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전 학창시절을 떠올리는 대만판 ‘응답하라’ 청춘물
⊙ 사랑의 첫 감정과 폭력성의 열망, 풋풋하게 담아
⊙ ‘쉬타이위’의 왕다루, 관객 50만명 육박하자 6월에 이어 7월 다시 한국 찾아
⊙ 사랑의 첫 감정과 폭력성의 열망, 풋풋하게 담아
⊙ ‘쉬타이위’의 왕다루, 관객 50만명 육박하자 6월에 이어 7월 다시 한국 찾아
대만판 ‘응답하라’ 열풍을 낳은 〈나의 소녀시대〉는 사춘기 서툰 감정의 머뭇거림과 10대 폭력의 오버액션이 골고루 섞인 하이틴 멜로물이다.
나이가 40대 이상이라면 학창시절, 등하굣길 만원버스와 트랜지스터 라디오, 칙칙한 독서실, 진추하의 〈원 섬머 나잇〉을 떠올릴 테지만, 이 영화는 지금의 30대, 그러니까 지금 직장생활의 쓴맛을 막 보기 시작한 이들이 학창시절을 보낸 1990년식(정확히는 1994년) 도회적 감성이 플래시백(Flash back)으로 담겨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쌍절곤을 휘두르는 우스꽝스런 허무함이나 촌티 나는 풋사랑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이 대만 영화는 그저 화사하기만 하다.
인기배우 유덕화(류더화)와 결혼을 꿈꾸는 소녀, 린전신. 그녀는 평범한 ‘모태흔녀’다. 어느 날 ‘행운의 편지’ 한 통을 받는다.
편지 내용인즉, ‘당신께 행운을 전한다. 그런데 똑같은 편지를 5명에게 전하지 않으면 교통사고, 고독사, 패가망신의 화를 당한다’는 협박이 담겨 있다.
고민에 빠진 린전신. 잘난 척하는 친오빠, ‘수포자’를 나무라시는 담임(수학) 선생님, 옆집에 사는 엄친아 타오민민, 그리고 그녀가 짝사랑하는 모범생 오우양을 괴롭히는 학교건달 쉬타이위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낸다.
영화는 쉬타이위가 행운의 편지를 읽는 순간부터 비비꼬이기 시작한다. 지나던 승합차가 편지를 읽던 쉬타이위를 치자, 편지는 허공으로 흩어진다. 이어 다음 장면에 깁스를 하고 나타난 쉬타이위. 선도부장이기도 한 그는 가방검사를 명목으로 전교생의 가방을 뒤져 린전신의 책상에서 아직 전하지 못한 행운의 편지를 발견한다.
이후 린전신은 고양이(쉬타이위) 앞에 쥐가 된다. 매점 ‘셔틀’과 수학 숙제 대신하기, 월장(越墻), 수업 땡땡이치기, 롤러스케이트 타기 등 여러모로 분주한 시궁쥐가 된다. 한국영화라면 이런 악행들을 ‘어둠’ 속에 가둬 놓을 테지만 이 영화는 린전신의 고통받는 모습조차 두리번거리며 길을 헤매듯 익살스럽다.
유희화된 폭력, 사실감 없는 폭력
영화 속 대사를 들여다보면 10대의 달달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소개하자면 이렇다.
“비록 넌 작고, 바보 같고 게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까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너를 정말 좋아해.”
“이 녹음테이프를 다 듣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그때가 되면 나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같은 하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 ….”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알게 됐다. 여자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정말 그 사람이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보고 싶은 거라는 것을.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그날 밤 유성을 보며 빌었던 소원은 그 아이의 소원 속에 나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10대가 느끼는 감정은 이어폰을 꽂고 듣는 말랑말랑한 러브송, 입 속에 착 감기는 마시멜로와 같다. 이성을 향한, 처음으로 경험하는 망설임과 설렘의 주파수를 더듬으며 얼굴이, 마음이 발갛게 물드는 것이다.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 나훈아의 〈영영〉 같은, 어른들의 불온한(?) 감정을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이다.
어쩌면 10대의 사랑은 감정의 처녀성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린전신이 오우양과 쉬타이위 사이에서, 쉬타이위가 린전신과 타오민민 사이에서, 오우양이 린전신과 타오민민 사이에서 마음의 불씨를 사를 때 이성을 향한 그들의 첫 감정은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강렬하다. 하지만 감정의 처녀성이 육체의 처녀성보다 비극적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 없는 마음의 그늘이 깊이 드리운다.
