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rend] 요즘 젊은이들, 뭘 보고 뭘 말하나

책 신문 덮고 TV를 꺼버린 20대
인터넷에서 그들이 보고 즐기는 것들

  • 글 : 김정우  
⊙ 20대에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 매체는 ‘네이버’
⊙ 웹 2.0 흐름 타고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 新 미디어 주도
“어제 올블에서 떡이떡이님 포스트 보고선 바로 트랙백 쐈어.”
 
  “아, 난 메타블로그보다는 RSS로 직접 구독하는 게 좋더라고.”
 
  “그나저나 이 짤방 어때? 디씨 힛갤에서 건진 건데, 이 사람들 미? 완전 지못미야.”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이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철없는 어린이들의 일시적인 유행어로 보는가 하면, IT 기술자들의 전문용어라 하는 사람이 있다. 장년층에겐 ‘신조어’지만 20대에겐 ‘일상어’다. 인터넷 미디어 전문가들은 몇 해 후면 “오늘 신문 봤어?”란 말보다 더 일상적인 말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1980년대 386세대들이 깃발을 들고 세상을 뒤흔들었다면, 현재 20대들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세상을 뒤흔든다. 지난 여름 美(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좌지우지했던 이들이 20대였다. 최근 톱스타 故(고) 최진실씨 자살 사건에도 20대들의 ‘악성 댓글’은 빠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움직이기 시작한 20대, 그들은 뭘 보고 뭘 말할까.
 
  인터넷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의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TV 이용률은 89.7%로 가장 낮은 수치다. 초등학생은 96.7%, 중고등학생은 93%, 30대는 94.1%를 기록했다. 40대 이상은 96%를 넘는다.
 
  통계청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일반신문 구독률은 53%로 30대(66.6%)와 40대(87.3%)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50대 이상은 모두 90% 넘는 구독률을 기록했다. 인터넷 신문 이용률은 그 반대 현상이 강하다. 20대의 구독률이 86.6%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이 10대(84.9%), 30대(71.9%), 40대(45.7%) 순서다.
 
  독서량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난다. 1년간 독서 권수는 10대가 19.5권, 20대가 17.2권, 40대 이후는 10권 미만이다. 20대의 독서는 대부분 직업서적과 교양서적에 집중돼 있다. 잡지류나 생활취미 서적, 교양서적은 연령대별 큰 차이가 없다. 20대 대부분이 교양서적이나 잡지보다는 취업이나 학업에 필요한 서적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책과 신문, TV 안 보는 20대, 그들은 뭘 보고 들을까. 인터넷이다. 그들은 인터넷 안에서 정보를 접하고, 기사를 읽는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대화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 인구는 33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63%가 뉴스와 신문을 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83%를 기록한 ‘정보 찾기’ 목적에 이어 2위다.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표한 ‘200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KBS, MBC, 네이버, 다음, 조선일보, SBS, 동아일보 순이다. 이미 인터넷 미디어가 종이신문을 추월했다.
 
  20대에겐 그 영향력이 훨씬 높아진다. 그들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네이버를 꼽았다. 34.5%로 2위인 KBS의 20.3%를 월등히 앞선다. 신뢰도에서도 네이버의 善戰(선전)이 돋보인다. 전체 순위에서는 13.7%로 3위지만, 20대는 27.5%로 네이버의 신뢰도가 가장 높았다. 2위인 MBC는 20.3%다.
 
  20대는 과거 책과 신문과 TV를 통해 얻던 정보들을 인터넷을 통해 수집하고 전파한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무엇을 보고 말할까. 20대가 자주 찾는 인터넷 미디어 사이트들을 정리했다.
 
 
  美 <타임> “블로그는 이미 메이저 미디어”
 
미국 <타임>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택했다. 선정이유는 “‘당신’이 정보화시대를 지배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인터넷 미디어의 가장 큰 화두는 ‘웹2.0’이다. 그리고 ‘웹2.0’을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은 ‘블로그’다. 블로그란 ‘웹로그(web-log)’의 줄임말로, 10년 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새로 올라오는 글이 제일 앞에 위치하는 日誌(일지) 형식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개인 일기로부터 시작해 칼럼과 전문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과 사진 영상들이 올라온다. 2000년대 초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는 다른 개념으로, 1인 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블로그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이들이 20대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06년 블로그 이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대 블로그 이용률은 73.4%로 30대(45.6%)와 19세 이하(56.5%)보다 월등히 높다. 블로그 운영률은 68.2%로, 50% 미만인 다른 연령대와 큰 차이를 기록했다.
 
