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중금속 ‘안티몬’은 무엇인가

의학 드라마에서 연쇄살인용 무기로 나올 만큼 맹독성 물질... 2년 전 ‘가습기 치약’ 파동 겪고도 개선 못 했나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 업데이트 2018-03-20  10:45
사진=안전보건공단 캡처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의 일부 화장품에서 허용 기준(10㎍/g)을 넘은 중금속 '안티몬'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9일 '화성코스메틱'이 생산한 13개 화장품에 대해 중금속 검출 문제로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내렸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 1월 이후 납품받은 '아리따움' 4종과 '에뛰드하우스' 2종 가운데 일부 로트제품(1군의 상품)이 해당된다. 목록은 아래와 같다.
 
1. 아리따움
-아리따움 풀 커버 스틱 컨실러 1호 라이트베이지
-아리따움 풀 커버 스틱 컨실러 2호 내추럴 베이지
-아리따움 풀 커버 크림 컨실러 1호
-아리따움 풀 커버 크림 컨실러 2호
 
2. 에뛰드하우스
-에뛰드하우스 AC 클린업 세이프 컨실러
-에뛰드하우스 드로잉 아이브라우 듀오 3호 그레이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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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아모레퍼시픽은 20일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로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수 진행 과정에서 고객님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내달 2일까지 전국 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매장과 고객상담센터를 통해 교환과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발암과 중독의 물질 안티몬
 
아모레퍼시픽에서 검출된 중금속 안티몬은 청색을 띠는 백색 금속으로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표면은 나뭇잎과 같은 결정 모양이다. 광물 등에 존재하며 합금, 반도체, 페인트 제조에 사용된다. 예광탄, 조명탄, 충격식 뇌관의 열전달매체 등으로도 활용된다.
 
안티몬의 독성은 어느 정도일까. 실제 어느 안티몬 제련공장에서 5개월 동안 작업하던 근로자 78명 중 69명이 중금속 중독에 걸린 적이 있다. 안티몬 제련공장 인근에 있는 마을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려 10명이 사망했고, 다른 주민들도 기침과 천식 등 호흡기 계통의 질환을 앓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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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몬.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안티몬에 중독되면 비염, 피부염을 앓고 두통, 목 통증, 가슴통증, 호흡곤란, 눈 자극, 설사, 구토, 체중감소, 후각장애 등이 나타난다. 안티몬 화합물이 피부에 닿으면 구진과 한선 및 피지선 주위에 농포진이 생긴다.
 
안티몬을 섭취하거나 흡입하게 되면 출혈성 신장염, 간염, 황달, 빈혈 등의 증상이 생긴다. 작업자가 안티몬 가스와 먼지를 흡입할 경우 폐의 양성 종양, 피부염 및 심장과 신장에 영향을 받는다. 삼산화안티몬에 하루 6시간씩 매주 5일, 1년 동안 노출된 실험용 쥐에게서는 폐암까지 유발됐다.
 
심지어 안티몬은 2009년 SBS 드라마 ‘싸인’에서 연쇄살인 독극물로 나오기도 했다. 2011년 3월 14일 ‘KISTI’의 과학향기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나간 남자가 30분도 채 안 돼 사망했다. 20년 전 살해당했던 시체 한 구는 현재까지 전혀 부패가 일어나지 않았다. 20년 전 5명의 의문사,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또 다시 5명이 차례로 죽임을 당하는 의문의 사건들···. 과연 이들을 죽인 살인자는 누구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살인 사건을 파헤쳤던 SBS 드라마 ‘싸인’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 내용은 국과수 법의관들이 시신 부검을 통해 사인(死因)을 밝혀내는 것. 도입부에 소개한 살인자의 정체는 드라마 에피소드 중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일으킨 독극물, ‘안티몬’이었다. 안티몬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때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안전보건공단 블로그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맹독 물질인 안티몬을 운반하거나 저장할 때는 확실한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물질이 새거나 발산될 우려가 없는, 뚜껑 또는 마개가 있는 견고한 포장이 필수적이다. 일정한 장소를 지정해 보관하며, 저장 장소에는 안티몬 및 그 화합물을 실외로 배출시키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관리자 외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다.
 
안티몬 및 그 화합물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근로자는 불침투성 보호의복, 보호장갑, 보호신발 등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안티몬을 취급하는 작업장에는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설치하되, 안티몬 취급장소와 격리된 장소여야 한다.
 
안티몬 및 안티몬 화합물이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즉시 많은 양의 물로 씻어내고 안과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피부에 접촉된 경우에는 세제 또는 물로 씻어내고 씻은 후에도 계속 가렵고 염증이 발생하면 즉시 의사의 검진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일 밀폐된 공간에서 안티몬 중독사고나 노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별도의 송기마스크를 착용한 후 정확한 방법으로 구조해야 한다.
 
2년 전 치약에서도 유해물질... 반성 없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 아모레퍼시픽 ‘메디안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파문 당시 문제가 된 물질이 검출돼 전량 회수한 적이 있다. 치약제품 원료사로부터 납품받은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내에 ‘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CMIT/MIT)’ 성분이 포함됐던 것이다. 당시 0.0022~0.0044ppm 수준으로 검출된 CMIT/MIT 성분은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 물질이었다.
 
CMIT/MIT 성분은 물에 쉽게 녹고 휘발성이 강하다. 자극성과 부식성이 커 일정 농도 이상 노출 시 피부, 호흡기, 눈에 강한 자극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치약, 구강청결제, 화장품, 샴푸 등 각종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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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991년 CMIT/MIT를 산업용 살충제로 등록, 2등급 흡입독성물질로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초 일반 화학물질로 분류됐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생 후인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치약 안전성 문제로 회수 조치했으나 판매처마다 환불 기준, 가격, 기간이 가지각색이라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 편의를 위해 구매처, 구매일자, 본인 구매 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교환과 환불을 제시했지만, 실제 과정에서는 해당 내역을 증빙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파동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치약시장에서 예전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