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로 꼽혔던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80) 전 미국 하원의장이 내한했다. 뉴트 깅리치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논객이며 1995년, 40년만에 처음으로 공화당 출신 하원의장이 된 인물이다. 

통일교 천주평화연합(UPF)이 최근 주최한 ‘피스서밋 2023’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가 지난 6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는 미 하원의장 시절인 1997년 3월 내한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원의장은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 다음 권력 서열 3위이다.

군 출신인 그의 선친은 한국전 참전 용사다. 1995년 8월 15일 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에 참전한 아버지가 1960년대에 군복을 벗은 뒤 그 후로 한 번도 한국을 가보지 않아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부인 칼리스타와 함께 한국을 찾은 깅리치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는 등 공식 일정 외에 국내 지인과 만났는데 주 교황청 한국대사를 지낸 정종휴(鄭鍾休) 전남대 명예교수와 지난 5일 저녁 만났었다.

정종휴 전 대사는 3시간 동안 만찬을 들며 깅리치 내외와 만났던 사연을 기자에게 전해왔다. 이들의 인연은 깅리치의 부인 칼리스타 여사가 지난 2017년 주 교황청 미국대사로 부임하며 시작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이들 부부는 정 전 대사와 친교를 맺었다.

깅리치는 부인의 권유와 2008년 미국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씀에 감동해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고 한다. 정 전 대사는 ‘가톨릭 전통신앙의 수호자’라 불린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저서 7권을 국내 번역했을 만큼 베네딕토 16세 연구자다.

뉴트 깅리치는 미 하원의장 시절에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1995년 8월 15일 자 6면에 실렸다.

정 전 대사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미국 방문에 깅리치가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깅리치는 윤 대통령을 ‘자유의 옹호자’(champion of freedom)라고 칭송하더군요.

깅리치는 제게 ‘윤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아느냐’고 묻길래, 대통령의 은사인 송상현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의 4월 12일 자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을 짧게 전했어요.”

198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윤 대통령의 지도교수였던 송상현 교수는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재판관과 재판소장을 지낸 법학자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서울대 법대생들과 달리, 윤 대통령은 학부 시절 인문사회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어 소양이 탄탄했다. 구수(九修)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은 관심사가 다양하고 보스 기질이 있어 동료와 후배들을 챙기느라 그랬다”고 말했었다.

정 전 대사는 송상현 교수의 발언을 전한 뒤 덧붙이기를 “윤 대통령은 확고한 반공(反共) 지도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트 깅리치와 부인 칼리스타 전 대사.

정 전 대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뉴트 깅리치는 과거 트럼트 대선 당선에 기여한 지금도 트럼프의 최대 우군(友軍)이고, 그의 머릿속에 내년 트럼프 당선 전략으로 가득 찬 사람입니다. 또 저에게 ‘내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미관계는 더욱 좋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하더군요.”

정 전 대사는 또 깅리치 내외와의 인연을 이렇게 전했다.

“깅리치 부부는 제가 로마 떠날 때 미 대사관저에서 저를 위한 환송연을 베풀어주었어요. 그 자리에는 저와 친한 다른 대사들(영, 불, 헝가리)도 합석했습니다. 깅리치는 전사(戰史)에 해박한 것 같았습니다. 만찬 중에도 스탈린 그라드 이야기를 했습니다.

4년 전(2019년 2월)에도 서울에서 만났어요. 아직 부인이 주 교황청 미국대사로 재임 중일 때였습니다. 그는 ‘선친께서 노르만디 상륙작전과 6.25에 참전한 분인데, 오늘날 믿을 수 없는 한국의 발전상을 봤다면 분명 놀라워하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깅리치는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또 사회평론가, 역사소설가 등으로 활동하며 엄청난 저술을 남겼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모두 41권을 펴냈다. 《폭스뉴스》 기고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 저서로 2021년 11월 펴낸 《바이든을 넘어: 우리가 사랑하는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Beyond Biden: Rebuilding the America We Love)》, 작년 7월 펴낸 《큰 정부 사회주의를 물리치는 것: 미국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Defeating big government socialism : saving America's future)》 등이 있다.

한편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은 지난 5월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났고, 김 의장은 그에게 “오는 6월 방미 때 '한·미의원 연맹' 을 창설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었다.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후원자 중 한 명인 깅리치는 여전히 공화당 내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케빈 맥카시 현 하원의장에게 이번 김진표 의장과 접견에 관련한 리포트를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종휴 전 대사와 깅리치와 칼리스타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