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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단독] 소녀시절 윤여정이 쓴 손편지

“한사코 훌륭한 사람으로 출세하겠읍니다” 다짐 지켜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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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기나긴 겨울도 지나가고 육년이란 긴 세월을 한결같이 뛰어놀던 정든 학교 마당의 나뭇가지도 푸릇푸릇 새로운 희망을 안고 움터 옵니다만 저희들의 어린 가슴속에는 남 모르는 검은 구름이 끼어 있었드랍니다. 

 

그것은 무슨 새삼스러운 투정도 아니요, 불연듯이 돌아가신 어버이를 뵙고 싶은 때문도 아니라, 다만 어려운 살림살이 가운데서라도 어떻게 하면 저희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중학교에 갈 수 있겠느냐 하는 걱정의 구름이었습니다. 


그것은 저희들의 연약한 힘으로는 해결할 길 없는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보다 몇백 배 더 어렵고 가난했던 옛 어른들이 피 어린 노력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볼 만한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거짓 없는 이야기를 늘 믿고 가슴깊이 명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을 돕는다’라는 격언이 가르치듯이 공부만 열심히 하고 훌륭한 인격을 기른다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할지라도 남들이 우러러볼 만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왔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저희들을 위하여 애써 가르쳐 주신 스승님과 중산육영회 여러 어른들의 힘을 입어 저희들의 꿈에도 그리든 중학생으로 학업을 계속하게 되었으니 이 기쁘고 고마운 마음을 무어라고 나타낼 길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들은 이 자리에서 비록 변변치 못한 말솜씨나마 이 고마우신 여러 어른들의 뜻에 어긋남이 없이 열심히 공부하여 이 나라의 없어서는 아니 될 일군이 되고 앞으로 저희들처럼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는 터입니다. 


이것은 저희들의 한결같고 보탬 없는 진정한 마음이라는 것을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은 한사코 훌륭한 사람으로 출세하겠읍니다. 여러 선생님 대단히 고맙습니다. 


제4회 장학생 대표 


윤여정


조성관 전 주간조선 편집장이 쓴 <실물로 만나는 우리들의 역사>에 나온 윤씨의 자필편지 전문이다. 윤씨는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가 중퇴했다. 배우의 길을 걷기 위한 결정이었다. 


윤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큰아들은 콜롬비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ABC방송국의 뉴스팀에서 근무하다가 패션 브랜드 DKNY(도나카란뉴욕)의 창립자인 도나 카란의 회사로 옮겼고, 작은아들은 뉴욕 대학교를 나와서 음반사 유니버설 산하의 힙합 레코드 쪽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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