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 : 월간조선

한국 최초의 유엔 총회 의장 內定

韓昇洙(한승수·65) 외교통상부 장관은 官運(관운)이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현재 16代 국회의원이기도 한 그의 이름 석 자 뒤에는 서울대 교수, 국회의원, 상공부 장관, 駐美대사,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라는 직함이 30년 동안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朴正熙 대통령 시절부터 학계, 정계, 관계, 외교계를 오간 그의 이력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오는 9월이면 韓장관의 이름 뒤를 장식했던 이 타이틀들은 아마도, 보잘 것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韓장관은 오는 9월11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제56차 유엔 총회의장으로 선출되기로 내정돼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아시아 그룹은 이미 지난 5월 韓 장관을 아시아 후보로 공식 승인했다. 올해는 유엔에서 아시아 그룹이 유엔 총회 의장을 맡기로 돼 있어, 그는 유엔 총회 개막식에서 투표 없이 총회 의장에 선출될 예정이다. 官運이 좋다는 世間의 평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유엔 총회 의장의 임기는 1년으로, 직제상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보다 상급자이며, 국가정상급 예우를 받게 된다. 1년간 유엔 총회 본회의, 특별총회, 국제아동기금(UNICEF)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위원회 개편회의 등 유엔의 각종 회의를 주관하는 것이 총회 의장의 임무다.

無보수이지만, 총회 의장에게 의장실 운영비로 최고 25만 달러의 예산이 지원되며, 대변인 1명, 비서 2명, 경호원 2명, 운전사 1명이 지원된다. 또 이미 외교부 차관을 지낸 潘基文(반기문) 대사가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으로 韓장관을 수행하기로 돼 있다.

韓장관이 공직을 물러난 후,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면, 그는 국제사회에서 「前 유엔 총회 의장」으로 공식 통용될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 『국가의 영예라기보다는 韓장관의 영예』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기자는 지난 3월 韓장관이 취임한 후, 한 달 만에 유엔 총회 의장에 내정된 것을 지켜보면서, 본격적으로 그를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의 성공배경에 어떤 요인이 있는지 분석해 보고 싶어, 틈틈히 자료를 모았으며, 오는 9월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 전에 그를 照明(조명)할 생각을 굳혔다.

韓장관과의 인터뷰는 그가 영국, 프랑스, 제네바 방문을 위해 유럽 출장을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6월30일 오후 장관실에서 약 1시간30분 동안 이뤄졌다.

기자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유엔 총회 의장에 내정된 것을 축하하는 대신, 세간의 비판에 대한 韓장관의 의견을 먼저 물어봤다.

―9월에 유엔 총회가 시작되면 韓장관은 최소한 한 달 간 유엔에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꼭 현역 외교부 장관이 유엔 총회 의장을 맡았어야 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웃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유엔 총회 의장직을 보면 대부분 외교부 장관이 맡아서 했어요. 외교부 장관은 雙務관계를 위해서 많이 뛰어야 합니다. 유엔 총회 의장을 하면 유엔에서 국가 정상, 총리, 외교부 장관들을 다 만납니다. 雙務관계를 다 해결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의장을 한다면 국가 위상이 더 올라가지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유엔에서의 多者(다자) 활동을 더 확대해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유엔 운영 방법을 속속들이 배울 수 있고, 우리 외교 역량을 확장시키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일은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평가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유엔 총회 의장국 受任(수임)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유엔 가입 10년 만에 유엔 최고의 권위를 갖는 총회 의장직을 맡게 된 국가의 영광입니다. 189개 유엔 회원국을 대표하는 총회 의장직 受任으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으며,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提高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적 정착기반 구축, 민주인권 국가로서의 국제적 이미지 강화, 우리나라 인사의 국제기구 진출 확대 등 우리의 외교목표 달성에 유리한 제도적 여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유엔 총회 의장이 명예직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으나, 그러기에는 유엔 총회 의사규칙 제35조 조항이 상당히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다.

