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를 둘러싼 韓·美 이견 : 월간조선

지난 6월 24일(한국시각)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는 워싱턴DC에서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사고의 주원인이 ‘조종사 과실’이라는 조사결과를 채택했다. 2013년 7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 사망자는 3명이며, 중상자는 49명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 측은 NTSB가 입장을 표명하자, “조종사 과실이 추정원인에 포함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도 거듭 사과드린다”며 “지난 1년간 조직과 훈련, 시스템, 안전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지속적인 안전 강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앞으로 안전에 있어서 최고의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조종사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아시아나는 초기 단계부터 조종사의 과실 부분을 부인하지 않았다. 항공기는 고도, 속도 등 정확한 기록이 소위 말하는 블랙박스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로 사고원인을 추측할 수 있어, 책임을 인정하면서 지속적인 안전 강화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고의 주요원인이 조종사 과실로 드러남에 따라 아시아나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추락이라는 무형(無形)의 타격은 둘째 치고,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과 피해자들의 줄 소송이 예상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이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한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ARAIB)의 의견을 바탕으로 9월 중으로 운항정지 등의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항공법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과징금 외에 최장 90일까지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노른자 중의 노른자이다.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2011년 15만4949명, 2012년 18만6577명, 2013년 17만8387명이 이용했다. 모(母)그룹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인 상황에서 운항정지 결정까지 받는 것은 큰 타격일 것이다.

소송 역시 만만치 않다. 올해 4월까지 아시아나를 상대로 소송을 낸 승객은 승객 291명 중 71명이었다. 국적별로는 미국인 34명, 중국인 20명, 한국인 14명이었다. 상당수 승객은 NTSB의 발표를 기다리며 소송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인 유가족들은 최종결과를 기다리며, 아직 소송을 내지 않고 있어 향후 아시아나를 상대로 한 줄 소송이 예상된다.

항공사고 처리 절차

항공산업이 발달한 국가들은 별도의 항공사고조사기구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은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있다.

전 세계 191개국이 가입한 보편적인 국제법인 국제민간항공협약(시카고협약)은 26조에서 항공기 사고 발생시, 발생지 국가가 UN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ICAO)가 정한 절차에 따라 사고 조사에 착수하고, 항공기 등록국이 참관하면서 발생한 나라의 조사기관과 조사결과를 공유한다고 정하고 있다.(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조사는 미국이 조사를 착수하고, 아시아나항공의 등록국인 한국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

미국 NTSB의 경우, 항공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긴급파견수사팀(Go Team)’이 구성되고 사고현장으로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도착한다. 수사팀은 적게는 3~4명, 많게는 10여 명 이상의 항공전문가들이 항공사고 발생 즉시 집결하여, 사고현장에 파견, 조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운영된다. 수사팀의 총괄을 책임조사관(IIC·Investigator-in-Charge)이라고 하고, 책임조사관과 조사관들은 항공사고 발생 지역에 도착하여 각 분야별로 조사에 착수한다.

분야별로 ‘조사위원회(working group)’가 만들어지고 (조사위원회는 전체 조사팀의 소그룹이라고 할 수 있음), 각 조사위원회는 NTSB 조사관이 총괄하며, 다른 관련 기관도 참여하게 된다. 우선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반드시 참여하게 되고, 이외에도, 항공사, 제조사 등이 조사위원회에 참여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조사인력이 충원되고 블랙박스가 NTSB 본부로 보내진다. 일주일에서 한 달여의 사고현장 조사를 마치면, NTSB는 사고 항공사의 본사, 훈련센터, 항공기 제조사, 엔진 및 부품 제조사 등을 방문한다.

이후에 각 조사위원회가 사실보고서와 분석보고서를 책임조사관에 제출하면서, 보고서가 취합이 되고, 대형사건의 경우 공청회(Public hearing)를 한다(아시아나 사건은 2013년 12월 11일). 이후에 기술적인 추가검토와 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항공사, 제조사들의 의견을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NTSB는 위원회보고서(board report)를 발표한다.

