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공감대] 美 의회가 나서서「탈북자 수용법안」立法 추진 중…언론·NGO·종교단체 합세 : 월간조선

그동안 인권·종교단체가 꾸준히 관심을 환기시켜 온 탈북자 문제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對北정책으로 구체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美 의회 상원에서 샘 브라운백(Sam Brownback·공화당) 외교위원회 東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의 주도로 脫北者(탈북자)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법안이 통과됐다. 이는 그동안 NGO(非정부단체)의 영역에 머물던 탈북자 문제가 미국 행정부나 의회의 對北정책으로 승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탈북자 수용법안」의 통과는 미국 의회가 탈북자 이슈를 향후 對北정책의 중요한 틀로 사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관련 법안이 美 의회 하원도 통과, 입법이 확정되면 대규모 脫北을 촉발시켜 북한체제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 외에도 7월 초 미국 상원 공화당 정책위원회는 조선민주통일구국전선 공동의장 직함을 갖고 있는 朴甲東(박갑동)씨를 워싱턴에 초청, 강연을 들었다. 朴씨는 해방 전후에 남로당 활동을 하다 월북한 후, 1950년대 金日成이 남로당 출신을 숙청할 당시 북한을 탈출한 인물이다. 黃長燁前 북한 노동당 비서가 오는 9월쯤 미국을 방문, 美 의회에서 증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미국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북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최근 美 의회를 중심으로 탈북자와 관련한 활동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샘 브라운백 美 상원 외교위원회 東亞太小委 위원장의 주도로 통과된 탈북자 법안은 모두 2조로 구성된 매우 간단하고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대한민국이 모두 세 차례나 등장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큰 연관성을 갖고 있어 그 全文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全文

북한 주민에게 난민 지위나 망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함(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통과돼야 발효될 수 있음).

1조(목적)

이 법은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 향유될 수도 있는 시민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난민 지위나 미국으로 망명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금지돼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은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 헌법下에서 향유할 수도 있는 시민권을 손상시키기 위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2조(북한 주민들에 대한 대우)

북한 주민들이 이민 및 국적법 207조의 난민 지위 규정, 같은 법 208조의 망명 규정에 해당되는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탈북자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동안 탈북자는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돼 미국법에 따라 난민 지위를 부여하거나, 망명을 허용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주변 島嶼(도서)로 규정함에 따라, 북한 주민은 자동적으로 한국 국민으로 간주해 왔다. 이 법안은 바로 탈북자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거나 망명을 허용하기 위해서 탈북자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에 숨어 있는 의미는 대한민국 헌법이 탈북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만큼, 미국이 나서서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하나, 어디서도 이러한 반응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음에 따라 논쟁 자체가 생겨나지도 못한 것이다.

이 법안은 상원에서는 통과됐으며 하원에서는 현재 국제관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에서는 상하원이 통합법률안을 만들어 합동회의에서 통과시켜야 입법이 완료되므로, 이제 막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미국은 사실상 해외주재 대사관을 통한 탈북자들의 망명을 원천봉쇄해 왔기에 이 법안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작년 6월 미국 국무부의 아서 듀이 차관보는 미국 대사관을 통한 탈북자나 난민의 망명 불허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해외의 어떤 (미국의) 외교 공관도 신원미상의 인물이 침입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외교관들은 미국의 외교단지에 들어온 망명추구자들에게 망명을 허용하도록 인가돼 있지 않다』

하지만, 탈북자 수용법안이 통과될 경우, 美 국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을 주도한 브라운백 위원장은 올해 47세로 캔사스주립大에서 농경제학을 전공한 후, 캔사스大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캔사스 州정부 농림장관을 지내고 1994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1996년 밥 돌 상원의원의 사임으로 실시된 보궐선거에 출마, 상원의원이 됐으며, 1998년 再選에 성공, 美 상원외교위원회에서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7월31일 「북한 경제의 부패」를 주제로 하여 열린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피력했다.