「의장은 회기의 본 회의 개회와 폐회를 선언하고, 본회의에서 토론을 감독하며, 본 규정의 준수를 확실히 하며, 발언권을 부여하고, 안건을 투표에 회부하며 그 결과를 공표한다. 의장은 규칙 위반 지적에 대해 판결하며, 본 규정에 따라 어떤 회의에서도 그 진행과 질서유지를 완전히 통제한다. 의장은 하나의 안건을 토의하는 과정에서 발언자에게 허용될 시간의 제한, 각 대표의 발안횟수 제한 또는 발언자 명단 마감 또는 토론 종결을 제의할 수 있다. 의장은 또한 회의의 중지 또는 연기 또는 토론 중에 있는 안건에 대해 토론 연기를 제의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100년 전과 비슷』

―韓장관이 생각하는 외교 개념이 궁금합니다.

『지금 외교는 군사력보다 외교력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한반도의 질서가 냉전체제 때는 韓美동맹체제를 기초로 한 군사력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그러나 6·15 선언 이후,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는 징조가 보이면서 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어요.

과거에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만이 유일한 가치였는데, 이제는 동맹관계를 강하게 유지하면서, 중국·러시아의 변수도 외교정책에 중요한 변수로 포함시켜야 하는 시점에 와 있어요. 이럴 때 외교력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100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 있어요. 당시 세력 균형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쌈박질만 하다가 당했잖아요.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 역량입니다』

―韓장관 생각대로라면, 외교 전략의 초점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체제 경쟁을 하다 보면 한반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대국 외교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러나 외교는 국력의 바탕이 필요합니다. 외교 전략을 짤려고 할 때 정무 못지 않게 경제 쪽에서 능동적인 경제 외교가 필요해요.

통상마찰을 미연에 방지하고, 방지할 수 없으면 해소하는 소극적인 데서 벗어나서, 적극적인 경제 외교로 무역을 창출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다행히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어, 노동과 자본이 중요한 생산요소로부터 두뇌·지식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어요. 지금은 네트워크 시대인데, 지난 3년 동안 金大中 대통령이 굉장히 많이 투자했어요. 타임誌도 보도했지만 한국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맨 앞에 서 있어요. 이를 잘 활용해야지요』

朴正熙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

기자는 韓장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 5명과 모두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朴正熙(박정희),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金泳三(김영삼), 金大中(김대중) 대통령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갖고 있어, 그 비결이 무척 궁금했다.

―한국의 대통령 5명과 모두 인연이 있는데, 그 비결이 뭡니까.

『(웃으면서) 우리 집 사람이 이모(陸英修 여사)를 좋아했어요, 朴대통령의 사랑을 많이 받았구요. 그런데 그 당시는 서울대 교수로 있으면서 밖에서 실제로 도와준 것이 없어요. 지금 지나놓고 보니, 도와드렸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그 땐 젊을 때고…』

―全斗煥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朴대통령 서거 후 정국이 어수선할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어요. 그 때 全斗煥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한 것은 아니나 내가 국보위 재무위원회에서 국제경제 분야를 맡았어요.

그래서 파리 등에 출장을 다니면서 국제경제 문제를 다뤘어요. 내가 당시에는 中東 전문가였으니 中東에 진출한 부도상태 건설업체 정리할 때, 좀 관여하고…. 나는 서울대 교수로 다시 돌아갔어요.

내가 국보위 입법회의 위원을 했다고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나중에 國保委가 국보위 입법회의로 바뀌었어요. 그 때 입법회의로 간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난 서울대 교수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7년 동안 全斗煥 대통령 때는 일절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어요』

―盧泰愚 대통령과는 어떻게 만났습니까.

