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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망우리공원서 박인환 시인 65주기 추모제 열려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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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정종배

시인 정종배(鄭鍾培) 선생이 시인 박인환(朴寅煥·1926~1956)65주기 추모제 소식을 시()의 형식을 빌어 기자에게 전해왔다.

정종배(전 서울 신현고 교사) 시인은 망우역사문화공원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 등으로 널리 알려진 박인환은 우울과 고독 등 도시적 서정과 시대적 고뇌를 노래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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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이망우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박인환 유택에 저녁노을 배어든다

묘역 우측 뒤에는 고향 인제

고향의 봄소식 알리는 동백꽃

꽃망울 터트려 오는 20

65주기 추모제를 준비한다

 

지금 그 사람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남았네~~~

세월이 가면 노래를 또랑시인

동백꽃 향기와 노을과 더불어 알싸하게 불렀다

 

박인환은 시인 이상 기일 417일을

317일로 착각하여

다음 시를 발표하고

줄창 술을 마신 뒤

생명수를 달라고 외친 뒤 운명했다

 

그 날 당신은

동경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

허망한 서울의 하늘에는 비가 내렸다.

 

운명이여

얼마나 애태운 일이냐

권태와 인간의 날개

당신은 싸늘한 지하에 있으면서도

성좌를 간직하고 있다.

 

정신의 수렵을 위해 죽은

랭보와 같이

당신은 나에게

환상과 흥분과

열병과 착각을 알려주고

그 빈사의 구렁텅이에서

우리 문학에

따뜻한 손을 빌려준

정신의 황제.

 

무한한 수면(睡眠)

반역과 영광

임종의 눈물을 흘리며 결코

당신은 하나의 증명을 갖고 있었다

이상이라고.

- 박인환의 시 죽은 아폴론 이상(李箱) 그가 떠난 날에’ 전문 (출처=한국일보1956317일자)

 

img23.jpg

사진 제공 =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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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20일 오전 11시 봄비가 성글게 오락가락하는 낙이망우 망우리공원 시인 박인환 유택에서

중랑구문화재단과 인제군문화재단 공동으로 개최한 시인 박인환 65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193741727세로 운명한 시인 이상 본명 김해경을 흠모하여

기일을 착각하고 317한국일보죽은 아폴론 이상(李箱) 그가 떠난 날에를 발표하고

연일 술을 마시고

1956320일 저녁 9시 생명수를 달라고 외치고 30세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 박인환.

 

시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 두 편이 독자들의 사랑을 절대적으로 받아서인지

박인환의 시 세계의 폭과 깊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잊혀져 가고 있다.

시인 김수영의 애정어린 언어는 박인환 시의 향기를 조금도 가볍게 하지 않는다.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를 부르짖는 민중을 총칼로 짓밟은 처참한 현실이

19805.18 광주민중항쟁과 오버랩 되는 봄비 오는 늦은 오후

박인환의 시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를 소개한다.

 

동양의 오케스트라

가메란의 반주악이 들려온다

오 약소민족

우리와 같은 식민지의 인도네시아

 

삼백년 동안 너의 자원은

구미 자본주의 국가에 빼앗기고

반면 비참한 희생을 받지 않으면

구라파의 반이나 되는 넓은 땅에서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가메란은 미칠 듯이 울었다

 

오란다의 58배나 되는 면적에

오란다인은 조금도 갖지 않은 슬픔에

밀시(密柹)처럼 지니고

육천칠십삼만인(六千七十三萬人) 중 한 사람도 빛나는 남십자성은

쳐다보지 못하며 살아왔다

 

수도 바다비아 상업항 스라바야 고원분지의 중심지

반돈의 시민이여

너희들의 습성이 용서하지 않는

 

남을 때리지 못하는 것은 회교서 온 것만이 아니라

동인도회사가 붕괴한 다음

오란다의 식민정책 밑에 모든 힘까지도 빼앗긴 것이다

 

사나이는 일할 곳이 없었다

그러므로 약한 여자들은 백인 아래 눈물 흘렸다

수많은 혼혈아는 살길을 잃어 애비를 찾았으나

스라바야를 떠나는 상선은

벌써 기적을 울렸다

 

오란다인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처럼

사원(寺院)을 만들지는 않았다

영국인처럼 은행도 세우지 않았다

토인(土人)은 저축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저축할 여유란 도무지 없었다

오란다인은 옛날처럼 도로를 닦고

아시아의 창고에서 임자 없는 사이

보물을 본국으로 끌고만 갔다

 

주거와 의식은 최저도(最抵度)

노예적 지위는 더욱 심하고

옛과 같은 창조적 혈액은 완전히 부패하였으나

인도네시아 인민이여

생의 광영은 그놈들의 소유만이 아니다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인민의 해방

세워야 할 너희들의 나라

인도네시아 공화국은 성립하였다 그런데

연립 임시 정부란 또 다시 박해다

지배권을 회복하려는 모략을 부숴라

이제는 식민지의 고아가 되면 못쓴다

전인민은 일치단결하여 스콜처럼 부서져라

국가방위와 인민전선을 위해 피를 뿌려라

삼백 년 동안 받아온 눈물겨운 박해의 반응으로

너의 조상이 남겨놓은 저 야자나무의 노래를 부르며

오란다군의 기관총 진지에 뛰어들어라

 

제국주의의 야만적 체제는

너희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욕

힘 있는 대로 영웅 되어 싸워라

자유와 자기보존을 위해서만이 아니고

야욕과 폭압과 비민주적인 식민정책을 지구에서

부숴내기 위해

반항하는 인도네시아 인민이여

최후의 한 사람까지 싸워라

 

참혹한 옛날이 지나면

피 흘린 자바섬에는

붉은 칸나 꽃이 피리니

죽음의 보람은 남해의 태양처럼

조선에 사는 우리에게도 빛이려니

해류가 부딪치는 모든 육지에선

거룩한 인도네시아 인민의 내일을 축복하리라

 

사랑하는 인도네시아 인민이여

고대 문화의 대유적 보로 로도울의 밤

평화를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가메란에 맞추어 스림피로

새로운 나라를 맞이하여라

- 박인환의 시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전문(1948)

 

시인 박인환은 일제 치하를 거친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인도네시아를 향한 강한 동질감으로

제국주의를 비판한 시로 박인환의 시적 대상이 폭넓었다는 것을 드러내

그의 대표시로 평론가들은 말한다.

입력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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