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核무장론 현실 가능성 제로… “세계 強國이 대한민국 핵 보유에 찬성하겠나”
⊙ “DJ·盧의 대북유화정책 실패 인정하지만, MB·朴槿惠의 대북강경책도 성과 없어”…
가장 현실적 대응은 對話
⊙ “韓·日 간 慰安婦 합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불가역적(Irreversible)이란 표현”
⊙ 朴槿惠 가정교사가 더민주 입당한 이유?… “안보에 진보·보수가 어디 있나”
⊙ “고급 HUMINT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李秀赫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제9회 외무고시 합격.
⊙ 대통령비서실 외교통상비서관, 외교통상부 차관보, 駐 독일대사, 초대 6자회담 수석대표,
국가정보원 제1차장(해외담당).
⊙ 저서: 《통일 독일과의 대화》 《북한은 현실이다》.
⊙ “DJ·盧의 대북유화정책 실패 인정하지만, MB·朴槿惠의 대북강경책도 성과 없어”…
가장 현실적 대응은 對話
⊙ “韓·日 간 慰安婦 합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불가역적(Irreversible)이란 표현”
⊙ 朴槿惠 가정교사가 더민주 입당한 이유?… “안보에 진보·보수가 어디 있나”
⊙ “고급 HUMINT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李秀赫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제9회 외무고시 합격.
⊙ 대통령비서실 외교통상비서관, 외교통상부 차관보, 駐 독일대사, 초대 6자회담 수석대표,
국가정보원 제1차장(해외담당).
⊙ 저서: 《통일 독일과의 대화》 《북한은 현실이다》.
2016년 1월 5일 이수혁(李秀赫) 전 국정원 1차장이 문재인(文在寅)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의 ‘인재영입 3호’로 더민주에 공식 입당했다. 기자는 이날 이 전 차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입당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전 차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승승장구한 외교부 공무원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에는 대통령 외교통상비서관으로 발탁됐고, 노무현 정부 때에는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주독일대사, 국정원 1차장 등을 역임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더민주에 입당하는 게 순리(順理)인 듯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박근혜 의원(대선 전이라 의원으로 표기)의 외교·안보 가정교사’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하다. 공무원 출신인 이 전 차장의 경우는 달라 보였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 ‘이 전 차장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 까닭이다. 이 전 차장과 호흡을 맞췄던 외교부 관계자는 “원래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분”이라며 “국회의원직에 욕심이 있었다면 벌써 배지를 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6일 이 전 차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당시만 해도 가장 궁금한 것이 더민주에 입당한 이유였는데, 하루 사이에 북한으로 바뀌었다. 이날 북한이 기습적으로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제4차 핵실험을 단행한 탓이다.(인터뷰는 9~12일 사이에도 틈틈이 진행했다. 북한 핵실험과 관련, 추가로 밝혀진 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中, 대북제재에 한계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 수소폭탄이 맞을까요.
“소련의 수소폭탄 개발에 참여한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는 수소폭탄 실험 결과 수천만의 새떼가 전부 까매진 것을 보고 반핵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만큼 수소폭탄의 위력은 상당합니다. 정부는 북한 4차 핵실험에 나타난 핵폭탄의 폭발 위력이 6kt(1kt은 다이너마이트 1000t)에 불과하다며 수소폭탄 실험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북의 수소폭탄 실험 여부는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중요한 문제 아닌가요.
“이번이 수소폭탄 실험이 아니었을지라도, 북한은 궁극적으로 수소폭탄을 만들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소폭탄이 아니라도, 북한이 이미 가진 것으로도 우리에게 충분한 위협이 됩니다.”
―북한에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까.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이 폭발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핵융합을 일으켜 위력을 원자폭탄의 수백 배로 끌어올린 핵폭탄입니다. 핵분열과 핵융합을 한 번에 이끌어 위력을 한껏 키웠다는 점에서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히지요. 북한은 과거 1차(2006년)와 2차(2009년) 핵실험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이용했습니다. 핵무기의 마지막 단계인 수소탄 개발은 시간문제지요. 방금 이야기했듯이 북한이 이번에 수소폭탄 실험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까.
“지금은 제재를 논할 때죠. 북한을 응징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계속 응징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죠. 결국은 대화, 협상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 전 차장은 2011년 발간한 《북한은 현실이다》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다양한 형식의 협의를 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유화 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키고, 도발을 방지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데요.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책이 성공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 8년간 핵실험이 세 차례나 있었지 않습니까. 결국 결론은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핵 문제를 해결, 둘째 북한 핵 시설 타격, 셋째 우리보다 더 북한과 가까운 나라를 설득해 북한과의 단교 선언 유도. 어떤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어 보입니까. 저는 첫째 방안이 가장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주장하는 것이죠.”
―단교(斷交)까지는 아니지만, 중국의 경우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와 가까워지지 않았나요. 강력한 대북제재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제가 좀 압니다. 왕이 외교부장이 1차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였거든요. 저랑 같이했는데 이분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의 핵실험이 시진핑 주석과 왕이 부장을 굉장히 자극했다고 봅니다. 기존보다 강한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중국이 북한의 존재를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중국이 북한을 가장 아프게 하는 ‘에너지(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북이 붕괴하면 우리에게 흡수통일될 텐데, 중국은 이런 상황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나라가 통일되는 것을 원하는 국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核무장론’은 포퓰리즘”
―우리 정부의 첫 대응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였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에서 그러더라고요. 문 대표는 반대하는데, 저는 찬성한다고요. 정확히 이야기하겠습니다. 확성기 방송 재개한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습니까.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 핵에 대응하는 것은 좀 그렇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정부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조치를 취한 것일 겁니다. 이미 정부가 했는데, 잘못을 지적한다고 중단하겠습니까.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현실적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정부의 대응과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게 저의 입장입니다. 이로 인해 서로 공박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의 군사적 시위가 이를 위한 것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말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굳이 찾자면 개성공단 문제를 고려해 볼 수 있겠지요. 북한을 포격하든지 하는 군사적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요. 오해를 하면 안 되는 것이 개성공단 폐쇄가 옳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추측 때문에 말씀드린 겁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하십니까.