『북한은 불법적이고 타락한 방법으로 수입을 올리는 데 놀랄 정도로 능숙하다. 미사일과 核기술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는 평양에 큰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또, 마약 거래는 또 다른 돈벌이가 되는 투기사업이다. 화폐 위조, 매춘, 그리고 코뿔소 뿔처럼 금지된 동물 부위를 판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생존하게 해 온 리더십의 일부다』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 『大탈출이 동독을 무너뜨렸듯이…』

브라운백 小委 위원장의 「탈북자 지원법안」은 미국 정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리처드 루거(Richard Lugar) 상원 외교위원장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루거 위원장은 7월17일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된 기고문 「한국의 재앙(A Korean Catastrophe)」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일부 탈북자들이 미국에 再정착하는 것을 허가하고, 동맹국들도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만약 이런 조치가 강제수용소 같은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주민의 탈출을 유발한다면,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이는 북한에 계속 압박을 가하는 것이 될 수 있다. 1989년 동독의 대규모 탈출사태가 동독을 무너뜨린 것처럼, 평양 정권의 붕괴를 재촉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난민을 돕는 국제적 조치들은 북한 정권의 조직적인 인권유린과 주민들의 기본적 요구를 터무니없이 무시하는 데 대해 全세계가 결코 모른 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북한 정권에 보여 주는 분명한 신호가 될 것이다.

이런 일은 매우 올바른 일인 만큼 우리는 탈북자들에게 再정착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이 제안은 논쟁적인 것이다. 일부 제안은 북한이 반대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일부 동맹국과 동반자국의 반대에도 부딪힐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들이 행동하지 못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미국이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때다』

루거 위원장이 일부 동맹국과 동반자국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바로 한국과 중국을 염두에 둔 말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韓美 양국이 전혀 「코드」가 맞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한국의 정치인들에 비해서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고, 관심사안에 대한 연구활동을 비교적 열심히 하는 편이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특정 사안을 심사숙고한 후,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그 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루거 위원장이 탈북자 문제를 『일부 동맹국과 동반자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미국이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말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가 향후 탈북자 문제에 대해 강한 관심을 갖고, 이를 탈북자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루거 위원장은 美 의회에서 강력한 추진력의 상징이다. 그는 1990년 소련이 몰락한 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에 散在(산재)한 대량살상무기를 축소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샘 넌 상원의원과 함께, 「넌-루거」 프로젝트를 발의, 입법화했다. 넌-루거 프로젝트에 따라 1998년까지 약 24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예산이 소요됐으며,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통제가 느슨해진 핵무기(Loose Nukes)」를 철저히 통제했다.

윌리엄 페리 前 국방장관(現 스탠퍼드大 교수)과 국방부 차관보로 그를 보좌했던 애쉬턴 카터 하버드大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가 공동저술한 「예방적 방어(Preventive Defense)」는 루거 위원장의 추진력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1991년 11월28일 루거 상원의원의 사무실에서 舊소련의 대량살상무기를 통제하자는 법안 초안이 만들어진 지 불과 9일 후에 넌-루거 국방법 수정안이 상원을 찬성 86표, 반대 8표로 통과했다. 레스 아스핀 당시 국방장관은 하원에서 필요한 지지를 모았고, 그 법안은 얼마되지 않아 한 목소리로 하원을 통과했다. (중략) 아직까지 舊소련 핵무기는 통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공훈은 샘 넌,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과 그들의 시의적절한 예방적 방어 정책 비전에 돌아가야 한다』

美 의회 외에도 미국 정부 관련 단체와 인권·종교단체들이 탈북자 문제의 이슈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탈북자 관련 뉴스가 미국에서 쏟아져 나왔다.

미국 민주주의 기부재단(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은 지난 7월16일 탈북자 세 명에게 「2003년 민주주의 상」을 수여했다. 강철환, 안혁, 이순옥씨가 그 주인공이고, 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 이사장도 함께 상을 받았다.

민주주의 기부재단은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 일하는 非영리 독립단체지만, 미국 국무부를 통해 美 의회로부터 대부분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사실상 미국의 관변단체라고 할 수 있다. 탈북자가 미국 행정부, 의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단체로부터 상을 받았다는 것은 가볍게 넘겨 볼 일이 아니다.

