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3542개 개표상황표 중 誤記 난 40개 가지고 대선무효 주장
⊙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가 제기한 의혹, 1분 단위 개표자료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와
⊙ ‘나꼼수’가 “국정원이 중앙선관위 서버 관리한다고 했다” 식의 근거 없는 주장 대부분
⊙ 백서 저자의 知人도 “개표부정 불가능”
⊙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가 제기한 의혹, 1분 단위 개표자료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와
⊙ ‘나꼼수’가 “국정원이 중앙선관위 서버 관리한다고 했다” 식의 근거 없는 주장 대부분
⊙ 백서 저자의 知人도 “개표부정 불가능”
- 2013년 11월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 때 박창신 신부가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2013년 11월 22일 오후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시국(時局) 미사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부정선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정권교체 없습니다. 더군다나 부정선거 백서가 있어요. 컴퓨터로 개표 부정한 겁니다. 백서를 읽어 보세요. 국정원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조작해 가지고 선거를 했어요. 그런 것이 엄청 드러났어요. 부정선거는 엄청난 문제인 거예요. 익산을 예로 들면 선거구가 86인데 (개표 자료 업데이트 횟수가) 중앙선관위에 72가 올라왔어요. 이게 맞는 겁니까. 안 맞는 겁니까.”
2013년 11월 2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선거 결과 당선된 것은 분명한데 그 경위를 정확히 밝히려고 하지 않아요. 그러면 그게 이명박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같이 했다는 생각이 들지요.”
大選 때마다 되살아나는 컴퓨터 부정설
대통령선거 결과를 놓고 컴퓨터 조작 주장이 처음 제기된 때는 1987년 12월 제13대 대통령선거다. 선거가 끝났지만, 당시 통일민주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평민당 후보였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심 강도가 더 높았다. 평민당이 그해 12월 29일 컴퓨터 조작을 고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음해(1988년) 402쪽짜리 <조작된 승리를 고발한다>는 제목의 부정선거 백서를 발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때도 정의구현사제단이 나섰다. 정의구현사제단과 천주교 공정선거감시단의 일부 신부가 1988년 1월 16일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1989년 5월 11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중앙선관위원회(선관위)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었다. 모든 개표 관련 업무를 수작업으로 진행했는데 컴퓨터 조작 운운했으니 패소 판결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이후 컴퓨터조작 망령이 또 출현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투표지 분류기를 컴퓨터 조작의 주범으로 몰아가며 재검표를 요구한 뒤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한나라당이 지목한 80개 개표소의 투표지 1104만9311장에 대해 2003년 1월 28일 검표를 실시했다. 검표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표는 134표가 늘어났다. 10만 표 중 1표의 비율이었다.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인 정동영 전 의원의 표차가 워낙 커(531만 표차)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될 상황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컴퓨터로 대선 개표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은 더는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박 신부는 “18대 대선도 컴퓨터 개표 부정이 있다”며 부정선거 백서를 읽어 보라 했다. 박 신부가 이야기한 백서에는 그동안 제기되지 않은 충격적인 증거가 담겼을까.
3만원짜리 부정선거 백서
박 신부가 이야기한 《제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를 사기 위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았다. 서점 컴퓨터로 대략적인 책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구석에 배치돼 있어 찾기가 어려웠다. 서점 관계자는 “찾는 사람이 없어서 (구석에) 꽂아 놓은 것”이라고 했다. 가격은 3만원이었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충격증거라고 제시한 몇몇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 선관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
선거 문외한(門外漢)을 현혹시키기에 딱 좋은 내용이었다. 백서가 선관위 자료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했는지 살펴봤다. 백서의 저자인 한영수씨는 전직 선관위 직원이다.
우선 백서는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의 개표완료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존재하므로 이번 18대 대선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개표상황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개표과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개표는 개함(투표함 개봉 및 투표지를 반듯하게 펴는 작업)→투표지분류기 분류→심사 집계부 수작업 개표→위원 검열→위원장 공표→확정→보고석→중앙선관위 서버전달→곧바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지의 과정을 거친다.
개표상황표는 투표지분류기 분류가 끝나면 거기와 연결된 컴퓨터 프린터에서 나온다. 투표지분류 개시시각과 투표지분류 완료시각, 집계결과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된 개표상황표는 아니다. 심사집계부는 넘어온 개표상황표에 투표지분류기에서 미분류로 나온 표와 분류된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투표지분류기 결과가 찍힌 곳 옆에 적는다. 이 개표상황표는 부위원장을 포함, 7명의 위원 검열을 거친 뒤 위원장에게 넘어간다. 개표상황표를 확인한 위원장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법원 공무원에게 개표상황표를 건넨다. 그 공무원은 개표상황표 가장 밑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적은 후 보고석에 전달한다. 보고석은 개표상황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중앙선관위 서버로 그 결과를 보낸다. 이 절차를 마쳐야만 최종 득표수가 모두 들어간 개표상황표가 완성된다. 개표상황표는 투표구마다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전국 총 투표구 수는 1만3542개다.