“불법적으로라도 우린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점을 알리려 한 것입니다. 북한은 합법적으로 핵을 소유할 수 없어요. NPT(핵확산금지조약)와 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핵실험을 계속하고, 핵을 개발하는 것은 핵을 반드시 소유하겠다는 뜻이죠.”
―왜 북한은 핵에 목매는 걸까요.
“유력한 동기 중 하나는 북한 내부에서 찾을 수 있어요. 북한 지도부는 과거부터 이데올로기적 야심, 국가적 위신과 개인적 명성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걸었습니다. 때문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 해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핵무장에서 이룬 성과가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에서의 실패를 상쇄한다고 평가합니다. 북한은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핵 능력이며, 여타의 능력은 덜 중요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겁니다. 북한의 딜레마죠.”
―대한민국의 핵무장론도 나옵니다.
“대중이 들었을 때 속 시원한 이야기죠. 그런데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국제법이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핵을 만듭니까.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분들은 아마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핵 활동을 하자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국제법이 허용하는 핵 활동은 재처리(再處理)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미 간의 합의로 제약을 받고 있죠. 미국을 설득해서 재처리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미국이 합의해 주겠습니까. 미국이 대한민국의 핵물질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데요. 절대 합의해 주지 않을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핵을 만들려 했는데, 미국이 막았다는 보고도 있지 않습니까. 핵무장 또는 재처리를 주장하는 분들도 이런 사실을 다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북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겠지만 그 정도는 북한이 다 계산하고 있겠지요. 이런 주장은 미국의 획기적 대 한반도 정책 전환으로서만 가능합니다.”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쏠까요.
“어마어마한 민족적 비극을 북한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100%란 없으니까 여차하면 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화를 통해 관리하자는 이야기죠.
“그렇죠.”
―1997년 처음 가동한 남-북한 간 실무급 직접 외교 채널을 이 전 차장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특종 보도했죠. 1997년 4월 처음 가동했어요. 뉴욕 채널이라 불렀는데 당시 주미 대사관 정무참사관이었던 저와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성열 공사 간에 전화-팩스 등을 통한 접촉으로 시작하여 뉴욕에서 면담 협상하기에 이르렀죠. 해외에서 남북한 간 정부 대표 간에 정규적인 직접 접촉 창구가 개설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외무부 장관이었던 유종하 장관의 비밀 훈령을 받고 만들었죠. 이 뉴욕 채널이 1998년 4자회담을 이루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입니다.”
―5·24 조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의 태도를 바꾸려는 5·24 조치의 목적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이유는 중국이 한국의 대북제재로 북한이 잃는 손해분을 메워주기 때문입니다. 5·24 조치로 남북 교역이 중단되면서 단둥(丹東)에서 대북사업을 하던 한국 기업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어요. 우리의 빈자리에는 중국인들이 자리 잡았지요. 중·북 교역이 남·북 교역을 대체한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5·24 조치를 강화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文在寅 대표와의 추억
이번엔 더민주 입당이유를 물었다. 그는 “문 대표가 작년 10월 초에 저를 만나 도와달라고 해서, 흔쾌히 동의했다. 별로 고민할 것도 없었다”고 했다.
―문 대표가 뭐라고 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던가요.
“작년에 문 대표 측근 의원에게 연락이 왔어요. ‘문재인 대표가 보자고 한다고요.’ 그래서 만났죠. 그게 2015년 10월 초였습니다. 문 대표가 저에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이 가지고 있던 여러 문제점을 이야기했어요. 특히 제1야당이 종북 정당으로 몰리는 것을 안타까워했지요. 제가 들어가서 종북 발언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그들을 좀 설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1야당이 종북 정당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죠. 또 당의 대북, 통일 정책도 세워달라고 하고 해서 문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표와 함께 활동했는데, 개인적인 인연이 있습니까.
“개인적인 인연은 없어요. 다만 문 대표가 시민사회수석일 때 제가 외교통상부 차관보였는데 당시 문 대표를 크게 한 번 도와주긴 했죠.(웃음)”
이 전 차장의 이야기다.
“문 대표가 시민사회수석일 때(2004 ~2005년) 시민단체 쪽에서 1965년 맺어진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원래 정부의 비밀문서 해제 시한이 30년이라 1995년에 공개했어야 했는데,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아직 공개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공개를 늦추고 있었죠. 문 대표가 외교부에 공개 여부를 물었는데, 민감한 부분이 많아 공개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나 봐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어느 날 외교부 차관보였던 저한테 하소연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고, 당시 담당 국장을 불러서 물어봤어요. 우리 외교부가 왜 반대하느냐고요. ‘공개하면 문제가 많습니다’고 답하기에 문제 있는 문서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국장이 하는 소리가 ‘외교문서 검토를 안 해봤다’는 거예요. 검토도 안 해보고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물었어요. 검토도 안 했으면서 반대는 왜 하느냐고. 그랬더니 주일 대사관의 보고가 일본 정부가 반대한다는 거예요.”
이 전 차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주일 대사관에 물었어요. 우리의 한일협정문 공개를 반대하는 일본 측 인사가 누구냐고요.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이 반대한다는 거예요. 고위급 인사의 의견 확인 없이 과장급 한 명의 의견을 일본 정부의 의견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좀 나무랐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 아주국에 한일협정 문서 검토를 지시했어요. 예산은 내가 해결해 줄 테니, 즉시 TF팀을 만들어 공개했을 때 문제될 수 있는 문서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라고요. 한 달 후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올라왔기에, 극비로 일본에 날아갔습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를 만나 ‘우리가 한일협정 문서를 검토했는데, 별문제가 없더라. 혹시 너희는 검토했느냐’고 물었어요. 안 했다기에, ‘아니, 검토도 안 하고 왜 반대를 하느냐. 너희도 검토를 해보고,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공개하자고 하는 거예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잘 마무리하자면서요. 돌아와서 문 대표에게 이야기했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고맙다고. 입당 후 지난 1월 6일 긴급최고위원연석회의 참석 전에 문 대표와 잠깐 담소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문 대표가 당시 일을 기억하더라고요.”