보잉사 책임이 쟁점

2013년 7월 6일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 시간대별 사고 상황.

이번 사고는 미국에서 한국 항공사에 의해 발생했고, 피해자의 국적이 다양하다. 또한 사고 항공기(777-200ER)의 제조사인 보잉사의 책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항공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주요 쟁점을 정리해 본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한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뿐만 아니라 아시아나 역시 사고의 주요원인 가운데 하나가 ‘조종사 과실’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항공사고의 원인은 결코 한 가지일 수 없다. 조종사 과실, 항공기 결함, 공항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사고 조사는 사고와 직접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원인(Cause)’과 상당부분 관련이 있는 ‘기여원인(Contribute Factors)’으로 구분해서 발표된다. 당연히 ‘원인’ 제공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 6월 NTSB 역시 주요원인과 기여원인을 구분해서 발표했다. 내용은 이러하다.

▲원인
·조종사들이 강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음
·기장이 자동속도조절장치를 해제
·조종사들이 항공기 속도를 모니터링하지 않음
·뒤늦게 복행(고도 상승)을 실시

▲기여원인
·자동속도 조절장치와 자동비행시스템 복잡성이 보잉사 매뉴얼에 적절하게 나와 있지 않음
·조종사들이 자동비행시스템 등을 사용할 때 의사소통에 문제
·시계 착륙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음
·교관 기장이 훈련 기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함
·조종사들의 피로

NTSB의 의견은 ‘조종사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보잉사 역시 간접책임이 있다’로 정리된다. 아시아나 측은 NTSB가 보잉 측의 책임을 인정한 부분에 상당히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보잉 측에 책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측은 6월 NTSB 발표 직후 “NTSB가 사고원인에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는 점을 적절히 인지했다”며 “특히 항공기의 오토스로틀과 자동조종시스템 및 저속경보시스템 문제, 항공기 제조사 운영매뉴얼 미흡 등을 복합적으로 지적했다”고 말했다. 비록 주요 사고원인은 조종사 과실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제조사의 책임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보잉, “5500만 번 착륙해도 이상 없었다”

2013년 7월 1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아시아나 비행기 착륙 사고로 목숨을 잃은 중국인 여고생을 애도하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보잉 측은 자신의 간접책임을 인정한 NTSB 발표 자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기자는 보잉코리아(社)에 NTSB 발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보잉의 답변은 이렇다.

<보잉은 이번 사고의 희생자와 그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보잉은 제작한 항공기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 NTSB의 권고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입니다.

보잉은 777의 ‘자동비행’시스템이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한 NTSB의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 동의할 수 없음을 정중하게 밝힙니다. 보잉은 관련 증거자료가 NTSB의 조사결과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777은 수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전 운항을 이어오는 등 항공 안전에 대해서는 탁월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기종입니다.

자동비행시스템은 2억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및 5500만 번 이상의 착륙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치입니다.

보잉이 제출한 자료에서 자세하게 밝힌 바와 같이, 이번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는 항공기의 모든 시스템이 사고 당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공기 설계에 대한 변경을 권고한 내용에 대해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이와 같은 변경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보잉 측의 입장은 한마디로, ‘아시아나 사고 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던 자동비행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NTSB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로 정리할 수 있다. 즉 보잉은 “2억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및 5500만 번 이상의 착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어디까지나 아시아나 측의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성능 개선을 요구한 NTSB의 권고 역시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보잉은 NTSB의 결론에 승복하지 못하고, 이에 계속 항의하고 있다.

한국 조사委, “B777 자동화시스템 부적정”

2013년 7월 11일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다 직접 마중나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고 조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한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보잉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재는 게 편이다’는 속담처럼 한국 측이 자국 항공사를 보호하는 모양새이다.

