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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우주 발사체, 귀는 느림의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

[阿Q의 ‘비밥바’] 빔 벤더스의 영화 <파리, 텍사스>(1987) 사운드트랙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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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연 놀라운 성과! 21일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하늘을 날았다. 한국은 실용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고 환호성이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뭉게구름을 보며, 빔 벤더스(Wim Wenders)의 영화 <파리, 텍사스>(1987)가 떠오른다. 이유는 딱히 설명할 수 없다. 영화 속 구름과 누리호의 발사 연기 때문일까. 폴 오스터의 소설 《브루클린 풍자극》(2005)에 나오는 문장, "꿈 속에서나 볼 법한 발이 열개 달린 짐승처럼 보이는 구름들"이 문득 떠오른다.

 

영화 속 장면들이 프랑스 파리나 미국 텍사스의 어느 불모지를 포착하는 지는 알 수 없다. 가보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뜨겁게 황량했던 <파리, 텍사스> 영상들을 떠올려 본다.


 

여명에 반짝이는 도로… 왜 잔혹하게 느껴질까.

삭막한, 무너질 듯 어두운 하늘.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카타르시스?

모든 영화 마니아들이 의무적으로 봐야 했던 영화 <파리, 텍사스>.

낡은 도로와 건물, 간판만 남은 주유소, 어질어질한 사막, 고철덩어리 양철 지붕, 사막 한 가운데 버려진 오두막집, 집채만한 트럭, 운전석에서 바라본 모래산, 허물어져가는 집들, 끝없이 이어진 도로, 굽이치는 도로, 어디선가 본 듯한 사막의 구릉, 날카로운 선인장 가시들, 잿빛 하늘, 불타는 사막의 석양, 무미건조한 그리고 말이 없는 전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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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흘러나오는 기타 사운드.

블루스에 흠뻑 젖은 거장 기타리스트? 혹은 “느린 미학의 대가 기타리스트”(음악평론가 최영무)인 라이 쿠더(Ry Cooder, 1947~) 음악은 결코 질리는 법이 없다. 단조로운 변주가 계속 심장에 말을 거는 듯 하다. 그 단조로움과 느림을 변주하는 슬라이드 기타(slide guitar)는 많은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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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미국 남서부(Southwest)를 이렇게 떠올리게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혹은 “이건 정말 빌어먹을 맛이자 진실하고 깊이 있으며 찬란한 음악”이라고.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반반일지도. 찬사는 늘 적극적인 반대파를 양산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라이 쿠더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을지 모른다. 느리고 거의 침묵하도록 이끄는 기타의 음색. 그런 명상적인 발자국에 모든 이가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불러일으킨 심리적 잔상은 아주 크지 않을까.


“속주 기타의 달인”이라는 잉베이 말름스틴(Yngwie Malmsteen)이나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 반 헤일런(Van Halen) 팬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날카롭고 변화무쌍하며 전기톱을 써는 듯한 소리로 승부하기보다 늘어진 카세트테이프 마냥 끈질기고 섬세하게 누군가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림을 주는 라이 쿠더 같은 연주도 이 세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아니 놀랍지 않다. 당연하다

 

 

모두가 우주 발사체의 성공에 찬사를 보낸다. 기자는 두 차례나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찾아가 나로호 도전과 눈물을 취재한 적이 있다. 우주발(發) 놀라운 성공은 축하하되 이 세상은 여전히 영혼을 쥐어짜는 느림의 기타도 존재한다는 사실….

입력 :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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