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의 대표적인 북한통
북한이나 이라크 같은 독재국가를 취재하는 언론은 독재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갖기 위해 진실보도를 회피해야 하는가. 언론은 취재와 관련해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이 최근 미국에서 벌어졌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끝날 무렵인 지난 4월11일, 뉴욕 타임스의 사설-여론(Op-Ed) 면에는 미국 케이블 뉴스방송인 CNN의 이슨 조던(Eason Jordan) 보도본부장(Chief news executive)의 충격적인 기고문이 실렸다. 기고문 제목은 「우리들만 알고 있었던 뉴스(The news we kept to ourselves)」.
그는 이 글에서 지난 12년 동안 후세인 정부의 살인·고문·인권침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으면서도 관련된 이라크인들의 안전을 우려해 보도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즉각 CNN이 바그다드 지국을 유지하기 위해 독재자의 살인과 고문을 모른 체했다는 비판이 미국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특이하게도 한국에는 이 논란이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기자는 이번 논쟁을 「취재원과 기자」라는 관점 외에도 조던 본부장이 북한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논쟁을 일으킨 조던 본부장은 CNN의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1994년부터 1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으며, 金正日을 인터뷰했었다. 지난해 9월 서울을 방문,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두 차례 직접 만나 본 金正日 위원장은 실용주의적 개방주의자』라고 말했으며, 『CNN은 북한의 개방을 확신했기에 5년 전부터 평양주재 특파원의 파견을 추진했고, 조만간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CNN에게 「신뢰성」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어느 곳에서든 우리는 「접근」을 위해 타협하거나 「언론의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 홈페이지(http://www.cnn.com/ CNN/anchors_reporters/jordan.eason.html)에는 그가 1982년 CNN에 경력기자로 입사, 북한을 포함 약 60여 개 국가에서 취재활동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조던의 지휘하에 바그다드, 서울, 베이루트 등 10여 개의 지국을 개설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실상 CNN의 해외취재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는 이런 이유로 조던 본부장을 둘러싼 논쟁이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성이 있다고 판단, 이를 소개한다.
외국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自國民들을 위협한 이라크 비밀경찰
우선, 이번 논쟁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던 본부장의 기고문을 일독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그의 기고문 全文을 번역한 것이다.
〈우리들만 알고 있었던 뉴스
지난 12년 동안 나는 CNN 바그다드 지국을 유지하기 위한 로비를 하고, 이라크 지도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바그다드를 13차례 방문했다. 나는 이라크를 방문할 때마다 내가 보고 들은 무서운 것을 보도할 수 없어서 점점 더 괴로워했다. 왜냐하면, 내가 듣고 본 것을 보도하는 것이 이라크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CNN 바그다드 지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중반, 우리 지국에서 일하던 카메라맨 한 명이 납치됐었다. 수 주일 동안 비밀 정보기관의 지하실에서 폭행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그가, 내가 미국 CIA의 이라크 지부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라크 정부의 의심을 확인해 주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CNN 바그다드 지국은 CNN 직원에 대한 고문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그를 죽게 하고, 그의 가족과 동료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보도하지 않았다.
이라크에서 외국언론사에 근무한다는 사실은 어떤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라크의 비밀경찰은 외국 언론기관의 정확한 보도를 위해 일하는 용감한 이라크인들을 위협해 왔다. 그 중의 몇몇은 사라졌으며, 다시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은 사라졌다가 나중에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타나곤 했다.
물론, 다른 언론사도 (고문을 당한) 이라크 직원들에 대해 보도하려고 할 때, CNN과 같은 이유로 속박당했다.