  블로그는 미디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벽을 무너뜨린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사람이 기자가 되고 독자가 된다.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트랙백을 쏜다.
 
  2000년 창간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모토 아래 자유로운 미디어를 꿈꿨다. 하지만 이 꿈은 현재 블로그들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블로거 기자들은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기사를 작성해 데스킹을 거친 후 송고한다. 기사는 블로그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메타블로그’ 사이트나 포털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된다.
 
  블로그의 가장 큰 장점은 ‘속보성’과 ‘현장성’이다. 테러 현장이나 전장, 재해현장 등 언론사 기자들이 일일이 찾아갈 수 없는 곳에서 블로그는 그 어떤 미디어보다 빠르고 생생한 현장을 보여준다.
 
  신뢰성이나 영향력의 면에선 여전히 문제점이 뒤따르고 있다. 취재 범위가 제한된 블로거들이 과연 얼마나 심층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舊(구)미디어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의 의제 설정에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블로그의 영향력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블로거들의 문제 제기와 항의에 의해 대형 방송국인 CBS가 사과방송을 한 경우까지 발생했다.
 
  2004년 CBS의 ‘60분’이라는 프로그램이 부시 대통령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때 ‘파워라인(www.powerlineblog.com)’이란 정치 전문 블로그가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CBS는 사과방송을, 담당 앵커는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파워라인’을 ‘2004년 올해의 블로그’로 선정하고 ‘블로그는 이미 TV, 라디오, 잡지 등과 함께 메이저 미디어 대열에 들어섰다’고 썼다.
 
  ‘살람 팍스’의 ‘라에드는 어디에? (dear_raed.blogspot.com)’란 이름의 블로그는 2003년 이라크戰(전) 당시 바그다드의 일상을 생생하게 공개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로니 아보비츠라는 블로거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의 저널리스트 조준사격 논란에 대한 글로 이슨 조던 CNN 뉴스본부장을 퇴임시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블로그가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와 함께 기존 언론이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대한 심층 취재나, 언론보도에 대한 검증 역할을 함께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18만개 블로그에서 1300만개 글 수집
 
   현재 가장 많은 블로그를 보유한 곳은 네이버(naver.com)다. 매일 700만명이 네이버 블로그를 방문하고, 블로그 일일 페이지뷰는 1억1000만회에 이른다. 하루 약 1만9000개의 블로그가 신규 생성되고, 약 1200만개의 블로그가 현재 운영 중이다.
 
  지난 8월 12일 저녁, 경기도 성남 서현동의 한 장소에서 ‘네이버 블로거 간담회’가 열렸다. 9월에 개편되는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블로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일명 ‘파워 블로거’라 불리는 유명 블로거들이 참석해 실무 담당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이날 가장 큰 이슈는 당연히 ‘네이버 블로그’였지만, 대화 도중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말이 ‘올블로그’였다. 올블로그(www.allblog.net)는 여러 블로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국내 1위 ‘메타블로그’ 사이트로, 네이버를 비롯해 ‘다음(blog.daum. net)’ ‘티스토리(www.tistory.com)’ ‘싸이월드(blog.cyworld.com)’ ‘테터툴즈(text cube.org)’ 등 블로그 툴을 이용하는 모든 종류의 사이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명 ‘블로그 포털’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블로그 이용자들은 자신의 RSS 주소를 올블로그와 같은 메타블로그 사이트에 등록시켜 놓는다.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메타블로그 사이트는 그 글을 자동으로 수집한다.
 
  올블로그엔 10월 현재 18만319개의 블로그에서 1374만4040개의 글이 수집돼 있다. 이 글은 모두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등록한 글들로, 글에 대한 가치 기준을 떠나 웬만한 언론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이들의 의제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다양한 블로그 수만큼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글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올블로그는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슈를 자동으로 추출해 메인 페이지에 게재한다. 10월 6일 밤 11시 현재 올블로그의 가장 큰 이슈는 ‘부산국제영화제’ ‘국정감사’ ‘최진실法(법)’ ‘블로그’ 등이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을 글로는 ‘지문날인 공화국’ ‘최진실 죽음의 진실(?)’ ‘뉴라이트의 막말 모음집’ 등의 포스트들이 뽑혔다.
 
  올블로그와 함께 주목을 받는 메타블로그 사이트로 ‘다음 블로거뉴스(bloggernews.media.daum.net)’가 있다. ‘미디어다음’이 운영하는 곳으로, 10월 현재 8만9396개의 블로그가 가입돼 있다. 기사를 송고하는 방식은 올블로그와 비슷하다. 블로거뉴스에 가입한 후, 자신의 블로그에 기사를 쓰면 된다. ‘다음’은 이러한 방식으로 기사를 송고하는 블로거를 ‘블로거 기자’라고 부른다.
 