절차대로라면 위원장 공표시각이 개표완료 시각보다 빠를 수 없다. 백서가 선관위 자료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1만3542개의 개표상황표 중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총 34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장 공표시각을 기재(記載)하지 않은 것(6개)까지 더하면 총 40개의 개표상황표에 문제가 있었다. 백서는 이것을 ‘개표상황표 조작’으로 규정했다.
개표 관련 모든 사람 한통속 돼야 조작 가능
개표상황표 조작이 가능해지려면 개표와 관련한 모든 사람이 한통속이 돼야 한다. 가능한 일일까.
심사 집계부는 일반인과 교사 등 공공기관 소속 직원으로 이뤄져 있다. 부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은 정당추천위원 2명, 시·군·구 선관위 자체 추천(5명)으로 이뤄진다. 위원장은 관례로 지역 법원장이 맡는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사전에 신고한 참관인들이 비디오, 카메라 등 온갖 채증 장비를 가지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사람이 ‘같은 편’이 되어 개표상황표를 조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표 과정을 직접 참관한 이들이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투표지분류기와 연결된 컴퓨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표지분류기의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16대 대선 때도 확인된 사안이다.
2002년 12월 27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전자개표 조작 원천적 불가능’이라는 기사의 일부분이다.
<전자개표기부터 살펴보자. 개표종사원이 무작위로 간추린 투표지 적당량을 투표지 장착함에 넣으면 기기는 투표지의 장착을 인식하면서 투표지를 한 장씩 이송시킨다. 기기에 설치되어 있는 스캐너를 지나면서 광학적으로 투표지의 문자와 기표인을 자동 인식하게 되고 득표자별로 자동 분류된다. 동시에 득표자별로 투표지 계수를 자동화한다. 애매하게 표기되거나 이중 기표된 용지는 무효처리가 되지 않고 미분류로 별도로 걸러내게 되고 개표종사원의 육안과 수작업을 거쳐 무효처리나 재분류되게 된다. 또 전자개표기에서 투표지의 이송 및 분류처리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오픈 방식이어서 참관인들이 육안으로 개표상황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전자개표기에서 득표자별 계수가 선거구별 컴퓨터로 집계되고 통신망을 통해 선관위로 전송하고 선관위의 중앙서버는 이를 집계함과 동시에 방송국으로 전송, 개표 오차율을 제로화하고 개표시각 및 결과집계가 신속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 국민이 개표결과를 바로 알 수 있도록 한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통신망으로 재확인 과정을 거치므로 프로그램 조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득표자별로 분류된 투표용지를 수작업 과정과 육안으로 득표 계수 점검에 대한 오류정정 과정을 거친다.>
투표지분류기는 2002년부터 도입됐다. 때문에 《오마이뉴스》 기사에 나온 전자개표기는 투표지분류기를 뜻한다.
“제가 조작했다고요?”
그렇다면 왜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존재하는 것일까. 선관위에 문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개표소에서 위원장 공표시각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부정선거 논란에서 선관위는 객관적일 수만은 없다.
개표상황표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한 인물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수소문 끝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한 사람 몇 명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백서 내용에 황당해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자신이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개표에 참여했던 A씨의 이야기다. 그는 전라도 지역 개표에 참여했다. 그의 이야기다.
“그런 백서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정확히 적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 시간이 잘못됐다면 정신없는 상황에서 잘못 쓴 것 아닐까요.”
—정신이 없을 만큼 상황이 바쁩니까.
“개표상황표가 1~2장씩 넘어올 때도 있지만, 갑자기 열 몇 장이 올 때도 있습니다. 실수가 나왔다면 아마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지 않았겠습니까.”
—백서는 개표상황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의혹을 퍼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2007년과 2012년 두 번째 위원장 공표시각을 작성한 B씨에게는 자신이 잘못 기재한 개표상황표를 보여줬다. 그는 “제가 AM PM을 잘못 쓴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조작의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B씨는 분류완료 시각이 2012년 12월 19일 20시 48분이었지만 위원장 공표시각을 2012년 12월 19일 10시 19분으로 썼다. 22시를 10시로 적은 것이다.
그렇다면 위원장 공표시각이 없는 개표상황표는 왜 나오게 된 것일까. 당시 개표소에 있었던 관계자는 “(위원장 공표시각을 적는 사람이)깜빡하고 공표 시각을 적지 않을 경우에는 보고석에서 확인하고 다시 내려보낸다”며 “공표 시각이 적혀 있지 않은 것은 실수를 보고석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02년 대선부터 개표 업무에 참여했다.
보고석 업무는 시·군·구 선관위 소속 직원이 본다. 보고석 업무를 봤던 선관위 직원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바쁘면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未분류표’에 대한 無知 드러내
백서는 대선 투표용지 교부수보다 투표수가 더 나온 것도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백서에 따르면 전국 1만3542곳 중 230군데에서 교부수보다 투표수가 더 나왔다. 투표소 업무를 봤던 인사에게 물었다.