그 그늘은 오래 남는다. 재가 되어 시간의 지층 속에 가라앉는다 해도 그 상처는 우연히, 때때로 고개를 불쑥 내민다.
여기서 드는 생각 한 가지. 왜 10대들은 폭력에 열광하고 탐닉할까, 하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쉬타이위는 양아치이자 날건달이다. 하지만 그의 폭력은 끔찍함이나 처절함과 거리가 멀다. 유희화된 폭력, 사실감 없는 폭력이다.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가를 알 수 없는 ‘가시성(visibility)으로의 주먹’만으로 폭력이 존재한다.
동네 양아치 류승범이 분(扮)하는 〈품행제로〉(2002년), 이소룡(리샤오룽)의 ‘절권도(截拳道)’, 개똥철학이 스며든 〈말죽거리 잔혹사〉(2004), 학교폭력의 상처를 20년 뒤 되갚아 주는 스릴러 〈응징자〉 (2013)처럼 요란하게 폼 잡는 누아르적 장면이 없다. 이 영화는 폭력이 갖는 숙명적인 비극성조차 모나지 않게 그린다.
어쩌면 어설퍼 보이는 〈나의 소녀시대〉가 한국의 흔한 학원폭력 영화보다 10대들이 느끼는 폭력의 모순된 감정을 더 솔직히 담고 있는지 모른다. 마치 애증의 양가감정(兩價感情)처럼 사랑과 폭력에 대한 탐닉은 동전의 앞뒤처럼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지만 둘은 끊임없이 집착하며 단련시킨다. 이 감정은 서로 우월하지 않게 10대 언저리를 맴돈다.
왕다루 시대 예감
〈나의 소녀시대〉는 7월 3일 현재 관객수가 40만명을 넘었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이 재개봉 관객수를 포함해 15만명을 모은 것에 비하면 최고 흥행이다.
쉬타이위로 분한 왕다루(王大陸·25)는 지난 6월 5일에 이어 7월 13일 재차 방한, 팬미팅 행사를 가졌다. 한국의 박신혜, 이민호를 좋아한다는 그는 “관객이 50만명 돌파하면 재차 한국을 찾아서 팬들과 만나겠다”고 했던 지난 6월 내한 당시 약속을 지켰다.
왕다루는 대만을 넘어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신성(新星)이 될 조짐이다. 로맨틱 코믹영화 〈28세 미성년〉이 지난 1월 중국에서 개봉했고 액션극 〈철도비호〉가 조만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판타지 로맨스 〈교주전〉을 촬영 중이란다.
왠지 어설프고 진지해 보이는, 그래서 친근한 주성치의 캐릭터를 왕다루가 슬쩍 가로챌 태세다.⊙
나이가 40대 이상이라면 학창시절, 등하굣길 만원버스와 트랜지스터 라디오, 칙칙한 독서실, 진추하의 〈원 섬머 나잇〉을 떠올릴 테지만, 이 영화는 지금의 30대, 그러니까 지금 직장생활의 쓴맛을 막 보기 시작한 이들이 학창시절을 보낸 1990년식(정확히는 1994년) 도회적 감성이 플래시백(Flash back)으로 담겨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쌍절곤을 휘두르는 우스꽝스런 허무함이나 촌티 나는 풋사랑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이 대만 영화는 그저 화사하기만 하다.
인기배우 유덕화(류더화)와 결혼을 꿈꾸는 소녀, 린전신. 그녀는 평범한 ‘모태흔녀’다. 어느 날 ‘행운의 편지’ 한 통을 받는다.
편지 내용인즉, ‘당신께 행운을 전한다. 그런데 똑같은 편지를 5명에게 전하지 않으면 교통사고, 고독사, 패가망신의 화를 당한다’는 협박이 담겨 있다.
고민에 빠진 린전신. 잘난 척하는 친오빠, ‘수포자’를 나무라시는 담임(수학) 선생님, 옆집에 사는 엄친아 타오민민, 그리고 그녀가 짝사랑하는 모범생 오우양을 괴롭히는 학교건달 쉬타이위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낸다.
영화는 쉬타이위가 행운의 편지를 읽는 순간부터 비비꼬이기 시작한다. 지나던 승합차가 편지를 읽던 쉬타이위를 치자, 편지는 허공으로 흩어진다. 이어 다음 장면에 깁스를 하고 나타난 쉬타이위. 선도부장이기도 한 그는 가방검사를 명목으로 전교생의 가방을 뒤져 린전신의 책상에서 아직 전하지 못한 행운의 편지를 발견한다.