  메타블로그 후발주자인 ‘블로거뉴스’의 가장 큰 강점은 ‘포털’이란 배경이다. 올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추천 받은 글’에 뽑힐 경우 하루 수천 명의 방문자를 불러오지만, ‘다음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뽑혀 메인 화면에 노출될 경우, 10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10월 6일 밤 11시 현재 ‘베스트 블로거 뉴스’ 중 ‘종합섹션’에 선택된 글은 ‘유류세 인하 1조6000억 누가 챙겼나’ ‘김진홍 목사, 최진실 행동과 인터넷’ ‘막가는 정두언, 불쌍해서 어쩌나’ 등이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한국 사회 흔들고 있다”
 
메타블로그 사이트 ‘올블로그’의 첫 페이지. 10월 현재 18만319개의 블로그에서 1374만4040개의 글이 수집돼 있다.
  메타블로그가 처음 생겨날 당시엔 이슈들이 주로 IT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 보는 사람들)라고 불리는 IT업종 종사자들이 이용자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룬 메타블로그 사이트는 주제를 점차 확장시켜 나갔다. 극단적인 글과 지나치게 상업적인 글들이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았지만, 그들 스스로 자발적인 정화활동을 벌여 나간 결과, 현재와 같은 미디어 형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블로그’라는 생소한 이용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초보’ 블로거들이 연일 다양한 글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링블로그(www.ringblog.net)’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명승은씨는 <미디어 2.0>이란 제목의 저서에서 메타블로그에서 주목 받는 글의 패턴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거대 집단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글 ▲(기존 언론과 타 블로그에 대해) 반박하거나 반문하는 글 ▲유명한 대상에 대한 글 ▲새롭거나 신기한 소식을 전달하는 글 ▲사회현상에 대해 잘 정리한 글 ▲구체적인 개인 경험을 적은 글 ▲해외소식에 대한 글.
 
  이런 패턴은 신문이나 잡지가 처음 생겨날 때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명승은씨는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인터넷이란 공간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는 분석을 내렸다.
 
  올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블로그 칵테일’의 朴永旭(박영욱·25) 대표는 “블로그라는 존재는 미디어 플랫폼에 있어서 큰 혁명”이라며 “수많은 블로거들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처음 생겨났을 때 사람들은 ‘정보의 바다’라고 했죠. 그런데 정작 그 바다를 제대로 이용할 줄 몰랐어요. 블로그는 그 바다를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여러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죠.”
 
  박 대표는 최근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뉴스 기사와 블로그 연계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주제로 한 기사가 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라왔다고 가정합시다. 우리나라는 그 아래 댓글과 광고가 달리지만, 해외 몇몇 언론사들은 기사 아래 관련 블로그 글이 게시됩니다. 이용자는 기사와 함께 블로거의 글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거죠.”
 
  ―블로그가 발전해 신문TV와 같은 기존 매체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갈 겁니다. 기존 매체와 블로그 모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요즘 한 분야의 매체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뭅니다. 한 가지 사례가 있으면 이와 관련된 신문기사, TV뉴스, 블로그 자료 등을 다각적으로 수집하죠. 다만 블로그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게 다 盧武鉉 때문이다”의 출처
 
블로그 칵테일 박영욱 대표.
  블로그가 1인 미디어를 선도하고 있다면,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는 집단 커뮤니티의 대명사다. “~본좌” “짤방” “이게 다 盧武鉉(노무현) 때문이다” “~면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되지” 등의 신조어와 유행어를 배출해 낸 곳으로, 기사나 뉴스에 보도되는 일명 ‘네티즌’들의 이야기 중 상당수가 이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1999년에 문을 연 디시인사이드는 수차례의 재정적 위기와 ‘웹2.0’이라는 거대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대한민국 대표 커뮤니티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주 이용 연령대는 20대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대가 32%로 가장 높고, 10대(26%)와 30대(24%)가 그 뒤를 잇는다.
 
  핵심 서비스는 1000개를 육박하는 ‘갤러리’들이다. 원래 이미지를 올리는 개념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인물, 연예, 취미, 음식, 패션 등 사회 각 분야 다양한 이슈들로 운영되고 있다.
 