美 언론, 『북한과 일단 대화하되 여의치 않으면 강경책으로!』

NED는 시상식 날, 북한 인권 세미나를 함께 개최됐다. 세미나의 주제는 「강제노동 수용소, 기근, 난민: 긴급한 북한의 인권 위기상황」. 이날 행사에는 진 커크패트릭(Jeane Kirkpatrick) 美 인권담당대사, 샘 브라운백 美 상원 외교위원회 東亞太小委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어 7월 말에는 미국의 20여 인권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이 중심이 돼 북한자유연합(NKFC)을 결성했다. 이들은 북한 인권신장, 민주화 등을 명시한 「한반도의 안보와 민주주의 법안」의 입법화 운동을 천명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정치범 수용소와 이산가족 재회 등을 외국의 경제적 지원과 연계시켜, 북한 내의 인권상황 진전 없이는 경제적 지원을 불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적인 지원은 이 법안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마이클 호로위츠(Michael Horowitz)씨는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으로 인권 및 자유종교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호로위츠 수석연구원은 여러 차례 발표문과 인터뷰를 통해 그의 목표가 사실상 「북한 정권의 붕괴」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강철환씨는 워싱턴 포스트 7월13일자의 「북한의 核위협을 넘어서(Beyond nuclear blackmail)」라는 기고문에서 金正日 체제의 잔혹성과 심각한 인권유린 상황을 미국에 알렸다.

그렇다면, 왜 탈북자 문제가 워싱턴에서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戰에서 승리했지만, 얻은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와 의회, 기업들은 확산된 反美감정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입장이다.

특히 후세인 정권의 잔당들이 게릴라戰을 지속화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입장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8일 발표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달에 비해 5% 포인트가 하락한 53%에 불과했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이라크戰 이후 국제 및 국내여론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對北정책의 기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탈북자는 이미 그 자체가 정치화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분명 그 본질은 인권문제이지만, 정치적 해결에 따라 탈북자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입장에서 탈북자 문제는 여러 면에서 다용도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북한 核위기가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는 문제인 만큼, 북한의 인권 및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세계의 여론을 협상에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다.

탈북자 문제가 세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경우, 이를 통해 북한을 간접 압박할 수 있고, 공화당 매파의 희망대로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바라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多者회담을 전개시켜 나가면서, 북한이 순응하지 않을 경우, 상징적인 의미에서 일부 탈북자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美 상원에서 탈북자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바로 이런 움직임과 선이 닿아 있다.

특히 미국의 주요 언론이 앞장서서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행태에 대해 넌더리를 내고 있는 미국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이렇다 할 對北정책을 구사하지 못하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도 탐탁해하지 않지만, 불과 10년 만에 다시 核위기를 조성한 북한에 대해도 무척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북한에 속지 않을 준비

그동안 미국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 왔던 신문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얼마 전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지난 7월10일 「북한의 완고함을 보여 주는 서류철(Files show a stubborn North Korea)」이라는 기사에서 북한에 대해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 봤자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워싱턴 우드로 윌슨 연구소의 「냉전시대의 국제적 역사 프로젝트」에서 한국 관련 작업을 하고 있는 캐스린 웨더스비(Kathryn Weathersby)의 말을 인용, 『(이번에 발굴한) 서류철들은 북한이 얼마나 (외세에) 의존했으며, 충분한 원조를 받아내는 데 기막힌 수완이 있었음을 입증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수 십 년 동안 대규모 원조를 했지만, 아주 제한된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북한에는 오래된 패턴이 있다. 그들은 소련과 중국하고 했던 똑같은 게임을 (미국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 신문은 소련의 붕괴 이후, 모스크바와 다른 동맹국으로부터의 원조가 중단되자, 북한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과거의 敵인 미국, 한국, 일본 등으로부터 뜯어내려 한다고 보도했다. 평양에 주재했던 외교관들에 의해 작성된 보고서들은 북한이, 소련이나 중국이 金日成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영향을 미치려 했던 것을 좌절시켰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나, 그 뉘앙스는 다소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 정부처럼 대화로 北核위기를 풀어야 한다는 논조 대신 일단 북한과의 협상에서 최선을 다한 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마지막 강경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복선을 깔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이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하기 시작한 것은 독일이 통일될 때, 동독에서의 대규모 탈출이 단초가 된 것을 연상시킨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12월11일 『미국은 북한으로부터의 난민 유출을 촉진하도록 재촉받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탈북자 문제를 동독의 붕괴와 연관시켰다.