대한민국은 2005년 3만5000쪽에 달하는 한일협정 관련 한국 측 문서 대부분을 공개했다.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민간 차원의 압력에 밀려 2008년 6월 한일협정 관련 문서 일부 민감한 부분을 검은색으로 칠한 채 공개했을 뿐 지금도 문서 전체의 공개엔 반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에는 출마하실 겁니까.
“당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만약 문 대표가 ‘험지’ 출마를 요구해도 따를 겁니까.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리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인데, 정치가 아닌 정책이 전공인 사람인데 그에 맞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지역구 출마가 아닌 비례대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뿐입니다.”
―고향이 전북 정읍이잖아요. 탈당한 유성엽 의원(정읍)의 대항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모르는 일이죠. 근데 저의 선친이 정읍에 1년 전근을 가신 사이에 저를 낳으셔서 정읍은 출생지입니다. 고향인 김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위안부 합의문에 ‘불가역적’이라는 표현 쓴 것은 잘못”
―한일협정 문서 공개와 관련, 일본 측과 협의를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최근 이뤄진 한국과 일본 정부 간의 위안부(慰安婦) 문제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가 가장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합의하면서 불가역적이란 표현을 쓴 것입니다. (양국이 2015년 12월 28일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내린 위안부 합의에는 일본 측이 한국 측이 설립하는 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며 이를 일본 측이 착실히 실시할 경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불가역적 즉, irreversible이란 표현은 북한 핵 협상을 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당장 핵을 포기하되 훗날에 다시 협상을 하거나 합의에 위반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위협할 때 쓰는 표현인데, 이것을 위안부 합의를 하면서 쓰다니요. 양자 간이나 다자 조약을 맺을 때 탈퇴 조항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을 붙여서 탈퇴할 수 있게 돼 있죠. 그런데 불가역이라니요. 밝혀지지 않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비밀이 있을지 모른다는 보도가 있던데, 상황이 변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궁금합니다.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에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에 지금의 합의와 다른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건 우리 정부가 먼저 일본 측에 제안했다고 하던데요. 혹시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더 큰일이지요. 합의에서 일본이 할 일은 금전적인 것뿐인데 우리가 불가역적 합의라는 제안을 해서 스스로 옭아매다니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뭔가 궁색해지니까 누군가가 있을 수 없는 변명을 한 것이겠죠.”
―한·일 간 위안부 협상 타결을 계기로 대만,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등 다른 위안부 피해국들도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점을 보면 우리가 아주 잘못한 협상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베 총리가 책임을 인정하고자 했다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일본 국회나 한국에서 인정과 사과를 공식화해야 하는데 ‘대독 사과’를 하면서 더 이상의 사과는 없다고 했습니다. 법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한국을 식민지화해서 내선일체라 하며 36년간 통치했는데,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는 다르지 않습니까.”
―위안부 문제 타결 당일 88세 피해자 할머니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정부가 애쓰고 법이라는 게 있으니까 정부가 하는 대로 따라가겠습니다”라고요. 정부가 애썼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도 협상을 많이 해봤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애썼다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습니까.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오랜 기간 거리를 둬온 것에 비해서는 얻은 게 적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만약 위안부 협상 실무자였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합의를 이끌어냈을 것 같나요.
“문학 비평가가 소설 하나를 비판했다고 작가가 비평가에게 ‘네가 써봐. 네가 나보다 잘 쓰겠느냐’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뭐 그래도 묻는다면 불가역적이란 단어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권국가의 존엄 문제입니다. 외교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지요.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최소한 설명은 자세히 했을 겁니다. 이런 합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를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미국이 개입했을 것이란 보도가 있던데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동북아의 지정학적 문제 등을 생각할 때 위안부 문제로 한·미·일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 안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국가미래연구원(박근혜 싱크탱크)에 가입한 적 없어”
2016년 1월 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안보 부보좌관은 1월 2일 하와이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위안부 희생자와 한국 국민의 정당한 불만을 해결하는 조처를 하도록 일본을 독려해 왔다. 또 한국에 대해서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일본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2011년에 박근혜 대통령의 당시 싱크탱크격이었던 국가미래연구원에도 이름을 올렸었다고 하던데요.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오보지요.”
―그럼 대선 전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가정교사 역할을 수행했다는 기사도 오보인가요.
“가정교사였다 해야 할지, 이런 기사를 시인해야 하는지 망설여집니다. 그 당시 제가 대외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와서 시인하는 게 좀 주저됩니다. 어느 분의 요청으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간헐적으로 외교·안보에 대한 저의 지식과 경험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전 차장은 박 대통령의 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자신이 더민주에 입당한 것에 대해 뒷말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이같이 밝혔다.
“저는 누구든 저를 찾는 분을 도와왔습니다. 제 능력을 알아준다는 것인데 얼마나 감사합니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7대 대선 출마를 준비할 때도 조언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왔다갔다한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외교·안보에 보수·진보가 어디 있습니까. 국익만 있을 뿐입니다. 외교가 이데올로기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치열한 국익의 경쟁만이 있습니다. 더민주에서 외교·안보 관련해서 제 주장을 수용치 않는다면 저는 미련 없이 떠날 것입니다.”
