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일보》 1923년 5월 3일 자 3에 실린 ‘첫 어린이날’ 행사 사진. 왼쪽은 천도교 회당에서 어린이들이 춤추는 광경. 오른쪽은 ‘첫 어린이날’에 천도교당에 모여든 어린이들.
《조선일보》 1927년 5월 1일자 3면에는 한 면 통째로 어린이날 특집 기사가 실렸다. 당시에는 5월 1일이 어린이날이었다. 먼저 신문에 실린 표어가 눈길을 끈다.

<잘 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
새 됴션(조선)의 일ㅅ군(일꾼)은 어린이!!>
신문에는 이 구호 아래에 ‘각파(各派) 연합(聯合) 조선소년운동협회’라고 단체명이 적혀 있다. 어린이날은 천도교 소년회와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조선소년운동협회가 1923년 공포(公布)한 날이다. 당시 어린이날은 5월 5일이 아닌 5월 1일이었는데 한 해 전인 1922년 천도교 소년회가 그날을 먼저 어린이날로 지정했다.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 1899~1931) 선생이 바로 천도교 소년회에서 어린이 운동가로 활동했다.

1923년 4월 30일 자 1면에 실린 신문 머리기사는 <소년운동협회 창립에 대(對)하야>였다.
흥미롭게도 1923년 4월 30일 자 《조선일보》1면 머리기사는 <소년운동협회 창립에 대(對)하야>였다. 신문이 어린이와 어린이날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어린이야말로 민족의 해방과 독립, 그리고 나라의 번영과 미래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신문 기사 내용이다. 100년 전 신문 기사문은 오늘날 기사체와 많이 다르다.
<인(人)이 시생(始生)하야 기(飢)차면 제곡(啼哭)하고 포(飽)하면 희유(嬉遊)하야 (중략) 혈기(血氣)의 순환(循環)이 강렬(强烈)하고 동작(動作)에 모방(模彷)이 예민(銳敏)한 유소시대(幼少時代)를 천시(天時)에 비유(譬喩)할진데 군칩(群蟄)이 시동(始動)하야 점차 발영(漸次發榮)하는 역(域)으로 향진(向進)하는 초춘(初春)과 중춘(仲春)과 밋 계춘(季春)과 여(如)하도다. 그러면 일년(一年)의 세공(歲功)을 성취(成就)함이 모다 춘절(春節)에 근기(根基)를 착(着)하고 맹아(萠芽)를 발(發)함과 여(如)히 인(人)의 후일영고(後日榮枯)와 종생사업(終生事業)도 모다 유소시대(幼少時代)에셔 단서(端緖)를 발(發)하나니 가장 중요(重要)한 시기(時期)가 유소(幼少)한 시대(時代)라 할지라. (하략)>
이를 현대어로 대략 풀이하면 아래와 같다.
<사람이 태어나 배가 고프면 크게 울고, 배가 부르면 즐겁게 노는 법이다. (중략) 혈기의 순환이 강렬하고, 예민하게 동작을 따라 하는 유년 시절을 하늘의 시간에 비유할 수 있다. 벌레들의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해 점차 자라나 주변으로 향하여 나아가는 것은 봄의 석 달과 같다. 그러면 농사의 1년 수확을 하는 모든 일이 봄에 그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움과 같이, 훗날 사람의 번영과 쇠락, 출생과 죽음의 일들 모두가 유년 시절에서 시작하니 가장 중요한 시기가 이때다. (하략)>
그리고 《조선일보》는 공식적인 ‘첫 어린이날’인 1923년 5월 1일 자 3면에 <의미가 최다(最多)한 5월 1일> 기사를 통해 어른에게 이런 당부를 한다.
당부는 소년운동협회가 조선의 모든 부모들에게 한 것이다. 당시 어른들은 이 당부를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봉건 세상이 무너졌음을, 비록 일제 강점기였지만,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을 지 모른다.
<1. 어린이를 종래(從來)의 윤리적 압박(壓迫)으로부터 해방(解放)하야 그들에게 대(對)한 완전(完全)한 인격적 예우(人格的 禮遇)를 허(許)하게 하라.
2. 어린이를 종래(從來)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야 14세 미만의 유소년(幼少年)에 대한 무상노동(無償勞働) 또는 유상노동(有償勞働)을 폐(廢)하게 하라.
3.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足)할 각양(各樣)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施設)을 행(行)하게 하라.>

조선소년운동협회는 어른뿐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당부를 했다.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자’는 세심한 당부가 진한 울림을 준다.
< 어린 동무 여러분께
1.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1. 어른에게는 돋보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1. 뒤간이나 담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1. 도로에서 떼를 지어 놀거나 유리 같은 것을 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1.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1.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로 합시다.
1. 입은 꼭 다물고 몸은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이후 어린이날은 1939년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5월 5일 다시 이어가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