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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북한은 '류경'이란 명칭을 많이 사용할까?

北 6억달러 사기사건으로 본 류경 회사의 실체... 북한 불법 자금 세탁 창구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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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간조선

북한에서 통신사업을 하는 이집트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66) 회장이 최근 주(駐)이집트 한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6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는데도 북한 당국의 반대로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가져오지도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국회 외통위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으로 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 파악한 것이다.
 
사위리스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소 세 차례 만나는 등 수차례 방북한 대표적 대북 사업가다. 그가 한국 외교사절과 면담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위리스 회장은 홍 대사에게 오라스콤이 약 2억1500만달러를 투자한 평양 류경호텔 관련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스콤은 류경호텔의 조속한 완공을 희망하지만 건설 자재 조달 문제로 북한 당국과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으로 파악됐다.
 
류경호텔은 1992년 공사를 중단하는 바람에 흉물로 방치돼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북한에는 '류경'이란 명칭이 자주 쓰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 따르면 류경(柳京)은 버드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뜻으로, 평양의 오랜 별칭이다. 따라서 평양에는 류경이란 이름이 붙은 시설이 많다.
 
과거 <월간조선>은 '류경회사'의 실체에 대해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류경회사는 류경호텔과는 별개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 김일성은 해외 조직망 구축 및 영주권 획득을 위해 공작원들을 해외로 내보냈다. 손경철·손건하의 부친 손씨도 해외로 파견된 공작원 중 한 명이었다. 김일성은 손씨에게 당시 미화 24만 달러를 쥐여 주며 마카오에서 활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손씨는 그 자금으로 기업을 세운 뒤 카지노 사업에 투자했다. 사업은 대성공을 거뒀고, 그는 그 덕분에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런 이유로 손씨는 북한 대외연락부 역사상 가장 성공한 해외 정착 인물로서 공화국 영웅(북한 최고 등급의 칭호) 칭호를 받기도 했다. 손씨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해외 곳곳으로 파견된 공작원들도 영주권 획득 뒤, 그 지역에 기업을 세우는 방법으로 큰돈을 벌었다. 해외 공작원들이 세운 기업은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공작거점이 됐다.
  
사회주의 동구권 붕괴 직후인 1990년대 외교 국가들과의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김일성이 주도하는 당 39호실이 위축되고, 대신 비(非)외교 무역 전문부서인 김정일의 당 38호실이 사실상의 모든 실권을 행사했다. 이 무렵 김정일은 과거 김일성이 파견했던 해외 공작원들에게 해외에 만든 기업들을 당에 바치라고 통지(通知)했다. 김정일은 해외에 퍼져 있는 기업을 모두 자신의 손에 넣어 직접 외화를 벌어들이려 했던 것이다. 몇몇 해외 공작원은 김정일의 지시에 반발하며 김일성에게 신소(伸訴)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시기 김정일의 명령에 앞장서 반대하던 해외 공작원 한 명이 암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겁에 질린 해외 공작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이때 “당에 충성하자”며 김정일의 명령을 가장 먼저 실천한 이가 있었다. 그게 바로 손씨였다. 그는 마카오 공작활동을 하면서 만든 사업체 일체를 김정일에게 헌납했다. 헌납한 사업체 중에는 마카오에서 번 돈으로 1992년 평양시 보통강 호텔에서 청류관 방향으로 가는 길에 세운 준 국영무역회사인 류경회사도 있었다. 류경회사는 북한의 여러 마약 제조 회사 중 하나였다. 이 공로로 손씨는 김정일의 신임을 얻어 두 번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정일은 손씨의 딸과 정략결혼한 사위를 류경회사의 사장에 앉혔다. 손씨의 사위는 압록강대학(6년제 정찰국 산하 군사첩보요원 양성소) 출신의 엘리트였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다. 류경회사의 사장으로 임명된 손씨의 사위가 암살당한 것이다. 김정일은 암살의 배후에 손씨의 장남인 손경철이 있다고 판단했다. 동생의 남편이 류경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을 누구보다 반대한 것이 손경철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손경철을 소환, 그에게 류경회사를 비롯, 모든 인맥과 활동영역을 동생인 손건하에게 넘기라고 지시했다. 김정일은 북한 새날혁명학원(외국 근무 자녀 교육 전문) 출신인 손건하를 마음에 들어 했다.
  
