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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 전두환 청와대의 민정수석 김용갑이 말하는 '전두환과 6.29'

"전두환, 남의 말을 잘 들었다"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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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했다. 전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뤄낸 6.29 선언이 전두환 주도로 시행됐다는 의견을 소개한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김용갑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기자와 나눈 얘기 중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다. 김 전 수석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분야는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라고 했다.  본문은 월간조선  2021년 8월호에 게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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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9 선언은) 6월항쟁을 무마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습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 뜻대로 했다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사를 동원해 진압했을 것이고 지금의 우리나라 모습은 없었을 겁니다. 근데 서슬 퍼런 5공 시절 아닙니까.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수석들도 일단 대통령 뜻대로 하고 올림픽(주: 1988년 서울올림픽) 끝나고 국민투표로 직선제로 가자느니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민정수석)가 역정을 냈지요. 국민의 뜻이 직선제니까 직선제를 받아들이고 선거, 우리가 이기면 될 거 아니냐고요. 전두환 대통령한테 가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대통령 임기 8개월 남았는데 이걸 어떻게 수습할 거냐고. 직선제 도입해서 선거 이기면 된다고 했어요. 만약 지면 야당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야당 할 엄두가 안 났겠지요.
 
  “내 머릿속엔 (민정당 노태우가) 이길 거라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내가 그때까지 선거를 치러본 사람은 아니지만 김대중·김영삼이 둘 다 나올 거고 단일화에는 실패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보수 민심만 흩어지지 않게 공략하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점도 설명했지요.”
 
  ― 그랬더니 전 대통령이 받아들였습니까.
 
  “알았다고, 당신이 노태우한테 가서 이야기하라고 하더군요. 민정당 노태우 대표한테 가서 같은 얘기를 했는데 잘 설득이 안 되는 겁니다. 그 후에 우여곡절이 많았죠. 갑자기 대통령이 직선제 받아들이자고 하니까 안기부장이니 당 사무총장이니 다 화를 내고 대체 누구 뜻이냐며 나하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노(태우) 대표가 받아들여서 측근들과 문안을 작성하고 발표한 게 6·29선언입니다.”
 
  ― 당시 민정수석의 파워가 막강했군요.
 
  “민정비서실은 포괄적인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기강을 잡는 역할인 민정수석 하나만 잘 해도 청와대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정수석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예요. 민정수석의 조건은 사심이 없고 바른말 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민정수석 하나만 잘 쓰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같은 사람을 민정수석을 시켜놨으니… 결국 이 정부가 망하는 길로 들어섰잖아요.”

― 그래서 6·29라는 날짜에 출마선언을 한 윤 전 총장을 좋게 보시는 겁니까.
 
  “윤 전 총장이 선언문에서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현 정부가 거기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고 비판했잖아요. 6·29로 만든 현재의 헌법입니다. 정말 제대로 지적했다고 봐요. 헌법은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기본이고 그 기본을 지켜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헌법이고 뭐고 없습니다. 자신의 이념과 공약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 안보를 강조해왔는데 윤 전 총장의 안보 인식은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정치 시작하면서 연평도와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찾았죠. 강력한 안보를 중요시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보수가 그를 믿을 수 있는 겁니다. 안보와 외교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고, 그 분야에 소신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국민의힘 상임고문인데, 당내 후보보다 윤석열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윤석열 전에는 지지율이나 여러 이유로 정권교체를 이뤄낼 인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물이 없어서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나타난 거죠.”
 
  ― 높은 지지율이라는 가능성을 빼고도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요, 언론을 통해 지켜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저렇게 제왕적인 대통령이 존재하는데 검찰총장이 자기의 의견을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겁니다. 나는 천성이 권력자 앞에서 싫은 소리나 충고를 잘 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윤 전 총장이 정말 강인하고 대단한 겁니다. 기대를 많이 했지요.”
 
  ― 출마선언과 그 후 행보를 보면 어떻습니까.
 
