한 전시기법은 인상적이었다.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개막식 행사와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낯익은 호돌이가 전시되어 있다.
그 옆에 울긋불긋한 색채의 시멘트 덩어리가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베를린 시장이 사마란치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한 베를린 장벽의 파편을 서울올림픽 기념물과 함께 전시한 것이다. IOC와 올림픽 박물관은 88 서울올림픽이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고 동서 양 진영을 통합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베를린 장벽의 파편 하나가 서울올림픽이 世界史的(세계사적)으로 미친 영향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서울올림픽을 유치했던 1981년 바덴바덴 IOC총회 때부터 1988년 올림픽 개최 때까지 직접 참여했던 필자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우리 스스로가 서울올림픽이 동서 간의 장벽을 없애고 냉전을 종식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접근하여 이론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박물관의 자료실에는 물론 상설전시장에서만도 88 서울올림픽과 한국의 위상은 여러모로 돋보였다. 올림픽 관련 우표와 주화 전시장에도 한국 우표와 기념주화가 단연 압권이었다. 특히 서울올림픽 기념 우표들은 박물관 학예관들의 특별한 배려인 듯 전면에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서울올림픽 때 사용된 성화봉도 돋보였고 우리나라의 마라톤·핸드볼 선수의 경기장면 또한 인상적으로 전시되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1970년대부터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던 올림픽 대회를 인류의 성대한 제전으로 다시 승화시킨 88 서울올림픽과 대한민국을 사마란치는 평소 크게 평가하고 있고 이 같은 판단은 올림픽 박물관 전시를 통해서 현실화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근대 올림픽을 재건한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1915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를 파리에서 로잔으로 옮긴 후부터 레만 호수의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로잔은 ‘올림픽의 首都(수도)’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970년대 파리특파원 시절부터 최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임원직을 맡게 된 후 회의 취재와 참석을 위해 로잔을 방문할 기회가 자주 생겼다. 스위스 어느 도시를 가거나 빈틈없이 돌아가는 스위스식 실용주의와 방문객들에게도 긴장감을 갖게 하는 개인주의로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로잔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좋은 점만을 보고 느끼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는 것은 도시 자체가 지닌 자연 친화적 이미지와 함께 올림픽 도시라는 또 다른 특색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쿠베르탱에 이어 올림픽의 위상을 새롭게 창출해 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는 80여 년 동안 IOC 본부 건물로 사용됐던 샤토 비디 옆에 현대식 건물을 신축하여 400여 명의 직원들이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사마란치가 IOC 본부 건물 신축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한 것은 올림픽 박물관이다. 쿠베르탱이 못 이룬 꿈을 대신 실현하기 위해 그는 로잔市(시) 당국은 물론 스위스 연방정부와 끈질긴 교섭 끝에 로잔의 명당 자리에 3만6300㎡(1만1000여 평)의 대지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레만 호수와 알프스 연봉들이 바라보이는 로잔의 금싸라기 같은 대지를 확보한 사마란치는 1988년 올림픽 박물관 건립을 시작했다.
88 서울올림픽 해에 기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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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박물관 입구에 선 필자. |
매사에 적극적이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사마란치는 박물관 건립에도 열정을 바쳤다. 서울올림픽 때부터 사마란치와 가끔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화제는 항상 박물관 건립 이야기였다. 같은 우표 수집가로서 올림픽 관련 우표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새롭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던 런던올림픽 참가 기념우표(1948년)의 초일봉피를 박물관 소장품으로 기증한 일도 있었다.
올림픽 박물관 건립 당시, IOC의 재정은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지금처럼 풍족하지는 못했다. 사마란치는 올림픽 정신에 찬동하는 기업과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당시로서는 거금인 소요 경비 1억 달러의 85%를 충당했다.
지금도 올림픽 박물관 입구에는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기업과 단체들의 이름판이 정중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삼성과 한국일보가 포함되어 있다.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로서 삼성은 쉽게 이해가 됐다. 한국일보는 창업자 張基榮(장기영)씨가 오랫동안 IOC위원을 역임한 인연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회장을 역임했던 金宗河(김종하)씨가 50만 달러를 기부하여 주요 명단에 기재되어 있었다. 개인 자격으로 거금을 기부했던 김 회장의 뜻이 특히 돋보이고 감명을 주었다.
박물관 건립 자체가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뒷받침됐고 우리나라의 기업과 개인 기부자들의 공헌을 생각한다면 이 박물관 건립을 비롯해 올림픽 운동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실감하게 된다.