『1987년 6·29선언이 있고, 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로 되면서 춘천시에 여당 민정당에서 나갈 사람이 없었어요. 원래 춘천이 野都(야도)이니까. 나는 정말 정치를 안 하려고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고… 내가 가톨릭 신자인데 심지어는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천을 받아 나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18일 동안 선거운동해 당선됐어요. 얼떨결에…』

―당선되자 상공부 장관이 됐지요.

『당시 민정당 통일민주당 평민당 공화당으로 갈려서 與小野大(여소야대)가 가 되어서, 집권여당이 적잖게 어려울 때입니다. 그해 12월에 바로 상공부 장관 제의가 와서 盧대통령과는 그때 인연을 맺었어요. 그 전까지는 미국을 잘 몰랐지만, 그 후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칼라 힐스 前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한 현재 부시 대통령 아버지의 내각 사람들과 알게 됐죠』

―金泳三 대통령과는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1992년 14代 때 나가서 떨어졌어요. 누구나 될 줄 알았는데… 당시 鄭周永(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강원도에서 국민당 돌풍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그래도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많이 뛰었어요. 대통령 선거를 해 보니, 춘천에서 金泳三 대통령이 鄭周永씨보다 더 표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金泳三 정부가 출범 후 다들 내가 내각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예상을 했는데 駐美대사로 나갔어요』

YS 때 비서실장 발탁 이유 아직도 몰라

기자는 인터뷰를 하면서 韓장관의 기억력은 비상한 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韓장관에게는 어떤 내용을 인터뷰할지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 오래 전 날짜를 기억하고 있었다.

『미국에 4월19일 미국에 도착해서 7월10일에 클린턴 대통령을 수행해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6개월 만에 외국을 방문해 雙務회담을 한 것이지요. 駐美대사로서는 큰 업적이지요.

또 12월에 미국에서 亞太경제협력체(APEC) 頂上회담이 있을 때 클린턴 대통령이 金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서 頂上회담을 하고 국빈만찬을 베풀었거든. 그러니까 韓美 간의 관계 증진하는 데 역할을 한 거지요. 북한 핵 문제 해결에도 일조하고 1994년 12월에 개각할 때 비서실장으로 발탁됐어요』

韓장관은 駐美대사 시절, 韓美관계에 증진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때 비서실장 발탁이 파격이 아니었습니까.

『그때 비서실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참 많았는데, 나도 왜 내가 비서실장이 됐는지 몰라요. 난 민주계도 아니고, 家臣(가신)도 아니고, 부산 출신도, 상도동 출신도 아닌데 가장 핵심이 하고 싶어하는 자리에 나를 갖다 앉혀놨어요』

―누가 추천했습니까.

『몰라요, 지금도 모르고. 누가 추천했는지 알아보지도 않았고. 비서실장이 된 후 대통령이 새벽이면 조깅을 해서 나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깅을 했어요. 그리고 일요일이면 난 운동을 더 해야 하니까 북한산 등산을 했어요. 그리고 나서 1995년 12월이 됐는데 나는 이제 끝까지 대통령을 모시고 정치를 떠났으니 마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강원도가 13개 선거구인데, 신한국당에서 여론조사를 해 보니 춘천, 강원도에서 全敗하게 됐다고 그래요. 그래서 신한국당에서 金대통령께 「韓실장이 강원도에서 기수 노릇을 해야 한다」고 요청을 했어요. 그래서 YS가 「당이 필요하다니 나가 보라」고 해서 나가게 됐어요. 그 결과 13석 중에 10석을 우리가 뽑았어요. 그해 선거에서 이기고 돌아오니까 8월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하라고 대통령이 임명하더라구요』

―金大中 대통령과는 어떻습니까.

