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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전 KBS 계열사 사장, 사내 인트라넷 통해 김상근 KBS이사장의 비민주성 등 맹비판

최철호 전 KBSN 사장, "민주화운동 헌신 해 온 분...KBS 이사장으로 그런 신분과 이미지에 걸맞은 역할 해 왔나?"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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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BS계열사 사장이 1월 4일 KBS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김상근 현 KBS 이사회 이사장을 통렬히 비판했다. KBSN 사장을 지낸 최철호PD는 이날 올린 글에서 취임 3년차를 맞는 김상근 이사장에게 “이사장께서는 공사 최고의사결정 기구의 대표로서 어떤 성과를 거두셨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이사장님과 이사 모두는 KBS 구성원에게 어떤 모범을 보여 오셨는지요. 부실한 집행기관을 견제해 공사의 경쟁력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어떤 기여를 해 오셨다고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물은 뒤 과거 민주화운동가 출신인 김상근 이사장이 이사회 운영에서 보여준 반민주성, 즉 경영평가위원 선정시 야측 인사 참여 배체, 이사의 의사진행발언권 제한 및 퇴장명령제 신설 등을 비판했다. 최 전 사장은 또 ▲ 김상근 이사장과 이사회가 KBS2TV의 재허가 점수 미달, 검언유착사건 보도의 편파성 등에 대해 침묵하면서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는 점 등도 비판했다. 최창호 전 사장의 글 전문을 소개한다.

 

 

 
김상근 KBS이사장
..............................................

김상근 이사장께

 

이사장께서 취임하시고 3년째, 어느새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동안 이사장께서는 공사 최고의사결정 기구의 대표로서 어떤 성과를 거두셨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이사장님과 이사 모두는 KBS 구성원에게 어떤 모범을 보여 오셨는지요. 부실한 집행기관을 견제해 공사의 경쟁력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어떤 기여를 해 오셨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사장께서는 목사직을 가진 성직자 신분으로, 오랫동안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온 분으로 널리 알려져 왔습니다. 다수 이사분 역시 나름 자신의 분야에서 이사장님과 유사한 평가를 받아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당신께서는 KBS 이사장으로서 일하면서 그런 신분과 이미지에 걸맞은 역할을 해오셨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를 포함해 적지 않은 직원들은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의 이사회를 되돌아보시고, 반면교사로 삼아, 임기 마지막 해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소망하며 이 글을 적습니다.

 

1. 반민주성

1) 경영평가위원 선정 방법

불과 보름 전쯤 일이었죠. 작년 12월 16일 결정한 ‘2020년 KBS경영평가’를 위한 외부 경영평가위원 선정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사장께서 변경한 다수 이사가 독식하는 경영평가위원 선정 방법은 매우 이례적이었고, 이사장께서 갖고 계신 민주적인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같은 방식은 작년 21대 국회 개원 후, 과거 관례를 깨고 국회 18개 전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간 더불어민주당의 독선적인 행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KBS경영평가위원 선임 방식은 90년대 말 김대중 대통령 시절 방송법 개정 시 만들어진 것으로 지난 20년간, 이사장께서 관련 규정을 변경하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예외 없이 여․야 추천 이사들이 각각 경영평가 위원을 추천․반영해왔습니다. 물론 당연직 경영평가위원인 KBS 감사를 제외한 6명 중 4명의 위원을 다수 이사가 선임 해왔지만, 소수 이사에게도 매번 2명을 보장해왔습니다. 이 같은 위원 추천 방식을 선택한 것은 KBS 경영평가를 둘러싸고 경영평가 위원들 간의 이견과 갈등이 발생해도, 전체 국민의 시각을 모두 고려해 객관성․균형성․다양성·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사장님과 다수 이사에 의해 하루아침에 바뀌어 버린 거죠.

 

그 배경은 이렇게 알려져 있죠.

