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사진=조선DB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벌칙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게 형사 처벌까지 포함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용자는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라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하는 거죠.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내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모르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법의 실효성도 떨어지죠. 한 사람을 전과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데,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사 A씨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동법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개념, 그리고 법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통과시켰으며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사용자’의 개념에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는 원청 대표로 하여금 하청 업체 근로자에게도 법적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게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A씨는 “현행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 단체교섭 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어디까지인지가 모호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단체교섭 상대방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률이 처벌하는 행위는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판례를 살펴보면, 노동에 관한 법률은 형사 처벌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실무에선 노동조합법 제81조를 ‘지배개입 금지 조항’이라 부른다. 이 조항은 이미 명확성 시비가 붙었던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26일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등 위헌소원(2019헌바341)’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먼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은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다. 이 조항 제4호의 내용 일부다.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여 급여를 지급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헌재는 “‘지배’ 및 ‘개입’이라는 용어들의 의미는 비교적 명확하나 다소 광범위한 측면이 인정된다”면서도 “사용자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에 관하여 사용자로서 지배・개입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파악하거나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경우 요구되는 명확성의 정도는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해당 조항에 대해 “학설, 판례 등의 집적을 통하여 실무적 기준이 충분히 확립되어 있으므로 법 집행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노사(勞使) 관계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노동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때 ‘학문적 연구, 행정 해석, 판례 등이 쌓여 실무적 기준이 쌓였는지’도 고려한다.
명확성 시비가 붙은 또 다른 판례를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제110조 위헌소원(2003헌바12)’ 사건이 있다. 근로기준법도 형사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10조는 벌칙 조항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당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現 제23조 제1항)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 해고 등을 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청구인은 “정당한 이유”라는 단어가 모호하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헌재는 2005년 3월 31일 ‘정당한 이유’에 대해 “일반 추상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 내용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위헌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근로자의 해고에 관하여 법문상 요건이 되고 있는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는 오랜 기간 그것의 의미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진행되어 그 성과가 쌓여있고 다수의 행정해석과 관련 판례들이 풍부하게 집적되어 왔다.”
노란봉투법 얘기로 돌아와서, 이번 개정안이 명시한 사용자의 개념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다. 이를 학계에선 ‘실질적 지배력설(說)’이라고 부른다. 이 ‘실질적 지배력설’에 대해선 이미 대법원이 인정한 전례(2007두8881)가 있다.
2010년 3월 25일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한 경우,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때 이렇게 판단했다.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사업주인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사내 하청업체의 사업폐지를 유도하고 그로 인하여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하였다면, 원청회사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
다만 A씨는 “판례가 실질적 지배력설을 채택하고 있는 건 맞는데, 이걸 ‘원청이 사용자다’라고 인정한 거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의 당사자가 원청이라서 그렇게 보일지는 몰라도, 실질에 비추어 봤을 때 사용자라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한 것과, 원청이 곧 사용자라고 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 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A씨는 “노동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속성”이라며 “대법원까지 길게는 10년 가까이 끌 수 있는 재판을 고작 ‘내가 노동법의 적용 대상인지를 가리기 위해’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노란봉투법을 공동 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11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용자) 본인이 실질적으로 (하청 업체)에 관여하고 있는 걸 왜 모르겠냐”고 주장했다. 강 의원의 얘기다.
“회사가 회피하려고 하니까 모른다고 말을 하는 것이죠. 실제로 업무가 자기들의 지시나 이런 거 없이, 아무 지시 없이 거기(하청 업체)에서 알아서 방법과 인원을 결정할 수 있습니까. 어떤 작업을 할 때 무슨 기계를 써야 하고 인원은 어느 정도 필요하고, 이런 작업 지시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업들은 들여다보면 다 보이거든요. 근데 이걸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그냥 이 법을 통과시키고 싶지 않은 핑계죠.”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 가운데 또 하나는 “법원으로 하여금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인정 시,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무사 A씨는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개별 조합원 한명 한명의 손해액을 각각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300명이 파업하면, 누구는 50만원, 누구는 100만원, 이런 식으로 각각 (소송을) 걸어야 한다”며 “사실상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사실상 부진정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부진정연대책임은 민법 제760조에 담긴 내용으로, 여러 명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뜻한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노란봉투법으로 부진정연대책임은 깨지나요,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연대 책임이 맞습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을 살펴보면, 개인별로 기여도를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돼 있으니 부진정연대책임을 사실상 부정하는 겁니다.”
- 민법과 충돌하지 않습니까.
“노동법은 민법의 특별법이기 때문에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민법에 그런 규정이 있다고 해도 노동법에선 이러한 규정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개인 별로 입증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습니까.
“그게 문제죠. 개별적으로 책임을 인정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파업 한번에 수백명, 수천명이 운집해서 하는데 이때 손해가 한 10억원 생겼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동안은 노동조합에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누군 얼마의 손해를 끼쳤고, 또 누구는 뭘 했고, 이런 것들을 개별로 손해배상 청구하라는 얘기에요. 그럼 예를 들어 야간에 파업을 해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CCTV를 찍거나 녹음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프라이버시(개인 사생활) 문제가 생기잖아요.”
이처럼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을 사실상 묻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강은미 의원은 “불법 행위를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예를 들어 300명이 파업을 했다고 하면, 누구 한명이 불법 행위를 했을 때 그런 행위를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게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A씨는 “쟁의 행위의 정당성 인정 범위를 넓혀 민사 면책 될 수 있는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강 의원은 노란봉투법 원안에 두 가지를 요구했었다고 한다. 강 의원은 “하나는 노동조합의 크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한도액을 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이런 게 다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