우리는 또, CNN의 보도가 우리 직원이 아닌 다른 이라크인들을 위험하게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을 해야 했다. 1995년 사담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는 망명한 자신의 두 매형과 망명을 허용한 후세인 요르단 왕을 암살하려 했다고 나에게 말했는데, CNN은 이를 보도하지 못했다. 만약 CNN이 이를 보도했다면 우다이는 자신과 나의 대화에 유일하게 배석했던 이라크인 통역사를 살해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비밀 경찰요원들은 심지어 정보부의 고위간부들을 단속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문당한 간부는 한동안 거의 모든 손톱이 빠져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요르단에 알려야겠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느꼈고, 다음날 이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나 후세인 국왕은 이를 망나니의 호언으로 간주하고 무시해 버렸다. 그 후 몇 달이 지난 후, 우다이는 그의 두 매형을 바그다드로 들어오도록 꾀었고, 결국 그들은 살해당했다.
나는 이라크의 몇몇 관리들과 깊이 사귀게 됐는데, 그들로부터 사담 후세인은 제거돼야 할 미치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라크 외무부의 한 관리는 『후세인 정권에 의해서 형제 한 명이 처형된 내 동료는 충성심을 검증받기 위해 사담 후세인을 찬양하는 편지를 쓰도록 강요받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루는 우다이의 한 비서가 왜 자신의 앞니가 없는지를 이야기해 줬다. 우다이의 측근들이 펜치로 앞니를 뽑아 버리고, 틀니를 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는 것이다. 우다이를 화나게 한 그 죄값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내게 말한 것 중 어느 것도 보도할 수 없었다.
찢겨진 시체
지난해 12월, 나는 무하마드 사이드 말사프 정보부 장관에게 CNN 바그다드 지국에서 쿠르드族이 장악하고 있는 北이라크 지역을 취재하러 간다고 말하자, 그는 『매우 혹독한 결과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CNN은 지난 3월 이 지역에 취재를 나갔다. 이때 쿠르드族의 관리들은 에르빌에 있는 우리 숙소에 대한 (이라크의) 무장공격을 좌절시켰다는 증거를 우리에게 제시했다. 비디오로 녹화된 물증에서 이라크 정보요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두 명은, 바그다드의 상관이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美 CIA와 이스라엘 요원들이 투숙하고 있다는 정보를 (자신에게) 줬다고 밝혔다. 쿠르드族은 그 이라크 정보요원들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거절했다. 바그다드의 우리 지국 요원들의 생명에 위협이 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직도 보도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있는데, 이는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스라르 쿼반디라는 31세 된 쿠웨이트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1990년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의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됐었다. 그의 죄목 중의 하나는 CNN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거의 두 달 동안 매일같이 그녀를 폭행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폭행당하는 현장을 지켜보도록 강요당했다.
1991년 1월 미국 주도의 공격 전야에 그들은 그녀의 두개골을 박살 내고,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그녀의 찢겨진 시신은 그녀의 집 앞에 비닐봉지에 담긴 채 버려졌다.
나는 그동안 이런 이야기들을 내 안에 간직하고 있느라 무서움을 느꼈다. 이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사라졌다. 나는 앞으로 고난의 시대에 일어났던 많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침내 이런 사연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됐다>
CNN에 쏟아지는 비난들
조던 본부장의 이 기고문은 우선 독자들의 반발을 샀다. 뉴욕 타임스의 독자란에는 『CNN은 시청자와 이라크인을 기만했고, 존재의 이유를 저버렸다』, 『CNN이 직원을 보호하는 것과 이라크 정부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보도한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CNN이 객관성을 가장해서, 이라크 정부의 인질이 된 채 보도를 했었다』는 등의 비판이 많았다. 『조던이 고백할 수 있었던 용기를 칭찬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이는 소수였다.
뉴욕 타임스는 조던의 기고문이 실린 뒤 4일 후인 4월15일 「CNN의 고문에 대한 침묵이 비판받고 있다」는 제목으로 후속보도를 했다.
NYT에 따르면, 코네티컷州의 퀴니피액 대학의 빌 맥로글린 교수는 『CNN이 이라크인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고도 그런 사실을 보도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포인터 연구소 윤리프로그램의 밥 스틸 소장은 『CNN이 바그다드에서 계속 보도하기 위한 권리를 얻기 위해 보도할 수 있는 능력과 거래를 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4월15일 「진실 말하기(Truth-telling)」라는 社說을 통해서 CNN과 조던 본부장을 비판했다. 다음은 이 社說의 주요 부분.
