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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현실 비판해 온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퇴임

"모든 국민이 법원이 하는 일은 기꺼이 수긍하는 그런 법원이 되기를 희망"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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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출범 후 흔들리는 사법부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온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8일 퇴임식을 가졌다.

김 판사는 퇴임사에서 먼저 14년 전 부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 부산지법에서 판사생활을 마치게 된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법원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김 판사는 “사랑하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까지 미련이 남는 그런 법원이었습니다”면서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매운 말을 하고 떠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고 현명하지 못해서 그것이 법원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여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고 말한 후 법원의 현실에 대해 마지막으로 쓴소리를 했다. 김 판사는 “법원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모습이 저의 간절한 바램”이라면서 “모든 국민이 법원이 하는 일은 기꺼이 수긍하는 그런 법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리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법원을 떠나는 사람으로서, 또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간절히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언론 인터뷰, 국회 청문회 등에서 강단 있게 사법부의 현실을 비판해 온 것과는 달리, 기자가 만나 본 김 판사는 참 조용하고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었다. 법원 내 비주류로 꼽히는 이른바 향판(鄕判)으로 근무하면서도 사법부를 사랑했고, 법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강했던, 이런 세상을 만나지만 않았으면 향판으로 조용하게 법관 생활을 마칠 생각이었던 사람으로 보였다.

김태규 판사는 퇴임을 앞두고 월간조선》 3월호에 '직설토로/대법원장의 거짓말과 망가진 사법부'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김 판사는 “‘정치적 상황 살핀다’는 대법원장의 말은 권력분립 규정한 헌법의 근본원리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판하면서 “지금 법관 내 비주류 법관들은 현 주류 법관들을 홍위병이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월간조선》 2020년 2월호에는 ‘현직 판사가 말하는 법관의 양심’이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흔들리는 사법부의 현실을 비판한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글마당 펴냄)을 출간했다.

= 김태규 부장판사의 퇴임사=

 

먼저 떠나는 저를 배웅해주시기 위해,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것만으로도 모자랄 듯합니다.

애초 법관이 될 만한 재목이 아니었습니다. 미욱하고 많이 모자랐습니다. 그렇지만 큰 행운으로 법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제 능력으로 이룰 대부분을 이룬 셈입니다. 그런 기회를 준 이 법원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내가 평생 법원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영광스런 법관의 일을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부산지방법원입니다. 약 14년 전쯤 이곳에서 처음 법관으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떨림과 두려움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어느 곳보다 편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였던 곳에서 이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 정말 다행으로 여깁니다. 그 안에서 저와 함께 해주셨던 부산법원 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스승이고 또 형님 같으셨던 법원장님과 수석부장님의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고 그 보람도 함께 했던 직원 분들과 판사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저를 지지해주고 함께 해주었던 아내에게는 미안하다 말하고 싶습니다. 별난 남편을 만나 사고 한 번씩 칠 때마다 걱정하고 불안해했을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코로나로 1년 동안 보지 못한 외국에 있는 큰 아이와 항상 아빠가 판사라는 것을 좋아했던 우리 막내는 제게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이유였습니다.

감사하다는 부족한 말로 제가 받은 그 모든 것들을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 말밖에 다른 표현이 없어, 가슴속으로 수 천 번을 되뇌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까지 미련이 남는 그런 법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매운 말을 하고 떠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고 현명하지 못해서 그것이 법원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여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법원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모습이 저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모든 국민이 법원이 하는 일은 기꺼이 수긍하는 그런 법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리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법원을 떠나는 사람으로서, 또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간절히 희망합니다.

또 저 같은 법관이 나타나지 않는 그런 법원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모난 돌로 살아가는 저의 속내 역시 편치는 않았습니다. 그것을 제가 받은 벌로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제 마음속에 남은 미련을 덜어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또 밝은 낯으로 뵐 날 있을 겁니다.

 

법복.jpg

입력 :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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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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