그는 “투표지 교부시에 정확하게 카운트를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늘 있었다”고 했다. 투표소 업무는 동(洞)의 공무원과 일반인이 담당하는데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와 개표의 정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순 없다.
230곳 중 29곳을 빼고는 교부수와 투표수 차이가 1표밖에 안 난다. 29곳 중에도 19군데는 투표수가 교부수보다 2표 밖에 많지 않다. 3표 차는 4곳, 4표 차는 3곳, 8·9·10표 차가 각각 한 군데씩이다. 부정선거를 저지르려 했다면 교부수와 투표수 차이가 훨씬 컸어야 한다.
선관위 홍보팀의 서기관은 “위원장 공표시각 기재, 투표지 교부 등에 실수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백서는 조달청 공개입찰 자료와 선관위 내부규정을 근거로 미분류율이 5% 이상 나온 지역의 투표수는 무효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분류율이 5% 이상인 31개 지역의 투표수 총 합계가 169만4521표인데 이 표가 모두 무효가 되면 박 대통령과 문 의원의 표차를 넘기에 박 대통령의 당선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분류표란 무엇일까. 투표지분류기가 분류해 내지 못한 표다. 투표지분류기는 두 후보 기표란 경계에 기표한 것이나, 기표과정에서 흔들려 희미하게 기표한 것, 인주가 맞은편에 묻은 것 등을 분류해 내지 못한다. 이런 표는 심사 집계부에서 일일이 손으로 투표자를 가린다. 이 과정에서도 분간이 안 되는 표는 기권 처리한다.
백서에 나온 미분류율이 5% 이상인 31개 지역은 어디일까. 문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전남·북이 9곳, 박 대통령에게 몰표를 준 경상도 지역이 8곳이었다. 나머지 지역은 표 쏠림 현상이 적은 충남·북이었다.
투표지분류 기준을 안다면 미분류율이 5% 이상인 지역을 무효 처리하자는 주장도 어이없지만, 그런 31개 지역의 투표수 169만4521표를 모두 무효 처리할 경우 문 의원이 박 대표를 앞선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지역별로 볼때 최종 득표율과 비슷한 박근혜 51, 문재인 49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박 대통령은 부산에서 59.82%, 경남에서 63.12%, 대구에서 80.14%, 경북에서 80.82%의 지지를 얻었다.
문 의원은 광주에서 91.97%, 전북에서 86.25%, 전남에서 89.28%의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다 미분류율이 5% 초과할 경우 그 지역의 표는 모두 무효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2002년 투표지분류기 제안요청서에 ‘미인식 투표지 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오해하는 것 같다”며 “이는 장비성능 평가 및 장비납품 검사 시 준수해야 할 원칙을 제시한 것이지 개표 규정이 아니다”고 했다.
의혹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社 백서 주장 억지”
백서 17페이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실려 있다. ‘대선 투표결과는 18대 대선이 치러지기 하루 전날인 12월 18일 이미 중앙선관위 서버에 있었다.’ 무슨 이야기일까. 요지는 이렇다. <송파구 선관위가 작성한 엑셀 형식의 투표구별 개표상황 파일을 보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가 2012년 12월 18일 오후 1시 11분으로 나와 있다. 이는 대선 투표 결과를 18일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선관위 파일’과 관련한 의혹인 만큼 선관위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선관위 법제과는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월간조선》에 보내 왔다.
<선관위 정보센터 선거통계시스템 업무자는 내부선거통계시스템의 투·개표 투표구별 개표진행 파일을 엑셀로 옮겨 주는 프로그램을 선관위 직원 컴퓨터에 깔았다. 그런데 엑셀로 변환한 파일은 언제 다운받느냐와 관계없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가 2012년 12월 18일 오후 1시 11분으로 나온다. 그 이유는 그날이 정보센터 업무 담당자가 엑셀로 옮겨 주는 프로그램의 엑셀 서식을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엑셀 파일을 열었다가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가 당일로 바뀐다. 이 점을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엑셀 변환 프로그램은 엑셀로 변환된 파일을 다운받았을 때 파일을 열어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지 않을 경우, 저장 날짜와 관계없이 정보센터 선거통계시스템 업무자가 엑셀 서식을 수정한 날짜가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로 입력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엑셀파일은 내용을 수정하면 수정한 날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로 찍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엑셀변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투·개표 투표구별 개표진행 파일을 엑셀로 옮기는 만큼 수정할 필요가 없다. 수정한 날짜가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지 않는 이상 정보센터 업무 담당자가 엑셀로 옮겨 주는 프로그램의 엑셀 서식을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MS사는 사실을 알지 않을까. 취재 도중 MS사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선관위는 부정선거 백서 저자를 고소한 상태인데, 법정 공방을 대비해 MS에 이와 관련한 기술을 문의했고 “선관위의 주장이 맞다”는 답변을 구두(口頭)로 받았다. 선관위는 MS사의 공식 성명서를 요청한 상태다.