<조던 본부장의 기고문은 특별히 CNN이 중동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 과거 CNN은 세계에서 미국의 목소리로 인식됐었다. 만약, CNN이 후세인 정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충분히 폭로하지 않고, 온화하고 비판적이지 않은 보도를 했다면, 그것은 후세인 정권이 아랍 세계나 외국에 사실보다 더 잔혹하게 인식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문제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후세인 정권의 본질에 반해 CNN의 보도는 매우 신중하고 (후세인 정권에)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 선거에서 사담 후세인이 100%의 지지로 당선됐을 때, 이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라고 해석됐었다.
만약 CNN이 후세인 아들 우다이를 분노하게 한 보복으로 모든 앞니가 빠진 이라크 관리를 취재했던 사실을 보도했다고 하자. 그랬다면, 후세인의 선거관련 보도를 들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라크 선거 결과와 이라크 시민들이 만장일치 지지를 하도록 공포를 가한 정권에 대해서 다르게 느꼈을 것이다>
「무서운 진실이 보도됐다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을 것」
워싱턴 타임스는 4월14일 「CNN은 알고 있었다(CNN knew)」라는 社說을 게재, 조던 본부장의 경질을 촉구했다. 다음은 워싱턴 타임스 사설의 주요 부분.
<全세계적 보도망을 갖춘 유일한 TV 네트워크 CNN의 조던 본부장은 무서운 진실을 소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세계 유일의 인물이었다. 더욱이, 무서운 진실은 뉴스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보도됐다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을 것이다.
만약 CNN이 「후세인은 제거되어야 할 미치광이」라는 말을 이라크 정부 관리들로부터 들은 사실을 보도했다면, 지난 겨울 유엔에서의 이라크에 대한 토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가 접한 CNN 보도는 진실과 이라크 선전기관의 요구 가운데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췄다는 사실을 조던 본부장 덕분에 알게 되었다.
도덕적으로 둔감한 CNN 뉴스 본부장의 부주의한 펜을 통해서 CNN이 보도하는 것은 항상 거짓된 이미지였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CNN은 이윤을 위해 후세인과 거래를 하면서 노골적인 선전을 해왔다. CNN이 정직한, 새로운 뉴스 본부장을 임명하기 전에는, 현명한 시청자들은 CNN이 현재와 미래에 외국의 수도에서 보도하는 것을 전혀 믿지 않을 것이다>
조던 본부장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것에 비례해서 그를 옹호하는 발언과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BBC의 마이클 그랜트 미국주재 국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언론이 보도를 하는 데 고용된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우리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며 조던을 동정했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행정대학원 「언론, 정치 및 공공정책연구를 위한 쇼렌스타인 연구소」의 알렉스 존스 소장은 『이번 논쟁에서 조던 본부장만 불공정하게 주목받았다』며 『모든 언론기관이 가끔 이런 유의 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4월21일 조던 본부장의 입장을 이해하는 글을 게재했다. 보스턴 글로브에서 1991년부터 6년 동안 중동 특파원을 지낸 후 뉴욕 타임스에서 사설, 여론면 담당 부국장을 맡고 있는 에스안 보론너는 「잔혹한 독재자를 취재하는 규범은 흑백논리가 아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번 논쟁은 불편한 현실을 다시 부각시켰다. 독재국가를 취재하는 것은 언론인에게 타협하도록 강요한다. 독재국가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것이 기자들이 접하게 되는 가장 도전적인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자들은 매일 취재접근, 정직함, 이동의 자유, 보복의 두려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조던 본부장과 CNN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것은 분명 위안이 되는 도덕적 명확성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비난하는 데 매우 신중할 생각이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 언론인에게 강요되는 선택의 순간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내가 뜻하는 것을 알 것이다>
조던 본부장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는 정보 접근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은 이는 매우 단순한 문제라며, 과연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는 보도를 할 것인가. 그 답은 NO』라고 잘라 말했다. 또 『CNN은 후세인과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할 의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CNN의 후세인 정권에 대한 보도는 공정했으며 완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바그다드에서의 어떤 제약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에 주재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거래」의혹으로 상처받은 CNN