한국 ARAIB가 미국 NTSB 측에 지난 5월 전달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美 NTSB 최종보고서(초안)에 대한 대한민국 의견>에 따르면, 한국 측은 미국 측의 조사결과에 상당히 반발했다. 해당 보고서는 16페이지 분량으로, NTSB가 입장을 표명하기 직전인 5월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측은 조종사에 일방적으로 과실을 인정하는 NTSB의 입장에 반대를 표명했다. 특히 B777의 설계·구조 문제에 대해 상당히 강도 높게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의 종합결론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 214편의 사고원인으로 운항승무원이 자동추력장치(A/T)의 정지 기능을 인지하지 못한 것과 운항승무원의 복행 지연 실시 및 B777 속도 계통 자동화시스템 부적정이라고 결정하며, 기여원인은 아시아나항공과 보잉사의 조종사 교육 부적정, 운항승무원의 속도 모니터링 미흡, 운항승무원의 복행결정 혼동, B777 저속경고 및 속도보호 기능 부적정, 보잉사의 B777 개선 미흡이라고 결정함.>

결과적으로 한국 측의 주장은 조종사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보잉사와 항공기(B777)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이다. 이는 조종사 실수를 강조하고 있는 NTSB의 결론과는 분명히 다르다.

NTSB는 사고원인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승무원의 잘못된 조작(mismanagement)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보잉사 항공기의 기계적 문제는 사고의 기여원인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법원, NTSB 조사결과 참고할 뿐

간접원인으로 보잉 측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직접적인 원인으로 B777 자동화시스템에 대한 책임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총평 부분을 보면 불만은 더욱 노골적이다.

◇ 미국 NTSB의 분석은 조종사들의 문제에만 집중되어 있음.

◇ 조종사들의 비행조작은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정상적인 비행 중에도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며 그들의 교육 훈련은 타 항공사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음.

◇ 이 사고는 최근 여러 차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적절하지 못한 속도계통 자동화시스템 작동 문제로 인한 반복적인 사고임.

◇ 공청회의 핵심 주제였으며, 그동안 NTSB와 ARAIB가 초점을 맞추어 합동 조사해 온 B777 자동화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사고원인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표명함.

이렇듯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한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아시아나, 보잉 등이 각자 다른 의견을 내며 다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건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고, 각 주체가 상대방의 반론에 승복할 리도 없다. 결국 법원에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현재 사고 항공기 탑승객 291명의 1/3가량이 미국 법원에 아시아나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일부는 NTSB의 결론 등을 보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알고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므로, 향후 소송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소송 전망은 뒷부분 박스 참조).

다만 항공전문가들에게 문의 결과 법원은 NTSB의 조사결과를 참고할 뿐이지, 이에 구속당하지는 않는다. 즉 각각의 소송에서 법원은 독립적인 조사절차를 거치게 된다. 법원에서 얼마든지 다른 결정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항공전문가들의 조사결과 발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보다, 당장 9월 안에 결정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에 목을 매는 실정이다. 관련법에 따라 최대 3개월의 운항정지가 내려지면, 아시아나는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나는 2013년 손익이 1147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 1분기 적자는 466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각국 조사委, 자국 보호 분위기 객관성 의심받아

2013년 7월 9일(현지시각) NTSB 조사반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여객기 동체의 꼬리부분이 충돌한 방파제 현장을 방문, 조사하고 있다. NTSB 트위터 캡처.

논란은 국토부의 행정처분이 ‘사고의 과학적 원인’이 아닌, ‘국내 기업 보호’라는 정서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행정처분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8월 초부터 일부 언론사를 통해 국토부의 운항정지는 ‘NTSB의 조사결과는 미국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보호무역주의 등 미국 측의 이익에 쏠려 아시아나 측의 책임을 강조한 NTSB의 결론을 바탕으로 징계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주장은 NTSB는 당연히 자국 회사를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초한다.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미국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와 한국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자국 기업에 유리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미국뿐 아니라 한국 측의 발표 역시 중립적으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자국 기업 보호로 흐르는 분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향후 있을 소송 결과를 보아야, 좀 더 객관적인 사고원인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사건의 ‘소송’ 전망