박창신 신부의 익산 투표구 관련 발언(익산 선거구가 86개인데 개표 자료 업데이트 횟수가 72번밖에 안 된다)도 개표 진행과정과 언론사에 제공하는 1분 단위 개표자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왔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개표소로부터 보고받은 투표구별 개표자료를 구·시·군별로 합산, 신문사와 인터넷 포털사에 제공한다. 1분마다 제공하는 개표자료에는 구·시·군별로 1개 투표구의 자료만 있거나 2개 이상 투표구의 자료가 합산되어 제공된다. 따라서 단순히 투표구수와 개표자료 업데이트 횟수는 다를 수 있다.
이 정도가 선관위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의혹이다. 양천구 목3동 4투표구에서 박 대통령의 득표수가 실제보다 86표 더 집계, 수지구선관위가 수지구 상현1동의 제9투표구 집계누락, 공직선거법 제178조 위반(수개표 미흡) 등 선관위 자료를 근거로 제기한 의혹이 몇 개 더 있긴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많은 인터넷 언론이 제기했고, 선관위도 적극적으로 해명한 사안이다.
그래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수지구선관위가 용인시청의 투표상황 집계표를 이용하여 집계를 하는 과정에서 상현1동 제9투표구 집계를 누락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투표구가 1개 늘어난 것을 엑셀 수식함수에 포함하지 않아 1개 투표구의 자료가 누락된 것이다. 사후에 투표진행상황 보고누락 사실을 확인한 만큼 개표 결과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양천구 목3동 4투표구에서 당시 박 대통령의 득표수가 실제보다 86표가 더 집계된 것은 개표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선관위가 인정했다.
선관위 홍보과의 백승훈 주무관은 “사람이 분류하면서 그 과정에서 오차가 있었다”고 했다. 수개표 시간이 짧아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표소요시간은 개표사무원의 숙련도, 개표진행 시간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이 밖에 제기된 의혹은 ▲전자개표기의 프로그램 조작 해킹 가능 ▲중앙선관위 서버를 국정원이 관리한다는 정보(나꼼수 29회)에 의할 때, 선관위는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있음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반드시 국정원장의 보안 대책의 협조나 동의를 받지 않고 중앙선관위 전산망 서버를 사용할 수 없음 ▲2시간 만에 3.4%포인트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식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부정선거 부정한 左 성향 인물의 글들
2013년 11월 28일 자신을 백서 저자인 한영수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네티즌(seang****이라는 아이디 사용)이 토론방인 다음 아고라에 이런 글을 올렸다. 아고라는 약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좌파 성향 네티즌들의 활동 무대다.
<백서의 저자는 2002년 노통(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부터 전자개표기 사용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저는 과거 백서의 주장에 동의, 18대 대선 때까지 그분들과 함께했습니다. 저는 직접 18대 대선 개표부정을 확인하고 밝히고자 안산 단원구에 투개표 참관을 신청하고 개표과정을 촬영했습니다. 개표현장에서 조직적인 개표부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선관위가 투표지분류기라고 부르는 전자개표기의 서버연결은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모두 직접 확인했습니다. 상실감과 좌절감에 안 피우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습니다.
며칠 후 한씨를 만났을 때 그분이 전자개표기를 통한 개표조작이니 대선 무효투쟁을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신(저자)이 말한 그런 조작은 없었다. 그리고 그분과 갈라섰습니다. 저자를 포함해 저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개표부정이 이슈가 되면 유명인사가 되는 것일까요. 각자 소속해 있는 모임 등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통합진보당(좋아하든 싫어하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님)에 힘 모아 주고 사제단에 힘 모아 주세요.>
백서의 저자인 한씨의 지인이자 종북 논란을 빚은 통합진보당에 힘을 모아 주자고 한 인물조차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린 것이다.
《딴지일보》의 박성호(물뚝심송) 정치부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선관위 개표 시연 참가기를 올렸다. 내용을 요약했다.
<▲전자개표기(분류기) 사용은 불법인가?
이 주장은 법원에서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닌 걸로 확정을 받았다. 전자개표기가 개표기냐 분류기냐 하는 용어 싸움도 그리 의미가 크지 않다. 이 의미 차이가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영수씨와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뿐이다.
▲전자개표기(분류기)의 조작 가능성?
이 장비를 조작하는 것은 집계 심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협조가 없다면 개표 결과에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수검표 여부
집계심사 과정이 “소홀했다”라는 주장은 가능하다. 몇몇 참관인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그런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장비가 특별히 오류를 내지 않고 작업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확인 과정이 소홀했다고 해서 ‘선거부정’을 논의하거나 ‘불법성’을 지적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개표가 너무 빨랐다
이 계산도 너무 대충이다. 시연에서 앞단의 분류팀은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일을 마치고 놀았다. 6천매 분류하는 데 한 시간이 안 걸렸다는 뜻이다.