『金대통령은 내가 駐美대사할 때, 두 번 미국에 다녀갔습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포괄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셨죠. 한 번은 관저에서 저녁을 모셨고, 두 번째는 金대통령께서 대사관 간부들을 초청해 워싱턴의 유명한 중국음식점인 「K」에서 식사를 냈어요. 외교부 장관으로 들어와 달라고 할 때까지도 獨對를 한 적이 없어요. 그런 면에서 나는 굉장히 운이 많은 사람이지, 뭐』

16代 총선 때 시민단체 낙선 대상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6代 때 시민단체에 의해서, 낙선대상에 오른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는 그가 1980년 신군부 쿠데타 기구인 국보위 입법회의 위원을 지냈다고 적시했었다.

―14代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지고, 16代 때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14代 때 떨어졌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이제는 읽고 싶은 책도 읽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한편 생각해보면, 그때까지 한 번도 시험 쳐서 떨어져 본적도 없고, 도대체 실패라는 것을 모르고 왔어요. 「이 지역을 대표한다고 하면서, 서민들이 겪었던 고통, 서러움을 모르면서 국회의원을 하느냐, 하느님께서 이를 가르치기 위해서 떨어뜨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낙선하고 4년 동안 굉장히 보람차게 보냈습니다. 또 駐美대사 나가고 하니까 1년밖에 고생 안했어요. 1년 동안 서민들의 고충, 고민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지난해 16代 때는 공천 탈락의 충격이 컸을 텐데요.

『작년에 한나라당에서 공천 못 받고, 시민단체 부적격자로 찍혔을 때, 고통스러웠어요.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그렇지 않은 것을 알 텐데 보도가 그렇다 보니 이미지가 잘못 전달되는 것도 고민스럽고…. 한나라당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당시로서는 공천은 못 받았다고 해도 시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자는 생각에서 나갔어요. 공천이 국회의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표가 만드는 것이잖아요』

韓장관은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섭섭함을 다 잊어버렸다고 했으나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말마다 言中有骨(언중유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천을 주지 않은 李會昌 총재에게 섭섭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인간이니까 섭섭했죠. 그러나 李 총재도 나름대로 계산하는 것이 있고, 정치적 이유로 그랬을 테니까. 지금으로서는 한나라당에서도 「아 그때 판단을 잘못했구나」 하고 생각할 것으로 봐요. 왜냐면 당시 한나라당이 강원도에서 9석이었는데, 16代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3석밖에 확보 못했어요. 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면, 춘천은 걱정 없고 더 확보했을 거예요. 춘천 공천이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강원도민들에게 실망을 준 것은 사실이거든요』

―외교부 장관이 되시고 나서 李총재를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좀 하셨나요.

『에이, 지난 이야기를 뭐 하려고 해. 그래도 강원도 사람이 외교문제를 담당하는데 자부심 갖고 있는 분들은 지금도 그때 그 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강원도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현명하게 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죠』

「강원도의 盟主」自任

「강원도의 자존심」을 거론할 정도로 韓 장관의 강원도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그는 지난 4월 장관실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자신을 「강원도의 盟主」라고 표현했다. 금강산 유람선의 카지노 허용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강원도 사북의 강원랜드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도 장관실에는 오전중에 어김없이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가 배달되고 있고 주요한 지역기사를 챙길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런 韓장관은 여전히 민국당 소속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진 민국당에 대한 그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지난 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이 안 됐어요. 굉장히 힘이 들었어요. 그 때 1인 독재정당 타파 기치를 내건 민국당의 趙淳(조순) 대표가 사무총장을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굉장히 외로운 선거를 해서 당선됐어요. 춘천 시민들이 무소속으로 나오면 동정이라도 받을 텐데 왜 그러느냐고 했어요. 나는 당선된 후 민국당에 가서 「나는 민국당 도움으로 당선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은 지킨다」는 얘기를 했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어요』

기자는 이 시점에서 韓장관의 가족관계, 특히 朴正熙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韓장관의 출세 이유 중의 하나로 朴正熙 대통령의 처조카인 사실을 꼽는 사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장모인 陸寅順(육인순)씨는 陸英修(육영수) 여사의 친 언니다. 연세대 출신인 그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데는 그의 실력 못지않게 朴대통령의 後光(후광)도 작용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韓장관의 큰 처남은 洪世杓(홍세표) 前 한미은행장이며, 동서 4명이 모두 저명인사들이다. 그의 맏동서는 張德鎭(장덕진) 前 농수산부 장관이고, 그의 손아래 동서들이 순서대로 柳然常(유연상) 前 영남대 재단이사장, 鄭永三(정영삼) 경수종합금융 회장, 尹錫民(윤석민) 前 국민당 부총재다.

