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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백제 발언'을 계기로 본 '역사적 사실'

영남, 호남, 충청, 경기, 강원 모두 '한반도 전체 통합' 주도한 일 없어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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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 주장에는 여러 오류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24일에 게시한 ‘이재명의 ‘백제 발언’이 불러올 후폭풍...‘호남 비하’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다뤘다. 해당 기사에서 한 가지 빠진 내용이 있어서 추가하려고 한다.

이재명 지사는 우리 역사에서 특정 지역 출신이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사실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단군조선(檀君朝鮮)의 경우 그들의 출신 지역은 ‘한반도’와 무관한다.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지금의 중국 허베이성과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네이멍구 자치구 등지이기 때문이다. 조선 멸망 후 조선 고토에 건국된 부여(夫餘), 고구려(高句麗) 역시 주요 근거지는 ‘한반도’가 아니었다. 한반도 북부를 차지하기도 했던 고구려의 경우에는 ‘지배세력’이 ‘한반도 출신’이 아니고,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일도 없다.

백제의 경우에는 부여 출신인 왕족 부여씨와 한성(漢城) 지역 토착 세력의 연합으로 시작했다. 이후 토착 세력은 중앙 귀족으로 발전한다. 중국 사서 ‘수서(隋書)’에서는 한성 토착 귀족들과 후일 웅진 천도 이후 급격하게 세를 키운 지금의 충남 지역 토착 세력인 사씨(또는 사택씨)와 연씨 등을 합해 소위 ‘대성팔족(大姓八族)’이라고 기술했다. 이들이 이끌던 백제 역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일이 없다.  

한편, 흔히들 지금의 지역 패권적 행태 또는 지역 갈등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과거 삼국시대 얘기를 하는데, 이때 당시 전라도는 어떤 국가를 대표하는 세력이 아니었다. 주류사학계 통설에 따르면 백제 합병 이전에는 마한 소국 연맹체가 점유한 지역이었다. 백제에 속했을 때 역시 국가 운영에 해당 지역 출신들이 국가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정황을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 식으로 지금의 전라도 지역을 얘기할 때 '백제'를 운운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들어맞지 않는다. 

삼국시대 이후 ‘통일신라(新羅)’라고 얘기하지만, 이는 민족사적 측면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다. 고구려 패망(668년) 후 30년 만에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이 연합해 그 뒤를 잇는 ‘진국(震國, 자칭 고려)’을 건국했기 때문이다. 정식 국호는 ‘발해(渤海)’다. 이재명 지사 식으로 민족사의 무대를 ‘반도’로 제한할 경우 한반도 북부와 만주, 연해주를 아울렀던 발해는 우리 역사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한편 대륙에 있던 발해 역시 한반도 내부 정세 변화와는 거리가 멀고,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일이 없다. 

신라의 백제, 고구려 일부 지역 병합을 ‘통일’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대구·경북 지역이 이를 주도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당시 신라의 주도세력은 신라 왕족 김씨(경주 김씨)와 신라에 병합된 금관가야계 김씨(김해 김씨)였다. 신라 왕실은 자신들의 뿌리를 ‘흉노족’이라고 밝혔다. 682년에 건립된 문무왕의 묘비에 따르면 신라 김씨 왕족은 투후(秺侯)의 후손이다. 투후는 한 무제(漢 武帝) 당시 흉노족 우현왕(흉노는 나라를 세 개로 분할 통치했다. 중앙은 탱리고도선우가 직할하고, 그 휘하 좌우에는 각각 좌현왕과 우현왕울 뒀다)이었던 휴도왕의 태자, 김일제(金日磾)를 말한다. 

김일제는 휴도왕이 암살된 후 한 무제에게 포로로 잡힌다. 한 무제는 흉노족이 금으로 사람 형상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祭天金人)에 빗대 휴도왕의 태자에게 ‘김’이란 성을 하사했다. 김일제는 흉노족 무리를 이끌고 지금의 중국 산둥성 땅을 받아 ‘투국(秺國’의 제후가 됐다. 이후 김일제의 후손은 왕망(王莽)의 전한(前漢) 멸망에 관여했고, 왕망이 세운 ‘신(新, 8~24년)’이 무너지자 후한(後漢)의 압박을 피해 한반도로 이주했다고 추정된다.

신라가 혈통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골품제’를 운영했고, 이에 따라 ‘왕족’이 아니면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라 지배층은 경주 토착 세력이 아니라 북방계 이주민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가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김수로(金首露)로 대표되는 북방계 이주민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고, 신라에 병합된 뒤 그 후손인 김유신(金庾信)이 신라 김씨 왕족과 연합해 지배층을 이뤘다. 결국 ‘통일신라’라고 하더라도 ‘한반도 전체’를 통합하진 못했고, 그 신라의 지배층은 지금의 경상도 세력이 아닌 북방계 출신이므로 이재명 지사의 정치공학적 주장에 맞지 않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주류사학계에 따르면 고려의 북방 강역 경계선은 ‘천리장성’이다. 지금의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함경남도 함주군까지 건설된 장벽이다. 지금의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일부, 함경북도 전체는 고려 강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역시 ‘한반도 전체’의 통합은 아니다. ‘통합’이라고 인정하더라도 고려의 건국 세력은 지금의 황해도와 평안도인 소위 ‘패서(浿西, ‘패’는 대동강으로 추정)’ 일대 호족들이다. 고려 왕씨 왕족의 기반은 지금의 경기도 개성이지만, 이들 역시 ‘패서 호족’으로 분류된다. 

조선의 경우에는 익히 알다시피 이성계(李成桂)가 나라를 세웠다. 이성계는 그의 조상 이안사(李安社)가 함경도 경흥 지역으로 이주한 뒤 대대로 원나라 천호장을 지낸 집안 출신이다. 이성계와 그 휘하의 여진족, 고려의 신진사대부가 연합해 세운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조선은 세종대에 이르러 소위 ‘4군·6진’을 개척해 지금의 한반도 강역을 ‘통합’했다. 바로 우리 민족 5000년 역사상 ‘한반도 전체’의 통합은 조선 세종 때 유일하게 이뤄졌던 셈이다. 

결국 이재명 지사 식의 ‘통합’은 조선이 유일한데, 그 조선의 건국 주도 세력의 지역 기반은 당대에 ‘동북면’으로 불리던 ‘함경도’였다. 이런 역사를 감안했을 때 이 지사가 ‘5000년 역사’ 운운하며 ‘한반도 전체 통합’을 언급하는 건 그야말로 하나 마나한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등 그 어느 지역도 그 5000년 동안 한반도 전체를 주체가 돼서 통합한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교통과 통신 수준, 정보 습득 능력과 학습량, 공동체 구성원의 의식, 국가 운영 목적 등 전 부문에서 비교하는 게 무의미한 시대의 일을 지금 와서 얘기한 것 자체가 이재명 지사의 중대한 '실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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