  “문득 옛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민정수석 하고 총무처장관 할 때는 기백이 하늘을 찔렀지요. 그런데 정치권에 들어오고 나니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져요. 나는 총선에 무소속으로 두 번 출마(편집자 주: 그는 1992년 무소속으로 서울 서초을에 출마해 22.1%를 얻어 낙선했고, 1996년 경남 밀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28.55%를 얻어 당선됐다)했는데, 참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당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소속 후보는 사방이 적입니다. 상대 후보들의 물어뜯기에 견디기가 힘들고, 경찰도 조사한다고 오라 가라 하고 참 미칠 일이었어요. 그런데 당에 들어가서 두 번 선거를 치러보니 이건 무소속 시절에 비하면 너무 쉬운 겁니다.”
 
  15~17대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2008년 18대 총선 전 불출마선언을 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지역기반이 탄탄해 손쉽게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정계 은퇴를 택한 그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한 지역에서 10년 넘게 하면 아무리 잘해도 지역주민들이 지루함을 느낄 것”이라며 깔끔하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치권에서 버티지 못했죠.
 
  “반기문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만 정치권에서 버텨내기엔 약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그보다는 훨씬 강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정치권이 어떤 곳입니까. 부정한 돈 받았거나 청탁을 받았으면 밝혀내면 될 것을 부인이 어디 출신이라느니 그런 근거 없는 소문으로 공격하질 않나 정말 시궁창 같은 곳 아닙니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건 사실입니다.”
 
 
  ―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사건도 있었고,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여권의 흠집 내기가 시작되겠죠.
 
  “그런 걸 대체 누구한테 배운다는 겁니까. 또 기회가 알아서 찾아오는 겁니까. 지도자는 판단하는 자리이고 리더십과 판단력, 결단력만 있으면 됩니다. 원칙이 있으면 일은 다 다른 사람들이 하게 돼 있어요. 또 그 주변을 보니까 정치 경력이 없는 사람,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정치력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은데 주변 사람이라도 제대로 썼으면 좋겠어요.”

   김용갑 전 장관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 ‘친박(친박근혜)’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조언을 받는 원로모임 ‘7인회’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전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거리낌은 없는지 궁금했다.
 
 
  ―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후 박근혜 대통령이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만났죠.
 
  “그때 내가 박근혜한테 어떻게 4년 동안 나라를 이렇게 망쳤냐고, 나 같으면 당장 하야한다고 쓴소리를 했어요. 내가 워낙 세게 발언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말도 잘 못 했습니다. 나는 그 서슬 퍼런 5공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한테 달려들어 비판했던 사람입니다. 나는 어차피 박근혜 정권에서 공직 맡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나 같은 사람을 단 한명이라도 옆에 뒀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박 전 대통령 사면설이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야권 이간계로 사용하려 한다는 말도 있고요.
 
  “지금 사면 얘기할 땝니까. 정치적 생명이 끊어진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없어요. 사면해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데, 박근혜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망한 겁니다. 사면은 언젠가는 해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 하면 다음 대통령이 해줄 것이고, 누구든 정치적으로 계산해서 할 시기에 할 겁니다. 그리고 정권 바뀌면 다시 사면 논의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지금 보수는 정권교체에 더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 박 전 대통령과 한때 가까웠는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아닙니까.
 
  “결론적으로 실패했다는 거지, 정치인으로서는 그 사람을 정말 높게 평가합니다. 박근혜는 진짜 지도자이고 대단한 사람입니다. 카리스마와 대중성을 다 갖췄고,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그에 비교할 사람이 없어요. 그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 만약 정권교체가 안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문재인 2기 정권의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겁니다. 또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보수야당은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 일단 지금은 야당에 유리한 정국 아닙니까.
 
  “여당은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정권을 쥐고 있고 국회에서 180여 석을 갖고 있는데 거리낄 게 뭐가 있겠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되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게 마타도어와 북한이죠. 좌파에는 마타도어 기술자들이 즐비합니다. 아무리 보수 후보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도 언론을 장악하고 마타도어에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김대업 같은 사람에게 국민들이 솔깃하고 넘어갔지 않습니까. 또 대선 전에 북한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지도 문제입니다. 북한의 동향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올해 86세(1936년생)인 김 전 장관은 “내 주변 사람들 모두 정권교체는 보고 죽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 정치권에 그처럼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더 많으면 자유민주주의가 한 발 더 발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력 :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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