―부인 홍소자(洪昭子ㆍ62) 여사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집 사람이 춘천여자 중고를 다녔어요. 나는 춘천고를 다니고. 집 사람 오빠가 내 고등학교 선배고, 집 사람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알았지』

韓장관 부인 홍소자씨는 남편 못지 않게 對人관계가 좋고 內助를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洪씨는 고려大 영문과 졸업 후, 미국 보스턴大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으며, 성심여대, 경원대 교수를 지냈다. 한때 陸英修 여사의 비서를 지내기도 했으며 「천년을 사는 사람들」, 「늙은 아이와 어린 어른」 의 수필집을 낼 정도로 글 솜씨도 있다는 평가다.

비행기 시간 맞추려 결혼식 앞당겨

기자는 韓장관의 임명 사실이 발표되기 전날인 3월25일 저녁 10시쯤 서울 논현동의 韓장관 자택으로 개각 취재를 하러 간 일이 있다. 당시 洪씨는 대문 앞에 나와 韓의원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韓장관이 자택 안에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돌아섰다.

그 다음 날 韓장관 임명사실이 발표된 후 저녁 10시쯤 다시 단독 인터뷰를 위해서 자택을 방문했다. 이때 洪씨는 『어제는 그냥 돌려 보내서 정말 미안하다』고 여러 차례 미안해 했다. 기자는 洪씨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이 좀 늦은 편이시죠.

『1971년 2월22일 결혼했어요. 연애하다가 나는 영국으로 가고, 집사람은 이모를 도와드리다가,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어요. 공부 다 끝나고 돌아와 결혼했으니까 늦었죠. 그 때 결혼식을 2시에 하려다가, 비행기 시간 때문에 할 수 없이 오전 11시에 했어요. 결혼식 끝나고 바로 歐洲공동체 학술상 타러 갔어요. 브뤼셀로…』

―韓장관 경력 중 학자시절이 궁금한데요.

『한국에서 대학(연세大 정외과) 나올 때까지 사실 공부에 취미가 없었어요. 연세大 나와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들어갔을 때 성적은 좋았지만…. 영국에 유학 가서 정치학을 하다가 처음 경제학을 시작했어요. 원래 예산제도를 하려고 갔는데 영국은 행정학은 없고, 예산제도를 재정학에서 가르치는데 알란 피콕경이라는 유명한 에딘버러大 교수가 내가 유학가던 해 요크大 부총장으로 왔어요. 피콕경에게 2년을 배우고 나서 학부생들을 가르쳤어요. 학위도 안 받은 상태에서…. 피콕 교수가 나를 총애했어요』

韓장관은 과거 영국에서 처음 경제학을 공부하던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한참을 이어갔다.

『영국에서 쓴 박사학위 논문은 歐洲공동체에 대한 것이에요. 당시 영국이 歐洲공동체 가입을 하려 했으나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노」해서 안 됐을 때입니다. 1970년대 초에 유럽이 통합하는 과정,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하는 과정이 충격을 주더라구요.

슈망, 모네 같은 이상주의자의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것을 유럽에서 보고, 아시아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 하고 심취되어서 유럽통합관계 논문을 썼어요. 그 박사논문이 제6회 歐洲공동체 학술상을 받았어요. 유럽관계도 재미있고 경제학도 재미있어서, 케임브리지大를 거쳐서 서울대에 들어와서 왕성하게 활동을 했어요. 내가 경제학 분야에서 날개를 펴면서 팽창하던 시점이 그 때예요』

요르단 王國 재정고문을 지내다

―요르단 재정고문을 지낸 경력이 눈에 띄는데요.