“親盧? 계파를 거부할 것”
―노무현 정권 때 주요 보직을 다 역임했는데 친노(親盧)입니까.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소탈하고, 의사소통에 관심이 있고, 늘 독서를 하며 지식을 쌓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으로서 고위직을 거친 시기를 정권과 연관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제가 친노라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저보다 훨씬 친노겠네요. 노 전 대통령이 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하고, 유엔사무총장 선거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니까요. 친노, 친박, 친동교동 등 정치권에 많은 계파가 있지 않습니까. 정치권에서의 이야기죠. 정치활동을 안 한 사람이 무슨 계파가 있습니까. 저는 계파로 입당한 게 아닙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슨 일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어디 계파에 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독일대사 재임 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뒷받침할 보고서를 만드셨던데, 이 정도면 친노로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그 보고서 때문에 큰 오해와 비난을 받았습니다. 당시 한 언론에서는 제가 청와대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주재국 유력 정치인과의 대담을 섭외하느라 발품을 팔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내느라 분주할 수밖에 없다는 기사도 냈었습니다. (확인 결과 《문화일보》는 2005년 10월 7일 ‘聯政(연정) 연구하라고 대사 보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전 차장을 비판했다.) 이게 오해인 게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9월 7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과의 단독 회동 후 ‘대연정’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일주일 뒤인 9월 18일 독일 총선이 있었지요. 원래 대사는 외교부 장관에게 수시로 주재국 정세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거 결과를 분석, 외교부 장관에게 보냈죠. 이 보고서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꺼진 대연정 제안에 다시 힘을 실으려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입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전 차장이 오해를 받은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9·18) 독일 총선 전후 정치분석〉이라는 A4 32장 분량의 보고서를 읽고 “감명 깊게 읽었고, 한국 상황과 비교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정책고객서비스(PCRM)에 등록된 교수·기자·여야의원과 당직자 등 모두 3만8812명한테 메일로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현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이 전 차장의 보고서를 명분으로 삼아 대연정의 불씨를 되살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가깝게 지내는 정치인
―정치권에 발을 들였는데, 특별히 가까운 정치인이 있습니까. 김종인 전 수석과 가깝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김종인 전 수석과 가깝습니다.”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데, 혹시 1990년 한·소 수교 과정에서 가까워졌나요.
“그때 처음 뵙긴 했습니다. 한·소 수교 과정에 저는 외무부 동구과 과장이었고, 그분은 경제수석이었죠. 김 수석이 30억 달러 대소련 차관 문제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외무부 과장이랑 청와대 경제수석이랑은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럼 언제 가까워진 것입니까.
“제가 독일대사로 있을 때 김 전 수석이 한독의원친선협회장이었어요. 김 전 수석이 의원들이랑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문에 독일을 방문했는데, 호텔 예약을 못 했나 봐요. 본부에서 김 전 수석과 의원 한 분을 대사관저에서 묵게 하라고 지침이 왔어요. 제가 그날 밤늦게 서재에서 책을 읽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김 수석이 어제 밤늦게까지 책 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거예요. 아마 그때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쓴 책도 좋아해 주시고요.”
―무슨 책을 좋아하셨나요.
“《통일 독일과의 대화》라는 책을 특히 좋아하셨어요. 제가 이 책 쓰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보람을 느꼈죠.”
《통일 독일과의 대화》는 이 전 차장이 독일 내 정치인, 언론인, 학자, 경제인 등 각 분야 인사 16명(서독 브란트 전 총리의 외교보좌관인 에곤 바 박사, 로타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구 동독의 국방장관이었던 라이너 에펠만,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낸 호르스트 텔칙 박사, 세계적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프랑크푸르트대학 명예교수, 사회학의 거장 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 등)과의 대담을 통해 통일 문제, 이념 문제, 지역 갈등 문제를 관심 있게 다룬 책이다.
“통일 위해 한국식 복지제도 완성해야”
―독일 통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 현 정부의 ‘통일 대박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막연하게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기보다 대비를 해야 합니다. 며칠 전 라종일 전 주일대사께서 제게 자신의 논문을 설명해 주셨어요. 영국 저널에 실린 내용이라고 하면서요. 6·25전쟁 때 미국과 함께 북진 통일을 위해 진격을 한 적이 있었고, 진격을 하면서 함락한 북한 지역을 우리가 2~3개월간 통치한 적이 있었는데 치안이 아주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미군의 민사처가 주임무를 맡으면서 서북청년당이 북으로 왔고, 이승만 정부 조직도 북에 왔는데 북한 사회가 전혀 통제가 안 됐다는 겁니다. 지금 보세요. 세월호, 메르스 때 우리의 대응이 어땠습니까. 허둥지둥했잖아요.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통일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어떻게 되겠습니까. 난리가 나지 않겠습니까. 독일은 통일되고 나서, 동독의 군인, 외교관, 교수, 교사, 경찰들을 대부분 퇴직시켰습니다. 빨리 화합하기 위한 조치였지요. 아무래도 군인, 경찰, 외교관, 교수, 교사는 이데올로기의 많은 영향을 받은 직업이니까요. 그때 퇴직한 사람들은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복지제도 때문이었습니다. 비스마르크 이래 발전시켜 온 복지제도가 잘돼 있어 이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퇴직금과 실업수당을 줄 수 있었죠. 결국, 독일과 같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도 한국식 복지제도를 완성해야 합니다. 물론 경제도 발전시켜야 하고요.”
대북 휴민트
국정원은 북한의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있었던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참석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이것은) 찾고 막는 싸움인데 이번에는 (우리가) 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의 대북 정보 부재 원인을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찾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국정원을 대북 교섭 창구로 활용하다 보니 북한 내에 휴민트(인적 정보 자산)가 무너져 이런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 전 차장의 생각은 어떨까.
그의 이야기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국정원 내 대북 전문가들 옷을 벗겼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댓글에 있던데요. 그 정도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서훈 북한담당 3차장은 어떤 인물입니까. 장성택과 직접 연결이 되는 사람 아닙니까. 그리고 휴민트가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 겁니다. 북한이 남한 내 휴민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1급 기밀을 파악할 수 있습니까. 이 정도가 되려면 북한 첩보원이 대한민국의 최고위층과 소통하고, 기밀을 공유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현실성이 있습니까. 정말 고위급 첩보원을 보유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 전 차장에게 “휴민트에 한계가 있다면 미국이나 중국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에 북한 고급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미국 NBC 방송이 미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2주 전부터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한 직후라 더욱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약되어 있다”고 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김정일, 중국 정보원 다 쫓아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말씀이 사실입니까.
“제가 노무현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이 사람에게 새로운 대북 정보에 대해 물어보곤 했대요. 관계자가 ‘새로운 게 없습니다’라고 보고를 하면 ‘미국 CIA에서 준 자료에도 없느냐’고 되물었다고 하더군요.”