전반적으로 미국 언론계 안팎의 기류는 CNN에 비판적인 입장이 많았다. 그동안 CNN은 독재국가 지도자와의 인터뷰를 단독으로 성사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 논쟁 이후, 그 배경에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암묵적인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CNN은 시청률 경쟁에서 비교적 新生(신생) 매체인 FOX 뉴스에 밀려난 데 이어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조던 본부장 기고문을 둘러싼 논쟁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갈등할 수밖에 없다. 人命(인명)이 걸린 문제는 아무리 신중하게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에 투고한 한 미국 독자가 지적한 것처럼, 바그다드의 이라크인 직원을 보호하는 것과 진실을 보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과연 CNN이 다른 방법으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얼마나 「차선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조던 본부장은 부인하지만, 그의 침묵에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고, 「후세인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CNN은 구체적인 살인, 고문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한 代價로 바그다드에 머무는 특혜를 누렸다. 또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이라크 정부와 바그다드의 평온한 모습을 알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CNN을 비롯한 언론이 후세인 정부로부터 취재편의를 얻는 데 노력하기보다, 범죄사실을 알리는 데 더 주력했다면 역사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세인보다 더 잔인한 철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金正日 정권을 상대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에게 이번 논쟁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조던의 뒤늦은 「반성문」은 한국內 일부 언론의 북한에 대한 취재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한국 언론과 북한에서는 과연 이와 비슷한 일이 없는지 우려된다. 조던 본부장의 「반성문」이 북한에 無비판적인 한국의 일부 언론에 있어서는 그동안의 취재 관행을 돌아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CNN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조던 본부장이 이라크에서 했던 고민을 다시 북한에서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있어났던 상황이 북한에서 다시 발생할 경우, 과연 CNN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한국 언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끝날 무렵인 지난 4월11일, 뉴욕 타임스의 사설-여론(Op-Ed) 면에는 미국 케이블 뉴스방송인 CNN의 이슨 조던(Eason Jordan) 보도본부장(Chief news executive)의 충격적인 기고문이 실렸다. 기고문 제목은 「우리들만 알고 있었던 뉴스(The news we kept to ourselves)」.
그는 이 글에서 지난 12년 동안 후세인 정부의 살인·고문·인권침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으면서도 관련된 이라크인들의 안전을 우려해 보도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즉각 CNN이 바그다드 지국을 유지하기 위해 독재자의 살인과 고문을 모른 체했다는 비판이 미국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특이하게도 한국에는 이 논란이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기자는 이번 논쟁을 「취재원과 기자」라는 관점 외에도 조던 본부장이 북한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논쟁을 일으킨 조던 본부장은 CNN의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1994년부터 1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으며, 金正日을 인터뷰했었다. 지난해 9월 서울을 방문,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두 차례 직접 만나 본 金正日 위원장은 실용주의적 개방주의자』라고 말했으며, 『CNN은 북한의 개방을 확신했기에 5년 전부터 평양주재 특파원의 파견을 추진했고, 조만간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CNN에게 「신뢰성」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어느 곳에서든 우리는 「접근」을 위해 타협하거나 「언론의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 홈페이지(http://www.cnn.com/ CNN/anchors_reporters/jordan.eason.html)에는 그가 1982년 CNN에 경력기자로 입사, 북한을 포함 약 60여 개 국가에서 취재활동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조던의 지휘하에 바그다드, 서울, 베이루트 등 10여 개의 지국을 개설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실상 CNN의 해외취재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는 이런 이유로 조던 본부장을 둘러싼 논쟁이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성이 있다고 판단, 이를 소개한다.