  갤러리에서 시작된 신조어들이 TV와 신문 등 舊(구) 매체로 전파됐다.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의 줄임말인 ‘지못미’는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코너명이 됐고, 미국드라마 갤러리 중 하나인 ‘프리즌브레이크 갤러리’에서 불리던 드라마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의 애칭 ‘석호필’은 사실상 그 역을 연기한 배우 웬트워스 밀러의 한국식 이름이 됐다.
 
  최근 논란이 됐던 촛불시위 현장의 ‘유모차부대’도 예전 디시인사이드에서 유행했던 신조어 ‘솔로부대’의 패러디다. ‘정치사회 갤러리’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고,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서 한 프로게이머를 부르던 호칭인 ‘본좌’는 지난 대선 許京寧(허경영) 전 후보를 ‘허본좌’로 불리게 했다.
 
  디시인사이드를 기획한 金裕植(김유식37) 디지탈인사이드 대표는 “2000년 이후 인터넷에서 생겨난 신조어 대부분은 디시인사이드에서 나온 것”이라며 “자유롭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이트 문화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마냥 웃고 즐길 일만은 아니었다. ‘댓글문화’를 주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악플문화’까지 주도하게 된 것. 최근 톱스타들을 자살에 이르게 했던 악성 댓글 문화의 원조도 디시인사이드였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작된 악플 문화는 이제 한국 인터넷 문화에서 하나의 코드가 됐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뉴스 댓글에서 그 심각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원지인 디시인사이드는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 자체가 낮아진데다 갤러리의 전문성까지 높아지면서, 오히려 자체적으로 정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악플, 신조어와 함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례가 다양하다. 2004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는 탄핵 반대 운동과 총선 투표운동을 주도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과학 갤러리’ 이용자들은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 당시 생물학 연구 사이트인 ‘브릭(BRIC)’과 함께 黃禹錫(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에 대해 집요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2006년 신생 브랜드 시계가 이탈리아 명품으로 속여 팔다 적발된 ‘지오모나코 사건’에서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은 ‘시계 갤러리’ 이용자들이었다. 지난 여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엔 ‘촛불집회 갤러리’가 개설됐고, 최근 金正日(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되자 ‘김정일 死後(사후) 갤러리’가 개설됐다. 특히 촛불시위 당시엔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이 ‘다음 아고라(agora.media.daum.net)’를 대상으로 일명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현 정부와 일부 포털을 비난하는 제목의 글을 작성한 후 아고라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올렸다. 아고라 게시판에서 엄청난 수의 추천을 받았지만, 실제 내용들은 광우병과 상관 없는 내용이거나 ‘일제시대 때 네이버가 친일 행각을 벌였다’는 등 제목과 관련 없는 ‘낚시성’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내용이 틀려도(밥이 없어도) 특정 제목만 붙이면(종만 치면) 조건 반사적으로 추천하고 댓글을 단다(침을 흘린다)”면서 아고라 이용자들을 조롱했다.
 
 
  총성 없는 전쟁, 댓글과 UCC
 
촛불 시위 당시 화제가 됐던 일명 ‘파블로프 개 실험’.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이 내용과 상관없는 제목의 글을 아고라 게시판에 올려 이용자들의 무조건적인 추천을 받아냈다.
  포털뉴스 댓글은 젊은이들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시시콜콜한 생활정보에서부터 국가 안보나 대통령 선거에까지,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네이버 회원 수는 10월 현재 3200만명에 육박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네이버 회원이라는 의미다. 이 중 네이버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 수는 한 달 평균 2400만명, 하루 수십만 개의 댓글이 올라온다.
 
  ‘미디어다음’은 ‘블로거 뉴스’와 ‘아고라’ 등 토론 커뮤니티 형태의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아고라의 경우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 하루 평균 수십만 개에 달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촛불 시위 이후 두 거대 포털은 좌우로 분열됐다. 네이버 뉴스 댓글들은 보수적 성향을 띠는 반면, 다음은 그 반대의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들은 서로 ‘좀비’와 ‘알바’라고 비난하고 있다.
 
  개인 인터넷 방송국 사이트인 ‘아프리카(www.afreeca.com)’는 지난 여름 촛불 여론의 중심에 있었다. P2P 서비스 회사인 ‘나우콤’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서, ‘BJ’라고 불리는 방송 진행자가 자신의 컴퓨터로 동영상을 송출하면 시청자는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누적방송 수가 1500만 개를 넘어섰고, 동시사용자는 20만명을 돌파했다. ‘TV 없이 방송을 시청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UCC 분야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은 인기 방송 대부분이 지상파 방송과 해외스포츠 중계 방송을 그대로 옮기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 생방송 코너를 따로 개설해 일명 ‘촛불 생방송’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캠코더와 노트북만 있으면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이용자들이 아프리카의 생방송 서비스를 활용했다.
 
