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현지 인터뷰] 엔디 시에(모건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2006년 한국 경제 전망 : 월간조선

5년여 전부터 줄기차게 한국 경제에 대해 우울한 전망만 내놓던 「단골 비판론자」인 엔디 시에(謝國忠·45) 모건 스탠리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찬사」에 가까운 한국 경제 낙관론을 내놓았다.

그는 2005년 12월 하순 발표한 「2005년: 한국의 해」라는 제목의 조사분석 보고서에서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과 인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지나고 보니 올해(2005)는 한국의 해로 판명났다』며 『한국은 증시와 외환이 모두 강세를 보이고, 경제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성공적으로 전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접하는 순간 2004년 12월 초 홍콩에서 그와 가진 月刊朝鮮 인터뷰가 먼저 떠올랐다. 당시 인터뷰에서 앤디 시에 박사는 『최근 한국을 방문했는데 자신감은 사라지고 냉소와 비관주의가 넘치더라』며 『2005년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 「수출 악화」, 「환율 절상」의 3重苦로 1998년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신년 연휴를 고향인 중국 上海(상해·상하이)에서 부모와 함께 보내고 있는 앤디 시에 박사를 이메일 등으로 서둘러 연락했다. 그가 새해 업무를 막 시작한 다음날인 1월5일 홍콩 시내 중심가인 中環(중환·센트럴)의 「스리 익스체인지」 빌딩 30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어떤 근거에서 그의 한국 경제관이 돌변했는지? 한국 경제는 진정 「성공의 길」로 이제 접어든 것인지? 이런 솟구치는 궁금증들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사무실 밖에까지 나와 반갑게 기자를 맞은 앤디 시에 박사는 각종 연구보고서와 서류철을 들춰 보이면서 자신의 논리를 설파해 나갔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극단에 가까운 긍정론으로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05년 초까지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신용카드 문제가 해결된 게 큽니다. 정부가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구조조정에 성공했고, 최악의 위기 상황은 벗어났다고 판단됩니다.

신용카드 문제는 2002년 말부터 시작된 내수 부진의 根因(근인)으로 한국 경제의 약화를 초래한 주범이었던 만큼 부정적 요인이 일단락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봐요』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더 큰 성공 요인은 2005년 한국 대기업들의 성공적인 변신과 눈부신 수출 증가입니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小國(소국)으로 수출지향적 경제 체제를 갖고 있는데,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약진은 대단합니다.

이들이 중국을 공략하는 힘과 조직력, 브랜드 파워 등을 보면 「조그만 나라에서 덩치 큰 기업을 키우는 전략(스몰 컨트리, 빅 비즈니스 전략)」이 세계화 시대에 적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융부문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으며, IMF 외환위기 이후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으로 안정화됐다고 봐요』

정부부문 약화는 건강한 변화

―지난해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과 역할은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화의 진전과 대기업들의 역량 강화로 한국 정부의 시장 개입 强度(강도)나 시장 개입력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게 됐어요. 정부의 역할도 그전처럼 중요하거나 강력하지 않게 된 것이지요. 이는 대기업들이 글로벌化하면서 한국 정부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모습을 점차 강하게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금융부문의 경우, 씨티은행의 진출 등 많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진입과 대형화 진전으로 정부의 입김이 예전과는 달라졌어요. 정부가 더 이상 강력하지 않게 됐다는 것은 건강한 변화라고 봐요』

―전체적으로 2006년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올해 한국 경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신용카드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감이 국내 소비를 억제하는 主요인이었는데, 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됐기 때문에 지난해보다는 더 밝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처럼 저 역시 한국內 소비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봐요.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이 3.7%였는데, 올해는 4.5% 성장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돼 있어요.

수출은 양대 시장인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다소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전년 대비 11%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하지만 내수 소비 증가가 수출 감소 폭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올해 한국 경제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경제성장의 3大 엔진인 「소비」·「수출」·「설비투자」 가운데 수출을 제외하면 모두 부진했습니다. 특히 성장 동력인 설비 투자는 1995~2004년 연평균 3.2% 증가에 그쳐 국내 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4.6%)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설비투자를 하기보다는 해외 공장 신설 등을 늘려 글로벌 투자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대기업들의 글로벌 투자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 설비투자 증가율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스몰 컨트리, 빅 비즈니스 전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5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 하락도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저는 꼭 그렇게 걱정하는 편은 아닙니다. 잠재 성장률은 신규 인구성장과 관계 있기 때문에 인구증가 속도가 낮아진 한국에서 잠재 성장률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노령화의 빠른 진행도 부담이지요.