진심으로 한 가지 묻고 싶다.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었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런 상황에서도 위와 같은 사소한 근거들을 가지고, 중대한 선거부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의혹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스로 마음속에 드시는가? 문재인이 당선되었더라도 전자개표기인지 분류기인지 그걸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몇 번이나 사회적 법적으로 부정된 십년 묵은 낡은 주장에 동조하셨겠는가? 절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문재인이 낙선했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인가.> 《딴지일보》 대표는 ‘나 꼼수’ 멤버인 김어준씨다.⊙
“부정선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정권교체 없습니다. 더군다나 부정선거 백서가 있어요. 컴퓨터로 개표 부정한 겁니다. 백서를 읽어 보세요. 국정원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조작해 가지고 선거를 했어요. 그런 것이 엄청 드러났어요. 부정선거는 엄청난 문제인 거예요. 익산을 예로 들면 선거구가 86인데 (개표 자료 업데이트 횟수가) 중앙선관위에 72가 올라왔어요. 이게 맞는 겁니까. 안 맞는 겁니까.”
2013년 11월 2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선거 결과 당선된 것은 분명한데 그 경위를 정확히 밝히려고 하지 않아요. 그러면 그게 이명박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같이 했다는 생각이 들지요.”
大選 때마다 되살아나는 컴퓨터 부정설
대통령선거 결과를 놓고 컴퓨터 조작 주장이 처음 제기된 때는 1987년 12월 제13대 대통령선거다. 선거가 끝났지만, 당시 통일민주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평민당 후보였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심 강도가 더 높았다. 평민당이 그해 12월 29일 컴퓨터 조작을 고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음해(1988년) 402쪽짜리 <조작된 승리를 고발한다>는 제목의 부정선거 백서를 발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때도 정의구현사제단이 나섰다. 정의구현사제단과 천주교 공정선거감시단의 일부 신부가 1988년 1월 16일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1989년 5월 11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중앙선관위원회(선관위)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었다. 모든 개표 관련 업무를 수작업으로 진행했는데 컴퓨터 조작 운운했으니 패소 판결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이후 컴퓨터조작 망령이 또 출현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투표지 분류기를 컴퓨터 조작의 주범으로 몰아가며 재검표를 요구한 뒤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한나라당이 지목한 80개 개표소의 투표지 1104만9311장에 대해 2003년 1월 28일 검표를 실시했다. 검표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표는 134표가 늘어났다. 10만 표 중 1표의 비율이었다.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인 정동영 전 의원의 표차가 워낙 커(531만 표차)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될 상황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컴퓨터로 대선 개표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은 더는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박 신부는 “18대 대선도 컴퓨터 개표 부정이 있다”며 부정선거 백서를 읽어 보라 했다. 박 신부가 이야기한 백서에는 그동안 제기되지 않은 충격적인 증거가 담겼을까.
3만원짜리 부정선거 백서
 |
|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 |
선거 문외한(門外漢)을 현혹시키기에 딱 좋은 내용이었다. 백서가 선관위 자료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했는지 살펴봤다. 백서의 저자인 한영수씨는 전직 선관위 직원이다.
우선 백서는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의 개표완료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존재하므로 이번 18대 대선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개표상황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개표과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개표는 개함(투표함 개봉 및 투표지를 반듯하게 펴는 작업)→투표지분류기 분류→심사 집계부 수작업 개표→위원 검열→위원장 공표→확정→보고석→중앙선관위 서버전달→곧바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지의 과정을 거친다.
개표상황표는 투표지분류기 분류가 끝나면 거기와 연결된 컴퓨터 프린터에서 나온다. 투표지분류 개시시각과 투표지분류 완료시각, 집계결과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된 개표상황표는 아니다. 심사집계부는 넘어온 개표상황표에 투표지분류기에서 미분류로 나온 표와 분류된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투표지분류기 결과가 찍힌 곳 옆에 적는다. 이 개표상황표는 부위원장을 포함, 7명의 위원 검열을 거친 뒤 위원장에게 넘어간다. 개표상황표를 확인한 위원장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법원 공무원에게 개표상황표를 건넨다. 그 공무원은 개표상황표 가장 밑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적은 후 보고석에 전달한다. 보고석은 개표상황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중앙선관위 서버로 그 결과를 보낸다. 이 절차를 마쳐야만 최종 득표수가 모두 들어간 개표상황표가 완성된다. 개표상황표는 투표구마다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전국 총 투표구 수는 1만3542개다.
절차대로라면 위원장 공표시각이 개표완료 시각보다 빠를 수 없다. 백서가 선관위 자료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1만3542개의 개표상황표 중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총 34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장 공표시각을 기재(記載)하지 않은 것(6개)까지 더하면 총 40개의 개표상황표에 문제가 있었다. 백서는 이것을 ‘개표상황표 조작’으로 규정했다.