  지난 몇 해 동안 전국에 ‘싸이질’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www.cyworld. com)’는 지금 ‘뉴스질’이 한창이다. 블로그 서비스의 발달로 미니홈피의 1인 미디어 기능은 축소됐지만, 여전히 방대한 회원 기반과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많은 방문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뉴스 댓글은 대부분 실명으로 게재되는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베플’(베스트 리플)로 뽑힐 경우, 자신의 미니홈피까지 덩달아 방문자가 증가한다. 다른 웹사이트에 비해 10대, 20대 여성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지금까지 소개된 미디어 사이트 외에도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20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무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www. youtube.com)’와 한국의 ‘판도라TV (www.pandora.tv)’, 전세계 뉴스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구글뉴스(news.google. com)’, ‘집단지성의 대명사’로 불리는 ‘위키피디아(ko.wikipedia.org)’ 등 수많은 미디어들을 통해 20대는 매 순간 진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대는 ‘新(신)자유주의 세대’, ‘88만원 세대’ 등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 무엇이 되었든, 이들은 지금 ‘인터넷 미디어’라는 신무기를 들고 사회 곳곳에서 그네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떨치고 있다. 방향의 일관성은 없지만, 그들이 쥔 무기는 강하다. 우리가 20대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인터뷰] 디지탈인사이드 金裕植 대표
 
  “디시인사이드는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푸는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대장’이란 호칭으로 통하는 金裕植(김유식·37)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6월의 ‘반공멸공’ 사건으로 시작됐다.
 
  “6월 25일에 디시인사이드 첫 화면 제목에 ‘반공!멸공!’이라고 적었는데, 난리가 났었습니다. 저는 300만명이 굶어 죽는 현실에 분노해 ‘반공멸공’이라고 했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지난 몇 년간 디시인사이드의 정치 성향은 우파보다는 좌파에 가까웠다. 탄핵정국과 촛불시위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노빠’ 사이트로 분류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어떻습니까.
 
  “다음 아고라가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면, 디시인사이드는 다양한 시각이 분산돼 있습니다. 최근 촛불시위의 사례를 보더라도, ‘음식 갤러리’에선 6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모아 ‘김밥부대’를 조직해 시위대를 지원했고, ‘촛불집회 갤러리’에선 전경들에게 김밥을 전달했어요. ‘이명박 갤러리’에선 현직 대통령을 욕하고, ‘전두환 갤러리’에선 1980년대 정권을 찬양합니다. 기본적으로 ‘反骨(반골) 성향’이 좀 강한 것 같아요.”
 
  ―‘김정일 死後(사후) 갤러리’는 어떤 경위로 개설됐습니까.
 
  “지난 9월 김정일 건강 이상설이 터지면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을 이렇게 인격적으로 무시해도 되냐’ ‘한 나라의 지도자를 왜 폄하하나’ ‘국정원에 고발하겠다’ 등 예상 외의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10년째 디시인사이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최근 웹2.0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10년 전 게시판 커뮤니티 방식을 고수하는 디시인사이드 입장에선 위기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웹2.0’의 핵심 개념인 ‘참여’ ‘공유’ ‘개방’은 PC통신 시절부터 있어 왔습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개념을 무리하게 적용하다 보니 지나치게 강조된 면이 생겼죠. 오죽했으면 어떤 분은 ‘책 팔기 위해서 만든 개념’이라고도 하잖아요.”
 
  ―디시인사이드는 현재의 스타일을 유지할 계획인가요.
 
  “조금씩 개선은 하겠지만 게시판·댓글 형태의 커뮤니티는 그대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RSS, 트랙백 등 블로그 플랫폼이 강조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원형은 게시판과 댓글입니다. 다른 건 모두 보조 수단일 뿐이죠.”
 
  ―최근 악플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요.
 
  “경고와 법적 대응 등 여려 방법을 통해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게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긴 힘들 겁니다. 한 방법으로 ‘막장 갤러리’를 만들었죠. 현실 세계로 따지자면 뉴욕의 할렘가쯤 될 겁니다.”
 
  ―앞으로 디시인사이드는 어떤 사이트로 진화할까요.
 
  “1급수까지는 아니더라도, 2급수 정도의 범용 사이트는 됐으면 좋겠어요. 거대 담론을 나누기보다는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푸는’ 정도의 사이트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내용 없는 ‘낚시글’, ‘뻘글’들은 가급적 지양하고, 내용이 알찬 고급 콘텐츠는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