이후 린전신은 고양이(쉬타이위) 앞에 쥐가 된다. 매점 ‘셔틀’과 수학 숙제 대신하기, 월장(越墻), 수업 땡땡이치기, 롤러스케이트 타기 등 여러모로 분주한 시궁쥐가 된다. 한국영화라면 이런 악행들을 ‘어둠’ 속에 가둬 놓을 테지만 이 영화는 린전신의 고통받는 모습조차 두리번거리며 길을 헤매듯 익살스럽다.
유희화된 폭력, 사실감 없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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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죽거리 잔혹사〉. |
“비록 넌 작고, 바보 같고 게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까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너를 정말 좋아해.”
“이 녹음테이프를 다 듣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그때가 되면 나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같은 하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 ….”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알게 됐다. 여자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정말 그 사람이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보고 싶은 거라는 것을.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그날 밤 유성을 보며 빌었던 소원은 그 아이의 소원 속에 나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10대가 느끼는 감정은 이어폰을 꽂고 듣는 말랑말랑한 러브송, 입 속에 착 감기는 마시멜로와 같다. 이성을 향한, 처음으로 경험하는 망설임과 설렘의 주파수를 더듬으며 얼굴이, 마음이 발갛게 물드는 것이다.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 나훈아의 〈영영〉 같은, 어른들의 불온한(?) 감정을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이다.
어쩌면 10대의 사랑은 감정의 처녀성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린전신이 오우양과 쉬타이위 사이에서, 쉬타이위가 린전신과 타오민민 사이에서, 오우양이 린전신과 타오민민 사이에서 마음의 불씨를 사를 때 이성을 향한 그들의 첫 감정은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강렬하다. 하지만 감정의 처녀성이 육체의 처녀성보다 비극적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 없는 마음의 그늘이 깊이 드리운다.
그 그늘은 오래 남는다. 재가 되어 시간의 지층 속에 가라앉는다 해도 그 상처는 우연히, 때때로 고개를 불쑥 내민다.
여기서 드는 생각 한 가지. 왜 10대들은 폭력에 열광하고 탐닉할까, 하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쉬타이위는 양아치이자 날건달이다. 하지만 그의 폭력은 끔찍함이나 처절함과 거리가 멀다. 유희화된 폭력, 사실감 없는 폭력이다.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가를 알 수 없는 ‘가시성(visibility)으로의 주먹’만으로 폭력이 존재한다.
동네 양아치 류승범이 분(扮)하는 〈품행제로〉(2002년), 이소룡(리샤오룽)의 ‘절권도(截拳道)’, 개똥철학이 스며든 〈말죽거리 잔혹사〉(2004), 학교폭력의 상처를 20년 뒤 되갚아 주는 스릴러 〈응징자〉 (2013)처럼 요란하게 폼 잡는 누아르적 장면이 없다. 이 영화는 폭력이 갖는 숙명적인 비극성조차 모나지 않게 그린다.
어쩌면 어설퍼 보이는 〈나의 소녀시대〉가 한국의 흔한 학원폭력 영화보다 10대들이 느끼는 폭력의 모순된 감정을 더 솔직히 담고 있는지 모른다. 마치 애증의 양가감정(兩價感情)처럼 사랑과 폭력에 대한 탐닉은 동전의 앞뒤처럼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지만 둘은 끊임없이 집착하며 단련시킨다. 이 감정은 서로 우월하지 않게 10대 언저리를 맴돈다.
왕다루 시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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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소녀시대〉 배우들. 왼쪽부터 오우양, 타오민민, 린전신, 쉬타이위. |
쉬타이위로 분한 왕다루(王大陸·25)는 지난 6월 5일에 이어 7월 13일 재차 방한, 팬미팅 행사를 가졌다. 한국의 박신혜, 이민호를 좋아한다는 그는 “관객이 50만명 돌파하면 재차 한국을 찾아서 팬들과 만나겠다”고 했던 지난 6월 내한 당시 약속을 지켰다.
왕다루는 대만을 넘어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신성(新星)이 될 조짐이다. 로맨틱 코믹영화 〈28세 미성년〉이 지난 1월 중국에서 개봉했고 액션극 〈철도비호〉가 조만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판타지 로맨스 〈교주전〉을 촬영 중이란다.
왠지 어설프고 진지해 보이는, 그래서 친근한 주성치의 캐릭터를 왕다루가 슬쩍 가로챌 태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