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4월 초순까지는 우리 정부의 결의안 표결 찬성에 관한 방침을 잠정적으로 확정짓고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청와대의 승인을 받는 절차에 들어갔다.
외교부로부터 유엔 인권委에서 우리가 취할 입장을 전해받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羅鍾一(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인권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가고, 북한의 반발 등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북한 인권규탄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찬성표를 던질 경우 지금까지 명목상으로나마 유지돼 오던 장관급 회담 채널, 민간차원의 경제 협력, 금강산 관광 등 남북대화의 실마리마저 끊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 현안 해결 과정에서 우리가 또다시 소외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인권결의안을 유럽연합이 발의한 만큼 북한이 미국과 함께 유럽연합과의 대화채널을 중단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의 외부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고 한다.
4월 말 중국 北京(북경)에서 예정된 北核 문제를 위한 3者회담의 분위기를 깨서는 안 된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때문에 표결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외교부의 찬성안은 유보됐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때 결의안에 대해 입장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던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 정부의 견해를 물어 왔고, 한국 정부가 찬성한다면 자신들도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입장이 확고해짐에 따라, 「반대할 것인가」, 「기권할 것인가」, 아니면 「참석하지 않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내부 협의를 벌였다. 우선 반대표를 던질 경우, 우리의 인권 외교 노력이라든가 국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권의 경우, 의사규칙상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닌, 입장표명을 유보하는 행위이지만 「사실상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돼 앞으로 우리 정부가 취할 옵션에 제약을 받을 수 있고, 국제사회로부터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결의안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북한과의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고, 국제사회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곤혹스러움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4월16일의 결의안 표결에는 53개 인권위원회 위원국 가운데 한국 등이 불참하고 48개국이 참여해 찬성 28, 반대 10, 기권 10표로 북한 인권규탄결의안은 통과됐다.
UN 인권委에서의 표결과정을 지켜본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인권결의안에 옛 동구권 국가들인 불가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체코·헝가리 등이 공개 지지한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외교는 수준 미달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우리도 국제사회의 기준에 걸맞은 외교와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할 때가 된 것 아니냐 』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