이런 추세라면 향후 15년 이내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2~3%대로 떨어질 것입니다. 남북한 경제통합이 이뤄진다면 잠재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먼저 생활수준이 하락하고 또다시 「이머징 국가(emerging country)」가 될 것입니다.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세계적 수준의 대기업들을 더 많이 창출해 내고 적극적인 개방화와 구조개혁 같은 노력을 통해 경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스몰 컨트리, 빅 비즈니스 전략」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지적했는데, 일각에서는 「朴正熙 시대의 성장 전략이 불균형만 심화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한국 경제의 미래는 과거처럼 대기업들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빅 비즈니스 전략」을 계속 견지해 나가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의 대기업 육성 정책은 분명 큰 성공을 거두었고, 개혁·개방 조치 이후 25년 넘게 변변한 대기업 하나 키우지 못한 중국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경쟁력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대기업 육성에 달려

앤디 시에 박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대기업 육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삼성그룹 등 한국의 잘 나가는 대기업들에 대한 정치권이나 일반 서민들의 반대기업 정서가 한국에서 상당히 강합니다. 李健熙(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우, 국민 여론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대기업들이 國富(국부)를 창출하고 조화로운 기업-정부 관계가 정착된 北유럽의 사례를 참고했으면 합니다. 핀란드는 인구 300만 명에 불과하지만 노키아 같은 소수의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인구 500만 명의 스웨덴도 마찬가지예요. ABB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민 경제의 주춧돌인 것이다. 스위스도 「로셰」, 「네슬레」 같은 극소수 대기업이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도 초기에 대기업 편중에 대한 일부 감정적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反대기업 정서」는 발 디딜 틈조차 없게 된 것이지요』

―그럼 한국 중소기업의 활로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세계 무대에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거나, 독특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봐요. 많은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들은 기술력(테크놀로지 콘텐츠)이 높지 않아 값싼 인건비를 이용해 다른 곳에서도 금방 만들 수 있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특히 낙후된 서비스 분야에 아이디어 등으로 승부를 거는 게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해요. 중소기업에 대해 한국 정부가 다양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현재의 방만한 중소기업 규모를 축소해 국내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일 것입니다』

―최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자산 거품」이 가장 큰 위기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한국에서 자산 거품은 매우 심각하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합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당시 일본 정부는 경제가 高성장에서 低성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입니다. 低금리가 진전되자 일본 국민들이 부동산·증권 등 자산 투기를 시작했으며,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임했다가 거품붕괴의 대참변을 초래했지요.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한국 중앙은행의 가장 큰 과제는 「금융 안정」입니다. 물론 정치인들과 일반 국민들은 불평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 왜 금리를 올리려고 하는가」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변명거리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자산 거품 심각하다

―한국의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한국민들은 이미 투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적으로 「한국의 주식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싸지 않다」고 저는 단언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株價수익률(PER)은 11~12배에 달합니다. 이는 PER가 24배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社나 15배인 인텔과 비교해 결코 낮지 않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습니까.

『역시 자산 거품이 상당 부분 쌓여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 중심부의 1m2당 부동산 땅값은 6000달러인 반면, 같은 면적의 일본 도쿄(東京) 부동산 값은 1만 달러이고, 미국 뉴욕 맨해튼은 1만~1만1000달러에 이릅니다.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인의 거의 3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싸지 않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중앙은행은 이런 상황을 예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봅니다. 증시나 부동산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도록 방임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활황세를 띠고 모양새는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종착점은 거품경제가 붕괴한 일본과 같은 모습이 될 것입니다. 수차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최소한 금리 수준이 5%대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한국은행은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보이면서 책임 있게 대응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1980년대 후반 자산 거품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시도했으나 당시 대장성 등 경제 부처의 압력에 밀려 실현시키지 못했어요』

―새해 한국 증시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승세가 지속될 걸로 봅니까.

『한국 증시는 상승의 모멘텀을 타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연간 무역흑자가 GDP(국내 총생산)의 3%에 달하고 고령화와 퇴직 연기금 등의 증가로 금융시장에 잉여자금이 넘치고 있어요. 주목할 것은 지금의 증시 활황은 내국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스피(한국 주식시장 주가지수)가 900을 넘은 이후 서울 주식 시장의 주도권은 한국인에게 넘어가 「로컬 스토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한국 정부의 금융 당국자들은 심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 過熱(과열) 해소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까.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국투자공사 같은 기구를 만들어 한국內 잉여자금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 주식 시장 과열과 자산 거품 압력을 낮추기 위해 하루빨리 집행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금리引上(인상) 방안도 병행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대중 인기영합적인 태도, 이른바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大選을 맞아 포퓰리즘 경제정책이 남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이 보수와 진보 兩黨(양당)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소득 분배와 효율성의 균형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건강한 국가는 한번은 소득 분배를 중시하는 黨이, 다음에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당이 서로 번갈아 가며 집권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金正日이 살아 있는 한 「현상 유지」

―올해는 金大中前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남북 頂上회담 추진, 연방제 논의 등으로 한반도의 남북 관계에도 격변이 예상됩니다. 이 경우 경제적 충격이 크지 않을까요.

