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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의 세계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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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兪淙ㆍ48) 前 울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음악계에서는 실력있는 중견 지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부친은 玄民 유진오(兪鎭午) 前 신민당 당수이고, 모친은 이명래고약 대표인 이용재(李容載)씨입니다. 그는 미국 태프트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아스펜음악제에서 지휘자로 데뷔했습니다. 헝가리 비르투오지 실내악단 음악감독을 지냈고, 1994년부터는 런던 필하모닉오케스트라(PO) 제5대 객원지휘자를 거쳐 영국 칼튼클래식 전속 지휘자로도 활동했습니다. 1998년에는 귀국해 울산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로도 활약했습니다. 그는 미국 줄리어드음악학교에서 지휘를 했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받은 이색경력도 있습니다. 그가 설렁탕을 먹으면서 기자에게 들려준 「지휘자의 세계」는 너무나 진솔해 혼자 듣기가 아까웠습니다. 그는 『지휘자는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연주에 의한 직업』이라며 『전세계 대통령의 90%가 대통령을 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지휘자의 90%도 音을 모르고 지휘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휘자가 진짜배기인지 아닌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그가 처음 지휘대에서 지휘를 시작할 때 대번에 안다고 합니다. 그가 음을 모르는 지휘자라는 것이 판명되면, 단원들은 지휘자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악보에만 의지해 연주를 한다고 합니다. 마치 나라의 지도자가 처음부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좌충우돌하면 국민들은 지도자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죠. 지휘자는 머리가 좋아야 하고 꼭 한가지 악기를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연주자는 자신의 멜로디가 적힌 악보만 연주하면 되지만, 지휘자는 온갖 악기들의 멜로디와 화음이 적힌 악보를 모두 외워야 하고, 지휘할 때는 그것들을 速讀(속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이 쉽지 한곡을 연주하기 위해 수천개의 「콩나물 대가리」를 외워야 한다는 게 보통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 지휘자가 악기 하나는 연주해야 하는 까닭은 추상적으로 음을 해석해 지휘하는 것보다 한 악기가 내는 소리를 구체적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소설을 읽을 때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고, 계곡에는 물이 졸졸흐른다는 구절이 나오면 우리들이 느낀 구체적인 체험이 移入(이입)돼 감동이 전해져 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겁니다. 지휘자들은 가급적 악기를 다룰 줄 아는데, 카라얀의 경우는 피아노를 잘 쳤다고 합니다. 유 지휘자는 첼로를 다뤘는데, 바이올린보다 음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악기여서 선택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피아노를 치는 지휘자는 전체적인 오케스트라 구성 악기의 음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다가 반주까지 넣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런던필하모닉 시절, 베를린필의 폰 카라얀에게 리허설 장면을 관람하게 해달라고 해서 허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통상 리허설 장면은 지휘자의 노하우가 드러나기 때문에 공개를 금기시 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동양의 젊은이가 알면 얼마나 알까 하는 생각으로 관람을 허락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 느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공연무대 객석에 앉아 베를린필이 연주하는 것과 같은 악보를 펼쳐놓았다. 의사의 아들인 카라얀은 음악을 수학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를 지휘에 적용하는 스타일이었다. 천하의 카라얀도 최고의 베를린필과 不協和音(불협화음)이 생겼다. 한순간 카라얀의 지휘가 흔들리자 연주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이방인인 나를 의식한 듯 그는 연주 중간에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그때마다 나도 악보에 「카라얀이 날 쳐다봤음」이라고 적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카라얀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을 시켰다. 세계 최고수준의 베를린필하모닉도 결국 「연습」으로 얻어진 명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마치 나 하나를 위해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자 독일 황제가 된 듯 했다.> 유종씨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음악 교육 붐에 대해 『아이들에게 음악을 접할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부담과 강요는 금물』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서너시간 한곡을 지휘할 때도 있는 지휘자의 일에 대해 그는 『온몸을 사용해 지휘해야 하는 지휘자는 매번 몸을 긴장해서는 안되고 곡을 잘 해석해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며 『매번 몸을 긴장해 경직된 지휘를 하는 지휘자는 목, 어깨, 허리, 손목를 다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입력 : 200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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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si@chosun.com 기자클럽 「Soldier’s Story」는 국내 최초로 軍人들의 이야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軍隊版 「피플」지면입니다. 「Soldier’s Story」에서는 한국戰과 월남戰을 치룬 老兵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후손들에게 전하는 전쟁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한 전후방에서 묵묵하게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軍人들의 哀歡과 話題 등도 발굴해 기사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기자클럽 「Soldier’s Story」에 제보할 내용이 있으시면 이메일(gomsichosun.com)로 연락주십시오.
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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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흔 (2007-10-25)

    원래는 '쪽팔리다''골 때리다'라는 말도 1980년대 말까지는 방송에서 감히 쓰지 못하던 단어였는데, 그후 코미디언들이 야금야금 쓰기 시작하는 것을 허용하니까 어느덧 온 국민들이 방송언어로는 적절치 못한 이 단어에 무감각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애들이 '수퍼맨'을 좋아하듯 '졸라맨'을 좋아하는 것이야 어쩌겠습니까마는 이런 저질 언어를 어린이들 상대로 한 상술에 이용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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