『서울에 1972년 2월에 돌아와 결혼하고, 歐洲공동체 학술상을 탄 후 처음으로 미국에 건너가 세계은행에 갔더니 재정학자가 필요한데 와서 일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서울로 돌아간 지 6개월밖에 안 되어서 안 된다고 했더니 나중에 요르단 재정 자문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1973년 여름에 요르단 재정고문으로 가서 요르단 경제기획원과 협의해서 조세, 금융개혁을 도와 줬지요』

기자는 이제 그가 외교부 장관에 발탁되고 또 유엔총회 의장에 내정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駐美대사 시절로 관심을 돌리기로 했다.

―駐美대사 시절 이야기를 좀 해 주시죠.

『駐美대사 때는 당시 북한 핵 문제가 가장 중요했어요. 韓美간에 이를 협의하면서 아무런 마찰없이 이르도록 했지요. 또 가장 역점을 둔 것이 교민관계입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교민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1980년대 정권이 권위주의 정권이었잖아요. 문민정부가 들어서니 교민들이 1차적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나는 정치를 하다 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교든 뭐든 정부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봉급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에 국민에 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대사관 관저도 열고 대사실도 아무나 오라고 하고 영사업무도 공손하게 하고. 그래서 1년 8개월 있는 동안 사랑을 받았어요』

당시 韓장관의 임기중 워싱턴에 근무했던 특파원들에 따르면, 韓장관은 교민들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받았고 교민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日本文春의 好評

그런 애착 때문인지 韓장관은 지난 6월 韓美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교민들과의 만남을 주최했었다. 韓장관은 교민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駐美 대사 시절에 교민 문제 세 가지를 해결했어요. 교포들이 미국 시민권을 받으면 1년 안에 자기 재산을 모두 처분하도록 돼 있더라구요. 이것 때문에 시민권을 못 받아 교포 사회가 영향력 발휘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미국 시민이 되더라도 그 처분 기한을 5년 이내로 연장시켰어요.

둘째로, 국내에서 외화반출 규정이 너무 엄격했는데 당시 洪在馨(홍재형) 재무장관과 의논해서 100만 달러로 그 상한선을 올려 줬습니다.

셋째는 당시 우리나라 출입국 관리국에서 미국 시민이라고 해서 체제 연한을 석달밖에 안 줬어요. 그래서 이를 법무장관에게 얘기해서 완화시켜 줬어요. 그랬더니 교민들이 「대사가 우리 고민을 풀어 주는 구나」하는 인식이 퍼졌어요. 그래서 駐美 대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駐美대사 시절, 그는 일본의 유력시사주간지 문예춘추 1994년 2월호에 보도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문예춘추에서는 당시 韓대사의 활동을 칭찬하며 『경시되고 있는 駐美 일본대사와 비교할 때, 韓대사의 독자적인 분투가 눈에 띈다』고 평가했었다. 韓대사와 함께 일한 외교관들은 대부분 韓대사의 활동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나 외교관 모씨는 『당시 韓대사가 소홀히 하는 일은 없었으나, 그 내용면에서는 사실 두드러질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이 내용에 동의하는 외교관들도 없지는 않다.

