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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것 저것 This And That' 허준 작가 전시회

남농 허건의 손자, 자신만의 수묵 세계를 발견하다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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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라는 술이 있다. 전라남도 진도의 특산품이다. 만드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만든다. 덧술의 발효가 끝나면 가마솥에 끓여 증류시킨다. 이걸 모으면 증류식 소주다.
여기까진 여느 소주와 같다. 홍주의 비밀은 그 다음과정에 있다. 모인 소주를 지초뿌리에 여과한다. 알코올과 지초가 만나면 특유의 붉은색이 탄생한다.
 
지초는 진도의 한 부분이었다. 1950년대까지 섬 곳곳엔 지초가 지천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산업화가 진행되며 사라져 버렸다. 토양과 공기의 질에 민감한 지초의 특성 탓이다. 오염된 환경에선 자신의 존재를 걷어버리는 게 바로 지초란 식물이다.
 
소치 허유(1809년 ~ 1892)의 인생도 지초같았다. 진도읍 쌍정리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주를 보였다고 한다.
28세에 스승을 만난다. 두륜산방에 있던 초의 선사다. 두륜산방은 해남 대흥사의 옛 이름이다. 소치는 초의의 지도 아래 공재 윤두서의 화첩을 교과서 삼아 그림 공부를 한다. 4년이 흘렀다. 초의는 제자를 다음 스승에게 보낸다. 추사 김정희다.
 
서른셋에 만난 스승 밑에서 소치의 시,서,화는 더욱 깊어졌다. 그의 나이 마흔, 낙선재에서 헌종을 뵈었다. 이후 10여년간의 한양 생활. 흥선대원군, 민영익 등 시대의 풍운아들과 어울렸다. 민영익은 그를 묵신(墨神) 으로 모셨다. 삼절로 불리기도 했다. 소치의 재능이 홍주처럼 붉게 빛났던 날들이다.
 
1856년 추사가 세상을 떠났다. 소치는 시끄러워지는 조선 말기, 한양에서 스스로의 몸을 거둬 초야로 돌아갔다. 고향 진도에 ‘운림산방’을 짓고 자연에 묻혀 말년을 보낸다. 조석으로 안개가 숲처럼 펼쳐지는 그 곳에서, 소치는 남종문인화의 세계 속에 침잠했다.
 
소치의 화맥은 아들 미산 허형에게 이어진다. 화맥은 다시 미산 허형에게서 그 아들 남농 허건에게 이어져 다시금 꽃을 피운다. 가난 속에 냉골에서 그림 연습을 하다 다리까지 잘라낸 남농(1907~1987)이다. 부단한 노력으로 고아한 아취의 문인화 세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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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남농 허건(왼쪽) 무릎에 앉아있는 네 살 무렵의 허준 작가.


소치의 화맥은 남농 이후로도 이어져오고 있다. 남농의 장손 허진 전남대 미대 교수와 둘째 아들의 아들, 즉 남농의 손자 허준(45) 작가다.
 허 작가는 인사동에서 ‘이것 저것(This and That)이란 전시를 열고 있다. ’집안의 화두였던 산수를 담되, 시대에 맞는 현대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는 허 작가는 그 옛날의 소치처럼 자연(양평)으로 거처를 옮기며 새로운 화풍을 모색했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최근작들은 철처히 나라는 인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집안 형들에게서 느끼는 내 콤플렉스 아니면 무엇인지 모르지만 답답하고 복잡하고 불편한 내 현실상황,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내 욕망, 욕구 그런 상황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리 등 내면의 생각들을 이미지에 담는 작업...
예를 들면 날개, 새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파인데 대부분 이미지는 아주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의 설정이다. 날개라는 것은 자유, 희망, 비상, 탈피 등이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인 것처럼 현재의 답답하고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새의 날개 이미지에 대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를 보면 정작 꺾여 져 있는 날개만 존재하고 있는데 이것은 반대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현재의 내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연작,  연작 등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작품엔 수묵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그 길이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전시는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5월 25일까지 열린다.
 
글=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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