이사장과 다수 이사들은 2018년 KBS 경영평가를 놓고 야권 추천 이사들이 선임한 경영평가위원의 일부 경영평가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정을 요구했으나 소수 이사가 추천한 경영평가위원이 거부한 것이 발단되었다고요. 사실 그 같은 일은 과거에도 무수히 발생했고, 이견이 있는 경우 두 가지 의견을 모두 병기 했습니다. 아무튼, 그해 말 이사장과 다수 이사는 경영평가 위원 선정을 과거 다수․소수 이사 협의 방식에서 전체 이사 표결방식으로 변경해버렸습니다. 전체 11명의 이사 중 다수 이사가 7명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전체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소수 이사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죠. 회의엔 늘 이견이 있기 마련이고, 인내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조율해 내기보다 아예 규정을 바꿔 이론이 발생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선택을 하신 거죠. 성직자이기도 한 이사장의 인격과 회의 운영에 대한 기본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19 사업연도 KBS 경영평가’ 위원 선정에 이어 작년 연말, ‘2020 사업연도 경영평가’를 위한 위원들은 모두 이사장님과 다수 이사의 일방적 의사로 결정되었죠.

 

2) 이사장의 이사 퇴장 권한 신설

이해할 수 없는 회의 운영방식은 또 있습니다. 이사회 도중 이사장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을 하는 이사는 당신의 권한으로 강제로 퇴장시키는 규정도 KBS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만드셨습니다. 과거 보수 정권 시절, 야당이었던 現 더불어민주당이 소수 이사를 추천했던 때였습니다. 그때 소수 이사는 회의 운영시 발언을 제지하던 이사장을 향해 자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사장은 국민 각계각층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10명의 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둔 이유는 회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이사 중 연장자를 회의 주재자로 둔 것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이사장이 다른 이사의 발언을 제지하는 것이 월권이다.’ 그리고 이런 발언에 대해 보수정권 시절 이사장과 대부분의 다수 이사는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고, 소수 이사의 발언은 밤늦게까지 이어졌으며 사실상 무제한 보장받았습니다.

 

3) 이사들의 의사진행 발언 제한 규정 신설

그런가 하면 이사들의 의사진행 발언은 1회만 허용하도록 역시 신설했습니다. 과거 소수 이사가 다수 이사의 편향적인, 일방적인 회의 운영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던 의사진행 발언을 단 1회로 제한하셨습니다.

 

4) 다수-소수, 이사 간사 間 협의체 폐지

뿐만 아니죠. 과거 오랫동안 다수·소수 이사 間 간사를 선정해 양측간 이사회 상정 안건을 협의해오던 기능도 아예 없애 버렸습니다. 이사회 상정 안건도 이견시 전체 이사 표결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사측이나 다수 이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안건은 언제든지 상정하고 소수 이사가 요구하는 안건은 반영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신 것이죠. 이유가 무엇인지요. 혹시 경영부실에 대한 경영진 책임 요구나 정권에 불리하거나 유리한 편파 보도가 사내외로부터 이슈화되는 것을 막으려 하신 것 때문은 아니신지요. 작년 태양광 보도 외압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때 소수 이사가 同 건을 정식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으나, 다수 이사가 표결로 무산시킨 것은 그 같은 의도로 비치기에 충분합니다.

 

결과적으로 KBS 최고의사결정기구의 논의 구조는 충분한 토론과 검토보다 정부․여당이 추천한 다수 이사가 원하는 방향과 내용을 빠르게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이사장께서는 불과 2년 만에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최고의사결정 기구의 논의구조를 매우 비상식적으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평생을 민주적 가치를 우선으로 살아온 것으로 평가 받으신 이사장께서 어떻게 이러실 수 있으신지요.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같은 방식은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이나 공수처법 제정, 윤석열 검찰 총장 징계를 놓고 벌어진 이 정부 사람들과 추미애 장관의 이견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반민주적 일방통행식 일 처리 방식을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어제 일요일 YTN이 발표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무려 61.7%로 취임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아침엔 또 다른 진보학자(서강대 최진적 명예 교수)가 대통령과 이 정부를 비난하며, 대통령의 거짓말을 이유로 지지를 철회했다는 인터뷰를 했더군요. 진보적 지식인들의 이 정권 지지철회는 해가 바뀌어도 끊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KBS 이사회 역시 동일한 과정을 밟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니다.

