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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교향악 축제 리뷰] 과천시향이 봄밤의 클라리넷 축제를 완성하다!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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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 지휘하는 과천시립교향악단. 그는 과천시향의 제2대 지휘자다.

4월 2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21 교향악 축제가 나흘째 무르익어 가는 봄밤이었다.

앞서 저녁 6시가 되자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다. 비 예보는 (내일) 있었지만 누구도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 봄비에 젖고 싶었나 보다.


기자는 지휘자 서진이 과천시립교향악단을 어떻게 이끌까 기대가 되었다. 건장해 보이는 그의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어떤 웅장한 교향시를 만들어 갈 지, 이 봄밤의 축제와 얼마나 어울릴 지 흥미로웠다.


연주회가 끝나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기자의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서진은 화려하기만한 궁정 악장이 아니었다. 그는 낙천적인 로맨티스트였다. “심리학적 통찰력을 겸비한 지휘자”(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Guy Braunstein)라는 평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서진은 무작정 화려하기보다 로맨틱하고 다소 감상적이며 때로 음악의 느슨한 달콤함을 아는 지휘자였다. 그의 지휘봉은 섬세했지만 숲이 우거진 큰 평원을 바람이 쓸듯 오케스트라를 끌었다.


-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C. M. v. Weber Freischütz Overture)

- 카를 슈타미츠 <클라리넷 협주곡 제7번> 내림마 장조 '다름슈타트 1번'(C. Stamitz Clarinet Concerto No.7 in E-flat Major, Darmstädter No.1)

-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1번> 마 단조 Op.39(J. Sibelius Symphony No.1 in e minor, Op.39)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3곡으로 완성한 지휘자 서진의 봄밤은 충분히, 명백히 감미로웠다.

 

서진은 클라리넷이 빚어낸 아름답고 색감이 풍부한 선율이 이 봄과, 이 봄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고 있었다.

 

슈타미츠의 저 아름다운 <클라리넷 협주곡 제7번>도 그렇지만,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1번> 역시 클라리넷의 비중이 유독 많은 곡이었다. ‘고저음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클라리넷의 풍부한 음색에 객석이 취해버렸다’는 표현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마탄의 사수> 서곡 역시 관악기(특히 호른)로 인해 장중하고 극적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다르게 들렸다. 말랑말랑했다. 솔직히 “인간의 욕망과 악마의 계략”이라는 무거운 곡의 주제는 봄밤에 녹다운이 되어버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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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티스트 채재일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제단)


서진의 지휘와 함께 클라리넷티스트 채재일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슈타미츠)은 놀랍게도 매끄럽게 흐르는 화사한 멜로디를 객석에 마구 쏟아냈다. (서진의) 지휘봉과 밀고 당기듯 봄의 서정을 완벽하게 그려냈다고 할까. 1악장은 빠르고 쾌활했으나 2악장은 느리고 낭만적이었다면 3악장은 다채롭고 보다 신나게 고저음을 오갔다. 


채재일 역시 로맨티스트였다.

 

요술 피리처럼 객석을 들뜨게 만들고 축 쳐진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마치 춤을 추듯. 클라리넷이 이 봄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서진과 채재일은 이미 ‘공모’한 듯 보였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의 커튼콜 박수 소리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그의 90도 인사에, 맞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채재일은 미국 5대 오케스트라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객원수석으로 연주했다. LA오페라의 종신 수석 클라리넷 주자, 스위스 UBS 베르비어(Verbier)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주자로 17개국을 순회한 화려한 연주자다. 현재 한예종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지막 곡인 시벨리우스의 첫 번째 교향곡은 브람스와 차이콥스키 등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영향과 핀란드적 색채가 나타나는 곡이다. 교향악 축제 팸플릿에는 “참신하고 묵직한 울림이 다양한 감각들을 깨우며 새로운 교향곡의 세계로 이끈다”고 적혀 있었다.

이날 서진은 핀란드 자연이 낳은 환상의 선율을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통해 서사시로 옮겼다. ‘근대 낭만파 음악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듣는 시벨리우스를 봄밤으로 초대한 그의 솜씨는 매우 정교했고 달콤했다.


긴 연주 여행(?)을 끝낸 뒤 선택한 엘가의 앙코르 곡도 인상적이었다. 아내에게 바치는 헌정곡인 <사랑의 인사>와 닮았지만 훨씬 울림이 풍부하고 서정적인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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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향 지휘자 서진.

 

과천시립교향악단 제2대 지휘자로 지난 2014년 취임한 지휘자 서진은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지휘 테크닉으로 다양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예고 재학 중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 유학하여 스위스 바젤 국립음악대학원 첼로 전공 최고 전문 연주자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어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악대학원 지휘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국내외 콩쿠르를 휩쓸었고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발전유공자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음악부문)을 수상했다.

 

앞으로 그의 활약을, 과천시향의 눈부신 성장을 계속 기대해볼만하다.

입력 :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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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로라 (2021-04-03)

    어제 서진 지휘자의 과천시향 연주를 듣고 좋았던 느낌을 다시 기사를 통해 배경 지식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접하니 뒷풀이까지 한듯 아쉬움이 사라집니다.
    저는 2층 객석이었는데 음악과 더불어 악기의 움직임이 태풍처럼 큰 덩어리로 정적 속에서 들리는 작은 속삭임으로 지휘자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클라리넷이 봄밤에 잘 어울린다는 사실도 처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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