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이재명 대표 피습으로 본 정치적 암살-테러의 역사

박근혜 커터칼 피습, 송영길 망치 피습.... 역대 미국 대통령 중 4명,일본 총리 중 5명이 암살 돼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1월 2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칼을 휘두른 김 모씨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부산 방문 중 괴한의 습격을 받고 자상(刺傷)을 입었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은 이 대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한국 정치사에서 종종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5월 20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 중 지 모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맞아 자상을 입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자칫하면 안면신경이나 경동맥을 다칠 뻔했다고 한다. 범인은 처음에는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박근혜에게는 감정 없다. 미안하다”고 했다. 범인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6년 출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대전은요?”라면서 대전 선거 판세부터 물어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그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 강인한 정치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022년 3월 7일 서울 신촌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유튜버 표 모씨가 휘두른 망치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 당시 70세였던 표 씨는 현장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한다” “청년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고 외쳤다. 경찰 조사 결과 평소 종전(終戰)선언을 지지해 온 표 씨는 2001년 8월쯤 송 전 대표가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표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었으나, 첫 공판을 앞둔 같은 해 4월 24일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민당 원내총무이던 1969년 6월 20일 초산(질산) 테러를 당했다. 범인들은 귀가 중이던 YS 승용차에 초산병을 투척했으나 상해를 입히는 데는 실패했다. 3선 개헌 와중에서 YS가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비난한 데 대한 김형욱의 보복성 정치테러로 짐작되지만, 범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해방 이후 10여 년간은 정치 테러의 극성기였다. 송진우(1945년), 장덕수(1947년), 여운형 (1947년), 김구 (1949년) 등이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김창룡 육군특무부대장은 1956년 군 수뇌부의 부패 의혹을 파헤치려다가 허태영 대령 등에 의해 암살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주한외교 사절들이 테러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015년 3월 5일 민중문화운동가 김기종이 휘두른 칼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김기종은 현장에서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하라! 우리나라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시켜라!”는 전단지를 뿌렸다. 김기종은 살인미수와 외국사절폭행, 업무방해,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김기종은 이 사건 이전인 2010년 7월 7일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 대사에게 독도 시멘트 모형 두 개를 던졌다가 구속, 기소되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던 자였다. 범행 후 북한과 국내 종북세력들은 김기종의 범행을 두둔, 찬양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역대 대통령 45명 가운데 4명이 암살됐다.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북전쟁 종전 직후인 1865년 4월 14일 남부 지지자인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남부는 복수되었다!”고 외쳤다. 범인은 현장에서 도주했으나 12일 후 추적자들에게 사살됐다.

제20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4개월 후인 1881년 7월 2일 피격, 그해 9월 19일 사망했다. 범인 찰스 기토는 프랑스주재 공사직을 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기토가 정신이상자라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토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제25대 윌리엄 매킨리는 1901년 9월 6일 버펄로에서 열린 팬아메리칸 박람회에 참석 중  무정부주의자 리언 촐고츠의 총에 맞았다. 매킨리는 제압당한 암살범이 두들겨 맞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그를 때리지 않도록 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매킨리는 같은 달 14일 사망했고, 범인은 같은 해 10월 29일 처형됐다.

제35대 존 F.케네디는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를 방문 중 리 하비 오스왈드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오스왈드는 이틀 후 호송 중 잭 루비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케네디의 죽음의 배후, 당시 상황의 진실 등에 대해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존 F 케네디의 동생으로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6월 4일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 유세 후 팔레스타인 이민자 시르한 시르한에게 피격, 사망했다. 범인은 편집증 환자로 로버트 케네디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데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은 1968년 4월 4일 백인 우월주의자 제임스 얼 레이가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제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가 쏜 총에 맞았으나, 목숨을 건졌다.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입은 부상 때문에 평생 하반신 마비로 살다가 2014년 세상을 떠났다. 힝클리는 모두 13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심신상실 상태라는 이유로 보호감호에 처해졌다가 2016년 34년만에 석방됐다. 힝클리는 범행 후 당시 유명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혀 화제가 됐는데, 정작 그가 짝사랑했던 조디 포스터는 2013년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했다. 


