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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로빈후드가 활동했던 셔우드 숲은 숲이 아니었다?

국왕이 광야-마을도 '산림'으로 지정하고 세금-벌금 뜯어내....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세금이 목적 아닐까?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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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로빈후드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로빈후드가 활동했던 무대의 이름은 혹시 기억하는지?
그렇다. 셔우드 숲이다. 로빈후드를 다룬 이야기나 영화에 나오는 셔우드 숲은 울창한 밀림이다. 그 숲에서 로빈후드 일당은 법으로 금지된 사슴과 멧돼지를 사냥하고, 맥주를 마시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노팅검의 군수 같은 귀족들이나 부패한 수도승들을 괴롭히면서 자신들만의 낭만적인 공동체를 영위해 나간다.

그 시절에는 이런 숲(산림)이 잉글랜드 국토의 1/3을 차지했다. 국토의 1/3이 산림이라고? 물론 지금보다는 훨씬 우거진 삼림지대가 많았을 것이다. 근‧현대로 들어오면서 방목지로, 도시로 개간된 곳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이 시대의 ‘숲’이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울울창창한 밀림지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광대하고 끔찍한 황야’나 그저 그런 시골 마을인 곳도 많았다. 사실 이런 곳이 바로 로빈후드와 리틀 존 같은 추방자들, 범법자들이 무리 지어 살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런  지역들이 ‘산림(숲)’으로 둔갑한 것일까? 바로 국왕이 그런 지역들을 법으로 ‘산림’으로 지정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지역이 ‘산림’으로 지정되는 순간, 종전에는 해당 지역의 영주나 소작농들이 소유하고 있던 자원 관리 및 배분권을 왕실에서 독점할 수 있었다.

정복왕 윌리엄은 거대한 땅을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을 공포했다. 이 곳에서 수사슴이나 암사슴을 죽이는 자는 눈알을 뽑아버렸고, 수사슴이나 멧돼지 사냥을 금지했다 (로빈 후드 이야기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로빈후드 이야기에서 불의를 바로잡는 의로운 임금으로 나오는 리처드1세도 사슴을 죽인 자의 눈을 멀게 하고 거세하는 산림법을 공포했다. 이런 산림에서의 사냥은 오직 국왕만이 가능했다.

 

국토의 1/3을 ‘산림’으로 지정한 것이 ‘자연보호’나 사냥이라는 국왕의 도락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거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돈’ 때문이었다.

국왕이 지정한 숲에서 사냥을 했던 사람들은 앞에서 언급한 살벌한 형벌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벌금을 내야 했다. 국왕 입장에서는 그 수입이 쏠쏠했다.

숲을 개간해서 농지를 마련하려는 자는 영구소작료를 지불해야 했다. 무허가로 농지를 개간했다가는 농지를 몰수당했고, 그 땅을 돌려받으려면 돈을 내야했다. 함부로 벌목한 자도 벌금을 내야했다.

국왕은 돈이 필요해지면 산림감독관을 파견해 이런 저런 위반행위들을 적발해 돈을 뜯어냈다. 1175년 헨리2세는 이러한 방법으로 1만2000파운드의 수입을 올렸다. 얼마 안 된다고? 연간 왕실 총수입이 2만 파운드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리처드1세는 ‘산림’을 이용해 돈을 버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산림법 적용을 해제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리처드1세의 뒤를 이은 존 왕도 이런 수법으로 재미를 보았다.

결국 ‘산림’ 구역 지정은 ‘자연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왕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문득 문재인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이니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니 하는 것들을 지정하는 것도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 소유권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침해를 정당화하고, 부동산 시장 기능을 마비시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게 만든 후 오른 집값에 맞춰 세금을 갈취하기 위해 그런 짓들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효과가 없고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원성이 터져 나오는 데도 그토록 막무가내로 귀를 막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

귀족과 백성들을 수탈하던 ‘산림법’에 대한 반발은 그밖의 다른 실정(失政)들에 대한 반발과 결합되면서 결국 1215년 귀족들의 반란으로 이어졌다. 그 산물이 마로 ‘마그나 카르타’이다.   

입력 : 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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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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