만 5년 동안의 공사와 준비 끝에 올림픽 박물관은 1993년 6월 23일 개관했다. 쿠베르탱이 1894년 IOC를 창립하면서 품었던 올림픽 박물관의 꿈을 그로부터 꼭 100년 후에 사마란치가 실현시킨 것이다.
사마란치는 그동안 IOC가 축적한 방대한 자료와 올림픽 관련 기념품들 및 수집품들을 효과적으로 전시하고 최신 시청각 기술을 동원하여 컴퓨터망에 축적된 자료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현대식 박물관을 만들었다.
쿠베르탱이 초창기에 역설했던 올림픽 정신을 박물관 전시 기법을 통해 구현한 것이 사마란치였다. 관람객들은 간단한 조작을 통해 역대 올림픽 대회의 영상 이미지를 쉽게 볼 수 있는가 하면 메달리스트들과 스타 선수들의 경기장면도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스 시대의 스포츠 종목들이 도안된 값진 도자기 컬렉션으로부터 시작하여 각기 다른 디자인의 역대 올림픽 대회 금메달과 함께 최신 컴퓨터 기술이 총동원된 듯한 영상 전시기법을 함께 보고 있노라면 올림픽 박물관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첨단 박물관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EU(유럽연합)는 1995년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했다.
연평균 관람객 20만명의 名所
박물관에서 만난 학예사 마르틴 페케트-포러 씨에 따르면 올림픽 박물관은 로잔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 연평균 관람객 수는 20만명. 관람객들의 절반 이상은 스위스를 찾아온 외국인들이며, 입장객 수로 계산하면 스위스 전체 박물관 중 네 번째지만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이라는 것이다.
20여 년간 재직했던 IOC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IOC 終身(종신) 명예위원장으로 있는 사마란치는 로잔에 올 때마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사마란치와의 대화를 통해 박물관 전시를 항상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사마란치가 오는 것을 반가워한다고 들었다.
올림픽 박물관은 정기적으로 특별전시회를 마련하고 올림픽 관련 학술행사를 주관하기도 한다. 올림픽 박물관은 1993년 개관 이후 128회에 걸친 특별전시회를 열었고, 연간 30여 차례의 외부 전시 또는 대여 전시회를 마련했으며, 매년 10여 차례의 순회전시회를 열었다. 그야말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박물관 활동 자체가 올림픽 정신과 부합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122회에 걸친 강연회와 토론회, 131회의 음악회도 열었다. 스포츠·문화·예술을 융합시키는 올림픽 정신을 주창했던 쿠베르탱의 이상과 꿈을 오늘날 올림픽 박물관이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설전시장에는 올림픽 운동의 기원과 역사가 값진 유물들과 수집품으로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고 역대 올림픽 게임과 선수들도 시대별로 흥미롭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에 관한 전시기법은 인상적이었다.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개막식 행사와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낯익은 호돌이가 전시되어 있다.
그 옆에 울긋불긋한 색채의 시멘트 덩어리가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베를린 시장이 사마란치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한 베를린 장벽의 파편을 서울올림픽 기념물과 함께 전시한 것이다. IOC와 올림픽 박물관은 88 서울올림픽이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고 동서 양 진영을 통합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베를린 장벽의 파편 하나가 서울올림픽이 世界史的(세계사적)으로 미친 영향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서울올림픽을 유치했던 1981년 바덴바덴 IOC총회 때부터 1988년 올림픽 개최 때까지 직접 참여했던 필자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우리 스스로가 서울올림픽이 동서 간의 장벽을 없애고 냉전을 종식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접근하여 이론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박물관의 자료실에는 물론 상설전시장에서만도 88 서울올림픽과 한국의 위상은 여러모로 돋보였다. 올림픽 관련 우표와 주화 전시장에도 한국 우표와 기념주화가 단연 압권이었다. 특히 서울올림픽 기념 우표들은 박물관 학예관들의 특별한 배려인 듯 전면에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서울올림픽 때 사용된 성화봉도 돋보였고 우리나라의 마라톤·핸드볼 선수의 경기장면 또한 인상적으로 전시되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1970년대부터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던 올림픽 대회를 인류의 성대한 제전으로 다시 승화시킨 88 서울올림픽과 대한민국을 사마란치는 평소 크게 평가하고 있고 이 같은 판단은 올림픽 박물관 전시를 통해서 현실화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