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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이상곤의 ‘흐름’】 국민의힘 ‘도로영남당’ 프레임 씌우기··· “안 될 말”

이상곤  정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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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4월 26일) 당시 권성동, 김기현, 유의동, 김태흠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선들과의 대화-원내대표 후보에게 듣는다' 토론회에 참석해 순번 추첨을 하고 있다. 경선 결과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조선 성리학의 큰 스승, 퇴계 이황의 학문과 사상적 업적 때문에 고향 안동은 추로지향(鄒魯之鄕)으로 불린다. 맹자의 고향 추나라와 공자의 고향 노나라를 합친 말로 조선 최대 성현의고장을 높여 부른 말이다. 이 말은 퇴계의 삶과 정신에 대한 후대의 존경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동방의 주자’, 퇴계의 삶과 정신은 그렇게 추로지향인 영남의 자랑으로 수백 년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영남사람들이 고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영남의 자존심을 깡그리 뭉개기라도 하려는 듯 요즘 야당가에 턱도 없는 소리가 돌고 있다. 야당 대표에 영남사람이 선출되면 그 정당이 ‘도로영남당’이 된다는 말이다. 정말 어이가 없어 기가 막힐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말은 야당의 비중있는 인사들 입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 4·7 보궐선거 후 초선 의원들 기자회견에서 이와 비슷한 언급은 있었지만 언론에서 주로 거론된다. 곧 있을 야당 전당대회에서 영남출신 후보를 깎아 내리기 위해 정치권에서 모종이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 하는 풀이가 나온다.  


이들 여의도 정가와 언론, 일부 수도권 야당 초선의원들의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내년 3·9 대통령 선거에서 내로남불, 위선, 무능의 대명사인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영남 인사가 당 대표, 원내대표 둘 다 차지해 당 간판이 되면 곤란하다는 논리다. 왜냐? 전임 대통령들이 모두 영남 출신인데 이들은 이미 실패한 대통령, 패배한 정권으로 낙인 찍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 대표, 원내대표 모두 영남 출신이 되면 포섭의 대상인 중도층과 서울 수도권 표심이 야당을 외면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착각도 유분수다. 영남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이면 중도층이 유입돼 외연이 확장되고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것은 오산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전국 유권자의 25%를 차지하는 영남은 야권이 분열되지만 않으면 언제나 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만 했으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이겼다. 실정과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 정권의 파행, 반성과 쇄신을 모르는 야권의 분열 탓이지 야당에 헌신적으로 지지를 보내온영남 유권자를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야당인 국민의힘은 아직도 지난 19대 대선 패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과 평가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이 됐든 검찰의 권력수사가 됐든 이미 물 건너갔다. 지금은 아직도 ‘전 정권 탓’, ‘야당 탓’, ‘언론 탓’, ‘검찰 탓’을 하면서 편가르기로 정권유지에 혈안이 돼 있는 정권 심판이 중요하다. 그런데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도로영남당’ 타령을 방치하며 오히려 부화뇌동하고 있으니 한심할 수 밖에 없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지난 30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직후 조선닷컴 기사를 보고 쓴소리를 했다. 조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을 통해 “언론이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호남과 좌파운동권 연합정권인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대신 야당에 영남출신들이 자리를 독식한 것처럼 편집을 한다“며 그날 울산 출신 김기현 원내대표 선출을 ‘영남 4선 김기현’으로 제목을 단 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사람들이 이런 언론과 일부의 ‘도로영남당’ 시비에 휘둘리면 안 된다“며 ”당 대표가 되는 사람이 과연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그 사람이 전라도면 어떻고 경상도면 어떻단 말이냐”고 일갈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야권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큰 선거였다. 야권이 단결하면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충분히 심판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던져줬다. 국민의힘과 야권은 사실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전국 단위 큰 선거에서 내리 4연패를 했다. 그랬던 야권이 4·7 보선에서 값진 승리의 순간을 맛본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승리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야당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남’ ‘비영남’ 타령을 하면서 분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남은 야당의 소중한 지지기반이고 지금까지도 헌신적으로 야당의 든든한 받침목 역할을 해 왔다. 야당 대표에 능력있는 영남출신이 된다면 오히려 당의 안정적 지지기반 확보에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될 일이 없다. 내년 대선 중도층과 수도권 유권자의 표심을 가져오기 위해 영남의 헌신을 요구할 때도 영남 출신 지도부가 더 유리할지 모른다. 어차피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 대표는 내년 대선을 관리하는 관리형 대표로 영남 출신 대표가 영남의 헌신을 호소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 내년 대선 정권재창출에 올인하는 거대여당에 맞서 야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입력 : 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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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흐름

l9137@naver.com 전직 언론인. 포항출생으로 성균관대와 연세대 행정대학원 수학했다. 매일신문 서울 정치부장,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현재 블로그 천지인애’를 운영하며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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