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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외사촌 오빠 성추행 고소 사건, 그리고 경찰

피고소인 父는 서울 강남 소재 유명 병원장…피해자 아버지 “애초 검찰에 고소할 걸 그랬나 후회돼”

사진=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외삼촌 집에 살던 한 여고생이 그 집 아들인 외사촌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외부에 알려질까 우려했던 외삼촌과 엄마는 “같이 사니 그냥 넘어가라”고 쉬쉬 했다. 하지만 여고생은 너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다행히 동네 경찰에 발견돼 생명을 건졌고, 그 소식은 이혼해 따로 살고 있던 아빠에게 전해졌다. 분노한 아빠가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는 반 년째 지지부진. 경찰청에 호소하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도 올렸다. 그럼에도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뒤늦게 경찰이 피고소인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당사자는 한 달간이나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이뤄진 조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이뤄지는듯했으나 피고소인이 거부, 그러자 사건 담당 경찰이 피해자에게 “대신 네가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고. 한편 해당 경찰관이 다른 곳으로 발령 나면서 담당자는 세 번째 바뀌었다. 현재 피해 여학생은 친모·외갓집과는 연을 끊은 채 아빠 집에 머물고 있다. 

    

황당해 보이는 얘기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해당 사건을 다룬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5일 단독보도에서 “성폭력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미성년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겼다는 주장이 피해자 측으로부터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피고소인의 아버지가 서울 강남의 유명 병원장이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폭력 사건은 매우 민감하게 다뤄져야 한다. 더욱이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2차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어린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심신을 보호하면서 진행돼야 한다. 


국민청원과 해당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A양의 외가 식구와 친모는 “얹혀사는 처지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입장을 보이며 딸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혼한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피해자 아버지는 딸의 진술을 토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외사촌 오빠’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3개월 동안 피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후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게 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또 피해자에게 “사건 이후 사촌오빠 방에 몇 번 갔느냐” “사촌오빠와 친하게 지낸 적이 없느냐” 등의 질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피해자와 대질신문이 추진되기도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대질신문이 아니라, 입장이 서로 다른 모녀(母女)간 대질 신문이라는 이상한 장면이 연출될 뻔했다.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데는 서울 강남 소재 유명 병원장인 피고소인 아버지의 ‘위세’가 진실 추적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이번 사건은 벌써 오래전에 기소가 되었어야 하는데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해당 국민청원에 따르면, 불미스런 일은 2019년 일어났다. 고통을 받아온 피해자는 작년 11월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그 기간에 제 딸은 사건 재발에 대한 두려움, 모멸감, 엄마, 외삼촌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고통 등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고 결국, 2020년 11월 자정경 성수대교에서 자살을 고민하다 순찰 경찰에 의해 구조됩니다. 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성추행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 딸은 저에게 외사촌 오빠를 성추행으로 고소해 강력한 처벌을 받고 싶다고 말했고 이 사건을 고소하게 되었습니다.”(국민청원 내용 중 일부)

  

고소 이후 수사가 시작되는 듯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록 큰 진전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해당 사건이 피해자의 학교에 알려지면서 당사자는 ‘2차 피해’까지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보도와 피해자 변호인 측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의자 조사는 보통 소환통보 후 한두 달 내에 기일을 잡는데 수사 진행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또 “피해자 진술을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의사를 물어본 것이고 피해자도 이에 대해 불만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성폭력 대처 전문가는 “친족간 성폭력 피해자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관련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하고 보복도 두려워하게 되는데, 경찰은 이같은 피해자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상담기관 연계 등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현재 경찰은 1차적 수사·종료권을 갖게 됐다. 경찰은 다른 어떤 권력기관보다 일반 시민들과의 접점이 많은 조직이다. 그동안 검찰은 ‘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을 주로 상대해왔다. 결과적으로 경찰의 미온적 또는 과잉 수사가 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애초에 검찰에 고소를 했더라면…”이라는 후회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남긴 피해자 아버지의 탄식이 남의 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변질되기 쉽다. ‘약자’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되어야 할 경찰이 수사권 조정으로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었다는 우려가 ‘기우(杞憂)’이기를 바랄 뿐이다. 요컨대 피해자 A양 사건은 제대로 수사돼야 한다. 

입력 :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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