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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사이다 〈4〉 일본산(産) 미라클 로맨스 〈너의 이름은〉

만날 사랑은 만나고야 만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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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타키와 미츠하의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 어느 다른 행성에 ‘나’와 똑 닮은 ‘다른 나’가 존재하고 있을까
일본 장편 애니매이션 〈너의 이름은〉 주요 장면. 영화는 타키와 미츠하의 몸이 뒤바뀌면서 이야기가 복잡하게 전개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다.
 
  도쿄에 사는 고교생 ‘타키’와 시골 이토모리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어느 날 몸이 뒤바뀐다. 미츠하의 몸에 타키의 영혼이, 타키의 몸에 미츠하의 영혼이 들어간다. 바뀐 몸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이 들 때까지다. 일주일에 두세 번, 그런 경험을 한다. 그런데 몸이 바뀌는 변화가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타키와 미츠하는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영화가 중반부에 이르면서 두 사람은 차원이 다른 시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타키는 2014년, 미츠하는 2011년에 살고 있다. 어느 날, 타키는 결심한다. 미츠하를 만나러 이토모리로 향한다. 놀랍게도 그곳은 이미 폐허가 돼 있다. 3년 전 마을 축제날, 혜성이 떨어져 수많은 이가 죽었다는 것이다. 타키는 당시 사망자 명부 속에 미츠하의 이름을 찾고 오열한다. 슬픔에 잠긴 타키, 그러나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혜성이 떨어지기 직전의 3년 전 그날로 돌아간다. 미츠하의 몸으로 들어간 타키. 혜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마을 주민에게 필사적으로 전한다.
 
  다시 세월이 흐르고 타키는 미츠하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몸은 갈증처럼 반응하지만 서로의 이름은 가물가물하다. ‘그의 이름은 … 누구였지?’
 
  몇 년이 흘렀을까. 절대 만날 리 없는 두 사람. 어느 날 붐비는 퇴근길에서 서로를 알아본다. 마주 보는 미츠하와 타키의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흐른다.
 
  〈너의 이름은〉은 2016년 일본에서 개봉돼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12주간 박스 오피스 정상을 차지했고, 200억 엔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아시아 5개국에서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중독성이 강한 발라드풍의 OST도 압권이다.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누군가를 잊지 않기 위해, 소중한 인연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타키의 대사를 잊지 못한다. 꿈에서 깨어나면 꿈 속 인물과 사건이 금세 잊히듯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필사적으로 기억하려 애쓴다. 그러나 망각에 빠져 “너는 누구냐”고 반문한다. 이 대목에서 관객의 탄식이 터져 나온다. 타키의 말이다.
 
  “넌 … 누구였지? 난 왜 여기에 온 거지? 그 녀석을 … 그 녀석을 만나러 왔어. 누구야. 누구? 누굴 만나러 왔지?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고 싶지 않았던 사람, 잊어선 안 되는 사람. 그런데 너의 이름은 …? 누구야? 누구였지?”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
 

  시인 정호승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 〈우리가 어느 별에서〉 중에서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죽음보다 불가피한 것은 삶이다. 산다는 건 금붕어에게도 아름다운 법이지.”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을 꿈꾼다. 사랑은 기적처럼 찾아와 남녀를 빛으로 물들인다. 사랑은 온전한 금박을 입고 있다.
 
  사랑의 인연은 등불처럼 환하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랑이)지만, 마치 오래 전 마주친 것처럼 낯설지 않다. 오래 서로를 응시한다. 응시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기억 저편에 있던 운명의 회로가 데워진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억만 겁(劫·불교용어로 천지가 한 번 개벽한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동안이란 뜻. 무한히 긴 시간)의 인연을 문득 깨닫는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기적이다. 수많은 그들 중에 꼭 한 사람, 당신인 이유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가수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의 한 대목이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 /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
 
  별처럼 많은 사람들 그중에 서로를 만나 /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 ‘그중에 그대를 만나’ 중에서

 
  하지만 운명과 인연은 모질다. 어느 순간,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무척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 다시 못 만나는 게 우리의 생이다.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못 만나고 산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나오는 문장이다.
 
  … 살면서 참 슬픈 일은 가슴을 갈라 마음을 꺼내어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고, 그보다 더 슬픈 일은 마음을 꺼내어 보여주었음에도 그것을 진정 몰라주는 것이며,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슬픈 것은 그것을 알고 나서도 어쩔 수 없이 도로 덮어 놔야 하는 인연들이다. …
 
  사람은 누구나 이마에 흉터를 안고 살아간다. 그 흉터는, 시인 류시화의 표현처럼, 별에 부딪친 상처다. 그 흉터는 훨훨 타는 유성이 떨어진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다. 그 유성은 어느 별에서 왔을까.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다, 죽어서도.
 
 
  평행이론, Time Slip, 다중우주이론 …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중첩된 꿈을 소재로 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셉션〉(2010년작).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이라면?
 
  분명한 과학적 사실은 꿈에서도 뇌가 왕성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한 과학자가 쥐의 뇌파를 측정했다. 꿈을 꾸는 소위 ‘렘(REM·얕은) 수면’ 상태에 빠진 쥐의 해마를 관찰했더니 ‘리플레이’ 현상이 관찰됐다. 리플레이 현상은 깨어 있는 동안의 뇌 활동이 수면 상태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때론 깨어 있는 상태의 뇌 활동 패턴보다 꿈을 꿀 때 더 활발해진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셉션〉(2010년 작)은 꿈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를 담은 영화다.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중첩된 꿈이 소재다. 주인공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드림머신을 통해 타인의 꿈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자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비밀을 훔치는 꿈 도둑이다.
 
  〈인셉션〉은 흥미롭게도 꿈을 통한 새로운 기억의 삽입, 심지어 타인의 기억을 통제하고 미래를 바꾸려 한다. 영화 〈너의 이름은〉도 꿈을 통해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 1955)의 양자역학 이론에 따르면,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다. 반대로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이 동시에 파동일 수 있다. 입자와 파동은 한 번에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다. 입자와 파동을 꿈과 현실이라는 개념으로 바꾸면, 꿈이 순식간에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될 수 있다.
 
  평행이론에 따르면, ‘나’는 나와 똑같은 ‘다른 나’와 서로 다른 차원에서 평행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타임 슬립(Time Slip·‘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갈 수 있다. 이를 확대하면 우주 역시 태양계와 똑같은 우주, 지구와 같은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존재한다. 이를 다중 우주이론으로 설명한다.
 
  어쩌면, 어느 다른 별(행성)에 ‘나’와 똑 닮은 ‘다른 나’가 존재할지 모른다. 상상만으로 흥분된다. ‘나’를 죽도록 그리워는 ‘다른 사랑’이 ‘나’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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