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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보내온 한글로 된 손편지

6·25 참전 용사, 칠곡군이 보낸 코로나19 방역물품에 고마움 담은 편지 보내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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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레세 테세마 에티오피아 6·25참전용사회장이 경북 칠곡군에 보낸 감사 손편지. 사진=칠곡군 제공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도움믈(을) 주신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여로(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손편지를 쓴 이는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회 멜레세 테세마 회장(90)이다. 멜레세 회장은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한글로 쓴 손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SNS를 통해 경북 칠곡군에 전달했다. 칠곡군은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이었던 다부동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칠곡군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4월 ‘6037 캠페인’을 진행했다. ‘6037’은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병사의 수를 의미한다. 칠곡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목표했던 마스크의 5배인 3만 장이 모였다. 칠곡군은 이 마스크와 방역물품을 6월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멜레세 회장은 방역물품을 전해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직접 한글로 손편지를 썼다.

그가 생전 처음으로 한글로 손편지를 쓴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에티오피아는 암하라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해 한국인 참전용사들과 만났는데 말과 글이 서로 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진심을 한국인 참전용사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직접 한글로 손편지를 쓴 것이다.

멜레세 회장은 영어로 편지를 작성한 후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자원봉사자에게 번역을 요청했다. 그림을 그리듯 종이에 옮겨 써 손편지를 완성했다. 

멜레세 회장은 “한글의 모양이 규칙적이고 체계적이라 따라 쓰기가 어렵지 않았다. 한국만큼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로 쓴 손편지를 받게 돼 더욱 뜻깊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모든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일에 계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던 황제의 군대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한 나라이다. 황제를 지키는 황실근위대원으로 부대를 구성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 황제는 유엔 안보리의 모든 결의를 즉각 지지하고 나섰다. 에티오피아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1200명 수준의 1개 보병대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가 파병을 결정한 배경은 이들의 과거 경험 때문이었다. 1935년 10월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로부터 침공을 받은 뒤 국제연맹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한 경험이 있다. 이에 에티오피아인들은 1945년 10월 유엔을 창설할 때도 적극 지지하며 참여했다. 황제의 관심 속에 1950년 8월 창설된 에티오피아 파병부대는 8개월간의 훈련을 거쳐 1951년 5월 6일부터 실전에 투입됐다.


황제는 이 부대에 “국제평화와 인류의 자유 수호를 위해 침략자에 대항하여 용전하라”고 격려하며 ‘강뉴(Kagnew)대대’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강뉴’는 에티오피아어로 ‘혼돈에서 질서를 정립하다’ ‘초전박살’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강뉴대대는 미 7사단에 배속돼 강원도 양구, 화천 등지에서 싸웠다. 250여 회 전투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연인원 3518명이 파병돼 전사 122명, 부상 536명이 발생했지만, 포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황실근위대에서 엄선됐다는 명예와 긍지를 바탕으로 용맹성과 단결력을 과시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은 귀국 후 한국전 참전용사촌을 만들어 생활했지만, 1974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정치 환경이 뒤바뀌자 이들은 과거 공산군에 맞섰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하거나 재산을 몰수당하는 핍박을 받아야 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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