『IMF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지요』

기자는 이쯤에서 韓장관이 곤란해 할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韓장관은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3월까지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내 IMF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글쎄… 책임이 다 있는 것이지. 당시 정부에서 경제정책에 관여했던 사람 누구 하나 책임이 없다고 할수 없어요. 조금 더 잘했더라면? 다만 한 가지 1997년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對外관계가 조금 더 스무스하고 對美, 對日 관계가 원만히 했더라면 그런 위기가 왔을까 그런 회의가 느껴질 때 있어요. 이미 몇 달전부터 소로스 같은 사람은 한국에 위기가 온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했어요. 만일 미국, 일본과의 파이프 라인이 제대로 가능됐다면? 그렇기에 국가 간의 신뢰와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런 관계가 있으면 위기도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요』

韓장관은 당시 한 주간지에 「羅雄培, 韓昇洙만 아니었어도」라는 제목으로, IMF의 「주범」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그렇기에 韓장관은 이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나섰다. 『그렇기에 외국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요 자리에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그는 상공부 장관, 재경부 장관 시절 발탁인사를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그가 대표적으로 발탁한 인물이 韓德洙(한덕수) 駐OECD대표부 대사, 鄭德龜(정덕구) 前 산업자원부 장관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외교부에서도 발탁인사를 즐겨 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韓장관이 사람을 쓰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조직이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사가 공정해야 하고, 信賞必罰(신상필벌)을 해야 해요. 그리고 잘하는 사람을 발탁해야 합니다. 특출한 사람이 있을 때 발탁하면 조직에 생기가 돌더라구요. 「열심히 일하고 능력 있으면 윗 사람이 알아 주는구나」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年功序列로 때가 되면 올라가고 하는 것은 그 조직에 도움이 안 되더라구요. 7월 외교부 인사에는 과거 장관들의 관행을 따랐어요. 차관에게 권한을 줘서…, 그러나 앞으로는 보직 공모제(Job Posting)에 따라 조직에 생기를 주는 방법을 더 강구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와 관련, 외교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일 잘하면 내 사람이고 일 잘 못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다』라고 딱 부러지게 자신의 인사원칙을 말한 적이 있다.

타고난 건강 체질

韓장관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건강관리를 위한 등산 실력이다. 기자는 지난 6월 제주도 한라산에서 그의 등산 실력을 옆에서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6월 6·15 남북 頂上회담 1주년을 주제로 한 「제주 포럼」 마지막 날, 韓장관은 외교부 관리 5~6명과 한라산 등산을 한 적이 있다. 한라산 영실에서 등산을 시작해, 윗세오름까지 약 4시간 가량을 등산 한후 하산했다. 韓장관은 등정길에서는 젊은 기자보다 빨리 올라가지는 못했다. 그 때 1~2주일에 한 번꼴로 서울 북한산 백운대를 올라가는 기자는 韓장관의 등산 실력이 다소 과장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하산할 때는 그것이 기자의 誤判(오판)이었음을 깨달았다. 韓장관은 어느 순간, 걸음이 빨라지더니 한라산을 뛰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 때의 느낌은 마치 한 마리 다람쥐를 보는 듯했다. 기자는 韓장관을 쫓아가다가 그를 뒤따르는 것을 포기했고, 기자의 페이스대로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1936년생의 「할아버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1996년 9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92층짜리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 빌딩을 35분 만에 걸어서 올라가 화제가 된 것도 그의 등산 실력이 바탕이 됐다.

―타고난 건강체질인 것 같습니다. 등산도 선수급이구요.

『산은 어릴 때부터 탔어요. 중학교를 20~30리 정도 걸어서 다녔죠. 고향이 강원도 춘천시 서면 금산리인데 매일 춘천중학교까지 가려면 북한강, 소양강을 건너야 했어요. 그래서 하루에 배를 네 번 탔는데, 배 출발 시간에 맞추려면 항상 뛰어 다녔어요. 어릴 때부터 많이 걸어서 육군 보병학교에서 구보하면 항상 1등 했어요. 고향 근처에 널려 있는 게 산이니까 등산을 좋아하게 됐구요』

등산을 그렇게 좋아하는 韓장관도 최근 생전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고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韓장관과 비슷한 연배의 인사들이 모두 주말이면, 골프를 치러 가기 때문에 交遊(교유)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韓장관이 이렇게 시대를 바꿔가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기자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것 같은 그의 비결에 대해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그동안 세 명의 대통령에게 요직으로 발탁된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웃음)선택한 사람이 알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官運이 좋다고 하지만 그 官運을 가능하게 만든 韓장관만의 特長이 있지 않겠습니까.

