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동운 공수처장. 사진=조선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한 것과 관련해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고, 결국 윤 대통령은 구속됐다. 이에 대해 이기광(李起光‧70) 전 울산지방법원장은 “수사권의 명백한 남용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32년 간 판사로 재직했던 이 전 법원장을 지난 7일 대구에서 만났다.
<“고위공직자범죄”란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한다. 다만, 가족의 경우에는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죄에 한정한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공수처법 제2조 제3호에 열거돼 있다. 여기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가 ‘형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변호사법’ ‘정치자금법’ ‘국가정보원법’ 등을 위반했을 때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각 법률의 조문(條文)을 ‘~조부터 ~조까지’라는 식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형법 제87조 내란죄’는 포함돼 있지 않다.다만 공수처법 제2조 제4항 ‘라’목에서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그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문장, 글자 그대로 읽으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가 범하는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 셈이다.
공수처의 논리는 이렇다. 공수처법 제2조 제3호 ‘가’목에선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12‧3 비상계엄 때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본(本)범죄, 다시 말해 주된 수사 대상으로 삼고 ‘관련 범죄’인 내란 혐의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기광 전 법원장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범죄는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할 수 있다”며 “공수처의 수사권을 제한한 공수처법 제2조 제3호의 규정이 무의미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내란죄를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입법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백번 양보해서, 공수처의 주장대로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 수사권을 갖는다 치면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발견했어야’ 한다. 공수처가 근거로 제시한 공수처법 제2조 제4항 ‘라’목에 따라서다. 하지만 실제 수사는 정반대의 순서로 진행됐다. 공수처는 애당초 내란죄를 수사하겠다고 달려들었다. 공수처의 주장과 실제 보인 행동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얘기다.
한발 더 양보해서,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포착했다 쳐도 문제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흔히들 아는 ‘불소추특권(不訴追特權)’이다. 말 그대로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이다. 직권남용죄도 불소추특권의 적용 대상이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기소조차 못할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어떤 수사기관이 재판에 넘길 수 없을 게 뻔히 보이는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나설까. 기소할 가능성이 불명확한 정도를 넘어, 처음부터 기소 가능성을 0%로 봤는데 수사를 개시했다면 그거야말로 ‘수사권 남용’이다. 수사는 기소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모든 수사가 기소를 전제로 하지는 않더라도, 기소가 불가능한 행위에 대한 수사는 개시할 수 없다고 보는 게 이 전 법원장의 시각이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선 내란과 외환 이외의 범죄로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공수처가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면, 본범죄에 해당하는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가 적법하게 시작됐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조차 개시하지 못한다면, 공수처의 주장대로 ‘관련 범죄’인 내란죄를 인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인지하려면 ‘본범죄’인 직권남용을 수사해야 하는데, 이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막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수처의 수사 개시도 문제지만, 어느 기관이 하든지 간에 기소가 이뤄지면 더 큰 혼선이 초래된다.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다면, 이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명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상상적 경합범’이 된다. 이럴 땐 가장 무거운 죄목인 내란죄만 적용하는 게 법리(法理)다. 따라서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해도, 기소할 땐 직권남용죄가 내란죄에 흡수된다. 실질적으로는 내란죄를 수사해 기소하게 되는 사안이다.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하겠다는 게 주객전도(主客顚倒)인 이유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 구속, 강제구인, 압수수색까지 밀어붙였다. 민의로 선출한 현직 정부 수반에게 이 정도의 강제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없다. 그만큼 절차상 논란의 여지를 가능한 한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이번 사안과는 별개로, 2018년 작고(作故)한 곽윤직 전 서울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런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법을 해석할 때는 ‘꽃을 꺾지 마시오’라는 푯말을 보고, 이를 ‘꽃나무를 뽑는 것은 괜찮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