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살인예고' 오리역에 가다

'수상한 거수자' 대상 신원검사, '경찰 지시 거부' 시민들 소란 빚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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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분당선 오리역 내부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월간조선

3일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뒤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칼부림 살인예고' 게시물이 인터넷 상에 잇따라 올라왔다.


'칼부림 살인예고' 글 중 1건은 3일 오후 6시 40분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작성자는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 나를 죽이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죽이겠다.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경찰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올라온 살인예고 글 2건의 작성자를 추적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당선 오리역과 서현역에 경찰특공대 전술 1개팀(8명), 기동대 1개 제대(23명), 순찰차 1~2대와 경찰관(4명) 등 경찰 인력 35명을 각각 투입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도 '칼부림 살인 예고'와 관련 "역내 CCTV 모니터링 및 순찰을 강화할 것과 경찰 작전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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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역 앞에 주차된 경찰특공대 차량

 

기자가 오리역을 찾은 4일 오후. 경찰은 2명씩 짝을 이뤄 역 내부와 오리역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방탄조끼와 팔목 보호대 등 방호복을 착용하고 곤봉과 방패를 든 채였다. 경찰특공대는 무장을 한층 더 갖춘 모습이었다. 이들은 방탄조끼는 물론 헬멧과 고글, 방호장갑을 착용했고 허리춤에는 권총을 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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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채 역 안을 순찰하고 있는 경찰특공대

 

오리역 관계자들은 경찰이 순찰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갈 때마다 개찰구를 열어주며 협조했다.


오후 4시 30분께 경찰은 "아직까지 별다른 신고 접수는 없다"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근무 교대 시간이 되자 순찰조는 현재까지의 현장 상황과 순찰 동선, 기자 응대 메뉴얼 등을 다음 조에게 인계했다.


역 안엔 경찰 말고도 뉴스1, 연합뉴스, SBS, 채널A, TV조선 등 각종 통신사와 방송사의 취재·카메라 기자들이 나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또 여러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들고 역 안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대대적인 순찰에 흠칫 놀라면서도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세요" 같은 인사를 건냈다. 한 시민은 "이 동네에 오래 살았는데 이렇게 많은 경찰을 본 적이 없다"며 "요즘 뒤숭숭한 일이 많은데 더 이상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리역 인근 상인도 "범행 예고 때문에 오늘 하루 매출이 급감했다"며 "오늘 범행이 실제로 일어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칼부림 살인'이 예고된 오후 6시. 퇴근 시간과 맞물려 역 안은 복잡해졌고 경찰의 경계는 한층 더 강화됐다. 잠시 후 역 안이 시끄러워졌다. 경찰이 한 남성을 붙잡고 신원 확인을 진행한 것이다. 경찰은 남성의 이름, 나이, 거주지 등을 확인한 뒤 귀가 조치했다. 신원검사를 담당한 경찰은 "더운 날씨에 붉은색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이 수상해 검사했다"며 "확인해보니 위험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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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거동이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시민을 대상으로 신원검사를 진행했다.

 

오후 6시 30분께 또 한번의 검사가 이뤄졌다. 모자를 눌러쓰고 긴 옷을 입은 남성이 계속해서 역 안을 배회하는 모습이 목격된 것. 경찰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방 안을 검사한 뒤 보내줬다.


오후 7시께 역 안에 구경꾼들이 많아지자 경찰은 안전 사고를 우려해 지하철에 탑승하지 않는 시민들을 역 밖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하며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께 성남시해병대전우회가 경광봉을 들고 출동했다. 전우회 관계자는 "경찰과 협력해 순찰 작업을 하고 있다"며 "모란역에서 출발해 역을 차례로 훑으며 여기(오리역)까지 왔다"고 말했다.

 

글 작성자가 범행을 예고한 10시가 지날 때까지 오리역 주변에서 별다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역 안의 상인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눈치였다. 다만, 경찰은 "상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주변을 순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일 '칼부림 사건' '묻지마 살인' 같은 흉악 범죄가 톱뉴스에 오르며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사형제도 부활'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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