개표 관련 모든 사람 한통속 돼야 조작 가능
개표상황표 조작이 가능해지려면 개표와 관련한 모든 사람이 한통속이 돼야 한다. 가능한 일일까.
심사 집계부는 일반인과 교사 등 공공기관 소속 직원으로 이뤄져 있다. 부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은 정당추천위원 2명, 시·군·구 선관위 자체 추천(5명)으로 이뤄진다. 위원장은 관례로 지역 법원장이 맡는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사전에 신고한 참관인들이 비디오, 카메라 등 온갖 채증 장비를 가지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사람이 ‘같은 편’이 되어 개표상황표를 조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표 과정을 직접 참관한 이들이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투표지분류기와 연결된 컴퓨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표지분류기의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16대 대선 때도 확인된 사안이다.
2002년 12월 27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전자개표 조작 원천적 불가능’이라는 기사의 일부분이다.
<전자개표기부터 살펴보자. 개표종사원이 무작위로 간추린 투표지 적당량을 투표지 장착함에 넣으면 기기는 투표지의 장착을 인식하면서 투표지를 한 장씩 이송시킨다. 기기에 설치되어 있는 스캐너를 지나면서 광학적으로 투표지의 문자와 기표인을 자동 인식하게 되고 득표자별로 자동 분류된다. 동시에 득표자별로 투표지 계수를 자동화한다. 애매하게 표기되거나 이중 기표된 용지는 무효처리가 되지 않고 미분류로 별도로 걸러내게 되고 개표종사원의 육안과 수작업을 거쳐 무효처리나 재분류되게 된다. 또 전자개표기에서 투표지의 이송 및 분류처리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오픈 방식이어서 참관인들이 육안으로 개표상황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전자개표기에서 득표자별 계수가 선거구별 컴퓨터로 집계되고 통신망을 통해 선관위로 전송하고 선관위의 중앙서버는 이를 집계함과 동시에 방송국으로 전송, 개표 오차율을 제로화하고 개표시각 및 결과집계가 신속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 국민이 개표결과를 바로 알 수 있도록 한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통신망으로 재확인 과정을 거치므로 프로그램 조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득표자별로 분류된 투표용지를 수작업 과정과 육안으로 득표 계수 점검에 대한 오류정정 과정을 거친다.>
투표지분류기는 2002년부터 도입됐다. 때문에 《오마이뉴스》 기사에 나온 전자개표기는 투표지분류기를 뜻한다.
“제가 조작했다고요?”
그렇다면 왜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존재하는 것일까. 선관위에 문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개표소에서 위원장 공표시각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부정선거 논란에서 선관위는 객관적일 수만은 없다.
개표상황표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한 인물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수소문 끝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한 사람 몇 명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백서 내용에 황당해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자신이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개표에 참여했던 A씨의 이야기다. 그는 전라도 지역 개표에 참여했다. 그의 이야기다.
“그런 백서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정확히 적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 시간이 잘못됐다면 정신없는 상황에서 잘못 쓴 것 아닐까요.”
—정신이 없을 만큼 상황이 바쁩니까.
“개표상황표가 1~2장씩 넘어올 때도 있지만, 갑자기 열 몇 장이 올 때도 있습니다. 실수가 나왔다면 아마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지 않았겠습니까.”
—백서는 개표상황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의혹을 퍼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2007년과 2012년 두 번째 위원장 공표시각을 작성한 B씨에게는 자신이 잘못 기재한 개표상황표를 보여줬다. 그는 “제가 AM PM을 잘못 쓴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조작의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B씨는 분류완료 시각이 2012년 12월 19일 20시 48분이었지만 위원장 공표시각을 2012년 12월 19일 10시 19분으로 썼다. 22시를 10시로 적은 것이다.
그렇다면 위원장 공표시각이 없는 개표상황표는 왜 나오게 된 것일까. 당시 개표소에 있었던 관계자는 “(위원장 공표시각을 적는 사람이)깜빡하고 공표 시각을 적지 않을 경우에는 보고석에서 확인하고 다시 내려보낸다”며 “공표 시각이 적혀 있지 않은 것은 실수를 보고석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02년 대선부터 개표 업무에 참여했다.
보고석 업무는 시·군·구 선관위 소속 직원이 본다. 보고석 업무를 봤던 선관위 직원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바쁘면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未분류표’에 대한 無知 드러내
백서는 대선 투표용지 교부수보다 투표수가 더 나온 것도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백서에 따르면 전국 1만3542곳 중 230군데에서 교부수보다 투표수가 더 나왔다. 투표소 업무를 봤던 인사에게 물었다.
그는 “투표지 교부시에 정확하게 카운트를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늘 있었다”고 했다. 투표소 업무는 동(洞)의 공무원과 일반인이 담당하는데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와 개표의 정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순 없다.
230곳 중 29곳을 빼고는 교부수와 투표수 차이가 1표밖에 안 난다. 29곳 중에도 19군데는 투표수가 교부수보다 2표 밖에 많지 않다. 3표 차는 4곳, 4표 차는 3곳, 8·9·10표 차가 각각 한 군데씩이다. 부정선거를 저지르려 했다면 교부수와 투표수 차이가 훨씬 컸어야 한다.