『1989년, 헝가리는 이곳에서 휴가 중인 수천, 수만 명의 동독인들이 공산주의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철조망이 쳐진 경계선을 잘라 버렸다. 동독 난민들의 물결은 홍수처럼 범람했고, 동독의 몰락을 촉진했을 뿐만 아니라 철의 장막도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많은 관료들과 정책전문가, 법률가들은 북한 내부에서 이와 비슷한 연쇄반응이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동독과 북한, 닮은꼴 되나

당시 헝가리의 국경 개방정책에 고무돼, 3일 만에 동독 시민 1만5000명이 국경을 넘었고, 이는 동독의 붕괴를 가져왔다.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함에 따라 북한은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7월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탈북자와 관련한 논평」.

『최근 미국에서는 이른바 「北난민구호법안」이라는 것을 국회 상원에서 통과시키는 등 우리의 있지도 않는 「인권문제」라는 것을 對조선 압살책동의 또 하나의 구실로 삼으려고 비렬하게 책동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그 무슨 「핵문제」라는 것이 우리에게 통하지 않게 되자 이번에는 「탈북자」들을 내세워 우리의 이른바 「인권」과 「난민」 문제라는 것을 내들고 공화국의 영상을 흐리게 하고 권위를 훼손시켜 보려는 어리석은 모략책동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인권이 무참히 유린되고 난민이 범람하는 세상은 다름 아닌 미국이며,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전쟁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숱한 난민을 産生(산생)시키고 있는 것도 바로 미국이다. 이러한 미국이 범죄자들을 내세워 우리 공화국에 「인권 문제」의 딱지를 붙이려 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할 경우,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악몽으로 여기고 있다. 당연히 미국의 움직임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현재 북한이 사용하는 원유의 70%와 식량·곡물의 40%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기를 꺼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의 인권단체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탈북자 문제와 관련,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한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미국 국방포럼재단 회장이자 북한인권위원회 일을 담당하고 있는 수잔 숄티(Suzanne Sholte)는 지난해 10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 「국경의 잔혹함(Border Brutality)」을 통해서 중국에 요구해야 할 것과 중국에 가할 수 있는 압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는 중국이 계속해서 북한의 살인정권을 돕고, 부추기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중국에 모든 북한 난민의 송환을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우리는 중국이 유엔고등난민판무관실(UNHCR)이 중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중국이 이미 조인한 국제(난민)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경제적인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세계의 모든 자유 국민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요청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2008년 올림픽 게임을 유치할 다른 도시를 찾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

北京올림픽을 對中 압력 수단으로

그의 지적대로 중국은 2008년 北京올림픽 게임의 성공에 모든 것을 내걸고 있다. 중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서부 대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서방 선진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런 약한 고리를 잡고, 全세계가 강한 압력을 넣을 경우 중국의 입장이 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많다. 뉴욕 타임스에 보도된 한 인권단체 회원의 말처럼 중국은 결코 수천, 수만의 난민이 체류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나 그들이 불과 수주일만 중국에 머물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간다면, 중국이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관련된 탈북자 이슈를 제기하는 데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2단계 北核위기 해결방법을 제시했던 하버드大 벨퍼 연구소 존 박(John Park) 연구원도 그중의 한 명이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제기된 탈북자 이슈가 중국이, 北核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운백-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주도의 탈북자 지원법 외에도 미국은 중국이 북한 核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 두 가지 제안은 상호 양립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두 가지 제안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미국 정부는 어떤 제안이 동북아 정책에서 더 중요한지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 만약, 미국의 핵심 목표가 북한 核위기를 포괄적이고, 분명하게 종식시키는 것이라면, 중국이 외교적 주도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탈북자들의 대규모 탈출을 고무시키고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정권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훨씬 더 구체적인 정책적 선택이다. 탈북자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만약 核위기가 변화를 위한 중국식 「로드맵」에 의해 해결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훨씬 더 빨리 끝날 것이다』