―미국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사이가 나빠서 중요 자료는 빼고 제공한 것 아닐까요. 이동관(李東官)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말한 바로는 미국은 노무현 정권 때 북한의 핵 정보를 한국에 주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지만, 상식적으로 어느 정보기관이든 민감한 정보나 첩보 제공은 신중하게 처리합니다. 첩보나 정보의 소스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미국 정보기관이 결정적 자료를 가지고 있어도 제공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지요.”
당시 미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대북 정보를 주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의심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권 당시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우리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한국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고 있기에 일본도 한국과의 정보공유 협력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왜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나요.
“중국 쪽에 넓은 인맥을 가진 분인데, 그분이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김정일이가 중국 정보원을 다 쫓아냈다고요. 그래서 지금은 기껏해야 북한에 왔다갔다하는 트럭운전사에게 이야기를 듣는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우리의 휴민트 수준도 그런가요.
“중국 쪽에 넓은 인맥을 가진 분 말로는 김정일이 중국 정보원을 축출할 때 우리 휴민트들도 대상이었대요. 북한 사회에서 외국 휴민트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쓰러졌을 때 칫솔질하고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정보라고 떠돌아다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급 대북 정보를 입수할 수 없습니까.
“북한 체제가 저러는 한 아마 그렇겠지요. 그렇기에 북한 스스로 공개하는 정보를 잘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 핵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기에 북한이 올해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 대남 정책을 달리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은 틀린 분석이 되고 말았지요. 그만큼 북한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위장과 은폐 외교의 대가입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하다. 공무원 출신인 이 전 차장의 경우는 달라 보였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 ‘이 전 차장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 까닭이다. 이 전 차장과 호흡을 맞췄던 외교부 관계자는 “원래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분”이라며 “국회의원직에 욕심이 있었다면 벌써 배지를 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6일 이 전 차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당시만 해도 가장 궁금한 것이 더민주에 입당한 이유였는데, 하루 사이에 북한으로 바뀌었다. 이날 북한이 기습적으로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제4차 핵실험을 단행한 탓이다.(인터뷰는 9~12일 사이에도 틈틈이 진행했다. 북한 핵실험과 관련, 추가로 밝혀진 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中, 대북제재에 한계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 수소폭탄이 맞을까요.
“소련의 수소폭탄 개발에 참여한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는 수소폭탄 실험 결과 수천만의 새떼가 전부 까매진 것을 보고 반핵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만큼 수소폭탄의 위력은 상당합니다. 정부는 북한 4차 핵실험에 나타난 핵폭탄의 폭발 위력이 6kt(1kt은 다이너마이트 1000t)에 불과하다며 수소폭탄 실험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북의 수소폭탄 실험 여부는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중요한 문제 아닌가요.
“이번이 수소폭탄 실험이 아니었을지라도, 북한은 궁극적으로 수소폭탄을 만들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소폭탄이 아니라도, 북한이 이미 가진 것으로도 우리에게 충분한 위협이 됩니다.”
―북한에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까.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이 폭발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핵융합을 일으켜 위력을 원자폭탄의 수백 배로 끌어올린 핵폭탄입니다. 핵분열과 핵융합을 한 번에 이끌어 위력을 한껏 키웠다는 점에서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히지요. 북한은 과거 1차(2006년)와 2차(2009년) 핵실험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이용했습니다. 핵무기의 마지막 단계인 수소탄 개발은 시간문제지요. 방금 이야기했듯이 북한이 이번에 수소폭탄 실험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까.
“지금은 제재를 논할 때죠. 북한을 응징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계속 응징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죠. 결국은 대화, 협상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 전 차장은 2011년 발간한 《북한은 현실이다》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다양한 형식의 협의를 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유화 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키고, 도발을 방지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데요.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책이 성공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 8년간 핵실험이 세 차례나 있었지 않습니까. 결국 결론은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핵 문제를 해결, 둘째 북한 핵 시설 타격, 셋째 우리보다 더 북한과 가까운 나라를 설득해 북한과의 단교 선언 유도. 어떤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어 보입니까. 저는 첫째 방안이 가장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주장하는 것이죠.”
―단교(斷交)까지는 아니지만, 중국의 경우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와 가까워지지 않았나요. 강력한 대북제재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제가 좀 압니다. 왕이 외교부장이 1차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였거든요. 저랑 같이했는데 이분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의 핵실험이 시진핑 주석과 왕이 부장을 굉장히 자극했다고 봅니다. 기존보다 강한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중국이 북한의 존재를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중국이 북한을 가장 아프게 하는 ‘에너지(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북이 붕괴하면 우리에게 흡수통일될 텐데, 중국은 이런 상황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나라가 통일되는 것을 원하는 국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核무장론’은 포퓰리즘”
―우리 정부의 첫 대응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였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에서 그러더라고요. 문 대표는 반대하는데, 저는 찬성한다고요. 정확히 이야기하겠습니다. 확성기 방송 재개한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습니까.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 핵에 대응하는 것은 좀 그렇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정부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조치를 취한 것일 겁니다. 이미 정부가 했는데, 잘못을 지적한다고 중단하겠습니까.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현실적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정부의 대응과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게 저의 입장입니다. 이로 인해 서로 공박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의 군사적 시위가 이를 위한 것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말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굳이 찾자면 개성공단 문제를 고려해 볼 수 있겠지요. 북한을 포격하든지 하는 군사적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요. 오해를 하면 안 되는 것이 개성공단 폐쇄가 옳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추측 때문에 말씀드린 겁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하십니까.
“불법적으로라도 우린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점을 알리려 한 것입니다. 북한은 합법적으로 핵을 소유할 수 없어요. NPT(핵확산금지조약)와 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핵실험을 계속하고, 핵을 개발하는 것은 핵을 반드시 소유하겠다는 뜻이죠.”
―왜 북한은 핵에 목매는 걸까요.
“유력한 동기 중 하나는 북한 내부에서 찾을 수 있어요. 북한 지도부는 과거부터 이데올로기적 야심, 국가적 위신과 개인적 명성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걸었습니다. 때문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 해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핵무장에서 이룬 성과가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에서의 실패를 상쇄한다고 평가합니다. 북한은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핵 능력이며, 여타의 능력은 덜 중요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겁니다. 북한의 딜레마죠.”
