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연구소 서명수 대표가 최근 펴낸 《중국 부역자들》(서고)은 우리 사회 내 친중 인사의 실체와 그 뿌리를 파헤친 책이다.

‘친중(親中)’을 넘어 ‘종중(從中)’이 일상화된 ‘중국 부역자들’의 뿌리는 거대하고 오래된 듯이 보였지만 저자는 “실체가 공허하고 별 것 아니다”고 말한다.

기자는 《중국 부역자들》에서 제기한 우리 사회의 친중 현상의 기저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서 대표는 우리 사회 내 친중의 뿌리를 찾아보면 그 근원은 고(故) 리영희(李泳禧, 1929~2010) 선생이라고 말한다.

서 대표는 “그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 《8억 인과의 대화》, 《10억 인의 나라》가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고 말한다. “중국 문화대혁명에 대한 오해를 통해 중국문화와 신중국, 마오쩌둥 등 신중국의 지도자들 그리고 중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과 믿음 우리 사회에 한껏 심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영희는 “제대로 중국을 보지 않고 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대륙중국에 직접 가서 중국을 보지 않았다”.

‘리영희 중국’은 상상 속, ‘뇌피셜’에 존재하는 세계였다. 문화대혁명이 마오 주석 사망으로 10년 만에 막을 내리자 그는 절절하게 안타까워했다. 마오 사망 후 실권을 장악한 ‘덩샤오핑’(小平)이 ‘개혁개방’을 통해 ‘원빠오’(배고픔과 주거를 해결)를 향해 달려가자 리 교수는 “마오쩌둥을 버리고 자본주의의 길로 달려 간다”며 맹비난했다.

서 대표는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은 아예 외면한 것이 리영희 중국의 실체”라고 했다.

리영희는 태생적으로 ‘마오이스트’(공산주의자)였다. 그의 사상적 실체를 밝힐 필요는 없다. ‘중국부역자’들을 양산한 원천이었지만 자신이 구축한 ‘우상의 왕국’을 파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양한 저작들을 통해 70~80년대 대학가를 뒤흔들어놓은 리영희 선생은 그때부터 소위 운동권의 대부라는 위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의 책들은 운동권 의식화 도구로 명성을 나리면서 그 시절 금서로 지정됐다.

반공 이데올로기와 친미독재정권이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속성을 건드림으로써 대학생을 비롯한 지식인의 양심을 자극한 선생의 저작들은 출간되자마자 박정희 정권에서 전두환 정권에 이르는 군부독재에 맞서는 대학생들의 최고의 무기로 진화됐다.

리 선생이 자신의 입과 글을 통해 잘못된 중국관을 온 나라에 전염시킨 잘못에 대해 공식사과하거나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영 없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에 따르면 과거 부민협(부산민주화추친협의회)을 할 때 리영희 선생을 두세 번 초청한 일이 있는데 그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 오류가 아니었는지”라고.

리영희는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8년 출간한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리영희는 문화대혁명을 인류역사상 최대의 휴머니즘이자 ‘인간성 개조 실험’이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리영희는 문재인 변호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오류였다. 글을 쓸 때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는데 그 시절은 역시 자료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리영희 교수의 책들은 운동권 학생들에게 지하교회의 바이블처럼 소중하게 존중받았다.

리영희 교수는 1994년 7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책을 통해 스스로 깨우친 좌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과 협력을 역설했다. ‘좌우 날개론’은 이후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던 90년대 대표적 화두가 되었다.

서 대표의 말이다.

“리영희 교수는 좌우균형을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는 어느 한쪽 편에 서서 다른 쪽을 냉철하게 바라보거나 존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편향된 시각에서 편향된 입장을 끊임없이 주장한 것이 그의 일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