일본도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종종 일어나는 나라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암살을 들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퇴임 후인 2022년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전직 자위대원 야마가미 데쓰야가 쏜 사제총(私製銃)에 맞아 사망했다. 범인은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인 어머니가 통일교에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면서 아베가 통일교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보고 아베가 통일교와 유착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아베 외에도 암살당한 일본 총리가 네 명 더 있다. 제29대 총리인 이누가이 쓰요시는 1932년 5월 15일 해군 군축에 대해 불만을 품고 총리관저에 난입한 극우파 해군 장교들에 의해 암살됐다. 이누가이는 해군 장교들에게 “말로 하면 알아들을 것”이라며 설득하려 했지만, 해군장교들은 “문답무용(問答無用), 발사!”라면서 총질을 했다. “문답무용(問答無用), 발사!”라는 말은 1930년대 극우파 일본 청년장교들의 폭주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제19대 총리인 하라 다카시도 총리 재직 중이던 1921년 11월 4일에 도쿄역에서 나카오카 곤이치라는 청년의 칼에 찔려 죽었다. 

제3‧5대 조선총독과 제30대 총리를 지낸 사이토 마코토는 총리에서 물러난 후 내대신(內大臣‧천황의 정치고문)으로 있던 1936년 2월 26일, 쿠데타를 일으킨 청년장교들에게 살해됐다. 재무관료 출신으로 제20대 총리를 지낸 다카하시 고레키요도 2.26 쿠데타 당시 대장대신(재무장관)으로 있다가 쿠데타군에게 죽음을 당했다.

극우세력에 의한 암살 전통은 전후(戰後)에도 이어졌다. 1960년 10월 12일에는 일본사회당 당수 아사누마 이네지로가 방송사 주최 3당 대표자 합동 연설회 중 극우 청년 야마구치 오토야의 칼에 찔려 죽었다. 당시 17살에 불과했던 범인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도쿄소년감별소에 수감되었다가 같은해 11월 2일 감방 벽에 ‘칠생보국 천황폐하만세(七生報国 天皇陛下万歲)'라는 글을 남기고 자살했다.  오늘날까지도 일본 극우세력은 야마구치 오토야를 일종의 순교자처럼 추앙하고 있다.

1979년부터 1995년까지 네 번에 걸쳐 나가사키시의 시장을 역임한 모토시마 히로시는 히로히토 일본 천황이 와병 중이던 1988년 12월 시의회에서 “천황에게 전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가 이듬해 1월 18일 극우세력의 총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

모토시마의 후임자인 이토 잇초 나가사키 시장은 2007년 4월 17일 야쿠자가 쏜 총에 맞아 다음날 사망했다. 범인은 일본 최대의 범죄조직 야마구치구미의 일파인 ‘스이신(水心)회’ 회장대행으로 공공사업 입찰 문제로 시청 측과 마찰을 빚어 온 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유럽에서도 정치적 테러-암살의 전통은 유구하다. 비교적 근래의 사건만 몇 가지 보면, 우선 올도프 팔메 스웨덴 총리 암살사건이 유명하다. 사회민주당 출신인 팔메 총리는 1986년 2월 28일 경호원도 없이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귀가하다가 암살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교황도 암살 대상이 된 적이 있다. 1981년 5월 13일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청 광장에서 일반 알현 중 튀르키예(터키)인 청년 메흐메트 알리 아자가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총알이  심장을 1mm 차이로 비켜가는 바람에 대동맥과 척추를 다치지 않은 교황은 6시간의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아자는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의회 조사위원회는 교황 저격 사건의 배후에 소련KGB(국가보안위원회)와 불가리아 및 동독 정보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는 소련이 요한 바오로 2세가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을 지지, 동구 공산권을 동요시키는 것을 우려해 교황 암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배후가 명백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3년 12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인을 만났으나, 범인을 용서했다고 밝혔을 뿐 둘 사이에 오고간 이야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작년 12월 26일 세상을 떠난 독일 정계의 원로 볼프강 쇼이블레는 독일 통일 9일 만인 1990년 10월 12일 선거 유세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통일 당시 내무장관으로 통일 협상의 주역 중 하나였다. 그는 부상 후에도 내무‧재무장관, 연방하원의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푸틴 치하의 러시아는 정권 비판자들에 대한 정치적 암살이 빈발하는 나라다.
푸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탐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6년 10월 7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그는 2004년 9월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주는 홍차를 마셨다가 중독 증상을 느꼈지만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다.

푸틴의 부정부패와 체첸전쟁의 실상을 고발한 후 영국으로 망명한 전 러시아연방보안부(FSB) 요원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는 2006년 11월 초 런던에서 러시아 정보요원들과 만나  폴로늄-210이라는 방사선 물질이 든 홍차를 마셨다. 리트비넨코는 석 주 후인 11월 23일 사망했다. 2023년 6월 24일 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그룹 대표 예브게니 프레고진은 그해 8월 23일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정황상 이상의 사건들 모두 푸틴의 러시아 정보기관이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입력 : 2024.01.02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