―대한민국의 핵무장론도 나옵니다.
“대중이 들었을 때 속 시원한 이야기죠. 그런데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국제법이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핵을 만듭니까.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분들은 아마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핵 활동을 하자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국제법이 허용하는 핵 활동은 재처리(再處理)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미 간의 합의로 제약을 받고 있죠. 미국을 설득해서 재처리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미국이 합의해 주겠습니까. 미국이 대한민국의 핵물질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데요. 절대 합의해 주지 않을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핵을 만들려 했는데, 미국이 막았다는 보고도 있지 않습니까. 핵무장 또는 재처리를 주장하는 분들도 이런 사실을 다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북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겠지만 그 정도는 북한이 다 계산하고 있겠지요. 이런 주장은 미국의 획기적 대 한반도 정책 전환으로서만 가능합니다.”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쏠까요.
“어마어마한 민족적 비극을 북한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100%란 없으니까 여차하면 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화를 통해 관리하자는 이야기죠.
“그렇죠.”
―1997년 처음 가동한 남-북한 간 실무급 직접 외교 채널을 이 전 차장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특종 보도했죠. 1997년 4월 처음 가동했어요. 뉴욕 채널이라 불렀는데 당시 주미 대사관 정무참사관이었던 저와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성열 공사 간에 전화-팩스 등을 통한 접촉으로 시작하여 뉴욕에서 면담 협상하기에 이르렀죠. 해외에서 남북한 간 정부 대표 간에 정규적인 직접 접촉 창구가 개설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외무부 장관이었던 유종하 장관의 비밀 훈령을 받고 만들었죠. 이 뉴욕 채널이 1998년 4자회담을 이루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입니다.”
―5·24 조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의 태도를 바꾸려는 5·24 조치의 목적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이유는 중국이 한국의 대북제재로 북한이 잃는 손해분을 메워주기 때문입니다. 5·24 조치로 남북 교역이 중단되면서 단둥(丹東)에서 대북사업을 하던 한국 기업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어요. 우리의 빈자리에는 중국인들이 자리 잡았지요. 중·북 교역이 남·북 교역을 대체한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5·24 조치를 강화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文在寅 대표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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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혁 전 국정원 1차장이 지난 2016년 1월 5일 입당원서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출했다. |
―문 대표가 뭐라고 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던가요.
“작년에 문 대표 측근 의원에게 연락이 왔어요. ‘문재인 대표가 보자고 한다고요.’ 그래서 만났죠. 그게 2015년 10월 초였습니다. 문 대표가 저에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이 가지고 있던 여러 문제점을 이야기했어요. 특히 제1야당이 종북 정당으로 몰리는 것을 안타까워했지요. 제가 들어가서 종북 발언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그들을 좀 설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1야당이 종북 정당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죠. 또 당의 대북, 통일 정책도 세워달라고 하고 해서 문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표와 함께 활동했는데, 개인적인 인연이 있습니까.
“개인적인 인연은 없어요. 다만 문 대표가 시민사회수석일 때 제가 외교통상부 차관보였는데 당시 문 대표를 크게 한 번 도와주긴 했죠.(웃음)”
이 전 차장의 이야기다.
“문 대표가 시민사회수석일 때(2004 ~2005년) 시민단체 쪽에서 1965년 맺어진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원래 정부의 비밀문서 해제 시한이 30년이라 1995년에 공개했어야 했는데,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아직 공개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공개를 늦추고 있었죠. 문 대표가 외교부에 공개 여부를 물었는데, 민감한 부분이 많아 공개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나 봐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어느 날 외교부 차관보였던 저한테 하소연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고, 당시 담당 국장을 불러서 물어봤어요. 우리 외교부가 왜 반대하느냐고요. ‘공개하면 문제가 많습니다’고 답하기에 문제 있는 문서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국장이 하는 소리가 ‘외교문서 검토를 안 해봤다’는 거예요. 검토도 안 해보고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물었어요. 검토도 안 했으면서 반대는 왜 하느냐고. 그랬더니 주일 대사관의 보고가 일본 정부가 반대한다는 거예요.”
이 전 차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주일 대사관에 물었어요. 우리의 한일협정문 공개를 반대하는 일본 측 인사가 누구냐고요.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이 반대한다는 거예요. 고위급 인사의 의견 확인 없이 과장급 한 명의 의견을 일본 정부의 의견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좀 나무랐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 아주국에 한일협정 문서 검토를 지시했어요. 예산은 내가 해결해 줄 테니, 즉시 TF팀을 만들어 공개했을 때 문제될 수 있는 문서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라고요. 한 달 후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올라왔기에, 극비로 일본에 날아갔습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를 만나 ‘우리가 한일협정 문서를 검토했는데, 별문제가 없더라. 혹시 너희는 검토했느냐’고 물었어요. 안 했다기에, ‘아니, 검토도 안 하고 왜 반대를 하느냐. 너희도 검토를 해보고,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공개하자고 하는 거예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잘 마무리하자면서요. 돌아와서 문 대표에게 이야기했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고맙다고. 입당 후 지난 1월 6일 긴급최고위원연석회의 참석 전에 문 대표와 잠깐 담소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문 대표가 당시 일을 기억하더라고요.”
대한민국은 2005년 3만5000쪽에 달하는 한일협정 관련 한국 측 문서 대부분을 공개했다.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민간 차원의 압력에 밀려 2008년 6월 한일협정 관련 문서 일부 민감한 부분을 검은색으로 칠한 채 공개했을 뿐 지금도 문서 전체의 공개엔 반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에는 출마하실 겁니까.
“당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만약 문 대표가 ‘험지’ 출마를 요구해도 따를 겁니까.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리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인데, 정치가 아닌 정책이 전공인 사람인데 그에 맞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지역구 출마가 아닌 비례대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뿐입니다.”
