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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보석, 캄폿 후추 이야기

크메르 루주가 없앴지만 다시 부활한 미슐랭 후추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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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익어가는 후추 열매
 
 NPR에서 얼마 전 흥미로운 뉴스를 들었다. NPR은 미국의 공영 라디오방송이다.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유익하면서도 꽤 흥미로운 정보들을 전한다. 영어 듣기를 연습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듯 하다.
 
NPR은 세계 곳곳의 소식들을 자주 전하는데, 이 날은 캄보디아의 ‘캄폿 후추(Kampot Pepper)’를 소개했다. 이런 제목이었다. ‘캄보디아의 보배 캄폿 후추, 크메르 루주 시절 사라졌다 다시 돌아와’.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후추의 원산지는 남부 인도인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슐랭에서 별 세 개를 받은 프렌치 요리사 올리비에 로엘린저(Roellinger)나 멋진 어메리칸 퀴진을 선보였던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같은 요리사들은 캄보디아산(産) 후추, 구체적으로는 캄폿 후추를 고집했다.
 
캄폿 지방은 바다와 토양, 기후가 이상적으로 어우러져, 무척 향기롭고 미묘하게 특별한, 그래서 값비싼, 향신료를 키워낸다.
 
프랑스 출신인 나탈리 샤보쉐 씨는 7년 전 남부 캄폿에서 후추 농사를 시작했다. 샤보쉐 씨의 농장은 이제는 캄폿에서 가장 큰 후추 농장이 됐다. 지난해에만 후추 25톤을 생산했다. 후추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너무 매우면 안되요. 맵기만 하면 입 안을 자극하기만 할 뿐이예요. 캄폿 후추는 지나치게 맵지 않아요. 적당한 정도죠. 마치 와인 같은 거예요. 와인을 맛보듯이 후추를 맛보세요. 오랫동안 입 안에 두면서 맛을 음미할 수 있어요.”
 
캄폿 후추가 생산된 지는 오래됐다.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1900년대 초다. 캄보디아를 보호국, 실질적으로 식민지로 점령한 프랑스인들이 본국으로 캄폿 후추를 보내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엔 매해 8천톤씩 캄폿 후추를 생산했다. 프랑스에서 소비되는 후추는 모두 캄폿 후추였단다.
 
샤보쉐 씨는 IT업계에 종사하는 고소득 근로자였다. 8년 전 캄보디아로 건너왔는데, 그 때는 캄폿 후추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그랬다 후추 농장을 한번 가보고는 마음이 확 끌렸다. 한 가지 문제가 있긴 했다.
 
“후추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어요.” 샤보쉐 씨의 남편 포어씨가 말했다. “사실 농사 자체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저희 둘다 평생 소프트웨어 쪽 일만 했거든요.”
 
그러나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캄폿에서 대를 이어 후추를 길러 온 캄보디아인 농부들에게 배우는 거였다. 이웃 농장의 농부들에게 2천 그루를 가져다 심었다. 그렇게 후추 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약 40만 제곱미터, 즉 12만평 넓이의 농장에서 2만 그루를 기르고 있다.
캄보디아인 농부들에게 후추는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 준 작물이다. 현지 후추 농부인 톤(Thon)씨는 후추를 길러 한해에 약 1만3천 달러를 번다.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천 달러가 못된다.
 
1975년부터 1979년, 크메르 루주 독재 기간 동안 캄보디아의 후추 산업은 절멸하다시피 했다. 톤 씨의 말이다.
 
 “저의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크메르 루주를 위해 싸워야만 했어요. 살인 정권은 농사 대신 전투를 강요했어요.”
 
크메르 루주 정권이 패배한 후, 농부 중 몇몇이 그들의 땅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살아있던 후추나무들을 조금씩 되살렸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20년전엔 한 해에 단 몇톤만 생산됐다. 지난해 400명이 넘는 캄폿 후추 생산협회 회원들은 모두 합해 약 100톤의 후추를 출하했다.
 
캄폿 후추는 2016년에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 해 EU(유럽연합)가 캄폿 후추의 지리적 명칭 보호(PGI,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를 승인했다. 지리적 명칭 보호란 특정 제품이 특정 지역에서 생산될 때만 특별한 가치가 인정될 때 인정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캄폿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후추만이 캄폿 후추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단 얘기다. 와인 등 식품에 주로 적용하는 인증이다.
 
샤보쉐 씨의 말이다. “마치 샴페인 같은 거예요. 샴페인은 다른 와인과 비교할 수 없어요. 캄폿 후추도 마찬가지예요. 고유의 맛과 향을 갖고 있어요. 쉽게 식별되는 향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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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후추
 
캄폿 후추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 흑후추다. 아직 덜 익은 후추열매를 찐다음 으깨서 만든다. 샤보쉐 씨의 설명이다.
“흑 후추는 많이 맵진 않아요. 시트러스, 민트 향이 약간 나지요.”
 
둘째, 적후추다. “후추열매가 붉게 익을 때까지 따지 않고 기다려요. 잘 익을 때까지요. 과일 향이 더 나요. 약간 담배향도 나고요. 먹어보면 아주 달아요. 디저트나 초콜릿, 과일, 샐러드와 완벽한 조합이예요.”
 
흑후추와 적후추를 비교해보면 흑후추가 좀더 맵고 고기에 더 어울린다. 적후추는 흑후추보다 비싸다. 가장 비싼 건 세 번째 후추인 백후추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약 30그램에 100달러 가량에 팔린다.
 
“백후추는 붉은 후추열매를 수확해 껍질을 벗겨서 생산한 거예요. 아나이스나 허브 같은 향이 나요. 여러 미슐랭 요리사들이 백후추를 후추의 정수라고 부른 이유이지요. 아주 맛이 짙어요. 주로 생선 등 해물요리에 쓰여요.”
 
샤보쉐 씨 부부는 캄폿 후추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공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위조품이 돌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값싸고 조악한 베트남 후추가 캄폿 후추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돌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후추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작년 한 해에만 18만톤 이상의 후추를 생산했다.
 
포어 씨는 “캄폿 후추를 구입할 때는 진짜 캄폿에서 생산된 게 맞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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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캄폿 후추를 알아보는 방법

후추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향신료다. 특히 강황과 함께 섭취하면 강황의 주요성분인 커큐민의 흡수율을 높여준다.
 
글=하주희 기자

입력 :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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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블루칩’

everhope@chosun.com
댓글달기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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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현주 (2020-05-05)

    캄폿후추를 지인 소개로 구매해서 먹어봤는데, 일반 후추와 달리 중독성도 있어서 재구매하게 되더라구요

  • 박지윤 (2020-05-05)

    후추에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또 몰랐네요 캄폿후추도 구매해서 먹어보고 싶네요

  • 이성미 (2020-05-04)

    요리에 후추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 얼마전 구매해서 먹고있는데 캄폿후추 확실이 향이 좋고 중독성이 있네요. 건강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먹어야 겠어요

  • 천원호 (2020-05-01)

    인도인의 치매 발병률이 1.1%(미국 등 선진국이 8 에서 13.9%)로 낮은 이유는 그들이 즐겨 먹는 카레(강황)의 커큐민 성분 때문이라고 합니다. 카레(강황)를 먹을때 캄폿후추를 갈아서 뿌려 먹으면 커큐민의 신체 흡수율을 20배 에서 1,000배 까지 올려 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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