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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장녀에게 주택 자금 빌려주고 시중 이율대로 이자 받는 최재형

중대 비위 있다는 듯 '단독'이라며 기사 뜨지만, '미담'인 역설적인 상황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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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SBS가 20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장녀의 아파트 취득 과정에 4억원을 빌려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런데 제목이 묘하다. “[단독] 최재형 큰딸, 부모에 4억 빌려 강남 아파트 샀다”이다. 보통 ‘단독’을 제목 앞에 내세울 때는 다른 매체가 확인하지 못한 중대한 내용, 특히 주요 인사 관련 의혹 또는 비리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보도하는 경우다. 


이를 감안하면 SBS의 보도는 최 전 원장에게 중대한 ‘비리’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지만, 실제 해당 기사 내용을 보면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다음은 해당 기사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감사원장 재직 중이던 지난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부인 명의로 4억원의 채권이 생겼으며 이유는 자녀에게 대여했기 때문이라고 재산 신고했습니다. SBS 취재 결과 최 전 원장의 첫째 딸은 지난 2019년 9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를 샀는데 매입 두 달 뒤 최 전 원장의 부인이 딸에게 4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략) 최 전 원장 측은 “무주택자였던 첫째 딸이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빌려준 돈”이라고 답했습니다. (중략) 그러면서 “첫째 딸이 연이율 2.75%로 매달 이자를 어머니에게 입금해 왔고 원금의 일부인 8000만원을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갚기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모 찬스’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 전 원장 측은 “입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체 무슨 문제를 ‘단독’이라고 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큰딸에게 4억원을 빌려줬는데, 재산 신고 때 이를 고의로 빠뜨려 ‘공직자윤리법’을 어겼다는 지적은 아니다. 최 전 원장이 사실 그대로 재산 신고를 한 덕분에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전혀 없다.

최재형 전 원장 큰딸이 서울시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산 일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그 행복을 추구하는 일환으로 ‘거주지’를 옮길 수 있다. 이 역시 “모든 국민은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헌법’ 제14조가 명시하고 있다. 만일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다면, 즉 “너는 왜 강남에 사느냐?”라고 따지는 행태는 그야말로 ‘위헌적 발상’이다. 해당 기사의 문맥상 이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해당 기사는 “최재형 전 원장 큰딸이 왜 부모에게 돈을 빌렸느냐?”를 문제 삼는다고 할 수 있다. 주택 매입 자금이 부족한 자녀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에게 돈을 빌리는 행위를 ‘부모 찬스’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 자녀의 주택 구입 시 매입 자금을 보태준 게 아니라 빌려준 행위를 우리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 전 원장이 장녀에게 몰래 4억원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면 법적 처벌과 함께 도덕적 지탄을 받는 게 당연하겠지만, 해당 기사 내용은 이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해당 기사를 읽은 이들 상당수는 자녀에게 연 2.75%에 해당하는 이자를 최 전 원장이 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듯하다. 차녀와의 아파트 임대차 계약(보증금 1억2000만원·월세 100만원)에서도 드러났듯이 대한민국의 어떤 부모가 유상으로 자신 소유 주택을 자녀에게 ‘유상 임대’하고, 월세를 받을까. 또 자녀 주택매입 자금을 빌려주고 시중 주택담보대출 이율에 맞춰 이자를 받을까. 평범한 부모일 경우에는 상상 불가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해당 기사는 의도치 않게 최 전 원장이 자식들에게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국민에게 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혹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이 같은 행위가 ‘단독’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이라고 한다면, 딸 다혜씨 부부가 살던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소재 빌라에 거주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또 딸 부부가 아무런 계약 없이 문 대통령 소유 경남 양산시 소재 저택에 거주했던 일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참고로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임대 채권·채무 내역이 전혀 없다. 당시 문 대통령이 재산 신고를 성실하게 했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최 전 원장의 경우처럼 정식으로 체결한 ‘유상 계약’에 따른 ‘거주·이전’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왜 당시 정치권과 언론은 이에 대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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