외국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自國民들을 위협한 이라크 비밀경찰
우선, 이번 논쟁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던 본부장의 기고문을 일독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그의 기고문 全文을 번역한 것이다. 〈우리들만 알고 있었던 뉴스
지난 12년 동안 나는 CNN 바그다드 지국을 유지하기 위한 로비를 하고, 이라크 지도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바그다드를 13차례 방문했다. 나는 이라크를 방문할 때마다 내가 보고 들은 무서운 것을 보도할 수 없어서 점점 더 괴로워했다. 왜냐하면, 내가 듣고 본 것을 보도하는 것이 이라크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CNN 바그다드 지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중반, 우리 지국에서 일하던 카메라맨 한 명이 납치됐었다. 수 주일 동안 비밀 정보기관의 지하실에서 폭행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그가, 내가 미국 CIA의 이라크 지부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라크 정부의 의심을 확인해 주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CNN 바그다드 지국은 CNN 직원에 대한 고문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그를 죽게 하고, 그의 가족과 동료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보도하지 않았다.
이라크에서 외국언론사에 근무한다는 사실은 어떤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라크의 비밀경찰은 외국 언론기관의 정확한 보도를 위해 일하는 용감한 이라크인들을 위협해 왔다. 그 중의 몇몇은 사라졌으며, 다시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은 사라졌다가 나중에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타나곤 했다.
물론, 다른 언론사도 (고문을 당한) 이라크 직원들에 대해 보도하려고 할 때, CNN과 같은 이유로 속박당했다.
우리는 또, CNN의 보도가 우리 직원이 아닌 다른 이라크인들을 위험하게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을 해야 했다. 1995년 사담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는 망명한 자신의 두 매형과 망명을 허용한 후세인 요르단 왕을 암살하려 했다고 나에게 말했는데, CNN은 이를 보도하지 못했다. 만약 CNN이 이를 보도했다면 우다이는 자신과 나의 대화에 유일하게 배석했던 이라크인 통역사를 살해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비밀 경찰요원들은 심지어 정보부의 고위간부들을 단속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문당한 간부는 한동안 거의 모든 손톱이 빠져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요르단에 알려야겠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느꼈고, 다음날 이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나 후세인 국왕은 이를 망나니의 호언으로 간주하고 무시해 버렸다. 그 후 몇 달이 지난 후, 우다이는 그의 두 매형을 바그다드로 들어오도록 꾀었고, 결국 그들은 살해당했다.
나는 이라크의 몇몇 관리들과 깊이 사귀게 됐는데, 그들로부터 사담 후세인은 제거돼야 할 미치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라크 외무부의 한 관리는 『후세인 정권에 의해서 형제 한 명이 처형된 내 동료는 충성심을 검증받기 위해 사담 후세인을 찬양하는 편지를 쓰도록 강요받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루는 우다이의 한 비서가 왜 자신의 앞니가 없는지를 이야기해 줬다. 우다이의 측근들이 펜치로 앞니를 뽑아 버리고, 틀니를 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는 것이다. 우다이를 화나게 한 그 죄값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내게 말한 것 중 어느 것도 보도할 수 없었다.
찢겨진 시체지난해 12월, 나는 무하마드 사이드 말사프 정보부 장관에게 CNN 바그다드 지국에서 쿠르드族이 장악하고 있는 北이라크 지역을 취재하러 간다고 말하자, 그는 『매우 혹독한 결과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CNN은 지난 3월 이 지역에 취재를 나갔다. 이때 쿠르드族의 관리들은 에르빌에 있는 우리 숙소에 대한 (이라크의) 무장공격을 좌절시켰다는 증거를 우리에게 제시했다. 비디오로 녹화된 물증에서 이라크 정보요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두 명은, 바그다드의 상관이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美 CIA와 이스라엘 요원들이 투숙하고 있다는 정보를 (자신에게) 줬다고 밝혔다. 쿠르드族은 그 이라크 정보요원들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거절했다. 바그다드의 우리 지국 요원들의 생명에 위협이 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직도 보도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있는데, 이는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스라르 쿼반디라는 31세 된 쿠웨이트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1990년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의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됐었다. 그의 죄목 중의 하나는 CNN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거의 두 달 동안 매일같이 그녀를 폭행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폭행당하는 현장을 지켜보도록 강요당했다.