 

2. 균형성 상실

1) 2TV 재허가 미달 점수 발표시 이사회 반응

얼마 前 공사 사상 최악의 일이 발생했죠. 사실 現 경영진과 이사회 출범 후 하도 많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해 어느 것을 최악으로 꼽아야 할지 분별하기 쉽지 않습니다만, 이번 사안은 매우 위중한 것입니다. KBS 1TV 채널이 MBC에 이어 2위가 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2TV 채널이 방송위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 점수 650점에 미달하는 탈락 점수를 받은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이, 이 정권이 임명한 방송통신위원장 하에서 전국 162개 방송국 중 종편이나 지역 민방보다 못한 낙제점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는 매우 위중한 사안으로, 즉각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전체를 상대로 全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해야 할 엄중한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직원들은 이 참담한 결과에 대해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누구도 설득력 떨어지는 변명외 엄격한 책임과 체계적,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울러 이사장께서는 1TV가 MBC에 이어 2위를 했을 당시엔 이사회에서 경영진으로부터 경위 청취를 하셨으나, 2TV 재허가 탈락 점수라는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뒤엔 아예 이사회 차원에서 경위파악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행태는 본부노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1TV 평가가 MBC에 이어 2위를 하자 본부노조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경영진을 통렬하게 비판했습니다. 당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례 없는 위기의 신호다. 공정보도 항목, 재무 건전성 항목, 방송콘텐츠 및 기술적 투자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의 오보 관련 감점, 방송법 등 관련 법령 준수 관련 감점 등의 항목 점수는 MBC의 꼭 두 배다……. 최근 몇 년 새 KBS의 방송평가 점수는 지속해서 하락해 왔다……. 사내 구성원, 방통위, 국회, 국민 모두가 KBS 경영진에게 낙제점을 주고 있음을 직시하라’

(2020.12.03.)

 

 

이 성명서 내용으로 판단하면 現 경영진은 전면 교체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1주일 뒤 이보다 더 심각한 2TV 재허가 점수 미달이 발표되자, 갑자기 본부노조는 침묵했습니다.(본부노조의 사측에 대한 비판은 늘 그 진정성을 의심받아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회도 역시 침묵하셨습니다. 왜 그러셨는지요. 1TV 2위보다 훨씬 심각한 이 사안이 이슈화되면 여론이 악화되고, 現 경영진과 이사회 책임론, 나아가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은 아니신지요.

 

2) 9시 뉴스 KBS판 검언 유착 오보에 대한 이사회 반응

작년 7월 소위 KBS판 검언유착 오보에 대해 사내외로부터 정권하명 방송이니, 어용방송이라는 혹독한 비난이 쏟아지며 공사를 상대로 사내외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이사회에서는 긴급히 사측을 상대로 경위 설명을 요구했으나, 그 후 同 사안에 대한 엄중한 문책, 실효성이 담보되는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했다고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처리는 한국 대표 공영방송의 중대 오보에 이사회의 균형있는 태도라고 결코 볼 수 없습니다. 이사회의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작년 하반기 경영진은 당시 오보 사건의 연루자 전원을 대상으로 사안의 심각성에 맞지 않게 주의, 견책, 경고 등 일제히 경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사장께서는 이사회를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운영하시는지요. 이즘에 이르러 이사회 운영의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이러고서야 이사회가 무슨 공사의 최고 의결기구라고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저희가 기억하는 이사회의 주요 기능은 연말 예산 편성시 마다 사측을 상대로 직원 임금과 복지가 과다하니 인상 불가니, 축소가 필요하다니 하는 정도로 듣고 있습니다. 참담한 마음을 누를 수 없습니다.

