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尹永寬 외교부 장관
이런 난맥상이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은 盧대통령이 통일·외교 사안에 관한 말을 너무 많이 함으로써 이를 받아들인 관계 부처들이 서로 다른 해석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북한 核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미국·북한·중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3者회담에, 우리가 참여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3者회담의 개최가 공식화된 4월16일 尹永寬(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의 참여가 없는 자리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참여하지 않고는 회담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만큼 우리의 참여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羅鍾一(나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4월30일 『3者건 兩者건 多者건 간에 실질적인 진전이 중요하지, 우리가 여기에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 또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런 혼선은 盧대통령에 의해 증폭됐다. 盧대통령은 지난 5월1일 MBC 100분 토론에서 『정부內에서 3者회담의 참여문제를 두고 이견이 좀 있었다』며 『3者회담에 참여하면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고, 참여 안 하면 그렇지 않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외교부 장관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처음부터 억지로 참여하려 하면서 판을 깨지 말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마자 외교부는 일단 『대통령의 발언은 초기 참여에 대해 지나치게 연연해 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당시 상당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지적이 신중치 못했다며 비판론을 제기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북측에 요구하고, 우리도 제10차 남북 장관급회담(4.27~30)에서 북측에 우리의 참여를 강력히 주장한 마당에, 대통령이 「우리가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엇박자는 지난 5월14일 韓美 頂上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北核 문제의 성공적이고 포괄적 해결에 있어 한국과 일본이 필수적』이라는 문구로 인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北核과 관련된 정부內 혼선은 韓美 공동성명에서의 남북 교류·협력과 北核의 연계 방침을 둘러싸고도 표면화됐다. 당초 통일부 측은 韓美 頂上회담에 앞서 『남북 협력사업과 정치적 상황의 연계는 정부 방침이 아니다』고 말한 반면, 외교부 측은 『우리가 對北 경협을 核문제와 연계시키지 않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혀 입장을 달리했다.
韓美 頂上회담에서 외교부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고, 이에 따라 韓美 공동성명에는 『향후 남북 교류와 협력을 북한 核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구절이 삽입되자, 통일부 측은 『核문제가 실제로 심각해지면 남북관계도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北核과 교류·협력의 연계는 향후 가정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丁世鉉(정세현) 통일부 장관도 5월19일 국회 對정부 답변 과정에서 盧대통령이 남북 교류·협력과 北核 문제를 연계한 것은 金大中 정부의 政經분리 원칙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盧대통령의) 평화번영 정책은 근본적으로 화해협력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차원을 높이는 것이라 근본적인 수정은 필요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비슷한 맥락에서 장관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또다른 장관은 대통령을 비호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발단은 盧대통령이 방미 중이던 5월16일 『북한은 나의 이번 미국 방문 중에 (한반도)비핵화선언의 무효를 선언했다』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이는 북한이 5월12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詳報(상보)를 통해 『미국의 악랄한 對조선 적대시정책과 核압살 책동에 의해 조선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백지화됐다』고 발표한 데 근거를 둔 것이었다.
丁통일부 장관은 5월19일 야당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문장을 정확히 읽어야죠. 12일 (중앙통신) 상보 내용은 主語(주어)가 미국 행정부로, 비핵화선언을 미국이 백지화시켰지 북한이 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선언을) 백지화했다고 보지 않으며 정부는 지금도 비핵화선언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尹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기자 간담회에서 『盧대통령의 언급은 북한 측이 비핵화선언을 기본적으로 무효라고 선언하고 나왔다는 관점에서 중요하며, 이 점에 초점이 모아져 대통령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대통령을 두둔했다.
또 다른 사례는 盧대통령과 조지 W. 부시 美 대통령의 頂上회담 이후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된 것이다. 韓美 양국이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안보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추진한다』는 공동성명의 내용을 놓고 우리 정부內에서조차 해석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당시 車榮九(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美 제2사단의 이전 논의를 일단 유보시킨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리가 줄곧 요구해 왔던 대로 북한 核문제의 해결 가닥이 잡힐 때까지 2사단의 후방 배치 문제에 관한 논의 자체를 유보한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尹永寬 외교장관은 5월18일 KBS-1TV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 『韓美 공동성명은 漢水(한수) 이북 美 2사단 이전을 추진은 하되 한국의 정치·경제·안보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내용에 약간의 오해가 있다』며 『이전이 유보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갈등 때문에 도대체 어떤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인지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6월1일 방한했던 폴 울포비츠 美 국방부 부장관이 『미국은 北核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미군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에 의해 정리되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일부 부처가 합리적으로 결정한 내용을, 윗선에서 뒤집음으로써 국내외적 혼선과 더불어 『과연 우리에게 외교라는 것이 있느냐』는 자조섞인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지난 4월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9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상황 규탄 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불참했던 것은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무부서인 외교부는 4월 초 인권을 중시하는 국제적 규범과 연간 탈북자가 1000명을 넘는 상황을 고려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만은 없다는 관점에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었다.
그렇지만 외교부의 이런 계획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심의과정에서 최고위층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며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찬성표는커녕, 돌연 불참으로 결정이 뒤바뀌는 곡절을 겪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 정부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결의안은 찬성 28, 반대 10, 기권 10, 불참 5의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돼 우리 정부의 외교는 큰 「상처」를 입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 외교가 난맥상을 노출하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를 조속히 바로잡지 못할 경우 외교의 핵심개념인 국가이익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