선관위 홍보팀의 서기관은 “위원장 공표시각 기재, 투표지 교부 등에 실수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백서는 조달청 공개입찰 자료와 선관위 내부규정을 근거로 미분류율이 5% 이상 나온 지역의 투표수는 무효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분류율이 5% 이상인 31개 지역의 투표수 총 합계가 169만4521표인데 이 표가 모두 무효가 되면 박 대통령과 문 의원의 표차를 넘기에 박 대통령의 당선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분류표란 무엇일까. 투표지분류기가 분류해 내지 못한 표다. 투표지분류기는 두 후보 기표란 경계에 기표한 것이나, 기표과정에서 흔들려 희미하게 기표한 것, 인주가 맞은편에 묻은 것 등을 분류해 내지 못한다. 이런 표는 심사 집계부에서 일일이 손으로 투표자를 가린다. 이 과정에서도 분간이 안 되는 표는 기권 처리한다.
백서에 나온 미분류율이 5% 이상인 31개 지역은 어디일까. 문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전남·북이 9곳, 박 대통령에게 몰표를 준 경상도 지역이 8곳이었다. 나머지 지역은 표 쏠림 현상이 적은 충남·북이었다.
투표지분류 기준을 안다면 미분류율이 5% 이상인 지역을 무효 처리하자는 주장도 어이없지만, 그런 31개 지역의 투표수 169만4521표를 모두 무효 처리할 경우 문 의원이 박 대표를 앞선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지역별로 볼때 최종 득표율과 비슷한 박근혜 51, 문재인 49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박 대통령은 부산에서 59.82%, 경남에서 63.12%, 대구에서 80.14%, 경북에서 80.82%의 지지를 얻었다.
문 의원은 광주에서 91.97%, 전북에서 86.25%, 전남에서 89.28%의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다 미분류율이 5% 초과할 경우 그 지역의 표는 모두 무효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2002년 투표지분류기 제안요청서에 ‘미인식 투표지 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오해하는 것 같다”며 “이는 장비성능 평가 및 장비납품 검사 시 준수해야 할 원칙을 제시한 것이지 개표 규정이 아니다”고 했다.
의혹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社 백서 주장 억지”
백서 17페이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실려 있다. ‘대선 투표결과는 18대 대선이 치러지기 하루 전날인 12월 18일 이미 중앙선관위 서버에 있었다.’ 무슨 이야기일까. 요지는 이렇다. <송파구 선관위가 작성한 엑셀 형식의 투표구별 개표상황 파일을 보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가 2012년 12월 18일 오후 1시 11분으로 나와 있다. 이는 대선 투표 결과를 18일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선관위 파일’과 관련한 의혹인 만큼 선관위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선관위 법제과는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월간조선》에 보내 왔다.
<선관위 정보센터 선거통계시스템 업무자는 내부선거통계시스템의 투·개표 투표구별 개표진행 파일을 엑셀로 옮겨 주는 프로그램을 선관위 직원 컴퓨터에 깔았다. 그런데 엑셀로 변환한 파일은 언제 다운받느냐와 관계없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가 2012년 12월 18일 오후 1시 11분으로 나온다. 그 이유는 그날이 정보센터 업무 담당자가 엑셀로 옮겨 주는 프로그램의 엑셀 서식을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엑셀 파일을 열었다가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가 당일로 바뀐다. 이 점을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엑셀 변환 프로그램은 엑셀로 변환된 파일을 다운받았을 때 파일을 열어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지 않을 경우, 저장 날짜와 관계없이 정보센터 선거통계시스템 업무자가 엑셀 서식을 수정한 날짜가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로 입력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엑셀파일은 내용을 수정하면 수정한 날이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로 찍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엑셀변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투·개표 투표구별 개표진행 파일을 엑셀로 옮기는 만큼 수정할 필요가 없다. 수정한 날짜가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지 않는 이상 정보센터 업무 담당자가 엑셀로 옮겨 주는 프로그램의 엑셀 서식을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MS사는 사실을 알지 않을까. 취재 도중 MS사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선관위는 부정선거 백서 저자를 고소한 상태인데, 법정 공방을 대비해 MS에 이와 관련한 기술을 문의했고 “선관위의 주장이 맞다”는 답변을 구두(口頭)로 받았다. 선관위는 MS사의 공식 성명서를 요청한 상태다.
박창신 신부의 익산 투표구 관련 발언(익산 선거구가 86개인데 개표 자료 업데이트 횟수가 72번밖에 안 된다)도 개표 진행과정과 언론사에 제공하는 1분 단위 개표자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왔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개표소로부터 보고받은 투표구별 개표자료를 구·시·군별로 합산, 신문사와 인터넷 포털사에 제공한다. 1분마다 제공하는 개표자료에는 구·시·군별로 1개 투표구의 자료만 있거나 2개 이상 투표구의 자료가 합산되어 제공된다. 따라서 단순히 투표구수와 개표자료 업데이트 횟수는 다를 수 있다.