 

3. 비전문성

이번엔 이사장님의 전문성과 관련해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1) 예산 심사

2019년, 2020년 예산 심사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11~12월 내 여러 차례 예산 소위 열어 검토한 뒤, 차 년도 본부별 사업을 심의 추인한 뒤 소폭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의결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요. 이사회에서 19년, 20년 2년 동안 예산과 본부별 사업들을 꼼꼼히 검토한 결과 흑자 날 것으로 의결한 내용이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 경영진이 적자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사회가 승인한 각 본부별 사업을 연기하거나 취소했으며, 각종 회의비, 업무추진비를 대폭 삭감해 전국의 직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며 불신을 키워왔습니다. 이사장님과 이사들께서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의결하셨는지요. 그러고서 이사장께서는 KBS 이사로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작년 연말 심사․의결한 2021년 예산 승인은 얼마나 정확할지 의문입니다.

 

2) ‘KBS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 승인

사실 이사장의 비전문성은 취임 직후부터 드러났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現 경영진 취임 직후 신설했던 ‘진미위’와 관련해 숱한 무리성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과감하게 승인·의결했습니다. 당시 소수 이사와 감사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이 일제히 감사실 업무와 중복, 진미위의 징계 권한 없음 등 위법성과 무리성을 지적했음에도 다수 이사는 설치를 강행했습니다. 결과는 무엇이었습니까. 현재 항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1심 법원으로부터 부적절함을 지적받아 망신을 자초하셨습니다. 그리고 1심 판결에 대해 이사회는 지금껏 침묵해오고 계십니다.

 

3) 지역국 기능조정

現 경영진 취임 후 7개 지역국의 기능을 대폭 축소(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것이었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 이유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지역국 기능조정 초기 안은 말을 순화시켜 기능 조정이지, 폐지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물론 이 안은 노동조합과 현지 지역민들의 반말로 수정을 거듭해 최근엔 누더기에 가까운 안으로 변질되기도 했죠) 그런데 최근 경영진은 임원회의에서 난데없이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몇 년째 추진해 온 지역국 기능조정 안을 백지화하는 것을 거론했습니다. 이사회가 승인한 뒤, 2년 넘게 추진해온 이 사안을 KBS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책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은 現 사장 취임 전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음을 감안하면, 수신료 현실화 추진 시 지여국 기능축소 정책이 모순될 수 있음을 그때 검토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사회에서도 당시 그 같은 내용을 검토하고 지적했어야 했습니다. 작년 말, 이 난데없는 정책 전환에 본부노조가 반발하며 사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상황이 발생했죠. 본부노조 성명서 일부입니다.

 

‘스스로 만든 정책마저도 이렇게 쉽게 내팽개칠 수 있다는 것은 철학의 빈곤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영진들의 헛발질 때문에 혼란과 고통을 겪어야 하는 점이 뼈아프다. 의지박약에 무능력, 여기에 자기가 내뱉은 말로 지키지 않는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과 무슨 논의를 할 수 있을까?’ .(2020. 11. 12).

 

 

사실 본부노조의 혹독한 비난의 대상은 경영진뿐만 아니라 이 안건을 승인한 이사회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엄청난 정책 전환에 대해, 정작 공사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어떤 입장인지요. 저희는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도 듣지 못했습니다. 판단할 전문성이 없으시기에 침묵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4. 도덕성

現 사장의 선임과정의 문제를 다시 보겠습니다.

2018년 봄 그리고 그해 가을 KBS 사장 임명과 연임 심사과정에서 이사장님을 비롯한 다수 이사는 現 사장을 모든 참여자 가운데 최고 점수를 주었습니다. 어떻게 관리 경험이 일천한 現 사장이 다양한 회사 관리 경험과 사장 심사과정에서 훨씬 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모든 후보를 제치고 두 차례나 최고 평가를 받을 수 있었는지 많은 직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現 사장은 임명 후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국정 감사장에서, 취임 후 행해온 다수의 경영행위에서 그 자질의 부적절함은 드러내며 끊임없이 구설에 올라왔습니다.