1991년 1월 미국 주도의 공격 전야에 그들은 그녀의 두개골을 박살 내고,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그녀의 찢겨진 시신은 그녀의 집 앞에 비닐봉지에 담긴 채 버려졌다.
나는 그동안 이런 이야기들을 내 안에 간직하고 있느라 무서움을 느꼈다. 이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사라졌다. 나는 앞으로 고난의 시대에 일어났던 많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침내 이런 사연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됐다>
CNN에 쏟아지는 비난들조던 본부장의 이 기고문은 우선 독자들의 반발을 샀다. 뉴욕 타임스의 독자란에는 『CNN은 시청자와 이라크인을 기만했고, 존재의 이유를 저버렸다』, 『CNN이 직원을 보호하는 것과 이라크 정부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보도한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CNN이 객관성을 가장해서, 이라크 정부의 인질이 된 채 보도를 했었다』는 등의 비판이 많았다. 『조던이 고백할 수 있었던 용기를 칭찬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이는 소수였다.
뉴욕 타임스는 조던의 기고문이 실린 뒤 4일 후인 4월15일 「CNN의 고문에 대한 침묵이 비판받고 있다」는 제목으로 후속보도를 했다.
NYT에 따르면, 코네티컷州의 퀴니피액 대학의 빌 맥로글린 교수는 『CNN이 이라크인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고도 그런 사실을 보도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포인터 연구소 윤리프로그램의 밥 스틸 소장은 『CNN이 바그다드에서 계속 보도하기 위한 권리를 얻기 위해 보도할 수 있는 능력과 거래를 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4월15일 「진실 말하기(Truth-telling)」라는 社說을 통해서 CNN과 조던 본부장을 비판했다. 다음은 이 社說의 주요 부분.
<조던 본부장의 기고문은 특별히 CNN이 중동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 과거 CNN은 세계에서 미국의 목소리로 인식됐었다. 만약, CNN이 후세인 정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충분히 폭로하지 않고, 온화하고 비판적이지 않은 보도를 했다면, 그것은 후세인 정권이 아랍 세계나 외국에 사실보다 더 잔혹하게 인식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문제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후세인 정권의 본질에 반해 CNN의 보도는 매우 신중하고 (후세인 정권에)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 선거에서 사담 후세인이 100%의 지지로 당선됐을 때, 이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라고 해석됐었다.
만약 CNN이 후세인 아들 우다이를 분노하게 한 보복으로 모든 앞니가 빠진 이라크 관리를 취재했던 사실을 보도했다고 하자. 그랬다면, 후세인의 선거관련 보도를 들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라크 선거 결과와 이라크 시민들이 만장일치 지지를 하도록 공포를 가한 정권에 대해서 다르게 느꼈을 것이다>
「무서운 진실이 보도됐다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을 것」워싱턴 타임스는 4월14일 「CNN은 알고 있었다(CNN knew)」라는 社說을 게재, 조던 본부장의 경질을 촉구했다. 다음은 워싱턴 타임스 사설의 주요 부분.
<全세계적 보도망을 갖춘 유일한 TV 네트워크 CNN의 조던 본부장은 무서운 진실을 소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세계 유일의 인물이었다. 더욱이, 무서운 진실은 뉴스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보도됐다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을 것이다.
만약 CNN이 「후세인은 제거되어야 할 미치광이」라는 말을 이라크 정부 관리들로부터 들은 사실을 보도했다면, 지난 겨울 유엔에서의 이라크에 대한 토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가 접한 CNN 보도는 진실과 이라크 선전기관의 요구 가운데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췄다는 사실을 조던 본부장 덕분에 알게 되었다.
