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실험장 방사성 물질…한국도 위험성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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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 건물을 건축하고 기존 건물을 수리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해 3월 4일 상업용 인공위성이 포착한 모습이다. 사진=뉴스1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인근 지역 주민 수십 만 명에게 노출됐을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대북 인권 조사기록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221'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 매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8개 행정구역을 방사성 물질 위험 영향권으로 설정했다. 김책시·단천시 등 2개 시와 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등 6개 군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약 108만 명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주민들이 지하수를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예컨대 길주군이 포함된 함경북도는 여섯 가구 당 한 가구(15.5%)가 지하수와 우물, 공동수도, 샘물 등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곤 전(前)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2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핵 실험이 시행된 만탑산은 화강암 지반의 수직절리로 이루어져 있다. 수직절리 특성 상 방사성 물질이 지반 깊숙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동해까지 흘러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에서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은 북한정부가 6차례 핵실험을 하면서도 한 번도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고, 예고하지도 않았다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나 악영향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또 방사능 오염에 노출되어 있는 농수산물과 송이버섯 등 특산물의 밀수, 유통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인접국 국민들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산 송이버섯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한국 내 유통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송이버섯은 북한의 수익성 높은 비밀 외화벌이 수단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 반경 40km 내 산과 들에서 많이 자란다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중국산으로 둔갑해 한국에 밀수된 북한산 농산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보고서는 “2015년 한국 당국은 중국산으로 둔갑해 북한으로부터 수입된 능이버섯에서 기준치의 9배 이상의 방사성 세슘 동위원소를 검출했지만 북한 내 원산 지역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면서 한국 정부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송이버섯을 방사능 검사 없이 이산가족 4000여 명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보고서는 일본 당국 또한 일본 내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부들을 송이버섯 밀수 관여로 체포, 기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러한 북한산 농산물에 대해 어디에서 자라고, 어떻게 국경과 바다를 넘나들고 소비되어왔는지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밝혀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핵실험이 시작된 2006년부터 2019년 사이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지역에 거주하다가 2022년까지 입국한 탈북민은 총 881명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통일부는 201730, 201810명만 피폭 검사를 했다며 그중 “20174, 20185, 9(22.5%)이 우려할만한 수준의 염색체 이상을 보인 검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통일부가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를 공론화하는 것에 미온적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통일부는 길주군 출신 일부 탈북민의 방사선 피폭을 의심할 수는 있으나 (연령과 흡연력 등) 여러 교란변수로 인해 그 시기와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보고서는 이어 당시 통일부가 후속 검사도 이유 없이 중단했고 20232월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정부 예산으로 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히 설명하며, 이상 징후나 증상을 보인 피검자에 대해서는 정밀 검진과 필요한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환 TJWG 대표는 22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 정권이 탈북민 피폭 검사에 대한 의지를 보일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현재 통일부 실무진 대다수가 이전 정부 때의 인사들이라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신 기자들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국내에선 그간 공론화가 되지 못했다보고서 출간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는 통일부에 탈북민 방사선 피폭 검사 재개 여부를 물었으나 “해당 사안은 현재 검토 중에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TJWG는 2014년 9월 한국, 북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5개국 출신 인권운동가와 연구자들이 서울에서 설립한 비영리인권단체다. 북한의 전환기에 실질적으로 대비하고 무력분쟁이나 독재 체제 등 억압된 사회 내 인권침해 문제를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 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2021)', '살해 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2019)' 등의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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