―고향이 전북 정읍이잖아요. 탈당한 유성엽 의원(정읍)의 대항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모르는 일이죠. 근데 저의 선친이 정읍에 1년 전근을 가신 사이에 저를 낳으셔서 정읍은 출생지입니다. 고향인 김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위안부 합의문에 ‘불가역적’이라는 표현 쓴 것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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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실험 관련 더불어민주당 긴급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이수혁 전 차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제가 가장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합의하면서 불가역적이란 표현을 쓴 것입니다. (양국이 2015년 12월 28일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내린 위안부 합의에는 일본 측이 한국 측이 설립하는 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며 이를 일본 측이 착실히 실시할 경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불가역적 즉, irreversible이란 표현은 북한 핵 협상을 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당장 핵을 포기하되 훗날에 다시 협상을 하거나 합의에 위반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위협할 때 쓰는 표현인데, 이것을 위안부 합의를 하면서 쓰다니요. 양자 간이나 다자 조약을 맺을 때 탈퇴 조항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을 붙여서 탈퇴할 수 있게 돼 있죠. 그런데 불가역이라니요. 밝혀지지 않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비밀이 있을지 모른다는 보도가 있던데, 상황이 변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궁금합니다.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에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에 지금의 합의와 다른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건 우리 정부가 먼저 일본 측에 제안했다고 하던데요. 혹시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더 큰일이지요. 합의에서 일본이 할 일은 금전적인 것뿐인데 우리가 불가역적 합의라는 제안을 해서 스스로 옭아매다니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뭔가 궁색해지니까 누군가가 있을 수 없는 변명을 한 것이겠죠.”
―한·일 간 위안부 협상 타결을 계기로 대만,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등 다른 위안부 피해국들도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점을 보면 우리가 아주 잘못한 협상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베 총리가 책임을 인정하고자 했다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일본 국회나 한국에서 인정과 사과를 공식화해야 하는데 ‘대독 사과’를 하면서 더 이상의 사과는 없다고 했습니다. 법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한국을 식민지화해서 내선일체라 하며 36년간 통치했는데,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는 다르지 않습니까.”
―위안부 문제 타결 당일 88세 피해자 할머니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정부가 애쓰고 법이라는 게 있으니까 정부가 하는 대로 따라가겠습니다”라고요. 정부가 애썼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도 협상을 많이 해봤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애썼다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습니까.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오랜 기간 거리를 둬온 것에 비해서는 얻은 게 적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만약 위안부 협상 실무자였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합의를 이끌어냈을 것 같나요.
“문학 비평가가 소설 하나를 비판했다고 작가가 비평가에게 ‘네가 써봐. 네가 나보다 잘 쓰겠느냐’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뭐 그래도 묻는다면 불가역적이란 단어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권국가의 존엄 문제입니다. 외교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지요.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최소한 설명은 자세히 했을 겁니다. 이런 합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를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미국이 개입했을 것이란 보도가 있던데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동북아의 지정학적 문제 등을 생각할 때 위안부 문제로 한·미·일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 안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국가미래연구원(박근혜 싱크탱크)에 가입한 적 없어”
2016년 1월 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안보 부보좌관은 1월 2일 하와이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위안부 희생자와 한국 국민의 정당한 불만을 해결하는 조처를 하도록 일본을 독려해 왔다. 또 한국에 대해서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일본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2011년에 박근혜 대통령의 당시 싱크탱크격이었던 국가미래연구원에도 이름을 올렸었다고 하던데요.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오보지요.”
―그럼 대선 전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가정교사 역할을 수행했다는 기사도 오보인가요.
“가정교사였다 해야 할지, 이런 기사를 시인해야 하는지 망설여집니다. 그 당시 제가 대외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와서 시인하는 게 좀 주저됩니다. 어느 분의 요청으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간헐적으로 외교·안보에 대한 저의 지식과 경험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전 차장은 박 대통령의 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자신이 더민주에 입당한 것에 대해 뒷말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이같이 밝혔다.
“저는 누구든 저를 찾는 분을 도와왔습니다. 제 능력을 알아준다는 것인데 얼마나 감사합니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7대 대선 출마를 준비할 때도 조언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왔다갔다한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외교·안보에 보수·진보가 어디 있습니까. 국익만 있을 뿐입니다. 외교가 이데올로기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치열한 국익의 경쟁만이 있습니다. 더민주에서 외교·안보 관련해서 제 주장을 수용치 않는다면 저는 미련 없이 떠날 것입니다.”
“親盧? 계파를 거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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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이수혁 전 차장이 지난 2004년 2월 22일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야부나카 미토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찬을 하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소탈하고, 의사소통에 관심이 있고, 늘 독서를 하며 지식을 쌓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으로서 고위직을 거친 시기를 정권과 연관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제가 친노라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저보다 훨씬 친노겠네요. 노 전 대통령이 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하고, 유엔사무총장 선거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니까요. 친노, 친박, 친동교동 등 정치권에 많은 계파가 있지 않습니까. 정치권에서의 이야기죠. 정치활동을 안 한 사람이 무슨 계파가 있습니까. 저는 계파로 입당한 게 아닙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슨 일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어디 계파에 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독일대사 재임 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뒷받침할 보고서를 만드셨던데, 이 정도면 친노로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그 보고서 때문에 큰 오해와 비난을 받았습니다. 당시 한 언론에서는 제가 청와대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주재국 유력 정치인과의 대담을 섭외하느라 발품을 팔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내느라 분주할 수밖에 없다는 기사도 냈었습니다. (확인 결과 《문화일보》는 2005년 10월 7일 ‘聯政(연정) 연구하라고 대사 보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전 차장을 비판했다.) 이게 오해인 게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9월 7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과의 단독 회동 후 ‘대연정’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일주일 뒤인 9월 18일 독일 총선이 있었지요. 원래 대사는 외교부 장관에게 수시로 주재국 정세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거 결과를 분석, 외교부 장관에게 보냈죠. 이 보고서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꺼진 대연정 제안에 다시 힘을 실으려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입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전 차장이 오해를 받은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9·18) 독일 총선 전후 정치분석〉이라는 A4 32장 분량의 보고서를 읽고 “감명 깊게 읽었고, 한국 상황과 비교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정책고객서비스(PCRM)에 등록된 교수·기자·여야의원과 당직자 등 모두 3만8812명한테 메일로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현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이 전 차장의 보고서를 명분으로 삼아 대연정의 불씨를 되살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가깝게 지내는 정치인
―정치권에 발을 들였는데, 특별히 가까운 정치인이 있습니까. 김종인 전 수석과 가깝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김종인 전 수석과 가깝습니다.”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데, 혹시 1990년 한·소 수교 과정에서 가까워졌나요.