『글쎄? (한참 생각한 후), 特長이라기 보다 우리나라의 흐름, 국가발전의 양상이 폐쇄로부터 개방으로 가고 못살던 나라에서 잘살던 나라로 가는 과정에서 세계화(globalization)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잖아요.

내가 특별한 게 있다면, 서울大 교수 하기 전에 영국에서 공부하고 요크大, 케임브리지大에서 가르치고 하버드大, 東京大에서 가르치고… 비교적 우리 연배에서는 세계화가 빨리됐다고 할까요. 세계 각국에 친분이 좋은 사람이 많아서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당시 우리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의 유형이 아니었나 생각돼요. 최고 지도자들이 나를 필요로 한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韓장관은 1993년 月刊朝鮮 9월호에서 각 부처 국장급 이상 300명이 뽑은 「역대 최고의 장관」 특집기사에서, 최고의 상공부 장관으로 꼽힌 바 있다. 뛰어난 판단력, 영어 구사 능력, 현실감각, 성실함이 그 선정 이유였다.

그의 영어 구사 실력은 그의 동년배 인사들과 비교해 볼 때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지난 6월7일 韓장관은 콜린 파월 美 국무장관과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후, 나란히 국무부 현관에 서서 통역 없이 미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유력지 간부들과 통역 없이 간담회를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람 관리 능력이 성공의 핵심 비결

기자는 그의 또 다른 성공비결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사람관리」 능력을 꼽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사람도 오랜 인연을 맺은 사람처럼 편안하게 대해 주는 스타일이다. 그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 「관리」를 하고 있다. 장관이 되기 전에도 駐韓 외교사절이 국회 의원회관으로 방문할 때면 항상 사무실 정돈을 시키고, 면담을 한 후 엘리베이터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또 필요하면 보좌관을 시켜서 현관까지 배웅을 시킬 정도로 철저하다.

―매년 보내는 연하장만 수백 장이라고 하던대요.

『한번 관계를 맺으면 계속 편지하고 그래요. 지난 6월에 워싱턴에 가서,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 갔더니 나한테 10년 넘게 크리스마크 카드를 받은 한 사람이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지난 10년 동안 400~500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해외에 보내는데 보통 정성 가지고는 안 돼요. 이를 꾸준하게 하는데 나중에 공적인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요』

―외국의 주요 인사를 모두 데이터 베이스로 관리합니까, 그 대상은 얼마나 됩니까.

『데이터 베이스로 관리는 하는데, 그 숫자는 잘 모르겠어요』

―주로 누가 포함돼 있습니까.

『부시 대통령 아버지와 그 각료들부터 미국의 상하 양원 의원, 일본의 친구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전현직 고관들이 많지요』

그는 상공부 장관 시절 『관료보다 더 관료답다』는 평을 받았는데, 외교부에서는 『외교관보다 더 외교관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그의 조직 장악력은 무서운 데가 있다.

『평소에는 인자하고 온화하지만 업무에는 秋霜(추상) 같다(외교부 중견 관리)』는 평가다.

외교부의 G7(외교부의 차관보급 이상 주요 보직 7명을 지칭) 중 한 명은 『韓장관이 취임 후, 한 번도 고성을 지르거나 화를 낸 적이 없다. 들릴 듯 말 듯 조용하게 지시를 한다. 그러나 중요 사안을 확실하게 궤뚫고 있어 무서운 사람이다』

韓장관은 지난 6월30일 이번 인터뷰가 月刊朝鮮에 실린다는 전제하에 인터뷰를 했으면서도 7월 초 유럽 출장 중에 기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韓장관은 『이런 기사가 나가는 것이 아직 이르다』며 당분간 보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韓장관이 어떤 정치적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나 기자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