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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評] 화씨 9/11

진실은 외면하고「부시 때리기」로 일관한 선거 캠페인用 영화

김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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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 감독은 후세인 독재의 惡行에 대해서 철저히 눈을 감으면서, 미국內 계급 갈등을 조장한다. 그러나 9·11조사보고서는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영화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진실을 왜곡하는 左翼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 준다

金 光 東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大 정치외교학과·同 대학원 졸업. 한국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국회의원 보좌관, 美 스탠퍼드大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 고려大·숙명女大 강사 역임.
『화씨 9/11은 진실이 불타는 온도』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Fahrenheit) 9/11」이 지난 7월22일 개봉됐다.
 
  필자가 보기에 「화씨 9/11」은 제멋대로 달리는 자동차 같았다. 이 車는 제멋대로 좌충우돌하지만, 그 車를 모는 운전사의 목적은 분명했다. 그것은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낙선시키겠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근원에 있는 목적은 자기 자신을 正義를 실천하는 使徒(사도)로 美化시키는 것이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독설로 가득 차 있다.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왜 그런 바보를 뽑아서 나라를 이렇게 망쳐 놓았느냐』는 것이다.
 
  사실을 추적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본령이다. 그러나 무어 감독은 최소한의 객관과 균형이라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손끝만치도 없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목적의식만이 있을 뿐이다. 「화씨 9/11」은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선거 캠페인用 영화이다. 무어 감독은 지난 7월26일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찬조출연했다.
 
  이 영화에서 무어 감독의 역할은 단지 감독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영화 속에서 불쑥불쑥 등장해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는 「행동하는 양심」 역할을 한다. 의사당 앞에서 上·下院 의원들에게 이라크 전쟁에 그들의 자녀들을 보내라고 목청을 높인다. 의원들이 자신이 통과시킨 법의 내용조차 제대로 모른다면서 차량 스피커를 동원해 법을 읽어 준다. 감독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인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賞을 받았다.
 
  무어 감독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집중해서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가 처음 만든 영화 「로저와 나」는 그의 고향 미시간州 플린트라는 소도시에서 GM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만 명이 失職하고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는 상황을 그렸다. 이후 그는 미국 사회의 恥部(치부)를 드러내는 정치적 다큐멘터리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는 세계를 놀라게 했던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볼링 포 컬럼바인」(2002)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賞을 받았다.
 
  그가 쓴 책 「멍청한 백인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나의 장기 목표는 불공평하고, 부당하며, 非민주적인 미국의 경제 시스템을 뜯어 고치는 것』이라고 호언해 왔다.
 
  「화씨 9/11」이라는 제목은 J. 브래드버리가 1953년에 낸 소설 「화씨 451」에서 따온 것이다. 「화씨 451」은 소방관들이 책을 없애기 위해 도서관에 불을 지르는 암울한 미래 사회를 그린 것인데, 여기에서 화씨 451도란 책이 불타는 온도다.
 
  무어 감독은 『내 영화의 911은 진실이 불타는 온도』라면서 『잘못 선출된 부시 대통령의 무능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자유 및 시민권적 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을 상징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9·11 보고서에 의하면 무어의 주장은 근거 없어
 
  「화씨 9/11」은 2000년 미국 大選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도둑질당했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폭스뉴스 보도국장이었던 사촌동생 존 부시를 이용한 여론몰이,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지지층의 선거권 박탈 등 온갖 협잡을 통해 부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부시의 당선으로 9·11 테러를 포함한 미국의 재앙이 시작된 것처럼 이끌어 간다.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플로리다州의 한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 중이던 부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눈만 껌벅대고 앉아 있는 무능력자로 묘사된다. 테러 소식을 전해 들은 부시가 7분 동안 별 반응 없이 묵묵히 있는 표정을 보여 준다. 무어 감독은 『뭘 어째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이도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놀지 말고 일 좀 할걸』이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조롱을 해댄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인터뷰와 자료화면 등을 통해 부시 一家는 미국 경제에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王家 및 빈 라덴 一家, 칼라일 가문 등 미국의 부호들, 軍産 복합체와의 밀월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부시는 석유회사를 하면서 석유도 안 나오는 「헛구멍만 뚫는 것으로 유명」했는데도,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은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 王家와 빈 라덴 一家의 도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무어 감독은 9·11 직후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된 상황에서 빈 라덴 一族을 포함한 24명의 빈 라덴 관계자들이 유유히 미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며, 부시家가 석유사업을 할 때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라덴 一家로부터 10여 년간 14억 달러를 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美 의회에서 발표된 9·11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부시 대통령과 빈 라덴 一家 간에는 그 어떤 관계도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美 정보기관들의 테러 관련 정보수집이나 대책 수립에 문제가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테러 대응 과정이나 事後 처리 과정에서 그 어떤 과오도 없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보고서는 클린턴 대통령 당시에도 네 번에 걸쳐 정보기관의 테러 경고가 있었지만 그 심각성이 분명하지 않아 명확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주장은 惡意에 찬 근거 없는 비방일 뿐이다.
 