도덕적으로 둔감한 CNN 뉴스 본부장의 부주의한 펜을 통해서 CNN이 보도하는 것은 항상 거짓된 이미지였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CNN은 이윤을 위해 후세인과 거래를 하면서 노골적인 선전을 해왔다. CNN이 정직한, 새로운 뉴스 본부장을 임명하기 전에는, 현명한 시청자들은 CNN이 현재와 미래에 외국의 수도에서 보도하는 것을 전혀 믿지 않을 것이다>
조던 본부장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것에 비례해서 그를 옹호하는 발언과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BBC의 마이클 그랜트 미국주재 국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언론이 보도를 하는 데 고용된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우리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며 조던을 동정했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행정대학원 「언론, 정치 및 공공정책연구를 위한 쇼렌스타인 연구소」의 알렉스 존스 소장은 『이번 논쟁에서 조던 본부장만 불공정하게 주목받았다』며 『모든 언론기관이 가끔 이런 유의 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4월21일 조던 본부장의 입장을 이해하는 글을 게재했다. 보스턴 글로브에서 1991년부터 6년 동안 중동 특파원을 지낸 후 뉴욕 타임스에서 사설, 여론면 담당 부국장을 맡고 있는 에스안 보론너는 「잔혹한 독재자를 취재하는 규범은 흑백논리가 아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번 논쟁은 불편한 현실을 다시 부각시켰다. 독재국가를 취재하는 것은 언론인에게 타협하도록 강요한다. 독재국가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것이 기자들이 접하게 되는 가장 도전적인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자들은 매일 취재접근, 정직함, 이동의 자유, 보복의 두려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조던 본부장과 CNN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것은 분명 위안이 되는 도덕적 명확성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비난하는 데 매우 신중할 생각이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 언론인에게 강요되는 선택의 순간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내가 뜻하는 것을 알 것이다>
조던 본부장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는 정보 접근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은 이는 매우 단순한 문제라며, 과연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는 보도를 할 것인가. 그 답은 NO』라고 잘라 말했다. 또 『CNN은 후세인과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할 의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CNN의 후세인 정권에 대한 보도는 공정했으며 완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바그다드에서의 어떤 제약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에 주재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거래」의혹으로 상처받은 CNN전반적으로 미국 언론계 안팎의 기류는 CNN에 비판적인 입장이 많았다. 그동안 CNN은 독재국가 지도자와의 인터뷰를 단독으로 성사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 논쟁 이후, 그 배경에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암묵적인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CNN은 시청률 경쟁에서 비교적 新生(신생) 매체인 FOX 뉴스에 밀려난 데 이어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조던 본부장 기고문을 둘러싼 논쟁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갈등할 수밖에 없다. 人命(인명)이 걸린 문제는 아무리 신중하게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에 투고한 한 미국 독자가 지적한 것처럼, 바그다드의 이라크인 직원을 보호하는 것과 진실을 보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과연 CNN이 다른 방법으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얼마나 「차선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조던 본부장은 부인하지만, 그의 침묵에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고, 「후세인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CNN은 구체적인 살인, 고문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한 代價로 바그다드에 머무는 특혜를 누렸다. 또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이라크 정부와 바그다드의 평온한 모습을 알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CNN을 비롯한 언론이 후세인 정부로부터 취재편의를 얻는 데 노력하기보다, 범죄사실을 알리는 데 더 주력했다면 역사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세인보다 더 잔인한 철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金正日 정권을 상대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에게 이번 논쟁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조던의 뒤늦은 「반성문」은 한국內 일부 언론의 북한에 대한 취재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한국 언론과 북한에서는 과연 이와 비슷한 일이 없는지 우려된다. 조던 본부장의 「반성문」이 북한에 無비판적인 한국의 일부 언론에 있어서는 그동안의 취재 관행을 돌아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CNN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조던 본부장이 이라크에서 했던 고민을 다시 북한에서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있어났던 상황이 북한에서 다시 발생할 경우, 과연 CNN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한국 언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