『많이 클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고 북한의 현상 유지를 바라기 때문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입니다. 북한은 한국·중국의 원조 자금으로 생존을 이어 가고 있는 상황이지요.

가장 큰 변화가 생긴다면 金正日이 죽는 경우이겠지요. 그러나 당장 가능성은 낮아 보이잖아요. 金正日이 살아 있는 한 한반도에서는 현상유지가 계속될 것이며, 이는 한국 경제에 그다지 의미 있는 충격이나 변화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 경제의 장기 발전을 뒷받침할 고등교육의 質도 국제 수준에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전반적으로는 좋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출하지 못하다는 게 아쉬워요. 한국 경제가 미래에도 번영하려면 세계 수준의 대학, 그것도 리서치 기능에 초점을 맞춘 대학이 최소한 한두 개는 있어야 합니다. 서울大로는 부족합니다』

反기업 정서 우려돼

―이전의 金大中 정부 때부터 한국 정부는 기업 규제 완화를 외쳐 왔는데, 기업규제가 줄지 않았을 뿐 아니라 「反기업 정서」가 강력합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걱정스럽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한국 경제의 성공은 대기업에 의해 이뤄졌는 데도 불구하고, 反기업 정서가 심한 것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국인들은 현 시점에서 한국의 미래는 대기업들에 아주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대기업 위주 체제에서 벗어나면 한국은 당연히 가난한 나라가 될 것이며,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중국과의 경쟁이나 차별화도 기할 수 없게 됩니다. 정부와 국민 모두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며 정부도 이런 차원에서 정책을 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들의 존재와 활동을 억제하려는 反기업적 정책은 절대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12월 WTO 홍콩 회의에서 反세계화 시위를 벌인 한국 시위대를 칭찬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 시위대의 好戰的·전투적인 시위 문화는 청산돼야 하는 게 아닐까요.

『한국의 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이런 적극적인 권리 표출이랄까, 노력에 의해 진전돼 왔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홍콩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000달러로 1만4000~1만5000달러 수준인 한국보다 훨씬 많아요.

그러나 대다수 홍콩 시민들은 한국민들보다 더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680만 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자기 집이 없이 정부 제공 公共 임대주택의 아주 좁은 방에서 살고 있어요. 절대적인 富는 1만 명 남짓한 극소수 부자들에게 편중돼 있습니다. 「한국 시위대의 권리 행사와 의견 표출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냉정하고 성숙한 시위문화 필요

―그렇지만 죽봉이나 쇠파이프 등을 들고 경찰관을 때리거나 폴리스 라인을 침범하는 등 후진적이고 과격한 시위 양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과격하고 폭력적인 시위 문화는 혁명적 변동 시기였던 1980년대에 태동했습니다. 이제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성숙한 단계에 들어섰는 데도 1980년대와 같은 사고방식, 항의 문화에 빠져 있는 게 안타까워요. 이런 과격·폭력적인 시위 문화는 냉정하고 성숙한 것으로 당연히 바뀌어야 합니다』

―중국을 대신하는 「대체 시장」으로서 인도 시장이 뜨고 있는데요.

『인도의 산업과 시장 규모는 아직 중국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시기적으로 인도는 중국의 15년 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갈 길이 아직 한참 먼 형편이지요. 현대자동차나 포스코 등이 인도 진출을 강화하는 것은 장기 전략상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인도는 무엇보다 도로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 건설을 서두르는 게 급선무입니다. 중국은 이미 15년 전에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 건설을 시작했었지요. 인프라가 미비된 상태라면 본격적인 대규모 경제발전은 불가능합니다. 향후 10년 안에 인도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등을 완성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기업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핀란드의 경우 인구 300만 명인데 노키아라는 글로벌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구 5000만 명에 육박하는 한국에는 최소 10개의 글로벌 브랜드를 지닌 대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4개 정도입니다. 향후 5년 안에 10개, 아니면 최소 지금의 두 배 정도 늘어나야 합니다. 따라서 향후 5년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판가름 짓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바로 한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현재 4~5개 정도의 대기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公기업들은 대부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해법은 지금 단계에서 公기업들을 모두 民營化(민영화)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더 이상 公기업을 소유하고 관리할 필요성은 사라졌어요.

더 이상 公기업을 정부 통제에 놓고 부실경영을 계속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일까요. 경제적 자신감 회복입니까. 아니면 「경제를 하려는 의지」입니까.

『부자와 빈자 간의 대립이랄까,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주도권 다툼 등이 지나치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毒(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과의 경쟁이 관건

―향후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부가 지나치게 사회주의적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인들은 모두 좀더 기업 親和的(친화적)이고 親시장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는 결론적으로 『앞으로 한국의 존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이기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중국도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추격에 맞서 한국 역시 더 빠른 속도로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이런 각도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죽이거나 약화시킨다면 13억 인구의 중국과는 아예 승부 자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