“그때 처음 뵙긴 했습니다. 한·소 수교 과정에 저는 외무부 동구과 과장이었고, 그분은 경제수석이었죠. 김 수석이 30억 달러 대소련 차관 문제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외무부 과장이랑 청와대 경제수석이랑은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럼 언제 가까워진 것입니까.
“제가 독일대사로 있을 때 김 전 수석이 한독의원친선협회장이었어요. 김 전 수석이 의원들이랑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문에 독일을 방문했는데, 호텔 예약을 못 했나 봐요. 본부에서 김 전 수석과 의원 한 분을 대사관저에서 묵게 하라고 지침이 왔어요. 제가 그날 밤늦게 서재에서 책을 읽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김 수석이 어제 밤늦게까지 책 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거예요. 아마 그때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쓴 책도 좋아해 주시고요.”
―무슨 책을 좋아하셨나요.
“《통일 독일과의 대화》라는 책을 특히 좋아하셨어요. 제가 이 책 쓰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보람을 느꼈죠.”
《통일 독일과의 대화》는 이 전 차장이 독일 내 정치인, 언론인, 학자, 경제인 등 각 분야 인사 16명(서독 브란트 전 총리의 외교보좌관인 에곤 바 박사, 로타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구 동독의 국방장관이었던 라이너 에펠만,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낸 호르스트 텔칙 박사, 세계적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프랑크푸르트대학 명예교수, 사회학의 거장 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 등)과의 대담을 통해 통일 문제, 이념 문제, 지역 갈등 문제를 관심 있게 다룬 책이다.
“통일 위해 한국식 복지제도 완성해야”
―독일 통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 현 정부의 ‘통일 대박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막연하게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기보다 대비를 해야 합니다. 며칠 전 라종일 전 주일대사께서 제게 자신의 논문을 설명해 주셨어요. 영국 저널에 실린 내용이라고 하면서요. 6·25전쟁 때 미국과 함께 북진 통일을 위해 진격을 한 적이 있었고, 진격을 하면서 함락한 북한 지역을 우리가 2~3개월간 통치한 적이 있었는데 치안이 아주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미군의 민사처가 주임무를 맡으면서 서북청년당이 북으로 왔고, 이승만 정부 조직도 북에 왔는데 북한 사회가 전혀 통제가 안 됐다는 겁니다. 지금 보세요. 세월호, 메르스 때 우리의 대응이 어땠습니까. 허둥지둥했잖아요.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통일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어떻게 되겠습니까. 난리가 나지 않겠습니까. 독일은 통일되고 나서, 동독의 군인, 외교관, 교수, 교사, 경찰들을 대부분 퇴직시켰습니다. 빨리 화합하기 위한 조치였지요. 아무래도 군인, 경찰, 외교관, 교수, 교사는 이데올로기의 많은 영향을 받은 직업이니까요. 그때 퇴직한 사람들은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복지제도 때문이었습니다. 비스마르크 이래 발전시켜 온 복지제도가 잘돼 있어 이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퇴직금과 실업수당을 줄 수 있었죠. 결국, 독일과 같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도 한국식 복지제도를 완성해야 합니다. 물론 경제도 발전시켜야 하고요.”
대북 휴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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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혁 전 차장이 지난 2006년 11월 29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
그의 이야기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국정원 내 대북 전문가들 옷을 벗겼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댓글에 있던데요. 그 정도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서훈 북한담당 3차장은 어떤 인물입니까. 장성택과 직접 연결이 되는 사람 아닙니까. 그리고 휴민트가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 겁니다. 북한이 남한 내 휴민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1급 기밀을 파악할 수 있습니까. 이 정도가 되려면 북한 첩보원이 대한민국의 최고위층과 소통하고, 기밀을 공유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현실성이 있습니까. 정말 고위급 첩보원을 보유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 전 차장에게 “휴민트에 한계가 있다면 미국이나 중국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에 북한 고급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미국 NBC 방송이 미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2주 전부터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한 직후라 더욱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약되어 있다”고 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김정일, 중국 정보원 다 쫓아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말씀이 사실입니까.
“제가 노무현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이 사람에게 새로운 대북 정보에 대해 물어보곤 했대요. 관계자가 ‘새로운 게 없습니다’라고 보고를 하면 ‘미국 CIA에서 준 자료에도 없느냐’고 되물었다고 하더군요.”
―미국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사이가 나빠서 중요 자료는 빼고 제공한 것 아닐까요. 이동관(李東官)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말한 바로는 미국은 노무현 정권 때 북한의 핵 정보를 한국에 주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지만, 상식적으로 어느 정보기관이든 민감한 정보나 첩보 제공은 신중하게 처리합니다. 첩보나 정보의 소스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미국 정보기관이 결정적 자료를 가지고 있어도 제공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지요.”
당시 미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대북 정보를 주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의심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권 당시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우리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한국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고 있기에 일본도 한국과의 정보공유 협력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왜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나요.
“중국 쪽에 넓은 인맥을 가진 분인데, 그분이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김정일이가 중국 정보원을 다 쫓아냈다고요. 그래서 지금은 기껏해야 북한에 왔다갔다하는 트럭운전사에게 이야기를 듣는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우리의 휴민트 수준도 그런가요.
“중국 쪽에 넓은 인맥을 가진 분 말로는 김정일이 중국 정보원을 축출할 때 우리 휴민트들도 대상이었대요. 북한 사회에서 외국 휴민트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쓰러졌을 때 칫솔질하고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정보라고 떠돌아다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급 대북 정보를 입수할 수 없습니까.
“북한 체제가 저러는 한 아마 그렇겠지요. 그렇기에 북한 스스로 공개하는 정보를 잘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 핵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기에 북한이 올해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 대남 정책을 달리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은 틀린 분석이 되고 말았지요. 그만큼 북한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위장과 은폐 외교의 대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