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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김빠진 사이다'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대세론' 위해 '친문' 지지 필수...기득권 비판하는 '사이다' 될 수 없어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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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우리 사회 특권층에 대해 할 말 할 수 있느냐, 민생을 가로막는 기득권 구조에 대해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느냐가 바로 국민께서 판단하시는 ’사이다’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TV토론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는 과거 ‘사이다’로 불렸던 것과 달리 여권 지지층이 통쾌하다고 여길 만한 발언을 하지 못하고 여러 후보로부터 집중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시원한 반박 또는 역공을 하지 못해 “이재명이 이제 ‘김빠진 사이다’가 됐다”는 평가를 들었다.

과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거침없이 퍼붓던 공격력이 사라졌다는 비판과 관련해서 이재명 지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재명 지사는 “저만큼 ’사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은 정치인도 없을 것”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께서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처음 인지하게 된 계기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에는 ’이재명답지 않다’며 ’사이다’로 돌아오라는 말씀도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이어서 “누구를 향한, 무엇을 위한 거침없음이냐는 것”이라며 “그저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을 국민께서 사이다라고 호응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우리 사회 특권층에 대해 말할 수 있느냐, 민생을 가로막는 기득권 구조에 대해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느냐가 바로 국민께서 판단하시는 사이다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사이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도 오롯이 제 몫”이라며 향후 태도 변화를 예고했다.

이재명 지사의 이 같은 다짐과 달리 그가 ‘사이다’로 복귀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이 지사가 ‘사이다’로 불릴 수 있었던 때는 바로 ‘박근혜 탄핵 및 조기대선 정국’이다. 2016년 10월~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과 새누리당 내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소위 ‘비박계’는 박근혜 정권을 ‘적폐’로 몰아 탄핵 소추를 가결했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인용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5년째 칭송해 마지 않는 ‘혁명’과 같았다. 온갖 비방, 모략, 선전, 선동이 판을 쳤고 그 와중에 ‘박근혜’란 이름은 ‘적폐’의 대명사가 됐다. 이전까지 대한민국이 이뤄놓은 성과 역시 같은 취급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기초자치단체장인 ‘성남시장’에 불과했지만, 당내 유력주자였던 문재인 후보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그때 지지층으로부터 얻은 별칭이 바로 ‘사이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다르다. ‘문재인 5년’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다. 문재인 정부 5년을 ‘신(新) 적폐’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가 ‘사이다’ 소리를 다시 들으려면 ‘신기득권’ 내지는 ‘신 적폐’를 대상으로 융단폭격으로 퍼부어야 하지만, 이는 이 지사의 입지를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다. 

이재명 지사는 앞서 분명히 “우리 사회 특권층에 대해 말할 수 있느냐, 민생을 가로막는 기득권 구조에 대해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느냐”를 ‘사이다’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 요직을 독점하며 ‘특권층’ 노릇을 한 자들, ‘민생’을 가로막았던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이 지사는 정말 그들을 직격할 자신이 있을까?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7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급등했지만, 최고 20%대 중반까지 오르다가 정체된 지 오래다. 이는 원래 지지층 중 이재명 지지층인 ‘손가락 혁명군’, 기존 여권 유력주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신중한 태도를 ‘엄중 낙연’이라며 싫증 내고 이탈한 기존 여권 지지층 일부의 지지가 합쳐진 결과였다. 여기서 이 지사 지지율이 더 오르지 않는 까닭은 바로 ‘친문’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지사가 ‘친문 지지층’을 잡기 위해서는 이미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 된 문재인 정권, 지난 5년 ‘민생’을 관장했던 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수 없다. 일례로 이 지사는 지난 TV토론 과정에서 박용진 의원의 기본소득 관련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지 못했다. 다음은 당시 박 의원과 이 지사의 문답이다.

박용진: 2월 7일 페이스북에 올리신, 직접 올리신 거죠?
이재명: 뭐, 그렇습니다.
박용진: 그 글에도 보면 26조원 들어가는, 연 1인당 50만원의 기본소득.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고 그러셨어요?
이재명: 아, 가능합니다.
박용진: 어떻게 하죠?
이재명: 음…보통 아시겠지만, 이월 예산도 있고, 자연 증가하는 예산도 있고. 제가 가로등 예산을 한 번 삭감해 봤는데요. 350억원 정도 되는 가로등 정비 예산인데, 이거 필요경비 아닙니까. 제가 일괄적으로 20%씩 3개 구청을 깎았는데, 그 후에 가로등 보수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경직경비로 상당 정도 감축 조정하고, 예산 조정을 통해서 마련할 수 있다, 이 말씀 드립니다.
박용진: 대통령이 되면 바로 그해에 가능하시다는 거죠?
이재명: 음…이미 그해, 가능하겠어요? 전에 편성된 예산이 있는데…
박용진: 아니요. 왜냐하면 작년 기준으로 해서 당장 가능하다고 페이스북에 써놓으셨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고요.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 문재인 정부가 연 25조 원씩 허투루 쓰고 있다는 얘기 아니에요. 4년이면 100조원인데, 그럼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가 100조원이나 되는 돈을 허투루 쓰고 있다, 이 말씀이세요?
이재명: 허허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박용진: 아니, 그 말씀이시잖아요. 줄여서 25조원을 당장 만들어서 당장 지급할 수 있다고 얘기하셨으니까 제가 묻는 말씀이에요.
이재명: 그건 뭐 의원님 의견이시니까…
박용진: 아니 아니, 2월 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가 직접 올리셨잖아요? 그것도 길게. 그걸 보고 많은 국민들이 희망을 가진 거에요.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월 4만원씩이라고 오겠구나, 그런데 이제 와서 아니다, 박용진 후보의 이야기라고 하시면 안 되고요. 분명히 다시 묻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다’고 페이스북에 올리신 거 맞죠?
이재명: 지금 당장 대통령도 아닌데 어떻게 하겠어요?
박용진: 아니, 그렇게 써서 올리셨잖아요? 페이스북에 올린 거 맞죠?
이재명: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박용진: 제가 다 확인하고 왔어요. 제가 지금 드릴 수도 있어요. 이재명 후보님께서 정확하게 얘기하실 필요가 있어요. 과거 내가 잘못 계산했거나, 문재인 정부가 돈을 허투루 쓴 것처럼 착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조정하겠다. 1호 공약은 아니지만, 100호 공약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차라리 그렇게 얘기하시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맞죠. 왜 자꾸 말을 바꿉니까?
 
이날, 이재명 지사는 “문재인 정부가 돈을 허투루 썼다는 얘기냐?”고 묻자 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 지사가 사이다가 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친문 지지층의 표를 조금이라고 끌어와서 ‘대세론’을 형성해야 하는 이 지사로서는 문재인 정부와 그들이 추진한 정책, 그로 인한 각종 파생 효과에 대해 객관적 분석과 대안 제시를 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는 순간 이재명 지사는 이철희 정무수석이 얘기한 대로 “지지율 40%인 문재인 대통령과 척을 지면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그 ‘예언’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을 감안하면, 과연 이재명 지사가 ‘박근혜 정부’를 향해 난사하던 ‘사이다’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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