이 정도가 선관위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의혹이다. 양천구 목3동 4투표구에서 박 대통령의 득표수가 실제보다 86표 더 집계, 수지구선관위가 수지구 상현1동의 제9투표구 집계누락, 공직선거법 제178조 위반(수개표 미흡) 등 선관위 자료를 근거로 제기한 의혹이 몇 개 더 있긴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많은 인터넷 언론이 제기했고, 선관위도 적극적으로 해명한 사안이다.
그래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수지구선관위가 용인시청의 투표상황 집계표를 이용하여 집계를 하는 과정에서 상현1동 제9투표구 집계를 누락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투표구가 1개 늘어난 것을 엑셀 수식함수에 포함하지 않아 1개 투표구의 자료가 누락된 것이다. 사후에 투표진행상황 보고누락 사실을 확인한 만큼 개표 결과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양천구 목3동 4투표구에서 당시 박 대통령의 득표수가 실제보다 86표가 더 집계된 것은 개표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선관위가 인정했다.
선관위 홍보과의 백승훈 주무관은 “사람이 분류하면서 그 과정에서 오차가 있었다”고 했다. 수개표 시간이 짧아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표소요시간은 개표사무원의 숙련도, 개표진행 시간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이 밖에 제기된 의혹은 ▲전자개표기의 프로그램 조작 해킹 가능 ▲중앙선관위 서버를 국정원이 관리한다는 정보(나꼼수 29회)에 의할 때, 선관위는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있음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반드시 국정원장의 보안 대책의 협조나 동의를 받지 않고 중앙선관위 전산망 서버를 사용할 수 없음 ▲2시간 만에 3.4%포인트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식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부정선거 부정한 左 성향 인물의 글들
2013년 11월 28일 자신을 백서 저자인 한영수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네티즌(seang****이라는 아이디 사용)이 토론방인 다음 아고라에 이런 글을 올렸다. 아고라는 약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좌파 성향 네티즌들의 활동 무대다.
<백서의 저자는 2002년 노통(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부터 전자개표기 사용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저는 과거 백서의 주장에 동의, 18대 대선 때까지 그분들과 함께했습니다. 저는 직접 18대 대선 개표부정을 확인하고 밝히고자 안산 단원구에 투개표 참관을 신청하고 개표과정을 촬영했습니다. 개표현장에서 조직적인 개표부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선관위가 투표지분류기라고 부르는 전자개표기의 서버연결은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모두 직접 확인했습니다. 상실감과 좌절감에 안 피우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습니다.
며칠 후 한씨를 만났을 때 그분이 전자개표기를 통한 개표조작이니 대선 무효투쟁을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신(저자)이 말한 그런 조작은 없었다. 그리고 그분과 갈라섰습니다. 저자를 포함해 저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개표부정이 이슈가 되면 유명인사가 되는 것일까요. 각자 소속해 있는 모임 등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통합진보당(좋아하든 싫어하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님)에 힘 모아 주고 사제단에 힘 모아 주세요.>
백서의 저자인 한씨의 지인이자 종북 논란을 빚은 통합진보당에 힘을 모아 주자고 한 인물조차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린 것이다.
《딴지일보》의 박성호(물뚝심송) 정치부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선관위 개표 시연 참가기를 올렸다. 내용을 요약했다.
<▲전자개표기(분류기) 사용은 불법인가?
이 주장은 법원에서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닌 걸로 확정을 받았다. 전자개표기가 개표기냐 분류기냐 하는 용어 싸움도 그리 의미가 크지 않다. 이 의미 차이가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영수씨와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뿐이다.
▲전자개표기(분류기)의 조작 가능성?
이 장비를 조작하는 것은 집계 심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협조가 없다면 개표 결과에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수검표 여부
집계심사 과정이 “소홀했다”라는 주장은 가능하다. 몇몇 참관인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그런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장비가 특별히 오류를 내지 않고 작업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확인 과정이 소홀했다고 해서 ‘선거부정’을 논의하거나 ‘불법성’을 지적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개표가 너무 빨랐다
이 계산도 너무 대충이다. 시연에서 앞단의 분류팀은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일을 마치고 놀았다. 6천매 분류하는 데 한 시간이 안 걸렸다는 뜻이다.
진심으로 한 가지 묻고 싶다.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었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런 상황에서도 위와 같은 사소한 근거들을 가지고, 중대한 선거부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의혹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스로 마음속에 드시는가? 문재인이 당선되었더라도 전자개표기인지 분류기인지 그걸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몇 번이나 사회적 법적으로 부정된 십년 묵은 낡은 주장에 동조하셨겠는가? 절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문재인이 낙선했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인가.> 《딴지일보》 대표는 ‘나 꼼수’ 멤버인 김어준씨다.⊙