 

이사장을 비롯한 다수 이사는 사장 선임 직후 국민참여형 사장 추천 위원회를 만들어 역사상 가장 투명하고 독립적인 사장 선임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사장님의 종교적 양심을 걸고 그게 진실이라고 대답하실 수 있으신지요. 사장 선임에 참여한 국민의 의견 비중이 다수 이사의 의견을 넘을 수 없는 구조가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즉 추천위에 참여한 국민의 의견은 다수 이사의 의견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구조죠. 그게 무슨 독립적이며 공정한 사장 선임 절차인가요. 결국, 다수 이사 뜻대로 선임하는 구조에 국민을 들러리로 만든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하다못해 요즘 유행이 되다시피 한 대중가요경영대회에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심사위원 점수보다 일반 시청자 점수 비중을 더 높이거나, 아예 100% 일반 시청자들의 의견만으로 선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KBS 사장을 역사상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독립적으로 선출하겠다고 선언하고 도입한 국민참여형 사장 선임제도가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어느 국민이 그걸 공정한 제도라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당시 사장 선임이 사전에 미리 정한, 결과적으로 선임과정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짐작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4월 본부노조가 공개적인 성명서(2020.4.29.)에 자신들이 現 사장을 KBS 사장 자리에 앉혔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일이 발생했죠. 이 성명서는 논란이 될 것임을 우려한 본부노조가 뒤늦게 수정을 했으나, KBS노조와 일부 사원들이 관련 내용을 별도로 발췌해 놓았었죠. 그리고 이 경악스러운 본부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면 당시 사장 선임은 대국민 사기행위와 다름없다며 잇따라 해명을 요구했으나,((2020.5.1./ (2020.5.30.) 본부노조와 이사장께서는 지금까지 8개월째 침묵으로 일관해 오고 있습니다. 이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5. 請 하는 말

이제 곧 사측에서는 수신료 현실화 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거 2012년 수신료 인상 시도는 거의 실현될 뻔했었죠. KBS이사회, 방통위를 거쳐 국회 통과를 앞두고 무산되었죠. 당시 KBS 경영진과 다수 이사회는 여야 추천 이사 100% 동의를 얻는 방식을 선택했고, 야권 추천 이사(현 여당)들의 무수한 이견과 요구를 무려 8개월간 경청하고, 조율하고 결국엔 여·야 추천 이사 전원 동의로 의결해 방통위로 넘긴 것을 KBS 구성원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경영평가 위원 선정과 각종 회의 운영방식과 안건 처리를 매우 독선적으로 해 오신 이사회에서 수신료 검토 역시 그 같은 졸속을 처리해 또다시 무산시키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제 이사장의 임기는 8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그동안의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에 대해 깊이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2년 동안 이사회는 늘 KBS 구성원들을 향해 엄중하게 비판을 해오며, 마치 자신들은 무결점의 사람처럼 행동해왔습니다. KBS 구성원 누구도 감히 최고의사결정기구 이사들을 상대로 문제제기할 염두조차 내지 못한 가운데 말이죠. 송구스런 말씀이지만 지난 2년을 되돌아 본 이사장님과 이사들의 모습은 매우 심하게 일그러져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것이 아니신지요.

 

이사장님과 다수 이사에 대한 문제 제기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스스로 돌아보시며 반면교사로 삼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하여 민주성, 공정성, 균형성, 합리성, 도덕성, 전문성을 회복하시는 기회로 삼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 전문성은 단기간에 보완될 수 없겠죠.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합니다. KBS 구성을 비롯해 안팎의 전문가들에게 귀를 여시고 경청하시면 상당 부분 보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연로하신 이사장님께 새해부터 불편한 글을 드리게 됨을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KBS를 사랑하는 충정이 여기에까지 이르게 되었음을 惠諒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늘 건강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2021년 1월 4일 최철호

입력 :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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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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