 
 
 전쟁 前 이라크는 낙원이었다?
 
   「화씨 9/11」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反戰영화이기도 하다. 무어 감독은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이 필요한 장면만을 따다 붙여 놓는다.
 
  먼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이라크가 마치 지상낙원이었던 것처럼 묘사한다. 행복하고 여유롭게 웃음을 나누는 이라크人들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어린이들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둑 위에서 연을 날리며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낙원」이 전쟁狂 부시가 일으킨 전쟁으로 지옥이 되었다는 것이다.
 
  무어 감독은 후세인 독재 30년 동안 벌어졌던 人權유린과 학살, 이란 및 쿠웨이트 침략, 후세인에 대한 우상화, 화학무기를 사용한 쿠르드族 학살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는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反人道的 정권을 옹호하고 美化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左翼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무어 감독은 철저히 계급적 思考에 입각해 세상을 본다. 영화에서 무어 감독은 되풀이해서 『미국에서는 인구의 10%가 대부분의 富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무어 감독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美軍들을 명분 없는 전쟁의 총알받이가 되어 버린 가난하고 실업률이 높은 지역 출신 젊은이들로 묘사한다.
 
  무어 감독은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계급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가난한 자들을 군인으로 동원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한다.
 
  그는 『내 고향 미시간州 출신 이라크 참전군인 중 거의 대부분이 서민층 자녀들이며, 자식을 전쟁터에 보낸 上·下院 의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富와 권력의 偏在(편재)를 비판한다. 무어 감독은 끔찍한 모습의 부상병들의 입을 통해 『왜 그런 바보를 뽑았는지 모르겠다』는 한탄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존 케리는 「화씨 9/11」 안 봐
 
  무어 감독은 뉴욕에서 「화씨 9/11」의 全세계 개봉을 앞두고 각국 특파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大選(11월2일)이 코앞에 닥쳐 부시 대통령 몰아내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숨겼다는 증거가 드러날 때까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지 말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 협조하는 全세계 지도자들은 그 나라 국민들이 응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美 「타임」誌는 무어 감독을 「선동가적 감독」이라고 규정하면서 『웃음, 눈물, 현장침투, 대결 국면, 추측 등 다섯 가지 전략을 통해 관객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씨 9/11」은 미국에서 흥행수입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넘어서는 등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동원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어 감독은 國論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이 하나의 마케팅 수법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J. Kerry)는 「화씨 9/11」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당선에 기여할 수 있는 영화지만, 진실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임을 표방하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國論을 분열시키는 이 영화에 內在되어 있는 위험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이 그만큼 성숙된 사회임을 보여 주는 징표이다.
 
  「화씨 9/11」은 전국에서 80개, 서울에서 18개 영화관에서 개봉됐다. 개봉 첫 주말에 2만9000명이 이 영화를 관람, 개봉관 관객점유율 7.89%를 기록했다. 정식 개봉 전에는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이 영화를 상영해, 이라크 파병에 비판적인 정치인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무어 감독은 「화씨 9/11」의 한국 개봉에 즈음해 한국 관객들에게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운동에 나설 것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의 영화가 진실, 논리, 영상적 美學 등은 상관없이 부시 美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는 사람이 보기에 딱 알맞은 프로파간다(정치선전) 영화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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