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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지율 처참한데, ‘김칫국’은 잘 마시는 ‘野 대선주자’들

‘어설픈 밀당’ '행복회로 돌리기'도 정도껏 해야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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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자당의 소위 대권 주자들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라는 취지로 권유했다. 박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서울시장부터’란 제목의 글을 통해 “소위 우리당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분 중 그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았던 분들은 서울시장 출마부터 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박수영 의원은 “단순히 유명세로 대권으로 가겠다는 건 실력과 실적을 중시하는 보수의 주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서울시장으로 성과와 업적을 국민께 보여주고 대권에 가야 찍는 유권자들도 안심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인사 중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범야권 대선 후보’를 자처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지적이다. 이들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걷고 있지만, 그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여론조사 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결과치를 종합하면 현재 대다수 국민은 사실상 그들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믿고, 대권을 계속 얘기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16일, 개인 사무실 ‘희망 22’를 개소했다. 차기 대선이 예정된 ‘2022년’을 염두에 둔 작명이다. 사실상 유 전 의원의 ‘대선 캠프’라고 할 수 있다. 유 전 의원은 사무실 개소식에서 자신의 경제 전문성을 강조하며 “2022년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희망을, 국민의힘이 더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께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출마 여부에 대해 “농부가 내년 봄에 파종해야 1년 뒤에 큰 수확을 하는데 겨울에 조금 배가 고프다고 해서 종자 씨를 먹어버리면 1년 농사를 어떻게 짓겠느냐?”며 “저 외에 다른 좋은 대안이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비유’는 현재 국민의힘과 들어맞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조금 배가 고픈’, 한가한 상태가 아니다. 굶어 죽기 직전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2017년 대통령 선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각종 선거에서 계속 패배했다. 

그런 까닭에 국민의힘 지지층 대다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사실상 ‘회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있지만, 내놓을 ‘인물’이 마땅치 않다. 오죽 ‘인물난’이 심하면, 이미 9년 전에 서울시장직을 자진사퇴한 인사를 ‘재소환’하려는 움직임이 있겠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소속은 다르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에는 애초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11월 6일 국회 강연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지를 열어둔 듯한 발언을 한 셈이다. 그러다가 지금은 “서울시장 선거에 안 나간다.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다들 ‘대선주자’를 자처하지만, 실제 이들의 정치적 위상과 지지율은 ‘대선 직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전국적으로 6.76%(220만8771표)를 받았다. 서울 지역 득표율은 6.47%다.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은 선거를 치른 일이 없다. 지난 총선에서 자신의 원래 지역구에서 출마했다면, 아무리 야당의 텃밭인 대구ㆍ경북이라고 해도 그의 ‘정치 이력’ 상 당선이 힘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에는 2011년 8월 소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서울시장직을 버렸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좌파에게 서울을 넘겼다”는 우파 지지층의 비판 여론이 남아있다. 오 전 시장은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2016년 20대 총선과 지난 4월에 치른 21대 총선에서 ‘정치 복귀’를 시도했지만, 매번 패했다. 지난 총선 때는 ‘정치신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에 대해 “고민정 후보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붙어서 패했다”는 식으로 의미부여를 하려고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이는 낙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정신승리’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권을 운운하는 오세훈은 분명히 불과 7개월 전에 ‘아마추어’ 고민정에게 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에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었다. 당시 그의 득표율은 19.55%였다. 52.79%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37%에 불과한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한 셈이다. 23.34%를 받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훨씬 뒤졌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 이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당시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일축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우려하는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하면, 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의 ‘판단’은 틀렸다. 기대는 현실과 달랐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세 사람 다 공통적으로 각종 선거에서 패배해 국민한테서 ‘선택’받지 못했다. 또 오랜 기간 그 국정 운영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받을 기회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는 데 ‘본의’와 무관하게 직ㆍ간접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비유를 인용한다면, 현재 야권의 대선주자들의 경우 정권교체의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종자’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들은 부단히 ‘대권 도전’만 운운하고 있다. 

정치인이 정략적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거나 ‘큰 미래’를 꿈꾸는 걸 힐난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의 위치와 자질, 현재 처한 상황, 민심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들은 일단 자신들이 지금까지 내린 정치적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왜 매번 ‘실패’했는지, 자신의 지지율이 그토록 낮은 이유는 무엇인지 ‘반성’해야 한다. ‘비정치인’ 검찰총장과 상대가 되지 않는, 한자릿수에 불과한 처참한 대선주자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들이 마치 자신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갈 ‘급’이 아니란 식으로 연이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행태는 ‘오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객관적으로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선출직 중에서는 ‘두 번째’에 속하는 서울시장에 언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감읍’해야 할 상황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 국민과의 어설픈 ‘밀고 당기기’는 지양해야 한다. 그럴 '위치'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이들에게서 ‘정권 교체’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거 ‘오명’을 씻고, 야권 지지층이 그토록 바라는 ‘정권교체’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장 보궐선거란 중대기점을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만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판’의 무게도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야권 지지층 입장에서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그냥 '패배'가 아니다. 이 선거에서 지는 데 '깃털'만큼이라도 '책임'이 있다면, 해당 인사는 일단 대선에 나갈 수가 없다. 
 
또 그 식상한 “노무현은 1%에서 시작해 대통령이 됐다”는 식의 얘기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오세훈, 안철수는 ‘노무현’이 아니다. 노무현과 같은 ‘새로움’이 없다. ‘이야기’도 없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적다. 

'행복회로(실현 가능성 없는 일을 상상하며 행복해하는 행태를 얘기하는 신조어)'만 돌리지 말고,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것처럼 이 같은 자신의 ‘현실’ ‘자질’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하기를  ‘대선주자’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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