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서에 “국제사회 원조의 급격한 축소, 백신에 대한 불신 확산이 백신 접종 확대 가장 큰 걸림돌” 강조
◉ 홍역 상황도 악화... 美는 현재 30년 만에 최악의 홍역 유행 中. 유럽 전역에서도 2024년 한 해 동안 12만5000건이 발생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

- 지난 12월 9일(현지시각) 나이지리아 예나고아의 아구다마에피 종합보건센터에서 한 아이가 말라리아 백신 R21/매트릭스-M을 접종한 후 울고 있는 동안 다른 엄마들이 아이를 안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전 세계에서 1400만 명이 넘는 아동이 단 한 차례도 백신을 맞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15일(현지 시각)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발표한 ‘2024년 세계 백신 접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세 미만 아동의 89%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이하 DTP) 백신 1차 접종을 받았지만, 3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85%에 그쳤다.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못한 ‘제로 접종 아동’의 경우 약 1400만 명에 달했다.
보고서는 특히 “국제사회 원조의 급격한 축소와 백신에 대한 불신 확산이 백신 접종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미국의 WHO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폐쇄 수순에 돌입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도 최근 미국이 백신 연합체 ‘가비(Gavi)’에 약속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케네디 장관은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로 수년간 DTP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WHO는 “DTP 백신은 수십 년간의 연구와 실사용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백신”이라며 “백신은 매년 350만~500만명의 생명을 살린다”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 아동의 52%는 9개국에 집중돼 있었다. 나이지리아, 인도,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등이다. 특히 수단은 내전과 정치 혼란으로 접종률이 가장 낮았다.
한편 홍역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WHO는 “홍역 백신 2회 접종률이 전 세계 평균 76%로 소폭 상승했지만 유행을 막기 위해 필요한 95%에 한참 못 미친다”며 “지난해 60개국에서 대규모 홍역 유행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현재 30년 만에 최악의 홍역 유행을 겪고 있으며 유럽 전역에서도 2024년 한 해 동안 12만5000건이 발생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영국 리버풀의 한 병원에서는 아동 1명이 홍역으로 숨졌다. 영국 내 홍역 백신 접종률은 84% 수준에 머물러 있다.
헬렌 브래드포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홍역 유행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놀랍지는 않다”며 “홍역 확산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성인도 백신을 맞는 데 늦은 때란 없다”고 덧붙였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