그의 분석은 중국이 일단 시급한 북한 核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도록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엄밀하게 말해 탈북자와 북한 核문제는 상관관계가 적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대로 탈북자 정책이 중국이 北核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탈북자 카드」가 반드시 중국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즉 탈북자 문제는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가 더 이슈화되는 것이 싫다면 빨리 북한을 압박해서 核문제를 해결하라는 외교적 카드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李濱(이빈)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李濱 대사는 7월22일 崔秉烈(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원래 미국 대사관이나 일본 영사관은 탈북자를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미국 대사관 쪽에서 탈북자를 받는다고 했기 때문에 중국도 이러한 새로운 경향을 고려해서 좀더 깊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그동안 중국에서 누누이 밝혀 온 원칙과는 다르기에 중국의 본심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경제적 이주민(economic migrants)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변수는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큰 걸림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실적인 방안 중의 하나는 자선단체 머시코 인터내셔널(Mercy Corps International)의 창립자인 엘스워스 컬버(Ellsworth Culver)가 제안한 정책제안이다. 그가 올해 초, 시카고大와 브루킹스연구소가 후원한 「미국의 對한반도 정책 태스크 포스 세미나」에서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중국과 북한은 중국에 있는 북한 이주민(migrants)과 북한으로 송환된 이들에 대해 음식, 의료 및 다른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고 감시하기 위한 인도적 접근을 확대하도록 촉구돼야 한다.

▲중국은 더 항구적이고, 인간적인 해결책에 매달리면서, 북한 이주민과 망명추구자들의 강제송환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즉각 선언하도록 촉구돼야 한다.

▲북한은 허가 없이 自國 영토를 떠나거나 돌아오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모든 법을 폐지하도록 촉구돼야 한다.

▲북한은 유엔의 인권담당 보고자와 실무그룹이 강제억류, 고문, 학대, 종교적 자유, 여성에 대한 폭력, 표현의 자유를 담당할 유엔의 인권담당 보고자와 실무그룹이 접근할 수 있도록 촉구돼야 한다. 또, 북한이 유엔의 인권조약의 의무사항을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주장에 따라 북한 주민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을 피하고 경제적 이주민(economic migrants)이라는 개념을 인정하는 대신, 중국이 탈북자를 송환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도록 촉구한 것이 그 골자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적 제안들은 거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한국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韓美 간 接點 찾기 어려워

특히 좌파적 성향의 金大中·盧武鉉 정부가 들어선 후, 韓美 양국 간 틈이 벌어짐에 따라,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아시아재단 한국지부장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 「위기의 북한 (North Korea on the edge)」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의 전통적인 생각과는 달리, 북한의 협상 스타일과 목적은 일관성이 있고, 모두 뚜렷이 예상할 수 있는 패턴들이다. 오히려, 미국과 한국 간 협상 접근법의 非일관성과 협력不在, 그리고 한반도에 대한 미국 국방력의 규모와 이해관계에 비춰 볼 때, 북한에 대해 산발적이고 우발적인 관심 등이 美北 간 협상방정식을 「非이성적」이거나 「미친」 것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소들이다』고 말했다.

그의 분석처럼 양국 간 對北정책에 대한 협상접근법에 대한 협력不在는 탈북자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의 입장과는 달리,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떻게 해서든 탈북자 문제가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丁世鉉(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21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강연에서 『탈북자들이 미국에 再정착하는 것을 허가하고, 동맹국들도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리처드 루거 상원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응답했다.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北核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관련국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는데도 평균 3~4년이 걸리는데 바로 미국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쉬울지, 그런 주장이 실효성이 있겠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기피하는 것은 남북협상에서 6·25 전쟁과 그 이후의 피랍자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탈북자 문제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기에는 이 문제가 갖는 含意(함의)가 너무나 크지만, 정부는 이를 논의할 자세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다른 나라들은 인도주의적인 관점이나 전략적인 차원에서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 정부는 북한 눈치를 보느라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점화하고 있는 탈북자 문제는 당분간 美 공화당이 주축이 된 의회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당분간」 북한과의 협상을 진행하므로 탈북자와 관련된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美 의회가 이를 주로 맡고, 민간단체와 언론에서 탈북자 문제를 주요 이슈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탈북자 문제의 해결책은 미국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해답은 북한의 지배자인 金正日이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