손건하가 류경회사 주인이 된 1990년대 말 김정일의 고민은 마약 밀매 사건에 외교관들이 지속적으로 휘말리는 것이었다. 외교관들이 마약 밀매로 인해 쫓겨날 때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해외 외교 및 상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민하던 김정일은 그럴듯한 꼼수를 짜냈다. 2000년대 초 그간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중앙당 군수공업부가 국영무역회사를 통해 하던 마약과 관련한 모든 일을 류경회사만 독점적으로 하게 해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마약 밀매 사건에 연루되더라도 이것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부정행위라고 잡아뗄 수 있었다. 또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중앙당 군수공업부가 운영해 온 국영무역회사를 폐쇄함으로써 미국 정부에 북한이 더는 마약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명분도 얻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류경회사는 민간 투자자가 참여한 국유기업, 즉 준 국영회사이다. 따라서 엄밀히 당이나 국가기관하에서 운영된다. 결론적으로 김정일이 류경회사에 마약 사업 독점권을 준 것은 당국은 뒤로 숨으려는 일명 ‘눈 가리고 아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김정일의 전략은 성과를 거뒀다. 북한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마약 밀매 적발 건수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실제 HRNK 보고서를 보면 2006년 이전 북한 관련 마약 밀매로 체포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북한 외교관이나 무역 공직자(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사건의 대다수를 차지)였다. 하지만 2001년 이래로 외교관이나 신임을 받은 공직자에 의한 마약 밀매 사건은 알려진 바 없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북한과 관련된 마약 거래 사건의 대부분은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소규모 사건이었다. 2013년 미국 국무부의 국제마약 통제 전략 보고서(INCSR)에는 “2004년 이래 북한 국가기관이 연루된 대규모 마약 밀매에 대해 확인된 보고가 없다”고 나와 있다.
  
 김정일의 지시로 마약 사업을 독점한 류경회사는 2001년 홍콩에서 마약의 순도를 높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특수 장비를 들여오는 등 질 좋은 마약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그래서일까. 북한산 마약은 최상급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마약보다 값이 더 비쌌다. HRNK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제조된 마약(메스암페타민·필로폰)은 동남아시아에서 제조된 마약보다 높은 수송비와 원산지 관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질이 좋아 일반적으로 이보다 1g당 300위안(100위안=한화로 약 17000원) 더 비싸게 판매된다. 동남아시아에서 제조된 메스암페타민은 1g당 1200위안, 약 193달러에 판매된다.
  
류경회사가 마약 제조를 위해 소유한 토지는 일개 군(郡) 면적에 달한다. 정권 차원의 마약 범죄를 숨기기 위해 류경회사는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두 개 도(道)에서 1개 농장, 1개 분조(分組)를 원칙으로 아편을 분산 재배하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할 수 없도록 은폐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렇게 개발한 마약은 중국 삼합회, 마카오 조폭 등 범죄조직과 손잡고 해외로 밀수한다.
  
류경회사는 이렇게 얻은 수익의 대부분을 김정일에게 바쳤다. 김정일에게 들어간 액수만 한 해에 수천만 달러에 달했다. 손건하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2월 16일 노력영웅(최고의 영예인 공화국 영웅보다 한 단계 아래) 칭호를 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류경회사의 부사장을 간호원 출신의 그의 내연녀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손건하는 간부만 이용할 수 있는 남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간호원과 연인관계가 됐고 그녀에게 류경회사 부사장직을 줬다. 이에 분노한 본처 리해순은 손건하로부터 류경회사의 계열사격인 설봉회사를 빼앗아갔다. 설봉회사는 마카오 상품만 파는 백화점 같은 곳이다. 류경회사는 2014년 현재도 존재하며, 여전히 마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류경회사는 사실상 북한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창구인 것으로 보인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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