국제항공법을 전공한 이재운 싱가포르국립대 국제법센터 연구원의 법률자문을 바탕으로 향후 소송 과정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NTSB 결론과 민사소송은 별도

—NTSB 발표는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NTSB 보고서의 결론이 민사적 책임과 반드시 일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NTSB는 조사를 거쳐서 추정원인(probable cause)만 발표할 뿐, 민사적 책임(liability)은 NTSB의 조사목적도 아니고 정할 권한도 없습니다. 민사적 책임은 별도로 제기되는 소송을 통해서 독립적인 증거조사절차를 거칩니다.”

—그렇다면 NTSB의 결론은 중요하지 않나요.

“미국 판례의 경우, NTSB 보고서의 미국 민사재판에서의 증거효력여부(admissibility)에 대해, NTSB의 분석보고서(analysis report)는 증거로서 배제하고, 사실보고서(factual report)만 증거로 인정하는 판례와 위원회보고서 전체를 배제하고 위원회보고서 전 단계의 보고서만 인정하는 판례 등 NTSB의 보고서에 대한 상이한 입장이 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참여한 권위 있는 항공조사보고서를 완전히 뒤엎는 결과는 사실상 고려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으나, NTSB의 조사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부분들이 민사소송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등에서 소송 예상

—이번처럼 피해승객(중국), 항공사(한국), 사고 발생 지역(미국)이 모두 다를 경우, 어느 나라에서 재판을 하게 되나요.

“국제항공법은 항공사고의 민사적 책임에 대한 별도의 협약이 있습니다. 1999년 몬트리올협약이 그것인데, 몬트리올협약은 관할법원, 책임원칙, 배상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몬트리올협약은 2014년 7월 현재 107개국이 비준을 하였고,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모든 EU국가 등 국제항공이 발달한 국가들은 거의 다 당사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협약은 운송계약상 출발지와 도착지 국가가 몬트리올협약 당사국이면 적용이 되는데, 출발지와 도착지는 항공권에 나오는 최초 출발지와 최종 도착지로 정합니다. 즉 왕복항공권인 경우, 몬트리올협약상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게 됩니다.

몬트리올협약은 항공사고로 승객 사상시, 사고항공사의 주소지(또는 주된 영업소) 법원, 항공권 계약 체결지 소재 법원, 목적지 소재 법원 승객, 승객의 주된 거소지국 법원에서 소송제기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중국을 출발, 한국 경유, 미국에 왔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승객들은 중국(목적지, 주소지) 또는 한국(항공사의 주소지)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반면에, 미국으로 돌아오는 승객이었던 경우, 미국(목적지 또는 승객의 주된 거소지)에서 소송이 가능합니다.

항공사, 배상은 피할 수 없을 듯

—배상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나요.

“몬트리올협약의 손해배상원칙은, 비행 중 발생한 사고로 승객이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은 경우,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무과실책임을 지고, 손해액에 따라 과실 여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즉 손해액이 113,100SDR(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2014년 7월 기준 약 1억7천만원) 이하이면 항공사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책임을 지고, 이를 초과하면 과실추정원칙이 적용되어, 손해의 원인이 항공사의 과실이 아니거나, 완전히 제3자의 고의/과실로 발생한 경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례에서 이 기준은 굉장히 높은 한계(threshold)가 있으며, 항공기 사고와 같은 경우에 항공사의 과실이 ‘전혀’ 없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 측이 순순히 조종사 과실을 인정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아시아나항공은 NTSB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조종사 과실을 인정하지만, 유사한 사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사 B777의 조종석 설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한 NTSB가 사고 조사 최종정리 결과를 발표한 직후, 아시아나항공은 보도자료를 통해, NTSB가 사고원인에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는 점을 적절히 인지했고, 특히 항공기의 오토스로틀(엔진출력 자동조정장치)과 자동조종시스템 및 저속경보시스템 문제, 항공기 제조사 운영매뉴얼 미흡 등을 복합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향후 손해배상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