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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읽기

"개인과 자유, 법치의 부재(不在)가 중국의 비극'

《이중톈의 품인록》...항우-조조-무측천-해서-옹정제를 통해 보는 중국 문화의 한계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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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의 품인록》, 이중톈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이중톈은 중국의 저명한 역사-고전 해설가이다. 2014년 현재 저술로만 1억 위안(한화 180억원 상당)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저명한 저술가인데도 그의 책을 읽어본 것은 《이중톈, 국가를 말하다》 《이중톈 중국사2-국가》 등이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이중톈의 책은 다른 중국인들의 역사서나 정치서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인이 원저자인 책들은 대개 중언부언이 많고, 전래의 유교적 도덕관념에 입각해 뭔가 선악(善惡)판단을 해 주려 들고, 정해진 결론을 가지고 견강부회한다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이중톈의 책은 다르다. 우선 누군 옳고 누군 그르다는 식의 선악 인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리고 유교적 도덕관념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교적 관념에 바탕을 둔 전래의 중국문화가 얼마나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전제정권에 봉사해 왔는지를 규탄한다. 그러면서 이중톈은 끊임없이 강조한다. 개인과 자유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중국이 낙후됐고, 근대화에 뒤쳐졌다고.... 

《이중톈의 품인록》은 중국 역사상 다섯 사람의 ‘문제적 인물’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항우, 조조, 중국 유일의 여제(女帝)무측천, 명나라 때의 청렴강직한 관리 해서, 청나라의 옹정제가 그 사람들이다.
이 다섯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바람직하게 생각해 온 인물상과는 거리가 있는 이들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두루 좋은 소리를 듣는 장자(長者)나 대인(大人) 스타일의 사람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중국 역사에서 보기 드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었고, 그 때문에 평가가 갈리는 이들이다. 
항우는 고대 영웅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낭만적 영웅이었다. 조조는 그 모순이 한계에 달한 동한(東漢)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를 개창한 영웅이자, 개혁가, 시인, 전략가였다. 무측천은 당 고종의 황후로 실권을 행사하다가 주(周)왕조를 개창했던 여걸이었다. 해서는 부패한 명나라 관료사회와 맞선 청렴강직한 관리였는데, 그를 다룬 ‘해서파관’이라는 연극은 문화대혁명의 불씨가 됐다. 옹정제는 집권 13년 동안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면서 대청제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던 개혁군주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실패했다. 항우는 유방에게 패해 오강에서 자결했다. 조조는 《삼국연의》등을 통해 천고의 간웅(奸雄)으로, 무측천은 남성 위주의 정치질서를 전복한 망측한 여우로 낙인찍혔다. 해서는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그의 삶은 고달팠다. 옹정제는 분골쇄신, 오로지 국사에 전념했지만, 괴팍하고 옹졸한 독재군주로 기록됐다.
저자는 그 이유를 ‘중국 문화’, 즉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 간의 토의와 계약에 바탕을 둔 법치 대신, 말로는 예(禮)와 덕(德)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상하 위계질서를 기반한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찾는다. 
예컨대 해서의 반부패투쟁은 용감하고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전제정치 자체가 가장 큰 부패이고 가장 큰 죄악’인 상황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이런 제도 하에서 ‘도덕’에만 의지해 부패를 척결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할뿐더러 백성들만 도덕떼로 내몰기 십상이었다”고 말한다. 해서도 “이런 세상에서 대체 무슨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한다.

이중텐은 중국공산당이 1당 전제를 하고 있는 중공의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에서 활동하는 지식인답게 그는 중공의 현실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행간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을 수는 있다. 
예컨대 저자는 자유와 인권을 부정해 온 중국 역대 왕조의 전제정치를 끊임없이 비판한다.이 책에서도 저자는 법치의 기본이 되는 법은 “독립적인 인격과 의지와 자유를 가진 단독자들이 합의한 계약인 법”이라면서 “불평등한 사회는 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직격한다. 저자는 책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과거 중국은 개인의 발전을 너무 소홀히 여겼다. 모든 개인에게는 개성과 자유를 발현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언제나 집단의 이익만 우선할 줄 알았지,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으면 집단도 장족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집단의 생명력은 점차 시들어갔고, 개인의 인격도 그보다 더 파리해졌다. 모든 개인이 이토록 해쓱하고 창백하다면, 그 개인들의 집단이 과연 ‘세계의 민족들 사이에 우뚝’ 설 수 있을까?”
아마 생각이 있는 독자라면 지금 중국에는 ‘개성과 자유를 발현할 공간’이 있는지를 고민할 것이고, “언제나 집단의 이익만 우선할 줄 알았지,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으면 집단도 장족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라든가 “개인이 이토록 해쓱하고 창백하다면, 그 개인들의 집단이 과연 ‘세계의 민족들 사이에 우뚝’ 설 수 있을까?”라는 대목에서는 시진핑이 그토록 강조하는 ‘중국몽(中國夢)’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심을 한번쯤 품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중국 지식인 이중톈이 지적하는 ‘개인과 자유’의 부재(不在)라는 문제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역시 ‘개인과 자유’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기는 중국 못 지 않았다. ‘자유대한’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얘기하면서도 ‘개인과 자유’에 대한 고민과 사랑은 부족했다. 지금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은 그 당연한 후과(後果)이다. 중국인의 책을 통해 개인, 자유, 법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그래서 이중톈의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입력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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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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