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과 김정은(왼쪽)
김정은이 3대 세습으로 왕좌에 오른 이유는 김일성 피를 가진 소위 ‘백투혈통’이었기 때문이다. 백투혈통은 김일성과 부인 김정숙이 백두산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다며 스스로 신격화한 혈통이다. 노동당 규약보다 상위 규범인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백두혈통의 권력 계승을 명문화하고 있다. 신라의 골품제도로 치면 ‘성골’에 해당한다.
그런데 김정은은 백두혈통 시초이자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증오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김일성도 생전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비롯한 다수의 탈북자는 “김정은은 김일성 얼굴도 모르고, 김일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인정하지 않은 점을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김정은은 할아버지를 직접 만난 적이 없습니다. ‘김일성=김정은’ 우상화에 열을 올리면서도 김일성과 김정은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지요. 김일성이 손자 김정은을 품에 안은 사진이 나온다면 북한 주민들은 상당히 감동했을 것인데 있었으면 당연히 공개했겠죠. 서로 실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1983년(혹은 1984년) 태어났고,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한 만큼 만날 시간이 있었음에도 김일성은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 고용희가 낳았기 때문이죠.”
탈북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김일성의 장손인 김정남도 출생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처음 할아버지 얼굴을 봤다고 합니다. 김일성이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2002년 사망)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김일성은 유명 영화배우에다 결혼 경험이 있는 성혜림을 탐탁해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2004년 사망)도 김일성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북한에서 지위가 낮은 재일교포 출신인 데다 고용희의 부친이 남한(제주도) 사람이라는 점은 김일성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가능성이 크죠. 김정일도 김일성의 심기를 고려해 김정은을 평양이 아닌 원산 별장에서 키웠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김정은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2004년 유방암으로 죽은 고용희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고영희는 북에서 ‘동요계층’으로 분류되는 북송(北送) 재일교포 출신으로 그녀의 이름과 출신은 금기(禁忌)다.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평양에 고용희의 이름과 출생·사망시기가 적힌 묘비를 세웠고, 고용희의 생전 활동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당 간부들에게 공개했지만, 재일교포란 것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자신과 엄마를 인정하지 않은 할아버지에겐 섭섭함이 존재했지만 본인을 후계자로 낙점한 아버지에 대해서는 각별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남파간첩 출신 탈북자의 설명이다.
"2012년 4월 정권을 물려받은 김정은이 가장 먼저 한 것이 만수대 김일성 동상 옆에 김정일 동상을 세운 겁니다. 제작자가 김정일이 반코트를 입은 모습으로 만들었죠. 완성한 동상을 보고, 김정은이 굉장히 화를 냈다고 합니다. 자기가 본 아버지는 점퍼 차림으로 다녔는데 왜 반코트를 입은 모습이냐고 질책한 것이죠. 결국 1년에 걸쳐 점퍼를 입은 모습으로 다시 제작했습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